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 미래를 잇다④] "간판을 해외에서 보고 싶다" — K-스트리트푸드 시대, 떡의 자리를 묻다

떡볶이는 떴는데, 떡은 왜 아직인가

2026-08-03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 K-푸드의 해외 확산 속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한 식품 전문 매체가 정리한 2026년 글로벌 식품시장 전망에 따르면, K-푸드 신제품 출시 성장세는 북미(+88.7%)와 유럽(+46.5%)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지역별로 주력 품목도 분화되는 추세인데, 유럽에서는 떡볶이가 연평균 117.9%라는 폭발적인 성장률로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김치, K치킨과 함께 '떡'이 들어간 품목이 유럽 소비자들의 식탁 위에서 빠르게 자리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떡 자체는 아직 이 흐름의 조연에 머물러 있다. 떡볶이라는 조리 형태로는 확산되고 있지만, 떡을 그 자체로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시키는 브랜드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국내 유통업계도 이 공백을 인지하고 있다. 2026년 서울식품유통대전은 아예 'K분식(K스트리트푸드), 세계의 식탁으로'를 주제로 내걸고,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K스트리트 푸드가 이제 '가성비 먹거리'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떡볶이가 선두를 열었다면, 다음 순번은 떡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홍인열 대표, "해외여행지에서 소문난 떡집 간판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먼저 해외에 자리 잡은 '작은 한식'들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선행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한국식 붕어빵, 호떡 같은 소형 길거리 간식이 북미 주요 도시의 노점과 팝업스토어에서 판매되며 꾸준한 수요를 확인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간식들은 값이 저렴하지 않은데도 줄을 서서 사 먹는 소비층을 형성해왔다. 전통적으로 국내에서는 계절 간식 정도로 여겨지던 품목이, 해외에서는 오히려 정당한 가격을 받는 독립 상품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떡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기대다. 특히 떡은 글루텐이 없고 유제품·설탕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최근 해외에서 확대되고 있는 글루텐프리·클린 라벨 트렌드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릴 여지가 있다.

기회의 창은 넓지만, 무한하지 않다

다만 이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푸드 붐 초기에 이미 해외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선점한 품목·업체들이 존재하고, 뒤늦게 진입하는 후발주자일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지금부터 2~3년이 골든타임"이라는 위기의식이 공통적으로 제기된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떡 문화가 없는 베트남·태국 같은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의 쌀 가공 기술과 떡 문화 자체를 새로운 콘텐츠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상품 수출을 넘어, 쌀 재배·가공 기술 교류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SNS에서 화려하게 소비되는 '떡 케이크'류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간식·선물용 떡은 명확히 다른 시장이라는 점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벤트용'과 '일상용'은 다른 시장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이 하나 있다. 최근 SNS에서 화려하게 소비되는 '떡 케이크'류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간식·선물용 떡은 명확히 다른 시장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특별한 날 한 번 구매하는 장식용 상품에 가깝고, 후자는 반복 구매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쌓아야 하는 시장이다.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이벤트성 소비를 넘어 해외 소비자의 일상 속 간식·선물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 낱개 포장 형태, 빵보다 건강하게 인식되는 이미지는 이 지점에서 떡이 가진 강점으로 꼽힌다.

전통이 국경을 넘으려면

결국 떡의 글로벌 진출은 두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나는 무첨가·저당 등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는 품질이고, 다른 하나는 그 품질을 해외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력과 유통망이다. 국내 지역 떡집들이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채널 구축에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골목 안에 머물러 있던 전통이 국경을 넘으려면, 먼저 온라인이라는 국경 없는 채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