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 개헌 구상, 연임 발언이 흔든 중재 책무

헌법 제128조가 막은 현직 대통령 적용에 여지…국회는 디지털 의견 수렴보다 시민 숙의 절차 먼저 마련해야

2026-07-29     김 규운 기자

 

[KtN 김 규운기자]조정식 국회의장은 7월 28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7년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시민이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 계엄선포권 제한, 권력구조 개편, 선거관리 개혁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개헌 시점과 기구, 의제까지 공개하면서 1987년 이후 멈춘 헌법 개정 논의를 공식 일정에 올렸다.

같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현직 대통령 연임 발언은 국회의장이 제시한 일정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놨다. 조 의장은 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우려해 개헌에 반대한다는 질문에 “시기상조”라고 답하면서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국민 여론과 선택에 달린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개헌특위 구성과 시민참여 방식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정치권의 관심은 다시 현직 대통령의 임기로 옮겨갔다.

국회의장이 개헌 일정을 제시한 행위와 현직 대통령 연임에 여지를 둔 발언은 같은 무게로 평가하기 어렵다. 전자는 여야의 논의를 시작하도록 만드는 국회의장의 역할에 가깝다. 후자는 현행 헌법이 이미 정한 한계를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돌려놓은 발언이다. 국회의장에게 부여된 중재 책임과 28일 답변 사이에 간격이 생긴 대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이 개정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나 중임제로 바꾸더라도 개헌안 제안 당시 재임 중인 대통령은 바뀐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가결되더라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제한은 그대로 작동한다.

해당 조항은 개헌을 통해 현직 권력자의 집권 기간을 늘리는 일을 차단한다. 대통령 임기제도 개편은 가능하지만 제도 변경에 따른 이익은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하도록 선을 그었다. 국민의 선택은 새로운 권력구조를 승인할 권한을 뜻하지, 현행 헌법이 현직 대통령에게 금지한 적용 범위까지 임의로 바꿀 권한을 뜻하지 않는다.

국회의장이 해야 할 답변도 헌법 조문 안에 있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연임 적용은 헌법 제128조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확인한 뒤,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할 권력구조를 여야와 시민이 논의하자고 정리했어야 한다. 헌법이 닫아놓은 가능성을 여론과 정치적 합의에 맡겨진 사안처럼 설명하면서 개헌의 적용 범위가 불분명해졌다.

국회의장은 재직 기간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 국회법이 의장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이유는 국회의장을 다수당의 대리인이 아닌 전체 국회의 대표로 세우려는 데 있다.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지 않고 교섭단체 사이의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도적 요구가 담겨 있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국회 의결 뒤에도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다수당이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구조이며, 야당을 배제한 개헌도 성립할 수 없다.

개헌을 추진하는 국회의장의 첫 업무는 정치적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는 데 있지 않다. 여야가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논의의 경계를 정하고 불신을 제거하는 일이 먼저다.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없는 연임 문제를 국민의 선택에 맡겨진 사안으로 돌리면 야당은 개헌 논의 전체를 임기 연장 시도로 규정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구성하겠다고 밝힌 개헌특위의 출발 조건을 국회의장 발언이 약화시킨 셈이다.

시민개헌넷이 발언 철회를 요구한 이유도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하자는 데 있지 않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와 새로운 대통령제 논의를 분리하고, 헌법에 규정된 제한부터 명확히 하라는 요구다. 조 의장이 연임 발언을 철회하고 헌법 제128조의 적용 범위를 직접 확인해야 개헌의 목적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도 정리될 수 있다.

국회의장이 함께 내놓은 시민참여 계획도 실제 업무로 이어져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시민의 제안을 폭넓게 모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 제출된 의견의 수를 확인하는 기능과 시민이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권한은 다르다. 접속한 사람이 찬반을 표시하고 의견을 남기는 데 그친다면 개헌 의제와 조문은 자문위원회와 정당이 작성하고 시민은 완성된 안을 평가하는 위치에 남는다.

헌법 개정에서 시민에게 보장된 직접 권한은 현재 최종 국민투표에 집중돼 있다. 국회나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가 의결한 뒤 국민이 전체 개헌안에 찬성이나 반대를 표시하는 구조다. 기본권 확대에는 찬성하고 권력구조 개편안에는 반대하는 시민도 하나로 묶인 개헌안 전체를 놓고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의제 선정과 초안 작성 단계에서 시민의 판단이 반영되지 않으면 국민투표는 정치권이 완성한 안을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마지막 절차에 머문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플랫폼 구축보다 시민참여의 권한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다. 참여자를 어떤 기준으로 구성할지, 숙의 기간을 얼마나 보장할지, 찬반 논거와 전문자료를 누가 제공할지, 시민이 마련한 안을 개헌특위가 어떤 방식으로 심의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국회가 시민안을 수정하거나 채택하지 않을 때 이유와 표결 결과를 공개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국회에는 헌법 개정 절차를 법률로 정하려는 법안이 이미 계류돼 있다. 2025년 7월 발의된 ‘헌법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 개헌특위와 헌법개정국민자문위원회의 설치, 개헌안 입안, 국민청원과 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같은 해 9월 국회운영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원회로 넘겨졌다. 조 의장이 시민참여 개헌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플랫폼 발표에 앞서 계류된 절차법의 심의를 시작하도록 국회를 움직여야 한다.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도 같은 기준으로 다뤄져야 한다. 자문위원회가 먼저 개헌 의제와 조문 방향을 정한 뒤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참여 범위는 처음부터 제한된다. 자문위원 선정 기준과 명단, 회의 일정, 검토자료와 회의록을 공개하고 시민참여기구가 자문위원회와 동등하게 의제를 제안할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개헌넷이 요구한 참여는 개인별 온라인 의견을 집계하는 방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활조건을 가진 시민들이 공통된 자료를 검토하고 토론한 뒤 집단적인 의견을 만드는 숙의와 공론의 절차다. 시민이 만든 결과가 개헌특위의 공식 안건으로 올라가고, 국회가 처리 결과를 설명할 때 참여는 행사에서 권한으로 바뀐다.

개헌 의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조 의장이 제시한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선포권 제한은 헌정질서와 국가권력 통제에 관한 논의다. 권력구조와 선거관리 개혁도 국회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성평등과 기본권 확대, 국민의 직접 참여, 지방분권을 비롯해 시민사회가 제기해 온 요구를 어디까지 다룰지는 시민 숙의와 개헌특위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주요 의제를 미리 확정하고 시민에게 선택만 맡기는 방식은 ‘국민주권 개헌’과 거리가 있다.

정당도 맡은 일을 피할 수 없다. 여당은 개헌 논의를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와 분리하고 헌법 제128조의 적용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야당은 국회의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개헌 논의 전체를 거부할 이유로 삼기보다 연임 적용 배제를 합의문에 명시하고 개헌특위와 시민참여 절차 협상에 나서야 한다. 개헌의 유불리만 계산하면 여야 모두 시민의 헌법을 만들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시민의 역할도 완성된 개헌안에 찬반을 표시하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기본권과 국가의 의무,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계엄 통제와 선거제도는 시민의 삶을 규율하는 헌법 조항이다. 개헌안을 작성하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야 헌법 개정이 정치권의 권력 배분 협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개헌 논의의 시점과 기구를 제안하면서 국회의장의 역할을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 연임을 국민의 선택에 맡겨진 사안처럼 언급한 순간에는 중재자가 지켜야 할 헌법적 경계를 벗어났다. 개헌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만으로 국회의장의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 여야가 신뢰할 수 있는 전제를 만들고 시민이 참여할 절차를 제도로 남겨야 한다.

후속 조치의 순서는 분명하다.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연임 적용이 헌법 제128조에 따라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고 해당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국회는 개헌특위 구성과 함께 계류 중인 개헌절차법을 심의해야 한다.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의 명단과 회의자료를 공개하고 시민 의견이 개헌안에 반영되는 과정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헌법의 경계를 지키며 합의를 만들고, 국회는 시민참여 절차를 법률로 마련하며, 정당은 현직 권력자의 임기 계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본연의 책임을 수행할 때 개헌 일정도 정치적 선언을 넘어설 수 있다. 2027년 개헌의 성패는 발표된 의제의 수보다 조정식 의장과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실제로 처리하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