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인사이트②] 포천 라트 야트라, 자간나트 전차에 담긴 신앙과 의식
인도 푸리에서 이동교리까지…만트라·틸락·프라사담으로 이어진 가우디야 바이슈나바 전통
[KtN 최경인 · 박준식기자]7월 19일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 국제 크리슈나 의식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ISKCON) 코리아 사원. 제단에 모셔졌던 자간나트(Jagannath)와 발라바드라(Balabhadra·발라데바 Baladeva), 수바드라(Subhadra) 세 신상이 꽃과 천으로 장식한 전차에 올랐다. 참가자들이 전차에 연결된 줄을 잡자 만트라와 악기 연주가 시작됐고, 사원 안에서 이어지던 예배는 거리 행진으로 옮겨갔다.
라트 야트라(Ratha Yatra)는 전차를 뜻하는 ‘라트’와 순례·행진을 뜻하는 ‘야트라’가 결합한 이름이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 푸리(Puri)의 자간나트 사원에서 이어져 온 전차 축제로, 자간나트와 발라바드라, 수바드라가 사원을 나와 신도들과 만나는 의식을 중심에 둔다.
푸리에서는 세 신상이 각각의 대형 전차에 오른다. 전차는 자간나트 사원 앞 대로인 바다 단다(Bada Danda)를 지나 군디차 사원(Gundicha Temple)으로 향하며, 신도들이 줄을 잡아 함께 끈다. 군디차 사원에서 머문 뒤 본래 사원으로 돌아오는 행렬까지 여러 의식이 이어진다.
포천에서는 세 신상을 한 전차에 함께 모셨다. 푸리의 대형 전차 세 대와는 규모와 운영 방식이 다르지만, 신상이 제단을 벗어나 거리로 나오고 참가자들이 전차를 끌며 찬송하는 의식 구조는 같았다. 이동교리 사원과 인근 골목은 전차와 참가자들이 함께 이동하는 순례 공간이 됐다.
자간나트는 산스크리트어로 ‘우주의 주님’을 뜻한다. 가우디야 바이슈나바 전통에서는 자간나트를 크리슈나(Krishna)의 모습으로 섬긴다. 발라바드라는 크리슈나의 형제 발라라마(Balarama), 수바드라는 두 신의 누이로 전해진다. 세 신상은 둥글고 큰 눈과 짧은 팔다리를 지닌 독특한 형태로 제작되며 푸리의 자간나트 신앙과 라트 야트라를 상징한다.
포천 사원 제단에는 세 신상이 나란히 자리했다. 붉은색과 금색 계열의 의상과 꽃장식이 제단을 채웠고, 신상 앞에는 봉헌 음식이 놓였다. 참가자들은 제단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만트라를 부르며 전차 행진에 앞선 예배에 참여했다.
ISKCON은 비슈누(Vishnu)와 크리슈나를 숭배하는 바이슈나바(Vaishnava) 계열 가운데 가우디야 바이슈나바(Gaudiya Vaishnava) 전통을 따른다. 가우디야 바이슈나바는 15∼16세기 벵골 지역에서 활동한 차이타냐 마하프라부(Chaitanya Mahaprabhu)의 가르침과 집단 찬송을 중시한다. 신을 향한 헌신을 뜻하는 박티(bhakti)가 예배와 일상생활의 중심을 이룬다.
A. C. 박티베단타 스와미 프라부파다(A. C. Bhaktivedanta Swami Prabhupada)가 196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ISKCON은 가우디야 바이슈나바의 크리슈나 신앙과 집단 찬송을 세계 각지로 확산했다. 한국에서도 사원 예배와 거리 찬송, 라트 야트라를 통해 같은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전차가 움직이는 동안 참가자들은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반복해서 불렀다. 한 사람이 선창하면 주변 참가자들이 같은 구절을 따라 불렀고, 손뼉과 악기 연주, 춤이 더해졌다. 전차를 바라보는 의식과 집단 찬송이 하나의 행렬 안에서 이어졌다.
여러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서 신의 이름을 함께 부르는 의식은 하리남 산키르탄(Harinam Sankirtan)으로 불린다. 차이타냐 마하프라부의 전통을 따르는 ISKCON은 만트라와 악기 연주, 춤을 결합한 거리 찬송을 주요 신앙 활동으로 이어왔다. 포천 사원도 국내 여러 지역에서 하리남 산키르탄을 진행해 왔다.
포천 전차 행렬에서 음악과 춤은 관람객을 위한 공연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만트라를 반복해 부르는 행위가 예배였고, 전차와 같은 방향으로 걸으며 손뼉을 치고 춤추는 과정이 집단 찬송을 이뤘다. 처음 사원을 찾은 방문객도 행렬 주변에서 만트라와 춤에 참여했다.
푸리의 라트 야트라도 신상이 사원 밖으로 나온다는 데 종교적 의미를 둔다. 평소 사원 안에서 신상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거리에서 자간나트와 발라바드라, 수바드라를 만난다. 종교와 계층을 넘어 많은 사람이 전차 주변에 모여 줄을 잡는 개방성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린 라트 야트라에도 이어졌다.
사원 입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이마에 틸락(Tilak)을 바르는 순서가 이어졌다. 관계자가 표식을 그리면 참가자들은 두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예배 공간으로 들어갔다. 신도뿐 아니라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도 틸락을 받았다.
틸락은 힌두교 종파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다르다. 비슈누를 숭배하는 바이슈나바 계열에서는 점토로 이마에 U자나 V자에 가까운 표식을 그린다. ISKCON 신도들이 사용하는 틸락은 몸을 신에게 봉헌한 공간으로 여기고 크리슈나에 대한 헌신을 나타내는 종교 표식이다. 시바를 숭배하는 계열에서 사용하는 가로선 형태의 틸락과도 차이가 있다.
포천 행사에서 틸락은 사원 안으로 들어오는 방문객을 맞는 의식으로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이마에 표식을 받고 제단과 전차 행렬에 합류했다. 신앙적 소속을 나타내는 표식이면서 사원과 크리슈나 신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힌두교 의례를 직접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전차 행진과 찬송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에게 프라사담(Prasadam)이 제공됐다. 작은 용기에 나눠 담은 음식을 신도와 방문객이 함께 받았다. ISKCON 코리아도 2026년 라트 야트라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음악과 춤, 프라사담 나눔을 안내했다.
프라사담은 신에게 올린 뒤 신도와 방문객이 나누는 봉헌 음식이다. 산스크리트어 ‘프라사다(Prasada)’에는 자비와 은총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제단에 올린 뒤 함께 먹는 순서는 식사와 예배를 하나로 잇는다.
같은 전차의 줄을 잡고 같은 만트라를 부른 참가자들은 봉헌 음식도 함께 나눴다. 제단에서 시작된 예배가 전차 행진과 집단 찬송을 거쳐 공동식사로 이어지면서 라트 야트라의 종교적 흐름도 완성됐다.
자간나트와 발라바드라, 수바드라가 사원을 나오는 의식은 신앙이 특정한 예배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을 담는다. 전차가 거리로 이동하는 동안 신도와 방문객의 구분은 낮아졌고, 만트라와 틸락, 프라사담은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을 같은 의식 안에 묶었다.
포천 사원에는 2018년과 2022년에 열린 라트 야트라 기록도 남아 있다. 2026년 7월 19일에는 세 신상을 모신 전차가 다시 이동교리 사원을 나섰다. 인도 푸리에서 이어져 온 자간나트 전차 신앙은 포천의 제단과 골목에서 만트라, 틸락, 프라사담을 갖춘 종교의식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