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 권력의 이동③] 소셜피드가 쥔 콘텐츠 발견 권력

팬 52%가 소셜미디어에서 신작 접촉, Z세대는 73%…광고 수익과 이용 데이터는 플랫폼에, 본편 결제는 다른 서비스로 분산

2026-07-31     최기형 기자
미디어 산업, 권력의 이동.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영화와 드라마, 음악, 게임을 처음 만나는 장소가 바뀌고 있다. 방송 편성표와 극장 예고편, 스트리밍 서비스 첫 페이지보다 소셜미디어 피드와 크리에이터 영상에서 작품을 먼저 접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콘텐츠를 만든 기업과 이용자에게 작품을 발견시키는 기업이 달라지면서 광고 수익과 행동 데이터, 본편 결제가 여러 플랫폼으로 나뉘는 구조도 굳어지고 있다.

딜로이트 인사이트가 2026년 발간한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동향 및 트렌드’에 따르면 팬의 52%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음악, 게임, 이벤트를 새로 발견하는 주요 경로로 소셜미디어를 꼽았다. Z세대 팬의 응답률은 73%였다. 팬의 44%는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알게 된 뒤 전체 작품을 보거나 듣고 구매하기 위해 다른 경로로 이동한다고 답했다.

콘텐츠 발견은 작품명을 처음 접하는 순간에 그치지 않는다. 짧은 영상으로 인물과 설정을 확인하고, 댓글에서 반응을 살핀 뒤 크리에이터의 해설과 추천을 거쳐 본편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용자는 공식 홍보물과 일반 이용자의 게시물, 팬 편집 영상, 밈, 리뷰를 연속해서 소비하면서 작품의 분위기와 평판을 판단한다.

소셜미디어는 이용자가 이미 머물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리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볼 작품을 정한 뒤 앱을 열 가능성이 크지만, 소셜피드에서는 별도의 검색 없이 영상이 노출된다. 이용자의 과거 시청과 반응을 학습한 추천 시스템이 관심을 보일 만한 콘텐츠를 계속 제시한다. 신작을 찾아가는 방식에서 신작이 이용자를 찾아오는 방식으로 접점이 달라진 셈이다.

공식 예고편이 발견의 출발점을 독점하던 구조도 약해졌다. 제작사와 방송사, 스트리밍 사업자가 공개한 영상보다 특정 대사와 인물, 음악을 짧게 편집한 게시물이 더 넓게 확산될 수 있다. 작품 전체의 서사보다 몇 초 안에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표정과 갈등, 반전, 음악이 먼저 소비된다.

짧은 영상의 높은 조회수가 본편 흥행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용자가 해당 장면만 반복해서 보고 작품 전체로 이동하지 않을 수 있다. 영상 속 배우나 음악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영화표를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발견 규모와 유료 전환을 구분해서 측정해야 하는 이유다.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소비는 여러 사업자에게 수익을 나눈다. 짧은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발생한 광고 수익은 소셜 플랫폼이 확보한다. 이용자가 본편을 보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 구독료와 광고 매출은 해당 서비스에 돌아간다. 관련 음악과 상품, 티켓을 구매하면 음원·커머스·공연 사업자가 추가 수익을 얻는다.

콘텐츠 제작사는 작품과 IP를 제공했지만 발견 단계에서 발생한 수익과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어느 게시물이 작품을 처음 알렸는지, 이용자가 어떤 영상을 본 뒤 본편으로 이동했는지, 소셜미디어의 관심이 실제 구독과 구매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동 경로를 스트리밍 서비스가 충분히 들여다보기 어려운 ‘블랙박스’로 설명한다. 팬의 의도와 행동을 연결하지 못하면 개인화 추천과 교차 판매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한 관심과 스트리밍·커머스에서 발생한 결제를 연결하는 사업자가 더 높은 도달률과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기업이 확인해야 할 수치는 소셜 영상 조회수보다 넓다. 영상에서 작품 상세 페이지로 이동한 비율, 예고편과 본편의 연속 시청, 신규 가입, 첫 회차 재생, 완주, 구독 유지,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함께 봐야 한다. 조회수는 많지만 본편 이동이 적다면 화제성과 사업 성과 사이에 간극이 남는다.

공식 계정과 외부 크리에이터의 역할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식 계정은 공개 일정과 출연진, 작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기존 구독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추천하며, 공식 홍보물이 닿지 못한 이용자층으로 노출을 넓힐 수 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는 제작사와 다른 편집 기준이 적용된다. 작품 전체의 균형보다 반응이 높은 인물과 대사, 설정을 앞세울 수 있고, 비판과 논쟁도 관심을 확대하는 재료가 된다. 제작사의 홍보 방향과 다른 해석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노출 확대와 브랜드 통제 사이의 간격이 커지는 구조다.

사용자 게시물도 발견 경로에 영향을 준다. 팬이 만든 짧은 영상과 이미지, 해설, 재가공 콘텐츠는 별도의 광고비 없이 작품 노출을 이어갈 수 있다. 공개 초기에 관심을 얻지 못한 작품도 특정 대목이 뒤늦게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면서 다시 재생될 가능성이 생긴다.

팬 활동이 활발할수록 작품의 공개 기간과 실제 소비 기간 사이의 차이도 커진다. 신작이 없는 동안 팬은 과거 영상을 다시 편집하고 인물 관계와 서사를 분석하며 새로운 이용자를 불러들인다. 전체 팬의 약 절반은 소셜미디어를 연중 팬덤 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했고, 36%는 신작이 없는 기간에 팬 제작물이나 관련 팟캐스트를 찾는다고 응답했다.

공식 채널이 공개 공백기에 활동을 줄이면 팬의 관심은 외부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로 이동한다. 다음 시즌이나 후속 작품이 공개될 때 제작사는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팬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광고비를 투입해야 한다. 작품마다 관심을 처음부터 끌어올리는 출시 중심 마케팅이 반복되는 이유다.

보고서는 매번 흥행의 초기 흐름을 다시 만드는 방식보다 팬덤을 독립적인 고가치 소비자군으로 인식하고 연중 접점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멀티플랫폼 기반 팬덤 전략은 고객 생애가치와 수익화를 높이고, 동일한 팬층을 반복해서 유료 광고로 불러오는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다.

연중 접점은 예고편을 자주 게시하는 방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품과 인물에 관한 새로운 정보, 제작 과정, 창작자 인터뷰, 짧은 파생 콘텐츠, 팬 참여 프로그램처럼 공개 공백기에도 소비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공식 콘텐츠가 팬 활동을 대체하기보다 외부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플랫폼 정책의 영향도 커진다. 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기준이 바뀌면 공식 계정과 크리에이터 영상의 도달률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특정 형식과 길이의 영상이 우선 노출되면 제작사는 작품의 성격보다 플랫폼의 편집 문법에 맞춘 홍보물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의 관심을 빠르게 모으지만 작품의 일부만 반복해서 부각할 수도 있다. 강한 갈등과 자극적인 대사가 높은 반응을 얻으면 작품 전체의 서사와 다른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이용자가 비슷한 콘텐츠만 계속 추천받으면 새로운 장르와 창작자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남는다.

발견 경로의 변화는 제작 기획에도 영향을 준다. 소셜미디어에서 짧게 편집하기 좋은 대목과 인물, 음악이 홍보 단계에서 높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몇 초 안에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가 투자와 마케팅 판단에 반영될 가능성도 커진다.

소셜 반응을 제작 판단에 활용할 때는 조회수의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 팬의 반복 재생인지, 유료 광고로 확보한 노출인지, 논란에 따른 일시적 관심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좋아요와 댓글이 실제 호감과 구매 의사를 나타내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팬의 55%는 특정 프로그램이나 아티스트,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이 스트리밍과 TV, 소셜미디어, 상품, 라이브 행사 등 여러 영역의 참여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비율이 약 70%까지 높아졌다. 콘텐츠 발견 이후의 소비가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콘텐츠 기업은 모든 플랫폼을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한 관심과 스트리밍 시청, 상품 구매, 행사 참여를 연결하지 못하면 어떤 콘텐츠와 마케팅이 수익을 만들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플랫폼 간 데이터 공유에는 이용자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 권리 배분이 뒤따라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소셜미디어의 실제 영향력을 확인하려면 작품별 숏폼 조회수와 본편 이동률, 신규 가입, 유료 결제, 공개 이후 재시청을 함께 집계해야 한다. 플랫폼과 제작사가 전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서는 인기 순위와 조회수만으로 성과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자료 부족으로 국내 소셜 노출과 유료 전환의 구체적 상관관계는 단정하기 어렵다.

방송 편성표와 극장 광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 작품의 인지도를 넓히는 기능도 유지된다. 달라진 부분은 작품을 처음 알리는 권한이 제작사와 유통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셜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팬 커뮤니티가 발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서 콘텐츠의 입구가 여러 곳으로 나뉘었다.

작품을 만든 기업이 발견과 결제 사이의 경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높은 관심이 다른 플랫폼의 광고 수익과 데이터로 남을 수 있다. 어느 작품을 만들 것인가에 더해 어느 피드에서 발견되고, 어느 서비스로 이동하며, 어느 기업이 이용자 관계를 확보하는지가 콘텐츠 사업의 수익 배분을 가르는 조건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