[사우디 K-콘텐츠①] 인터넷 99.6%·영화관 603개, 비전2030이 넓힌 콘텐츠 시장
하루 7시간 이상 온라인 이용자 61.3%…극장·공연·축제까지 이어진 글로벌 콘텐츠 소비망
[KtN 전성진기자]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넷 이용률은 99.6%다. 20∼39세에서는 99.9∼100%에 이른다. 인터넷 이용자의 61.3%는 하루 7시간 이상 온라인에 머물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이용률도 99.6%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공개된 드라마와 음악, 게임 영상이 현지 방송 편성과 물리적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사우디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는 기반이 이미 갖춰졌다.
15∼74세의 온라인 영상 시청률은 79.4%,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96.2%다. 1인당 월평균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53기가바이트,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216메가비트로 집계됐다. 고화질 드라마와 영화, 실시간 공연 영상, 모바일 게임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플랫폼 이용 범위도 넓다. 왓츠앱 이용률은 92.7%, 스냅챗은 83.6%, 틱톡은 77.0%, 유튜브는 75.8%다. 드라마 예고편이나 음악 하이라이트가 짧은 영상으로 확산되고, 관련 정보가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 뒤 본편 시청과 음원 재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인터넷 이용자의 76.9%가 온라인 쇼핑을 경험해 콘텐츠 관심을 상품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기반도 형성됐다.
사우디의 콘텐츠 소비망은 스마트폰 안에 머물지 않는다. 2018년 영화관 공식 재개장 이후 2025년 영화관은 20개 도시 603개 스크린으로 늘었다. 연간 관람객은 1880만 명을 기록했다. 2024년 사우디 전역에서는 1810개의 엔터테인먼트 행사가 열렸고 총관람객은 7690만 명에 달했다. 온라인에서 접한 해외 콘텐츠를 극장과 공연장, 축제, 체험 공간에서 다시 소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이 함께 커졌다.
문화·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성장 분야로 편입한 비전2030이 시장 확대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 2016년 발표된 국가 발전 전략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문화시설과 대형 행사를 확충했다. 영화관 재개장과 리야드 시즌, 국제 공연, 게임 대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해외 콘텐츠는 온라인 시청물에서 현장 체험 상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2025년 사우디 박스오피스 매출은 약 2억45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개봉작 538편 가운데 자국 영화는 11편이었지만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고, 흥행 상위 10위 안에 3편이 들었다. 해외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시장 확대와 사우디 자국 제작 산업 육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수치다. 한국 영화가 상영될 스크린은 늘었지만 할리우드 대작, 아랍권 작품, 사우디 영화와의 편성 경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리야드 시즌(Riyadh Season)은 공연·스포츠·전시·게임·관광을 한 공간에 묶는 대표적인 복합 행사다. 2024∼2025 시즌에는 135개국에서 2000만 명이 방문했고, 2025∼2026 시즌 방문객도 1100만 명을 넘어섰다. 2025∼2026 시즌은 11개 테마 구역과 15개 세계선수권, 34개 전시·축제로 구성됐다. 사우디 엔터테인먼트 당국은 리야드 시즌 브랜드 가치를 32억달러로 평가했다.
대형 행사에서는 공연 한 편보다 음악과 음식, 화장품, 상품, 체험을 묶은 소비가 확대된다. K-팝 공연 관객에게 K-푸드와 K-뷰티, 캐릭터 상품을 함께 소개하거나 게임 대회 관람객에게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기업의 수익원도 작품 판매와 상영권에서 공연, 라이선스, 상품, 브랜드 협업으로 넓어질 수 있다.
2022년 리야드 블러바드 시티에서 열린 KCON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콘텐츠가 복합 소비시장에 들어간 흐름을 보여준다. 에이티즈(ATEEZ), 뉴진스(NewJeans), 더보이즈(THE BOYZ), 스테이씨(STAYC) 등이 참여했고 K-팝 공연과 컨벤션, 문화 체험이 함께 운영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형성된 팬층을 공연장과 체험 공간으로 옮긴 행사였다.
게임과 e스포츠도 대형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2024년 리야드에서 처음 열린 e스포츠 월드컵(Esports World Cup)은 약 260만 명의 현장 방문객을 모았다. 2025년 방문객은 300만 명으로 늘었다. 복수 게임 종목을 한 대회에서 운영하는 방식이 경기 관람과 공연, 체험, 관광을 결합한 산업으로 확대됐다. 한국 게임 지식재산권이 공식 종목에 포함되면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현장 관람객과 온라인 시청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사우디 15세 이상 인구의 80%는 2023년 문화행사 방문 경험이 있었고, 엔터테인먼트 행사 방문 경험은 90%에 달했다. 문화·여가활동이 일부 팬과 관광객에 한정되지 않고 대중 소비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다.
1810개 행사와 7690만 명의 관람객은 오프라인 콘텐츠 접점의 규모를 나타낸다. 개별 작품과 기업의 사업 성과는 행사 이후 유료 시청, 신규 구독, 상품 판매, 재방문으로 이어진 수치에서 확인된다. 총관람객 수와 작품별 매출은 서로 다른 지표다. 한국 기업도 행사 참여 횟수와 소셜미디어 노출량에 더해 구매 전환율과 재이용률, 행사 전후 스트리밍 변화까지 함께 측정해야 한다.
인터넷 이용률 99.6%의 시장에서는 한국 작품과 미국·유럽·일본·인도·튀르키예·아랍권 콘텐츠가 같은 플랫폼에서 경쟁한다. 높은 접속률은 한국 콘텐츠에만 주어진 조건이 아니다. 작품의 완성도와 공개 시점, 자막 품질, 추천 알고리즘, 소셜미디어 확산 속도가 실제 선택을 가른다.
스마트폰에서 발견한 콘텐츠가 극장과 공연장 방문, 상품 구매, 후속 시청으로 이어질 때 사업의 지속성이 생긴다. KCON과 e스포츠 월드컵의 성과도 현장 관람객 수뿐 아니라 행사 이후 스트리밍, 신규 구독, 상품 판매 변화에서 드러난다. 사우디의 디지털 인프라와 대형 문화행사가 한국 콘텐츠의 진입로를 넓혔다면, 유료 소비와 장기 이용을 만드는 운영은 콘텐츠 기업의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