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프로그램④] 맞춤 혜택의 조건…데이터 통제권이 가른 브랜드 신뢰
Z세대 89%·밀레니얼 87% 개인화 위해 정보 공유 의향 초개인화 수용도는 낮아져…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대로 소비자 선택권 강화
[KtN 신명준기자]2026년 7월 공개된 딜로이트의 ‘가치 추구 시대, 로열티 프로그램 재설계’에는 개인화 혜택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응답이 담겼다. Z세대는 89%, 밀레니얼 세대는 87%가 정보 공유 의향을 밝혔다. X세대는 78%, 베이비붐 세대는 64%였다. 젊은 소비자일수록 구매 이력과 선호를 반영한 혜택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았다.
정보 제공 의향이 기업의 광범위한 데이터 활용까지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를 위해 정보와 선호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응답은 Z세대 62%, 밀레니얼 세대 64%, X세대 55%, 베이비붐 세대 33%로 낮아졌다. 개인화 혜택에 대한 기대와 자신의 생활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에 대한 경계가 함께 나타났다.
개인화는 지출 의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는 응답은 Z세대 51%, 밀레니얼 세대 53%였다. X세대는 38%, 베이비붐 세대는 19%로 집계됐다. 맞춤형 혜택이 젊은 소비자의 구매를 늘릴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세 수치를 함께 놓으면 소비자가 원하는 개인화의 범위가 드러난다. 구매한 상품과 관심 분야를 반영한 할인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상과 취향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추적하는 방식에는 동의가 줄었다. 소비자는 개인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공한 정보에 걸맞은 편익과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로열티 프로그램에서 개인정보는 무료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소비자는 이름과 연락처에 더해 구매 품목, 방문 시간, 결제 수단, 앱 이용 기록을 남긴다. 기업은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 시점과 관심 상품을 예상한다. 정보 제공 뒤 돌아오는 혜택이 일률적인 쿠폰에 그치거나 구매와 무관한 추천이 이어지면 교환 관계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맞춤형 할인이라는 이름만으로 개인화가 완성되지도 않는다. 자주 구매하는 상품이 할인 대상에서 빠지고 이미 구입한 제품이 반복해서 추천된다면 데이터는 많이 모였어도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개인화의 수준은 수집한 정보의 양보다 구매 시점에 필요한 혜택을 얼마나 정확하게 제시하는지에서 갈린다.
기업이 제공하는 편의와 소비자가 느끼는 감시의 경계도 일정하지 않다. 매달 구입하는 생필품의 할인 알림은 유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알리지 않은 가족 관계나 건강 상태, 생활 습관까지 추정한 추천은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같은 정보라도 수집 목적과 사용 범위, 보관 기간을 알 수 있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로열티 프로그램의 동의 절차도 회원 가입을 통과하기 위한 형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필수 정보와 선택 정보를 분리하고, 맞춤형 추천이나 제휴사 제공 여부를 소비자가 따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동의를 철회한 뒤에도 기본 적립과 포인트 사용이 가능한지, 추천 기능을 끄는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는지도 신뢰를 좌우한다.
2026년 국내 개인정보 제도는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는 방식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옮기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혔다. 2월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은 본인전송요구권의 범위를 의료·통신에서 전 분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일정 중소사업자는 본인대상정보전송자에서 제외됐다. 시행령은 5월 19일부터 시행 중이다.
전 분야 마이데이터가 모든 업종에서 한꺼번에 같은 수준으로 가동된 것은 아니다. 의료·통신에 이어 에너지 분야가 2026년 6월 1일부터 시행됐고, 생활과 밀접한 10대 중점 분야로 단계적인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 고용과 교육 분야에서는 7월 전송체계 실증 사업이 시작됐다. 6월 25일에는 개정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제도 안내서도 공개됐다.
법적 범위 확대는 고객 데이터가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만 머무는 자산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전과 활용을 요구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소비자가 자신의 구매 내역을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넓어질수록 기업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보다 데이터를 맡길 이유를 얼마나 제공했는지로 평가받게 된다.
국내 로열티 프로그램도 구매 이력과 선호, 행동 정보를 결합한 맞춤형 혜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제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워드를 표시하고, 재방문 시점에 맞춰 알림을 보내며, 구매 품목에 따라 추천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회원 확보와 일률적인 할인에서 벗어나 구매 전 과정의 데이터와 맞춤형 리워드, 실시간 알림을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AI가 추천을 정교하게 만들수록 설명 책임도 커진다. 같은 상품을 두고 회원마다 다른 혜택이 제시되거나 특정 고객에게만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면 소비자는 차이가 발생한 근거를 알기 어렵다. 개인화가 혜택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남길 가능성도 있다. 혜택을 구분하는 기준과 소비자가 수정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함께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세대별 응답도 연령에 따라 혜택을 일률적으로 나누는 근거로 쓰기 어렵다. 같은 Z세대 안에서도 구매 빈도와 소득, 가족 구성, 관심 품목에 따라 정보 제공 의향은 달라질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응답률이 낮다고 맞춤형 혜택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복잡한 동의 절차나 불분명한 정보 활용에 더 신중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기업이 살펴볼 성과지표도 추천 상품의 클릭률과 매출 증가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개인정보 선택 동의율, 맞춤 추천 해제율, 알림 수신 거부율, 동의 철회 이후의 회원 이탈, 잘못된 추천에 대한 민원을 함께 봐야 한다. 단기 매출이 늘어도 고객이 정보 활용을 불편하게 느껴 프로그램을 떠난다면 장기적인 로열티로 보기 어렵다.
개인화 혜택을 받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응답과 초개인화에 동의하겠다는 응답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격이 있었다. 소비자는 편의를 얻기 위해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지만 사용 범위를 기업에 전부 맡기지는 않았다. 개인정보를 많이 모을수록 추천이 좋아진다는 기술 중심의 논리보다 어떤 정보를 왜 사용하는지, 소비자가 언제 멈출 수 있는지가 브랜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조건으로 올라왔다.
전 분야 마이데이터의 제도 확대와 단계적 시행은 국내 로열티 시장의 데이터 흐름도 바꿀 수 있다. 기업은 구매 이력과 행동 데이터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전송 요구와 동의 철회, 추천 설정 변경을 처리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 2026년 로열티 경쟁에서 개인화의 수준은 소비자를 얼마나 세밀하게 추적했는지가 아니라, 맡겨진 정보를 납득할 수 있는 혜택과 통제권으로 돌려줬는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