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 30주년③] 줄어든 물량 속 플래티넘 브레이슬릿
스위스 시계 수출 2년 연속 감소…2026년 일체형 브레이슬릿 신작은 소형화·경량화·귀금속으로 갈린 선택
[KtN 임민정기자]2025년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256억스위스프랑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수출 물량은 4.8% 감소한 1460만점에 그쳤다. 감소한 물량은 74만점이다. 수출가격 3000스위스프랑을 넘는 시계도 금액 기준 1.9% 줄었고, 귀금속 시계 수출액은 0.3% 감소했다. 고가 제품만 별도로 성장한 시장은 아니었다.
2026년 상반기 수출액도 128억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낮았다. 4월에는 16.6% 급감했고 6월에는 11.2% 반등했다. 월별 등락이 크게 벌어진 가운데 상반기 전체는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 6월 수출가격 3000스위스프랑 초과 제품은 금액 기준 14.2% 늘었지만, 한 달의 반등만으로 연간 회복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Parmigiani Fleurier)는 같은 시기에 톤다 PF 플래티넘 3부작을 내놨다. GMT 라트라팡테 9만1000스위스프랑, 미니트 라트라팡테 9만3000스위스프랑, 크로노그래프 미스테리외 9만9600스위스프랑이다. 케이스와 다이얼, 브레이슬릿을 플래티넘 950으로 제작하고 모델별 생산량을 30점으로 제한했다. 판매 물량을 넓히기보다 소수 제품의 소재와 가격을 끌어올린 구성이다.
수출 물량 감소, 평균 가격을 높이는 제품 편성
스위스 시계 수출 물량은 2025년 감소했지만 수출액 감소 폭은 물량보다 작았다. 출하되는 시계 수가 줄어드는 동안 전체 금액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는 뜻이다. 고가 제품 비중과 제품당 가격이 수출액을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졌다. 금값과 스위스프랑 강세도 생산 원가와 해외 판매가격을 함께 끌어올렸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의 30주년판은 해당 시장 구조의 가장 높은 가격대에 놓인다. 세 모델을 합쳐도 생산량은 90점이다. 대량 출하나 신규 고객 확대보다 이미 하이엔드 기계식 시계를 구매해 온 고객에게 소재와 복잡기능을 한꺼번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6월 귀금속 시계는 수출 물량이 1.4% 줄었지만 금액은 2.9% 증가했다. 스틸 시계는 물량 7.0%, 금액 5.0% 증가했다. 귀금속 제품은 출하 수가 줄어도 수출액을 늘릴 수 있었고, 스틸 제품은 물량 증가가 금액 증가보다 컸다. 소재에 따라 판매 전략과 가격 구조가 갈린 결과다.
톤다 PF 플래티넘 3부작의 기능과 개발 시점은 서로 다르다. GMT와 미니트 라트라팡테에는 기존 무브먼트가 다시 들어갔고, 새 PF053은 크로노그래프 미스테리외에만 적용됐다. 세 모델을 같은 가격대로 묶은 조건은 개발비보다 플래티넘 브레이슬릿과 생산 수량에 가깝다. 기능별 가격 차이는 8600스위스프랑 안에 머문다. 소재와 한정 수량이 개별 기능보다 가격대를 먼저 정리했다.
일체형 브레이슬릿, 새 기능을 담는 공통 골격
2026년 제네바에 나온 신작 가운데 일체형 브레이슬릿 시계는 한 가지 가격대나 디자인으로 모이지 않았다.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는 마스터 컨트롤 크로노메트르(Master Control Chronometre)를 새로 선보이며 스틸과 핑크골드 케이스에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을 적용했다. 데이트 모델은 지름 38㎜, 두께 8.4㎜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파워리저브 모델도 같은 제품군 안에 배치됐다.
불가리(Bvlgari)는 옥토 피니시모 오토매틱(Octo Finissimo Automatic)을 지름 37㎜, 두께 6.45㎜로 줄였다. 티타늄과 옐로골드 모델이 같은 크기로 나왔다. 동일한 일체형 브레이슬릿 구조에 가벼운 티타늄과 귀금속을 나란히 적용하면서 착용 무게와 가격대를 나눴다.
IWC는 인제니어 퍼페추얼 캘린더 41(Ingenieur Perpetual Calendar 41)을 그레이드 5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티타늄으로 맞추고 퍼페추얼 캘린더를 넣었다. 스틸보다 가벼운 소재를 택해 복잡기능 시계의 무게를 낮추는 방향이다.
세 브랜드의 선택은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특정 모델의 디자인 요소를 넘어 여러 기능을 담는 제품 플랫폼으로 굳어졌다는 흐름과 맞닿는다. 기본형 시계부터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같은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안에서 나뉜다. 톤다 PF가 2021년 이후 같은 외형에 기능을 추가한 방식도 시장에서 고립된 구성은 아니다.
차이는 소재와 비율에서 벌어진다. 예거 르쿨트르는 38㎜ 스틸 모델로 진입 가격과 착용 범위를 넓혔고, 불가리는 37㎜와 6.45㎜의 얇은 규격을 택했다. IWC는 41㎜를 유지하면서 티타늄으로 무게를 줄였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는 세 모델을 모두 40㎜ 플래티넘으로 제작했다.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대신 소재 밀도와 제한된 생산량을 앞세운 선택이다.
풀 플래티넘 브레이슬릿, 가격뿐 아니라 무게까지 달라져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은 2026년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울트라신(Overseas Self-Winding Ultra-Thin)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가 플래티넘 950인 모델로 내놨다. 지름 39.5㎜, 두께 7.35㎜, 무게 234g이며 255점 한정이다. 플래티넘 브레이슬릿 외에 가죽과 러버 스트랩도 함께 제공한다.
플래티넘은 같은 부피의 스틸보다 무겁다. 케이스뿐 아니라 브레이슬릿 전체에 사용하면 소재 차이는 손목 위 무게로 이어진다. 오버시즈는 7.35㎜의 얇은 케이스와 교체형 스트랩으로 착용 조건을 나눴다. 톤다 PF 3부작은 플래티넘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기본으로 삼았고, GMT와 미니트 라트라팡테는 두께 10.7㎜, 크로노그래프 미스테리외는 13㎜다.
플래티넘 브레이슬릿은 외부에서 스틸과 빠르게 구분되지 않는 소재다. 차이는 금속의 밀도와 무게, 표면 색조, 가격에서 커진다. 다이아몬드 세팅이나 강한 색상 대비 없이 귀금속 가치를 제품 전체에 배분하는 방식이지만, 착용자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톤다 PF는 샌드블라스트 다이얼과 새틴 마감이 섞인 브레이슬릿으로 플래티넘의 광택을 낮췄다. 귀금속 사용 범위를 케이스에서 브레이슬릿까지 넓혔지만 시각적인 구분은 억제했다. 소재값을 크게 높이면서도 외부 식별은 제한하는 구성이다. 브랜드가 사용하는 ‘프라이빗 럭셔리’라는 표현도 해당 구매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판매 언어에 가깝다.
플래티넘 사용 자체를 2026년 시계시장 전체의 방향으로 확대하기는 어렵다. 같은 제네바 신작에서도 티타늄과 스틸, 핑크골드, 옐로골드가 함께 쓰였다. 귀금속의 무게를 택한 제품과 티타늄으로 경량화를 앞세운 제품이 동시에 나왔다. 소재 선택은 하나의 유행보다 가격대와 착용 목적에 따라 갈라졌다.
37∼39.5㎜로 줄어든 신작, 40㎜를 유지한 톤다 PF
불가리 옥토 피니시모는 37㎜,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컨트롤 크로노메트르 데이트는 38㎜,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울트라신은 39.5㎜다. 세 제품 모두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사용하면서 기존 럭셔리 스포츠 워치에서 흔했던 40㎜ 이상보다 작은 규격을 택했다.
작은 지름은 남녀 제품군을 엄격히 나누기보다 손목 크기와 착용 취향을 넓게 받는 데 유리하다. 브레이슬릿 첫 링크가 케이스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계는 표기된 지름보다 손목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커질 수 있다. 지름을 줄이면 일체형 브레이슬릿 특유의 넓은 착용 면적도 함께 조정된다.
톤다 PF 플래티넘 3부작은 지름 40㎜를 공통으로 유지했다. GMT와 미니트 라트라팡테는 10.7㎜로 비교적 얇지만 크로노그래프는 13㎜다. 세 모델의 외형을 맞추기 위해 지름은 바꾸지 않았고, 무브먼트 차이는 두께로 남았다. 소형화보다는 제품군의 통일성을 택한 구성이다.
브레이슬릿의 첫 링크는 케이스와 가까운 폭으로 시작해 아래로 좁아진다. 플래티넘의 무게는 케이스뿐 아니라 손목을 감싸는 링크 전체에 퍼진다. 지름 40㎜라는 숫자만으로 착용 조건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케이스 두께와 브레이슬릿의 길이, 링크의 움직임, 소재 중량이 함께 작용한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가 내세운 ‘감춘 복잡기능’도 2026년 시장 전체의 공통 흐름은 아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퍼페추얼 캘린더와 IWC 인제니어 퍼페추얼 캘린더는 보조 다이얼을 유지했다. 불가리는 작은 초침을 별도로 뒀다.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여러 브랜드에 확산됐지만 기능을 감추는 표시 방식까지 같은 방향으로 모이지는 않았다.
아시아 감소 속 한국은 소폭 증가
2025년 스위스 시계 수출은 아시아에서 3.8% 감소했다. 중국은 12.1%, 홍콩은 6.5%, 일본은 5.8% 줄었다. 한국은 2.4% 증가했다. 중국과 홍콩의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의 2.4% 증가는 전체 시장의 급격한 확대보다 주변 주요 시장의 감소와 대비되는 흐름에 가깝다. 플래티넘 3부작처럼 생산량이 극히 적은 제품은 시장 전체의 판매량을 움직이기보다 일부 수집가와 기존 고객을 겨냥한다. 한국 시장의 증가율만으로 해당 모델의 수요를 연결할 수는 없다.
2026년 상반기 수출액이 0.7% 감소한 가운데 6월 고가 제품과 귀금속 제품은 반등했다. 한 달 동안 수출가격 3000스위스프랑 초과 시계의 금액이 14.2%, 귀금속 시계가 2.9% 늘었다. 전체 시장이 회복됐기보다 변동성이 큰 시기에 상위 가격대가 수출액을 방어한 결과로 읽힌다.
톤다 PF 플래티넘 3부작은 일체형 브레이슬릿 시계의 대중적 확산을 겨냥한 제품이 아니다. 세 모델의 생산량은 90점이고 가격은 9만스위스프랑대에 몰려 있다. 판매 수량보다 한 점당 금액을 높이고, 이미 개발한 기능을 귀금속으로 다시 편성한 제품군이다.
2026년 일체형 브레이슬릿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불가리는 지름을 37㎜로 줄였고 예거 르쿨트르는 38㎜ 스틸 제품군을 새로 만들었다. IWC는 티타늄으로 복잡기능의 무게를 낮췄으며 바쉐론 콘스탄틴과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는 플래티넘 브레이슬릿을 택했다.
파르미지아니 플뢰리에의 선택은 소형화나 경량화보다 귀금속과 적은 생산량에 가깝다. 수출 물량이 줄고 시장 회복이 흔들리는 시기에 40㎜ 플래티넘 시계 세 점을 9만스위스프랑대로 묶었다. 30주년 3부작은 시계시장 전체의 유행을 대표하기보다, 제한된 상위 고객에게 더 비싼 소재와 익숙한 제품 틀을 제시하는 하이엔드 시장의 대응을 압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