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K-콘텐츠④] K-팝 이용 경험률 59.4%, 번역·스트리밍·공연으로 넓어진 팬덤 소비

BTS·블랙핑크에서 신세대 그룹까지…온라인 팬 활동이 KCON·굿즈·복합 문화 소비로 확장

2026-08-01     전성진 기자
사우디 K-콘텐츠.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사우디아라비아의 한국 음악 이용 경험률은 59.4%, 경험자 호감도는 72.9%로 집계됐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보다 이용 경험률은 낮지만 10∼30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소비층을 확보했다. 음악을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사를 번역하고,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공유하며, 스트리밍과 차트 캠페인에 참여하는 팬덤이 사우디 K-팝 시장의 확산을 맡고 있다.

사우디 음악시장의 주류는 현지·아랍권 음악과 영미권 팝이다. K-팝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PINK) 등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청취층을 확보한 뒤 멤버별 솔로 활동과 신세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혔다. 2019년 사우디 스포티파이 차트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BTS와 블랙핑크뿐 아니라 정국(Jung Kook), 지민(Jimin), 로제(ROSÉ), 제니(JENNIE) 등의 솔로곡이 반복해서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룹 활동의 공백에도 개별 멤버의 음악이 청취 기반을 이어가는 구조다.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 아이브(IVE), 아일릿(ILLIT) 등 신세대 아티스트의 음원도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에서 소비되고 있다. 일부 대표 그룹에 집중됐던 관심이 새로운 세대의 아티스트로 이동하면서 사우디 K-팝 소비 목록도 넓어졌다. 신곡 공개와 동시에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에 안무와 하이라이트 음원이 반복 노출되는 유통 방식이 세대교체의 속도를 높였다.

짧은 영상에서 접한 안무와 후렴구는 음원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 시청으로 이어진다. 완곡을 먼저 듣고 관련 영상을 찾던 기존 음악 소비와 달리, 수초 길이의 하이라이트가 아티스트와 노래를 알리는 첫 통로가 됐다. 이용자가 안무를 따라 하거나 같은 음원을 사용해 영상을 제작하면 원곡을 알지 못했던 이용자에게도 노래가 반복해서 노출된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과 팬이 만든 영상이 음원 유통을 함께 담당하는 방식이다.

사우디 K-팝 팬들은 콘텐츠를 받아보는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가사와 영상의 내용을 아랍어로 옮기고, 소셜미디어에 신곡과 공연 정보를 공유하며, 스트리밍 횟수와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조직한다. 공식 아랍어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팬 번역이 새로운 이용자의 접근을 돕고, 글로벌 팬덤과 같은 시간대에 진행하는 스트리밍 활동이 현지 인지도를 높인다.

번역과 공유는 별도의 홍보비가 투입되지 않는 팬 활동이지만 아티스트와 콘텐츠 기업의 현지 노출에 직접 영향을 준다. 어떤 영상에 아랍어 자막을 붙일지, 어느 플랫폼에서 신곡 정보를 공유할지, 특정 시간대에 어떤 음원을 반복 재생할지를 팬들이 결정한다. 음악회사가 공급한 공식 콘텐츠와 팬이 재가공한 콘텐츠가 동시에 유통되면서 사우디 이용자가 K-팝을 접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일반 이용층과 고관여 팬층의 소비 방식은 구분된다. 일반 이용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며 플랫폼 접근성과 추천 알고리즘, 소셜미디어 노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고관여 팬층은 스트리밍 캠페인과 번역, 콘텐츠 제작·공유, 굿즈 구매, 팬 커뮤니티 활동까지 이어간다. 규모는 일반 이용층보다 작지만 콘텐츠의 확산과 커뮤니티 형성에서는 더 높은 참여도를 보인다.

K-팝의 사업 범위도 음원 재생 횟수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워졌다. 팬덤 활동은 공연 티켓, 굿즈, 팬미팅, 문화 체험, 식음료와 화장품 소비로 이동한다. 노래와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패션, 음식, 뷰티, 라이프스타일 정보 검색으로 이어지면서 음악 밖의 산업에도 소비 접점이 생긴다.

2022년과 2023년 리야드에서 열린 KCON 사우디아라비아(KCON Saudi Arabia)는 온라인 팬덤을 오프라인 소비로 연결한 행사다. K-팝 공연과 함께 K-푸드, K-뷰티,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콘서트 관람객이 공연장 안에서 한국 음식과 화장품, 문화 콘텐츠를 함께 접하는 복합 행사 방식이었다.

KCON은 아티스트 한 팀의 단독 공연보다 넓은 소비 구조를 만든다. 여러 아티스트의 무대와 팬 프로그램, 상품 판매, 브랜드 전시, 문화 체험이 한 공간에 배치되면서 팬이 머무는 시간과 소비 항목이 늘어난다. 음원 스트리밍으로 형성된 관심이 티켓 구매와 현장 방문으로 이동하고, 현장에서 접한 음식과 뷰티 제품이 이후 온라인 검색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K-팝 월드 페스티벌(K-POP World Festival)은 팬을 공연 관람객에서 참가자로 바꾼다. 현지 예선과 댄스 커버 프로그램에 참여한 팬들은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음악과 안무를 반복해서 이용하고, 공연 영상을 다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아티스트가 방문하지 않는 기간에도 현지 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다.

2025∼2026 리야드 시즌에는 사우디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 PIF) 산하 셀라(Sela)와 한국 기업의 협력으로 블러바드 월드에 한국 빌리지(Korea Village)가 조성됐다. K-팝과 K-푸드, K-뷰티, 전통공예를 한 공간에 배치해 특정 공연일에 한정되지 않는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관심을 상시적인 체험과 구매로 연결하려는 구성이다.

공연과 복합 문화 공간은 팬덤의 소비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음원 이용 경험률이 시장의 넓이를 나타낸다면 티켓 구매와 굿즈 판매, 재방문, 행사 참여 횟수는 팬덤의 깊이를 나타낸다.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더라도 무료 영상만 이용하는 소비자와 공연을 찾고 상품을 구매하는 팬이 만드는 매출은 다르다.

팬 커뮤니티는 행사 사이의 공백을 메운다. 콘서트나 팬미팅이 끝난 뒤에도 공식 소셜미디어와 팬 계정에서 영상과 사진, 번역, 공연 후기가 이어지면 관심이 다음 음원과 행사로 이동한다. 팬이 제작한 콘텐츠는 기존 팬의 재방문뿐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영상을 접한 일반 이용자의 유입도 만든다.

보고서는 팬미팅과 콘서트, 팝업스토어, 문화행사 등 오프라인 경험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형성된 팬덤을 실제 소비로 연결한다고 분석했다. 공식 소셜미디어와 팬 커뮤니티, 참여형 이벤트를 함께 운영하면 팬의 상호작용과 재방문을 늘릴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의 운영 방식은 글로벌 팬덤 캠페인을 그대로 사우디에 적용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신곡과 공연 정보를 아랍어로 빠르게 제공하고, 팬이 공유하기 쉬운 짧은 영상과 이미지, 일정 정보를 준비해야 한다. 공식 번역이 늦어지면 팬 계정이 정보 유통을 대신하지만 잘못된 번역과 일정 정보가 함께 퍼질 가능성도 커진다. 팬의 자발성을 활용하면서 공식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공연 이후의 소비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행사 전후 음원 재생량과 뮤직비디오 조회 수, 공식 계정 팔로어 증가, 굿즈 판매, 팬 커뮤니티 가입, 후속 행사 재방문을 함께 보면 현장 참여가 장기적인 팬 활동으로 이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관람객 수만으로는 무료 체험 이용자와 상품 구매자, 기존 팬과 신규 이용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아티스트 인지도에 의존한 단기 행사는 공연이 끝나면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 KCON과 한국 빌리지처럼 음악·상품·음식·뷰티·문화 체험을 결합한 운영은 팬이 다른 한국 콘텐츠로 이동할 통로를 넓힌다. K-팝을 들은 이용자가 드라마와 예능을 찾아보고, 한국어와 패션, 식음료에 관심을 보이면 음악 산업에서 시작된 소비가 한국 콘텐츠 전반으로 확장된다.

사우디 K-팝 시장의 규모는 이용 경험률 59.4%에서 확인되지만 팬덤의 사업 가치는 번역과 스트리밍, 콘텐츠 공유, 공연 참여, 굿즈 구매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BTS와 블랙핑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청취층은 멤버별 솔로 활동과 신세대 그룹으로 넓어졌고, KCON과 K-팝 월드 페스티벌, 한국 빌리지는 온라인 팬 활동을 현장 소비로 옮겼다. 공연 이후 스트리밍과 상품 판매, 커뮤니티 활동, 재방문이 유지되는 기간이 사우디 K-팝 팬덤의 실제 소비력을 가르는 지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