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인사이트④] 포천 라트 야트라, 관광지 밖 생활권에서 열린 종교공동체 축제

한탄강·산정호수 중심 관광축제와 다른 출발…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으로 넓어진 포천 축제 지도

2026-08-01     최경인 기자
한탄강·산정호수 중심 관광축제와 다른 출발…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으로 넓어진 포천 축제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경인 · 박준식기자]7월 19일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 자간나트(Jagannath)와 발라바드라(Balabhadra), 수바드라(Subhadra) 세 신상을 모신 전차가 국제 크리슈나 의식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ISKCON) 코리아 사원을 나섰다. 참가자들은 전차에 연결된 줄을 잡고 골목을 걸었고,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와 악기 연주가 행렬을 따라 이어졌다.

라트 야트라(Ratha Yatra)가 지나간 곳은 산정호수나 한탄강 같은 포천의 대표 관광지가 아니었다. 사원과 주택, 상가가 자리한 생활도로가 전차의 이동 경로가 됐다. 관광객을 위해 조성한 행사장 대신 종교공동체가 평소 예배하고 교류하는 공간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ISKCON 코리아는 2026년 라트 야트라를 음악과 춤, 전차 행진, 봉헌 음식인 프라사담(Prasadam)이 함께하는 공개 행사로 열었다. 포천 사원은 소흘읍 이동교리 122번지에 자리하며, 2024년 행사에도 1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인 것으로 주최 측 기록에 남아 있다. 2026년 행사는 본지 취재 기준 전국 각지의 신도와 가족, 일반 방문객 등 약 2000명이 참여했다.

포천의 기존 축제는 자연경관과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포천시 문화관광 분야에 등록된 주요 축제에는 한탄강 가든페스타,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 운악산 단풍축제, 솔모루 축제 등이 포함돼 있다. 허브아일랜드의 카니발과 불빛동화축제도 관광객이 찾는 민간 축제로 소개되고 있다.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는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행사로 1997년부터 매년 10월 열리고 있다. 2026년 제29회 축제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며, 불꽃극과 버스킹, 체험 프로그램 등이 계획됐다.

운악산 단풍축제도 산과 계절을 축제의 중심에 둔다. 2002년부터 매년 10월 말 무렵 화현면에서 열렸으며, 농산물 판매와 체험, 공연이 함께 운영된다. 산을 찾은 방문객의 이동을 지역 농산물과 먹거리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다.

2026년 한탄강 봄 가든페스타는 5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관인면 한탄강생태경관단지에서 진행됐다. 봄꽃 정원과 Y형 출렁다리, 전기자전거 체험, 리버마켓, 야간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 배치됐다. 성인 입장료는 7000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5000원으로 책정됐으며 지역 농특산물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마켓도 운영됐다. 가을 가든페스타는 9월 12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탄강과 산정호수, 운악산을 중심으로 한 축제는 자연경관과 계절 변화가 방문 동기를 만든다. 지방정부나 문화관광기관이 일정과 프로그램을 정하고, 공연·체험·판매 공간을 마련한 뒤 외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방식이 기본 골격을 이룬다.

한탄강·산정호수 중심 관광축제와 다른 출발…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으로 넓어진 포천 축제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라트 야트라는 출발부터 달랐다. 사원 제단에 모셔진 신상을 전차로 옮기는 종교의식이 행사의 시작이었고, 참가자들이 전차를 끌며 만트라를 부르는 과정이 거리 행진으로 이어졌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따로 배치하기보다 예배와 찬송, 춤, 음식 나눔이 하나의 종교적 순서 안에서 진행됐다.

행사 운영도 행정기관이 만든 축제와 구별된다. 포천시가 공개한 2026년 축제 계획에는 한탄강 가든페스타와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 펫스타, 청년축제, 한우축제, 솔모루 하모니 대축제, 운악산 단풍축제 등이 들어 있다. 라트 야트라는 해당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민간 종교공동체 행사다.

시 예산과 행정조직을 중심으로 기획한 축제보다 신도와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운영 기반을 이뤘다. 전차와 사원 장식, 예배 준비, 음식 조리와 배식도 종교공동체의 활동 안에서 진행됐다. 2024년 행사 기록에도 전차 장식과 조리, 청소, 찬송, 제단 의식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신도들의 역할이 남아 있다.

관광객을 축제장으로 불러들이는 방식과 달리 라트 야트라는 이미 형성된 신앙공동체가 포천으로 모였다. 부산과 목포, 대전 등 여러 지역에서 참가자가 이동했고, 사원 안 예배에 참석한 뒤 전차 행진과 음식 나눔을 함께했다. 포천에 거주하는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동네 행사도 아니고, 일반 관광객을 주된 대상으로 만든 관광상품도 아니었다.

소흘읍에서는 생활도로를 활용한 축제가 이미 운영돼 왔다. 솔모루 축제는 통일대삼거리에서 동남중·고교 앞 사거리까지 도로를 행사 공간으로 사용하며 공연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년 솔모루 하모니 대축제는 9월 19일 개최 일정이 잡혀 있다. 관광지 밖의 도로와 생활권을 축제 공간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라트 야트라와 접점이 있다.

솔모루 축제는 읍 단위 주민행사로 기념식과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라트 야트라는 특정 종교의 신상과 예배, 만트라, 전차 순례가 중심을 이룬다. 두 행사는 같은 소흘읍 생활권에서 열리지만 운영 주체와 참가 동기, 프로그램의 성격이 다르다.

포천의 다문화 행사는 행정 영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6월 14일 포천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2026 포천 글로벌 페스티벌’에는 태국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인도, 파키스탄, 중국, 스리랑카 등의 음식과 문화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포천시 내·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21개 체험·음식 공간과 여러 국가의 전통공연을 배치했다.

글로벌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국가의 문화가 음식 부스와 공연 무대를 통해 소개됐다. 라트 야트라에서는 포천에 자리 잡은 종교공동체가 평소 이어온 신앙의식 자체가 공개 행사로 확장됐다. 하나는 지방정부가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 구성한 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공동체가 사원 안의 의식을 거리로 옮긴 축제다.

한탄강·산정호수 중심 관광축제와 다른 출발…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으로 넓어진 포천 축제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노란색과 주황색, 녹색 계열의 전통복장을 입은 여성과 어린이들도 전차 행렬과 사원 예배에 참여했다. 종교공동체의 활동이 근로자 중심의 일시적 모임에 머물지 않고 여러 연령대가 함께하는 문화행사로 이어진 모습이었다. 일반 방문객도 만트라와 틸락, 음식 나눔에 합류했다.

포천에서는 종교의식과 시민 문화행사가 결합한 행사도 열려 왔다. 2026년 포천물골연등제는 포천불교사암연합회 주최로 5월 6일부터 25일까지 포천시청 광장과 포천천 보도교 일대에서 진행됐다. 거리 연등과 장엄등 전시, 봉축행사, 공연, 체험 부스가 공공공간에 배치됐다.

물골연등제가 불교의 봉축 의식을 시민 문화행사와 연결했다면 라트 야트라는 자간나트 전차와 집단 찬송을 사원 밖으로 옮겼다. 종교적 뿌리를 유지하면서 일반 방문객이 참여하는 공개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행사 공간과 행정 참여 범위는 서로 다르다. 물골연등제는 시청 광장과 하천 보도교를 사용했고, 라트 야트라는 이동교리 사원과 인근 골목을 중심으로 열렸다.

포천의 축제 지형은 자연관광형, 지역주민형, 다문화형, 종교문화형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한탄강과 산정호수는 관광객의 방문과 체류를 목적으로 하고, 솔모루 축제는 읍 단위 주민 참여를 중심에 둔다. 글로벌 페스티벌은 내·외국인 주민의 교류를 행정 프로그램으로 구성했고, 물골연등제와 라트 야트라는 신앙의식을 공개된 문화행사로 넓혔다.

라트 야트라를 곧바로 포천의 공식 대표축제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포천시 축제 계획에 포함된 행사가 아니며, 종교공동체가 직접 개최한 공개 종교행사라는 성격이 우선한다. 약 2000명이 참여한 규모와 전국 단위 신도들의 이동만으로 관광축제나 지역경제 행사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

공식 축제 여부와 별개로 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에는 포천의 달라진 주민 구성이 반영됐다. 산업과 일자리를 따라 유입된 외국인 주민들이 종교시설을 운영하고, 전국의 신도와 가족을 불러 모아 전차 행렬과 공동식사를 진행했다. 외국인 주민의 문화가 행정기관의 체험 부스에만 놓이지 않고 공동체가 직접 운영하는 축제로 이어진 것이다.

한탄강·산정호수 중심 관광축제와 다른 출발…이동교리 사원과 골목으로 넓어진 포천 축제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7월 19일 자간나트 전차가 이동한 길은 포천의 대표 관광 코스에 포함된 공간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이 예배하고 음식을 나누던 사원과 인근 골목이 하루 동안 전국의 신도와 방문객이 모이는 장소가 됐다.

한탄강과 산정호수, 운악산에서 성장한 포천 축제는 자연경관과 계절 관광을 도시의 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이동교리에서 열린 라트 야트라는 포천에 정착한 주민의 신앙과 생활문화도 지역 축제의 한 축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권, 행정기관이 아닌 종교공동체에서 출발한 축제가 포천의 문화 지도를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