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 미래를 잇다②] "떡은 죄가 없다" ...탄수화물 포비아 시대, 혈당이 말해주지 않는 진실

'살찌는 음식' 리스트에서 떡이 빠지지 않는 이유

2026-07-30     임우경 기자
다이어트를 이야기할 때 빵과 떡은 나란히 '피해야 할 탄수화물'로 분류되곤 한다. 그런데 이 인식의 근거가 되는 혈당지수(GI) 수치부터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다이어트를 이야기할 때 빵과 떡은 나란히 '피해야 할 탄수화물'로 분류되곤 한다. 그런데 이 인식의 근거가 되는 혈당지수(GI) 수치부터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는 GI가 별도 항목으로 수록돼 있지 않다. 에너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식이섬유 같은 기본 성분이 핵심이고, GI는 국제 GI 테이블이나 개별 연구팀의 측정값 등 별도 자료를 통해 보완적으로 참고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은 가래떡을 두고도 어떤 자료에서는 GI 50.6으로 '중간'에 놓이고, 다른 자료에서는 85 전후로 '높음'에 놓이는 일이 벌어진다. 백설기는 80.7, 인절미는 찹쌀 특성상 85 이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준이 되는 흰쌀밥조차 자료에 따라 GI 70 안팎에서 80대까지 폭넓게 갈린다. "떡의 GI는 80~90"이라는 식의 단일 수치 인용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다만 GI 70 이상을 '높음', 56~69를 '중간', 55 이하를 '낮음'으로 나누는 분류 기준 자체는 대체로 유지된다.

혈당은 사람마다, 조합마다 다르게 움직인다

수치의 불확실성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임상영양학회 연구에서도 동일한 음식이라도 개인마다 혈당 반응에 차이가 있어, 획일화된 식이 권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최근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일반인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게 됐지만, 실제 혈당 수치와의 오차 범위나 해석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엇과 함께 먹느냐도 결정적 변수다. 단백질·식물성 지방·식이섬유를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하면 식후 혈당 스파이크가 완화된다는 기전은 학술적으로 잘 정리돼 있고,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지방을 거쳐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는 식사 순서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 권고도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결국 떡 자체의 GI가 높다는 사실과, 실제 식사 상황에서 혈당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건강빵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산업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감잎공방,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떡보다 건강한 빵'이 나오는 시대, 떡의 자리는

빵과 떡을 건강 측면에서 비교하는 시각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두 식품 모두 정제 탄수화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제조 방식의 차이는 분명하다. 빵은 통상 설탕·버터·우유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반면, 떡 중에는 쌀과 물만으로 만드는 종류도 적지 않다. '떡이 빵보다 무조건 건강하다'는 단순 비교보다, '어떤 떡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런데 최근 이 구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이 통곡물·저당·고단백을 앞세운 '건강빵' 라인을 잇따라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는 통곡물·저당·고단백 기능성을 강화한 라인을 출시해 누적 판매량 1,300만 개를 돌파했고, 다른 브랜드도 통밀·곡물·천연발효종을 활용한 제품으로 건강빵 시장에 뛰어들었다. "빵은 원래 건강식이 아니다"라는 전제 위에서 떡이 갖던 상대적 우위가, 빵 자체가 진화하면서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떡 업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백미 대신 현미·보리·귀리 등 저GI 곡물을 쓰고, 설탕 대신 무화과·대추·호박 등 천연 재료로 단맛을 내는 저당 떡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00g당 158kcal 수준으로 표기된 '다이어트떡' 제품도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기능성 떡은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해 대사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추세다. 결국 떡과 빵 모두 '저당·고단백' 트렌드로 수렴하고 있으며, 승부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어느 브랜드가 이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에서 갈리고 있다.

빵과 떡을 건강 측면에서 비교하는 시각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떡본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헬시플레저'가 떡에 대한 편견을 다시 묻다

젊은 세대의 식품 소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최근 업계가 공통으로 꼽는 것이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 맛의 포기를 뜻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 아래,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기려는 소비 습관을 가리킨다. 실제로 한 고기능성 디저트 브랜드는 떡처럼 쫀득한 식감의 외피에 크림 필링을 결합한 '고단백 저당 쫀득빵'을 내놓으며 이 트렌드에 올라탔다. 제품 하나에 단백질 11g을 담아 닭가슴살 한 팩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하고, 설탕 대신 대체당을 써 당류를 1.1g까지 낮췄다는 게 특징이다. 떡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오히려 헬시플레저 제품의 셀링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식품업계 전반의 흐름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2026년 다이어트 식품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으로, 단기간 극단적 저열량 식단보다 일상 식사에 자연스럽게 포함할 수 있는 고단백·저당 제품이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이어트 전용'이라는 표현 대신 '고단백', '저당', '균형 영양'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미숫가루·잡곡 시장까지 저당·고단백 기능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걸 보면, 떡이 이 흐름에서 예외로 남을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유독 견고하게 남아 있는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SNS에서 자주 소비되는 저탄수·저GI 콘텐츠는 단일 식품의 수치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를 부풀리기 쉽고, 가래떡·인절미·백설기 같은 대표 떡류가 명절·겨울철에 편중돼 소비되면서 '일상 간식'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했다. 게다가 빵은 '당·버터·정제 밀가루'라는 구체적 조합으로 설명되는 반면, 떡은 '정제 쌀가루'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뭉뚱그려지면서 소비자에게 더 부정적으로 각인된 측면도 있다.

 '떡본가' 브랜드는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제조업 기반 숙련 소공인에게 부여하는 '백년소공인' 인증을 받았다. 3대째 이어온 가업이라는 서사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숙련 기술력을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사진=고령군 블로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래된 원칙이 새로운 기준과 만나다

떡본가가 오랫동안 지켜온 무첨가·당일생산 원칙은 애초에 혈당지수를 낮추기 위한 기술은 아니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인공 첨가물을 배제한다는 원칙에 가까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지금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클린 라벨 트렌드와 방향을 같이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5년 12월 개최한 '2026 글로벌 농식품 시장 트렌드 및 전망' 웨비나에서는 K-푸드 수출 성장이 단순 유행이 아니라 품질·건강·기능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저당·저가공·클린 라벨 중심의 프리미엄 소비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함께 제시됐다.

결과적으로 무첨가·당일생산이라는 오래된 원칙은, 저당·클린 라벨·저가공이라는 최신 소비 가치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셈이다. 다만 '무첨가'라는 원칙만으로는 부족하다. 빵과 미숫가루, 심지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까지 저당·고단백 라인을 속속 내놓는 지금, 떡 역시 구체적인 영양 데이터와 재료 설명을 갖추지 않으면 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남은 과제는 '정확한 정보'다

결국 떡을 둘러싼 오해를 푸는 열쇠는 자극적인 반박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다. 어떤 떡이 저당·저GI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무엇과 곁들여 먹으면 혈당 부담을 낮출 수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일이다. 특히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2030 소비자는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건강 근거를 함께 요구한다. "어떤 떡이냐,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대한 설명 없이는 브랜드 메시지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통 떡집들이 온라인 채널과 콘텐츠 제작에 나서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 기사에 인용된 혈당지수(GI) 수치는 일반적인 식품 성분 자료를 근거로 하며, 개인의 혈당 반응은 체질과 섭취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당뇨 등 혈당 관리가 필요한 경우 개인별 식단은 의료진과 상담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