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④] GPU 3만7000개 확보 계획, 2026년 1만5000개 추가

2025년 1만3000개 조달·국가슈퍼컴 8496개…데이터센터 가동률·전력·국산 NPU까지 이어지는 투자효과

2026-08-01     최기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면담을 갖고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2026. 07.25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면담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정부가 2026년까지 확보할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누적 3만7000개다. 2025년 추가경정예산으로 조달한 1만3000개와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에 들어가는 8496개, 2026년 추가 조달 물량 1만5000개를 합친 규모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과 공공 인공지능(AI) 서비스, 스타트업, 지역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에 GPU를 배분한다.

GPU는 공장 기계와 마찬가지로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설비자산이다. 데이터센터 건물은 건설자산, AI 모델과 소프트웨어는 지식재산생산물에 들어간다. 장비와 건물, 소프트웨어가 실제 서비스에 사용되면 클라우드 이용료와 기업 매출, 연구개발 성과가 발생한다.

3만7000개라는 숫자만으로 AI 산업의 생산능력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장비의 성능과 설치 시기,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GPU 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이용률에 따라 실제 연산량이 달라진다. 사용되지 않는 GPU에도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고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전력과 냉각, 통신망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

1조4600억원으로 조달한 GPU 1만3000개

2025년 추경에는 첨단 GPU 확보 예산 1조4600억원이 편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 카카오를 사업자로 선정해 GPU 약 1만3000개를 조달했다. 물량은 엔비디아 B200 1만80개와 H200 3056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B200 8160개와 H200 2296개 등 1만개 이상이 정부 사업에 배정되는 방식이다.

GPU 구매액은 국내 설비투자로 기록되지만 장비 대금의 상당 부분은 해외 반도체와 서버 구매에 쓰인다. 장비 수입과 국내 설비자산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다. 국내총생산에 더해지는 금액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장비 설치, 전력·통신 서비스, 클라우드 운영, AI 모델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발생한다.

해외 GPU를 대량으로 들여온 뒤 국내 기업이 단순 임대 서비스만 제공하면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이 장비 제조사와 해외 공급망으로 돌아간다. 국내에서 AI 모델과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조·의료·물류·금융 서비스에 적용하면 같은 장비에서도 국내 매출과 지식재산이 늘어난다.

GPU 배분 방식도 기업의 비용과 매출에 영향을 준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사용료로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면 스타트업과 대학의 초기 개발비가 줄어든다. 이용료와 운영비의 차이는 정부 예산이나 사업자의 부담으로 이동한다. 지원 종료 뒤 자체 매출로 GPU 비용을 감당하는 기업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사업의 지속 기간을 좌우한다.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8496개, 계약액 3825억원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는 엔비디아 계열 GPU 8496개와 205페타바이트 규모의 저장장치를 갖추는 사업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체결한 계약액은 유지보수비를 포함해 3825억원이다. 2025년 계약 당시 2026년 상반기 구축 일정이 제시됐다.

국가슈퍼컴퓨터는 기업용 데이터센터와 사용 목적이 다르다. 기후와 신약, 소재, 반도체, 우주 등 대규모 계산이 필요한 연구에 사용된다. 연구기관과 대학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어려운 연산 장비를 공동으로 쓰면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

공동 장비의 성과는 사용 신청 건수보다 배정된 연산시간과 실제 사용시간에서 먼저 나타난다. 연구자가 요청한 연산시간보다 공급량이 적으면 장비 부족이 이어지고, 공급량에 비해 사용량이 적으면 설비 가동률이 낮아진다. 연구 결과는 논문과 특허, 기술이전료, 신제품 매출로 나뉘어 기록된다.

장비 성능이 빠르게 바뀌는 AI 반도체의 특성도 감가상각에 반영된다. 최신 GPU가 도입된 뒤 더 높은 성능의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장비의 경제적 가치는 구입 당시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초기 구매가격뿐 아니라 사용기간 전체의 연산량과 운영비를 함께 계산해야 하는 이유다.

생산자산 비율 높은 한국, 순투자는 장기 평균 밑돌아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MGI)는 인프라와 기계·장비, 지식재산을 생산적 자산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일본·중국과 함께 국내총생산 대비 생산적 자산 비율이 높은 국가에 포함됐다. 자본집약적 제조업 비중과 과거에 축적된 공장·기반시설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2025년 순투자율은 장기 평균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MGI는 생산적 자산이 경제 규모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에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기반시설을 예로 들면서, 자산 증가 속도가 생산과 맞지 않을 경우 투자 부족이나 과잉투자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는 한국의 생산자산을 늘리면서 순투자 둔화를 보완할 수 있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송전·통신시설, GPU와 서버, AI 소프트웨어가 새 자산으로 들어온다. 기존 시설의 감가상각보다 신규 투자가 많으면 순자산도 증가한다.

설비 규모가 생산과 수요보다 빠르게 커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데이터센터 공간이 비어 있거나 GPU 사용률이 낮으면 투자액에 비해 매출과 부가가치가 적어진다. MGI도 생산적 자산의 빠른 증가가 과잉설비와 자본생산성 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산업에서 자본생산성은 GPU 한 개 또는 투자금 1억원이 만들어 낸 매출과 부가가치로 나타난다. 같은 GPU라도 고부가가치 모델 개발과 산업용 서비스에 사용될 때와 단순 연산 임대에 사용될 때 수익 차이가 생긴다. 사용 시간이 늘어도 전력비와 장비 임대료보다 매출이 적으면 사업자의 손실이 커진다.

데이터센터 건물보다 먼저 필요한 전력

GPU를 설치한 데이터센터는 장비와 함께 전력·냉각·통신시설을 사용한다. 부지와 건물이 완공돼도 변전소와 송전선로가 늦어지면 전체 장비를 가동할 수 없다. 전력 공급량이 계획보다 적으면 GPU를 나눠 가동하거나 설치 시기를 늦추게 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은 설비 가동과 동시에 기업 비용으로 들어간다. 같은 연산량을 처리하는 데 쓰는 전력이 줄면 운영비와 탄소배출이 함께 감소한다. 전력효율이 낮은 장비를 오래 가동하면 매출이 늘어도 전력비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정책도 건설비만으로 지역경제 효과가 정해지지 않는다. 지역 건설업체와 장비업체의 참여 비율, 상시 근로자 수, 지방세, 지역 대학·기업의 GPU 이용량에 따라 지역에 귀속되는 소득이 달라진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외부에서 들여오고 원격으로 운영하면 건설 기간이 끝난 뒤 지역 고용은 줄어들 수 있다.

전력망 투자에는 발전설비와 송전선로, 변전소, 에너지저장장치가 포함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다른 산업과 주거 부문의 전력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발전·송전 투자비를 전기요금과 정부 재정, 사업자가 어떤 비율로 부담하는지에 따라 비용의 귀속도 달라진다.

해외 GPU와 국산 NPU 사이의 부가가치

2025년 조달 물량은 엔비디아 B200과 H200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2026년 국내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K-NPU 사업도 추진한다. 해외 GPU를 신속하게 확보하면서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의 개발과 실증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국산 NPU 사용량이 늘면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서버 제작에서 국내 기업의 매출이 발생한다. 설계만 국내에서 하고 생산을 해외 파운드리에 맡기는 경우에도 설계와 지식재산 수입은 국내 부가가치에 포함된다. 장비 가격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된 서버와 통신장비, 냉각시설의 비율이 높아지면 설비투자의 국내 귀속분도 커진다.

반도체의 국적만으로 장비 성과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연산 성능과 소비전력, 소프트웨어 호환성, 유지보수 비용이 이용 기업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성능과 사용 편의가 충분하지 않은 제품을 비율에 맞춰 배치하면 장비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특정 해외 제품에 연산 자원이 집중되면 가격과 공급 일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산 반도체 실적은 납품 수량과 함께 실제 사용시간에서 나타난다. 국내 AI 서비스가 국산 NPU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해외 GPU 대비 운영비가 낮아지면 추가 구매와 수출로 이어진다. 실증용 장비가 설치된 뒤 사용량이 적으면 납품액은 늘어도 장기 매출은 제한된다.

지역 AI 전환 3조1000억원, 공장 생산과 매출로 집계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지역 인공지능 전환 사업에 3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서남권은 모빌리티·에너지, 동남권은 정밀제조, 대구·경북은 바이오·로봇, 전북은 AI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이 시작된다.

지역 사업에는 GPU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공장 센서, 산업용 로봇, 생산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용 AI 모델이 들어간다. 제조공정에 AI를 적용하면 불량률과 설비 정지시간, 에너지 사용량, 생산시간이 변한다. 기업 실적에는 생산량과 원가, 매출, 영업이익으로 반영된다.

정부 지원금으로 구입한 장비는 사업 종료 뒤에도 기업과 연구기관의 자산으로 남는다. 소프트웨어와 AI 모델은 지식재산생산물에 들어간다. 공장 가동시간이 줄거나 제품 판매가 늘지 않으면 투자액에 비해 부가가치 증가폭은 작아진다.

GPU 3만7000개는 AI 투자 규모를 나타내는 첫 숫자다. 장비별 설치 수량과 사용시간, 데이터센터 가동률, 전력 사용량, 국산 반도체 비율, AI 서비스 매출이 뒤를 잇는다. 지역 AI 사업에서는 기업의 생산량과 불량률, 원가, 상용근로자 수가 함께 집계된다.

GPU는 설비자산, 데이터센터는 건설자산, AI 모델과 소프트웨어는 지식재산생산물로 기록된다. 전력과 냉각비는 기업의 중간투입, 클라우드 이용료와 AI 서비스 판매액은 매출로 잡힌다. 3만7000개의 GPU가 한국의 생산과 소득에 더하는 금액은 장비 구매액보다 이후의 가동시간과 국내 소프트웨어·반도체 매출에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