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K-콘텐츠②] 넷플릭스·샤히드·stc TV, 복수 구독이 만든 유통 질서

1인당 평균 2.5개 이상 구독…글로벌 신작과 아랍어 콘텐츠를 나눠 보는 사우디 이용자

2026-07-30     전성진 기자
사우디 K-콘텐츠.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사우디아라비아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자는 평균 2.5개 이상의 플랫폼을 구독한다. 해외 영화와 드라마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보고, 아랍어 콘텐츠와 지역 방송은 샤히드(Shahid)나 stc TV에서 이용하는 조합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플랫폼 한 곳의 순위만으로 사우디 콘텐츠 시장의 반응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신작과 오리지널 영화·드라마를 앞세워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작품이 여러 국가에 동시에 공개되고, 사우디 이용자가 다른 지역 시청자와 같은 시기에 작품을 접하는 경로도 넷플릭스에서 형성된다. 공개 직후 국가별 순위와 소셜미디어 화제가 맞물리면서 신규 작품이 짧은 시간 안에 사우디 시청자에게 노출되는 구조다.

샤히드는 중동 최대 미디어 기업인 MBC 그룹(MBC Group)이 운영한다. 아랍어 드라마와 예능, 영화, 지역 방송 콘텐츠를 기반으로 2024년 말 약 44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사우디 OTT 시장점유율 1위와 중동·북아프리카 유료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작품의 양보다 아랍어 서비스와 지역 시청자의 이용 습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플랫폼이다.

stc TV는 사우디텔레콤(Saudi Telecom Company)의 통신서비스와 결합돼 있다. 인터넷 요금제에 구독 혜택을 포함하고 영화·드라마·실시간 방송·독점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별도의 OTT를 찾아 가입하는 방식보다 기존 통신서비스 안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설계한 구조다. 사우디 시장에서는 샤히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사업자로 평가된다.

세 플랫폼의 관계는 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를 밀어내는 단순 경쟁과 다르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콘텐츠와 동시 공개 신작을 공급하고, 샤히드가 아랍어 콘텐츠와 현지 큐레이션을 맡으며, stc TV가 통신 가입자를 스트리밍 이용자로 연결한다. 이용자는 작품의 언어와 장르, 시청 목적에 따라 플랫폼을 바꾼다. 해외 작품을 보는 계정과 가족이 지역 방송을 함께 보는 계정이 한 가정 안에서 병존할 수 있다.

사우디 영상시장에서는 텔레비전과 OTT,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이 하나의 소비 경로 안에 놓인다. 이용자는 유튜브에서 예고편과 인터뷰를 검색하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을 접한 뒤 넷플릭스나 샤히드에서 본편을 시청한다. 시청 뒤에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해 감상과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스트리밍과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가 각각 분리된 서비스가 아니라 발견과 시청, 확산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

보고서 7쪽의 다중 플랫폼 이용환경 도표에는 글로벌 OTT, 아랍권 지역 OTT, 통신 기반 OTT, 동영상·소셜 플랫폼이 사우디 이용자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프라임비디오가 글로벌 작품을 공급하고, 샤히드가 아랍어 콘텐츠와 지역 방송을 제공하며, stc TV가 통신 결합으로 접근성을 넓힌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은 작품 검색과 짧은 영상, 팬 활동과 커뮤니티 참여를 담당한다. 하나의 플랫폼이 작품 발견부터 장기 이용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2025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북아프리카 영상시장 규모는 15억달러를 웃돌고 유료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계약은 27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 규모에서도 세계 상위 10개 시장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데이터 사용량이 높은 환경에 여러 구독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가 더해지면서 글로벌 사업자와 지역 사업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한국 콘텐츠도 플랫폼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넷플릭스에서는 글로벌 동시 공개와 국가별 순위가 작품의 첫 노출을 만든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얻은 한국 드라마가 사우디 순위에 진입하면 한류 팬이 아닌 일반 구독자도 추천 목록과 인기 콘텐츠 영역에서 작품을 접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이용 경험률이 각각 82.4%와 82.1%에 이른 배경에도 글로벌·지역 OTT를 통한 반복 노출이 놓여 있다.

샤히드는 아랍어 자막과 별도 편성으로 한국 작품을 현지 콘텐츠 목록 안에 배치한다. 한국 드라마 전용 카테고리를 마련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선재 업고 튀어', '또 오해영' 등 20여 편을 제공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는 방식과 달리, 한국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가 아랍어 서비스 안에서 연관 작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묶은 구성이다.

CJ ENM은 2025년 샤히드와 공급 계약을 맺고 한국 드라마 20편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제공하기로 했다. 개별 작품을 글로벌 OTT에 판매하는 방식에서 현지 플랫폼과 일정 규모의 콘텐츠 묶음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 범위가 넓어진 움직임이다. 샤히드 운영사인 MBC 그룹도 한국 콘텐츠 도입이 이용자 참여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넷플릭스와 샤히드의 차이는 공개되는 작품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세계 여러 지역의 이용자 반응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확산력에서 강점을 갖는다. 샤히드는 아랍어 자막과 지역 이용자 기반, 한국 드라마 전용 편성으로 작품을 오래 노출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처음 본 이용자가 샤히드에서 다른 한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이동도 가능하다. 글로벌 플랫폼은 신규 유입을 만들고, 현지 플랫폼은 언어 접근성과 후속 시청을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stc TV의 통신 결합 모델은 또 다른 이용층을 확보한다. 콘텐츠 구독을 적극적으로 비교하고 가입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기존 인터넷서비스 혜택을 통해 스트리밍을 시작하는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실시간 방송과 글로벌 작품, 지역 콘텐츠가 같은 서비스에 들어가 있어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쉽다. 한국 콘텐츠가 stc TV의 편성과 추천 영역에 포함될 경우 한류 팬덤 밖의 통신 가입자에게까지 노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작품을 발견하는 과정은 복잡해진다. 같은 한국 드라마라도 넷플릭스에서는 국가별 인기 순위와 추천 알고리즘이 노출을 좌우하고, 샤히드에서는 아랍어 제목과 자막, 장르 분류, 전용 카테고리가 검색과 시청에 영향을 준다. stc TV에서는 통신상품 구성과 첫 화면 편성, 실시간 방송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추천이 작품 접근성을 가른다. 한글 제목을 단순히 아랍어로 옮기는 수준보다 현지 이용자가 검색할 표현과 작품 정보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시장이다.

유튜브와 틱톡의 역할도 작품 홍보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고편, 명장면, 배우 인터뷰, 음악 영상이 짧은 단위로 반복 노출되면서 본편을 시청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작품명이 축적된다. 여러 이용자가 같은 장면을 공유하거나 관련 영상을 제작하면 OTT 안의 추천과 별도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공개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거쳐 현지 플랫폼의 검색과 후속 시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 순위만으로 사우디 시장의 전체 반응을 읽으면 아랍어 기반 플랫폼에서 이어지는 소비가 빠진다. 샤히드 가입자 수와 전용관 이용, stc TV의 통신 결합 이용, 유튜브와 틱톡의 영상 확산은 서로 다른 지표다. 작품의 첫 주 순위가 높더라도 아랍어 검색과 자막, 연관 작품 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후속 시청이 짧아질 수 있다. 글로벌 순위에 들지 않은 작품도 지역 플랫폼의 편성과 가족 시청을 통해 장기간 소비될 수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의 유통 성과도 플랫폼별로 나눠 확인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공개 직후 도달 범위와 순위 유지 기간, 샤히드에서는 아랍어 이용과 연관 작품 시청, stc TV에서는 통신 가입자 노출과 재생 전환이 각각 다른 사업 지표가 된다. 유튜브와 틱톡에서는 영상 조회 수보다 본편 시청과 구독으로 이동한 비율이 중요하다.

사우디 이용자의 평균 2.5개 이상 구독은 콘텐츠가 넘치는 시장의 수치이면서, 한 플랫폼에만 작품을 공급해서는 소비 경로 전체에 닿기 어렵다는 수치이기도 하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확보하고, 아랍권 플랫폼에서 언어와 편성을 맞추며, 통신 기반 서비스와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이용자를 만나는 방식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의 OTT 경쟁은 넷플릭스 대 샤히드의 양자 대결로 정리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세계 동시 확산, 샤히드는 아랍어 접근성과 지역 편성, stc TV는 통신 가입자 기반을 확보했다. 한국 콘텐츠의 장기 소비는 세 유통망 가운데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데서 결정되지 않는다. 작품을 처음 발견한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에서 후속 작품을 시청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다시 구독서비스로 돌아오는 흐름을 얼마나 길게 이어가느냐가 사우디 유통 성과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