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데일리 2027 SS②] 모키 체리의 색과 직물, ‘Sonic Tapestry’에 남은 흔적

콜라주·태피스트리·돈 체리 공연 미술에서 출발…반복 문양과 다색 배치로 이어졌지만 특정 작품과의 연결은 확인 필요

2026-07-31     박채빈 기자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머스터드와 녹슨 주황색, 청록색, 짙은 남색이 작은 반복무늬와 줄무늬를 따라 옮겨 다닌다. 체크 셔츠와 니트, 프린트 상의에 흩어졌던 색은 컬렉션 후반부의 패치워크에서 한데 모인다. 니콜라스 데일리(Nicholas Daley)는 2027년 봄·여름 컬렉션 ‘Sonic Tapestry’의 시각적 출발점으로 스웨덴 예술가 모키 체리(Moki Cherry)의 콜라주와 태피스트리를 제시했다.

음악적 배경에는 돈 체리(Don Cherry), 라라지(Laraaji), 게리 바츠(Gary Bartz), 카힐 엘자바르(Kahil El’Zabar)가 놓였다. 서로 다른 시기와 음악 세계를 지닌 인물들이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스피리추얼 재즈라는 큰 범주 안에 묶였다. 니콜라스 데일리는 연주자들이 실제로 입었던 옷을 되살리지 않고 공연 미술과 직물, 음반과 포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색과 무늬를 남성복에 옮겼다.

모키 체리의 작업은 돈 체리의 공연과 분리되지 않았다. 콜라주와 태피스트리, 프린트와 직물은 공연장 배경에 머물지 않고 음악을 둘러싼 공간 전체를 구성했다. ‘Sonic Tapestry’도 한 가지 상징이나 인물의 초상보다 여러 색과 패턴이 겹쳐지는 방식에 무게를 뒀다.

머스터드색 바탕에 작은 무늬가 반복되는 반소매 상의에는 짙은 팬츠와 다색 모자를 맞췄다. 상의의 문양은 멀리서 하나의 색면처럼 읽히고, 가까이에서는 작은 단위가 이어진 구조가 드러난다. 모자와 셔츠에 들어간 주황색과 녹색이 서로 이어지지만 하의는 어두운 단색으로 눌렀다. 상·하의를 모두 장식하기보다 한 품목에 시선을 모은 구성이다.

작은 반복무늬는 컬렉션 여러 곳에서 형태를 바꿔 나타난다. 체크는 크기를 달리해 셔츠와 쇼츠, 가방에 쓰였고 줄무늬는 니트와 소매, 허리 부분으로 옮겨졌다. 한 가지 패턴을 대표 문양으로 내세우기보다 무늬의 크기와 방향을 바꾸며 착장 사이의 흐름을 만들었다.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갈색과 청록색, 주황색이 교차하는 니트에는 올리브색 팬츠가 이어졌다. 가로 줄무늬의 폭과 색이 일정하지 않아 단정한 유니폼보다 손으로 짠 직물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니트 아래로 떨어지는 팬츠는 장식을 덜어내 상의의 색을 받쳤다.

모키 체리의 태피스트리를 직접 옮긴 문양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니트의 배색과 반복 구조는 직물 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느 작품에서 어떤 색과 구성을 가져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컬렉션의 참조 관계는 특정 작품의 재현보다 색채와 제작 태도를 넓게 받아들인 수준에 머문다.

주황색과 갈색, 올리브색을 중심으로 한 배색은 컬렉션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이어진다. 청록색과 파란색은 모자와 소매, 쇼츠에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선명한 원색을 넓게 펼치지 않고 어두운 색과 섞으면서 오래된 직물이나 인쇄물에 가까운 색조를 만들었다.

색을 낮춘 선택은 일상복과 연결하기 쉽지만 모키 체리 작업의 강한 색면과 즉각적인 충돌을 줄이는 결과도 낳았다. 예술가의 작업에서 가져온 시각적 긴장보다 니콜라스 데일리의 기존 남성복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배색이 앞섰다.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흰색 바탕의 상의에는 주황색과 갈색, 검은색 문양이 촘촘하게 들어갔다. 앞선 체크와 줄무늬보다 장식의 밀도가 높고, 주황색 모자와 짙은 팬츠가 상의의 색을 나눠 받는다. 돈 체리 공연의 무대 장식과 모키 체리의 직물 작업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적 요소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착장이다.

프린트에는 작은 형상과 선이 이어지지만 특정 회화나 태피스트리의 도상을 그대로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식 프린트명과 원화 크레디트, 제작 과정이 공개돼야 참조와 직접 인용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되는 범위는 색과 문양의 밀도, 반복 방식에 한정된다.

‘Sonic Tapestry’라는 제목은 여러 음색과 직물이 겹치는 구성을 가리킨다. 컬렉션에서는 셔츠 위에 아우터를 겹치고, 반소매 아래로 다른 색의 긴소매를 드러내며, 모자와 가방까지 패턴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공연장의 배경과 의상, 연주자가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움직였던 시각적 구성을 현대적인 레이어드로 바꾼 방식이다.

직접적인 복고 의상은 피했다. 헐렁한 셔츠와 쇼츠, 스웨트셔츠와 팬츠는 현재의 남성복 범위에 남아 있고 음악적 참조는 프린트와 색채에 제한됐다. 시대 의상을 되살리지 않은 선택은 과거 음악가의 외형을 소비하는 위험을 줄였지만, 참조의 구체성까지 약하게 만들었다.

스피리추얼 재즈라는 명칭도 세심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돈 체리와 라라지, 게리 바츠, 카힐 엘자바르는 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활동 시기와 악기, 음악적 배경도 다르다. 여러 음악가를 자유로운 연주와 공동체적 제작, 강한 색채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묶으면 각자의 역사와 차이가 희미해질 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 음악가별 차이는 옷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특정 색이나 실루엣이 어느 인물과 연결되는지 알려진 내용도 없다. 음악적 이름은 풍부하지만 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체크와 줄무늬, 다색 니트, 반복 프린트와 패치워크에 집중됐다. 스피리추얼 재즈의 역사보다 1970년대 공연 미술과 수공예 직물의 인상이 먼저 남는 이유다.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러 체크와 프린트를 잇댄 패치워크 상의는 컬렉션 제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들인다. 서로 다른 원단이 한 벌 안에서 경계를 드러내고, 어두운 소매와 팬츠가 복잡한 앞판을 정리한다. 프린트로 직물의 효과를 흉내 내기보다 실제 원단 조각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앞선 착장보다 제작 방식이 구체적이다.

모키 체리의 예술과 니콜라스 데일리의 옷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도 남는다. 콜라주와 태피스트리가 공연 공간 전체를 바꿨다면 이번 컬렉션의 강한 색과 직물은 일부 상의와 후반부 패치워크에 집중됐다. 단색 티셔츠와 쇼츠, 기본형 아우터에서는 시각적 참조가 약해진다.

‘Sonic Tapestry’는 모키 체리의 작품을 의상으로 복제한 컬렉션이 아니다. 색과 무늬를 겹치고 직물의 경계를 드러내는 방식을 니콜라스 데일리의 기존 남성복에 받아들였다. 복제를 피한 대신 원작과의 연결도 느슨해졌다. 특정 작품과 프린트의 관계, 이미지 사용 범위, 원단 개발 과정이 공개돼야 모키 체리의 이름이 컬렉션의 배경 설명을 넘어 옷의 제작 과정에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