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아부다비 12월 11일 개관…20년 만에 완성되는 세계 최대 구겐하임

프랭크 게리 설계 8만㎡·30개 갤러리…서아시아·북아프리카·남아시아를 중심에 둔 1960년 이후 미술사

2026-07-29     임민정 기자
Guggenheim Abu Dhabi Finally Gets an Opening Date. 사진=Guggenheim Abu Dhab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2006년 건립 계획을 발표한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가 2026년 12월 11일 문을 연다. 첫 개관 목표였던 2012년을 지나 2017년과 2025년까지 일정이 거듭 바뀐 끝에 확정된 날짜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사디야트섬 해안에 들어선 미술관은 전체 건축면적 8만㎡, 실내 갤러리 1만1600㎡, 야외 전시 공간 2만3000㎡로 조성됐다. 뉴욕과 베네치아, 빌바오로 이어지는 구겐하임 미술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개관일 발표로 20년간 건축 프로젝트에 머물렀던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실제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는 미술관으로 넘어간다. 건축 규모만으로 설명되는 분관도 아니다. 2009년부터 구축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아시아를 주요 축에 놓고 1960년 이후 현대미술을 다시 구성한다. 서구 미술관의 이름을 걸프 지역에 옮겨 놓는 방식과 거리를 두고, 아부다비에서 출발해 여러 대륙의 미술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2012년에서 2026년으로 밀린 개관, 20년 만에 확정된 운영 일정

구겐하임 아부다비의 출발점은 2006년이다. 당시 아부다비는 사디야트섬을 국제 문화지구로 개발하면서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과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초기 개관 목표는 2012년이었고 이후 2017년으로 조정됐다. 2021년에는 2025년 완공 방침이 다시 제시됐지만 실제 개관은 2026년 12월로 넘어갔다. 건립비는 이번 발표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반복된 일정 변경은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 기다린 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 같은 사디야트 문화지구에 자리 잡은 루브르 아부다비는 2017년 먼저 문을 열었다. 자이드 국립박물관,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 팀랩 페노메나 아부다비도 문화지구의 운영 기관으로 합류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의 개관은 사디야트섬에 1960년 이후 현대미술을 전담하는 대형 기관이 더해지는 일정이다.

20년의 공백은 건물 완공만 늦춘 것이 아니다. 발표 당시와 개관 시점 사이에 국제 미술계가 현대미술을 분류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북미와 서유럽을 중심으로 서술하던 미술사에서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시아, 디아스포라 작가의 비중이 커졌고, 국적과 지역을 고정된 범주로 나누는 전시 방식도 재검토됐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장기간 이어진 소장품 구축 과정에서 변화한 미술 환경을 반영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30개 갤러리와 10개 원뿔, 조형물에 들어간 환기와 차양

고(故)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건물은 중앙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30개 갤러리가 이어진다. 갤러리 바깥에는 최고 88m 높이의 원뿔 구조물 10개가 배치됐다. 9개는 스테인리스 스틸 메시, 1개는 오닉스와 유리로 마감했다. 직선형 벽체와 곡면 지붕, 격자형 금속 구조가 서로 다른 높이에서 겹치며 하나의 정면보다 여러 방향의 실루엣을 만든다.

원뿔 구조에는 걸프 지역의 전통적인 바람탑 원리가 반영됐다. 건물 안팎에 그늘을 만들고 자연 환기를 유도해 강한 일사와 높은 기온에 대응한다. 형태를 먼저 만들고 냉방 설비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차양과 공기 흐름을 외관 구성에 포함했다. 미술관의 상징이 되는 조형과 사막 기후에 필요한 기능을 한 구조 안에서 처리한 설계다.

실내 전시 공간 1만1600㎡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2만3000㎡의 야외 전시장도 건축의 성격을 가른다. 1960년대 이후 등장한 대형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 영상, 장소특정적 작업을 실내 갤러리만으로 수용하지 않고 테라스와 원뿔 내부, 건물 주변까지 전시 영역으로 확장했다. 작품의 크기와 매체에 따라 전시실을 고르는 수준을 넘어 건물 전체를 관람 동선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게리는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빌바오에서 곡면 티타늄 외피와 거대한 조각에 가까운 건축으로 미술관과 도시의 관계를 바꿨다. 아부다비에서는 빌바오의 형태를 반복하지 않고 걸프 지역의 기후와 건축 요소를 받아들였다. 바다와 맞닿은 낮은 대지 위에 여러 크기의 갤러리와 원뿔을 분산해 배치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보다 건축물들이 모여 형성한 복합체에 가까운 외관을 완성했다.

프랭크 게리는 2025년 12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택에서 96세로 별세했다. 구겐하임 빌바오에 이어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게리 사후 1년 만에 관람객을 맞게 된다.

2009년부터 모은 소장품, 국가와 연도 대신 작품의 관계로 구성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2009년부터 현대미술 소장품을 구축해 왔다. 회화와 조각, 설치, 사진, 무빙이미지, 뉴미디어를 포함하며 제작 시기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다. 소장품의 지역적 중심은 걸프 지역을 비롯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아시아에 놓이지만 작품은 모든 대륙에서 수집한다. 마리엣 베스터만(Mariët Westermann)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 관장 겸 최고경영자는 컬렉션을 두고 “지역에 중심을 두면서 모든 대륙의 작품을 아우르는 지역적이자 세계적인 소장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구성은 연도와 국가 순서에 따른 직선형 연대기를 따르지 않는다. ‘추상(Abstractions)’, ‘대중문화(Popular Culture)’, ‘대지(Land)’, ‘언어와 스토리텔링(Language and Storytelling)’을 비롯한 주제 아래 서로 다른 지역과 세대, 제작 방식의 작품을 함께 배치한다. 같은 시기에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 조형적 변화와 작가 사이의 영향, 이동과 교류를 따라 현대미술사를 읽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추상과 대중문화는 미국과 유럽 현대미술을 설명할 때 오랫동안 사용해 온 분류다.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해당 주제에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작가를 어떤 비중과 관계로 배치하는지에 따라 기존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차이가 구체화된다. 지역 작가를 서구 미술사의 기존 틀에 보충하는 데 그칠지,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전개된 미술 활동과 교류를 동등한 축으로 놓을지는 개관 전시의 작품 목록과 배치에서 확인된다.

건물 개관 전에도 소장품의 일부는 아부다비에서 전시됐다. 2014년 열린 ‘시잉 스루 라이트: 구겐하임 아부다비 컬렉션(Seeing Through Light: Selections from the Guggenheim Abu Dhabi Collection)’은 빛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과 시기의 작품을 연결했다. 2017년 두 번째 컬렉션 전시 ‘더 크리에이티브 액트: 퍼포먼스, 프로세스, 프레즌스(The Creative Act: Performance, Process, Presence)’에는 20명 넘는 작가의 작품 25점이 출품됐다. 퍼포먼스와 제작 과정, 신체의 현존을 따라 1960년대 이후 미술을 국적별 구분보다 작품 사이의 연결로 제시했다.

사디야트섬에서 다시 짜는 미술관의 세계지도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뉴욕 미술관의 소장품을 순회시키는 전시장보다 독자적인 컬렉션을 보유한 아부다비의 공공 문화기관에 가깝게 설계됐다. 국제 미술관 브랜드와 프랭크 게리의 건축을 활용하면서도 소장품의 기준점은 아부다비가 속한 지역에 둔다. 뉴욕과 베네치아, 빌바오에 이어 네 번째 지점을 추가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구겐하임 네트워크가 다루는 지역과 작가의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세계 미술과 문명사를 다루는 루브르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의 역사와 유산을 다루는 자이드 국립박물관, 자연사를 전시하는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 몰입형 디지털 작업을 선보이는 팀랩 페노메나 아부다비가 모여 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는 해당 문화지구에서 현대미술의 수집과 연구, 전시, 신규 작품 제작을 담당한다. 개별 건축물을 모은 관광지보다 서로 다른 분야의 박물관을 한 지역에서 운영하는 문화 기반시설에 가까운 구성이 갖춰진다.

개관을 둘러싼 기대와 별개로 미술관의 실제 성격을 판단할 정보는 아직 모두 나오지 않았다. 전체 소장품 명단과 개막 전시 출품작, 신규 커미션의 작가와 설치 위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오랜 건립 기간과 8만㎡ 규모의 건축보다 중요한 기준은 지역 작가와 다른 대륙의 작품이 어떤 관계로 배치되는지, 비선형적 미술사라는 기획이 전시장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구현되는지에 놓인다.

아부다비 당국과 구겐하임 재단은 개관까지 남은 기간에 소장품과 신규 커미션의 세부 내용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2026년 12월 11일 문을 여는 구겐하임 아부다비의 평가는 20년간 기다린 건물의 외관보다 30개 갤러리 안에 놓일 작가와 작품, 전시의 순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