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강을 입으라는 광고, 여성의 몸은 다시 상품이 됐다

NikeSKIMS가 운동 능력보다 허리·복부·골반의 비율을 앞세운 방식 살을 빼고 입으라는 운동복

2026-07-30     박인경 기자
The NikeSKIMS Studio Edit 02 Collection Adds New Sculpting Fabrics, Elevated Layers, and an Exclusive Cobalt Colorway. 사진=NikeSKIM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살을 빼고 입으라는 요구와 입으면 빠져 보인다는 기대, 압박 소재가 몸을 과학적으로 다듬는다는 인상이 한 벌 안에 겹쳤다. 나이키스킴스(NikeSKIMS) ‘스튜디오 에디트 02(Studio Edit 02)’는 체중 감량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캠페인을 보고 나면 운동복보다 먼저 ‘살이 빠진 몸’을 떠올리게 된다.

브론즈 톤 보디슈트는 복부와 골반을 단단히 감싼다. 등은 허리 가까이까지 열리고, 다리선은 골반 위쪽에서 시작된다. 코발트 블루 브라톱과 쇼츠는 허리를 높게 감싸면서 복부 일부를 드러낸다. 덤벨과 매트, 밸런스 볼도 등장한다. 운동을 위한 옷이라는 표지는 곳곳에 놓였지만 운동의 과정은 비어 있다.

숨이 차오르는 얼굴, 땀에 젖은 피부, 반복 동작 끝에 흐트러진 자세는 없다. 근육이 버티고 관절이 움직이는 순간보다 가늘게 정리된 허리와 매끈한 복부, 둥글게 강조된 골반이 앞에 놓인다. 건강은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몸이 어떤 모양으로 보이는지로 바뀐다.

나이키스킴스는 새틴 샤인(Satin Shine)을 단단한 압박과 몸을 받쳐주는 기능을 갖춘 소재로 소개했다. ‘스컬프팅(sculpting)’이라는 표현도 따라붙는다. 운동할 때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와 신체 윤곽을 조각하듯 정돈한다는 의미가 하나의 단어에 담겼다.

스포츠웨어의 지지력은 움직임을 돕는 기능에 가깝다. 보정복의 압박은 복부와 허리, 골반의 외형을 바꾸어 보이게 하는 효과와 연결된다. Studio Edit 02는 두 성격을 분리하지 않는다. 몸을 잘 움직이게 하는 옷과 몸이 잘 정돈돼 보이게 하는 옷을 같은 제품으로 제시한다.

The NikeSKIMS Studio Edit 02 Collection Adds New Sculpting Fabrics, Elevated Layers, and an Exclusive Cobalt Colorway. 사진=NikeSKIM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론즈색 원단 위로 번지는 광택은 복부와 골반 중앙을 밝히고 허리 양옆을 어둡게 만든다. 밝은 부분은 도드라지고 어두운 부분은 뒤로 물러난 듯 인식된다. 압박 소재와 패턴, 모델의 자세와 조명이 맞물리면서 허리와 골반의 폭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난다.

원단이 몸을 누르는 물리적 효과와 몸이 가늘어 보이도록 만든 시각적 효과가 한꺼번에 제시된다. 소비자가 마주하는 실루엣은 옷만의 결과가 아니다. 이미 완성된 모델의 체형 위에 압박과 절개, 조명과 자세가 더해진 결과다.

광고는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리하다. 날씬한 소비자에게는 몸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옷으로, 체형을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는 몸을 정돈해 줄 옷으로 받아들여진다. 제품은 서로 다른 욕망을 동시에 붙잡는다.

살을 뺀 뒤 입어야 할 옷인지, 입는 순간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옷인지 명확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모델의 몸과 ‘스컬프팅’이라는 표현 사이에 소비자의 기대가 들어갈 자리를 남겨두면 된다.

나이키의 이름은 모호한 기대에 스포츠 기술의 권위를 더한다. 오랫동안 경기력과 운동 능력을 상징해 온 로고가 붙는 순간 압박과 보정도 단순한 외모 관리가 아니라 기능적 설계처럼 받아들여진다. 스킴스(SKIMS)가 구축한 몸매 보정의 언어에는 운동과 건강이라는 명분이 더해진다.

스포츠와 보정의 결합은 여성에게 상반된 요구를 한꺼번에 건넨다. 강해야 하지만 거칠어 보여서는 안 되고, 운동해야 하지만 몸의 선은 매끈해야 한다. 근육을 사용하면서도 허리는 가늘어야 하고, 편안하게 움직이면서도 복부와 골반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운동복이 몸을 돕는 도구에서 몸을 심사하는 기준으로 바뀌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여성은 옷을 입고 운동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허리가 충분히 가늘게 보이는지, 복부가 평평한지, 쇼츠가 골반과 허벅지를 원하는 모양으로 나누는지 확인하게 된다.

The NikeSKIMS Studio Edit 02 Collection Adds New Sculpting Fabrics, Elevated Layers, and an Exclusive Cobalt Colorway. 사진=NikeSKIM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얼굴과 팔다리가 사라지고 복부와 골반만 남으면 운동하는 사람의 표정과 의지도 함께 지워진다. 밸런스 볼과 밀착된 쇼츠, 복부의 굴곡만 부각된다. 여성은 운동의 주체보다 제품의 보정 효과를 보여주는 신체 일부로 축소된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피부색과 헤어스타일은 다르다. 허리와 복부, 골반의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인물은 여럿이지만 건강한 몸으로 제시된 형태는 좁다. 다양성은 얼굴에서 넓어지고 몸의 기준에서 다시 닫힌다.

건강한 몸은 한 가지 모양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같은 체중과 체형을 지닌 사람도 근력과 심폐 능력, 유연성, 통증과 회복 상태가 다르다. 허리가 가늘다고 오래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복부가 평평하다고 관절이 건강한 것도 아니다.

패션과 피트니스 산업은 복잡한 몸의 상태를 몇 개의 윤곽으로 바꾼다. 가는 허리와 평평한 복부, 둥근 골반과 매끈한 피부가 건강의 표식처럼 놓인다. 측정하기 어려운 체력과 회복력 대신 한눈에 소비할 수 있는 외형이 선택된다.

The NikeSKIMS Studio Edit 02 Collection Adds New Sculpting Fabrics, Elevated Layers, and an Exclusive Cobalt Colorway. 사진=NikeSKIM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한 명의 몸이 정면과 측면, 뒷모습으로 반복된다. 거울은 운동 자세를 확인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몸의 비율을 여러 방향에서 검사하는 장치가 된다. 여성은 몸을 움직이는 사람보다 자신의 몸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사람으로 놓인다.

운동은 본래 몸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이다. 더 오래 걷고, 더 무거운 것을 들고, 통증 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몸을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Studio Edit 02 캠페인에서는 운동이 다시 외모 관리의 배경으로 밀려난다. 덤벨은 근력을 보여주지 않고, 매트는 훈련의 시간을 담지 않는다. 스포츠 기구는 밀착된 옷과 노출된 몸에 건강이라는 맥락을 덧씌운다.

몸매 보정 의류를 선택한 소비자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옷을 입어 자신감을 얻고 원하는 실루엣을 만드는 일도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선택을 둘러싼 산업의 언어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편안하게 움직이기 위해 운동복을 고르는 여성에게 더 가늘고 더 매끈하며 더 관능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부담까지 함께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Studio Edit 02는 살을 빼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델처럼 될 수 있다고 직접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미 완성된 몸을 세우고, 압박과 지지, 조각이라는 말을 붙인다. 소비자가 모델의 몸과 제품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만든다. 명시적인 약속보다 강한 암시다.

여성은 건강을 얻기 위해 운동하지만 시장은 건강을 허리선과 복부의 평평함, 골반의 곡선으로 환산해 다시 판매한다. 건강해지는 일과 건강해 보이는 일의 경계도 흐려진다.

우리 시대의 건강한 여성은 몸의 힘과 회복을 누리기 전에 건강해 보이는 몸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운동복은 움직임을 돕는 옷에서 특정한 몸을 향한 입장권으로 바뀐다. 여성에게 팔리는 것은 건강이 아니라 건강의 모양이다. 건강은 그렇게 여성에게 되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