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데일리 2027 SS③] 아카이브 원단 다시 잇댄 패치워크

크리스 잉글리시와 해링턴 재킷·킬트 제작…재사용 방식은 구체적, 생산 규모와 환경 효과는 공개되지 않아

2026-08-01     박채빈 기자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서로 다른 체크와 프린트가 긴 킬트와 재킷 앞판에서 다시 만났다. 니콜라스 데일리(Nicholas Daley)는 2027년 봄·여름 컬렉션 ‘Sonic Tapestry’에 지난 시즌까지 사용한 원단을 잘라 이어 붙인 패치워크를 넣었다. 웨스트요크셔에서 활동하는 퀼터 크리스 잉글리시(Chris English)가 제작을 맡았다.

새 원단에 낡은 효과를 입히거나 패치워크 무늬를 인쇄한 방식은 아니다. 니콜라스 데일리의 아카이브에 남아 있던 직물을 다시 자르고 배치해 하나의 소재로 만들었다. 완성된 패치워크는 해링턴 재킷에서 출발한 아우터와 브랜드가 꾸준히 선보인 킬트에 사용됐다.

긴 킬트에는 크기와 방향이 다른 직물 조각이 이어진다. 갈색과 주황색, 검은색, 크림색 계열의 체크와 프린트가 세로와 가로로 맞물리고, 밑단까지 내려오는 패널마다 무늬의 간격도 달라진다. 같은 패턴을 반복한 원단과 달리 어느 부분을 앞에 두고 어디에서 끊었는지가 옷의 인상을 좌우한다.

밝은색 아우터에는 킬트보다 작은 면적으로 패치워크를 넣었다. 상·하의를 모두 복잡한 무늬로 덮지 않고 아우터의 일부와 킬트에 직물의 밀도를 나눴다. 안쪽의 단색 상의와 니트 헤드웨어는 여러 무늬가 한꺼번에 겹치는 구성을 눌러준다.

킬트의 폭과 길이는 컬렉션에 반복된 넉넉한 팬츠, 무릎 길이 쇼츠와 다른 윤곽을 만든다. 걸음을 옮길 때 직물 조각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세로로 이어진 봉제선도 눈에 들어온다. 앞선 티셔츠와 쇼츠 중심의 착장보다 소재와 제작 방식이 옷의 형태에 직접 관여한 대목이다.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재킷에서는 패치워크가 앞판에 집중됐다. 서로 다른 체크와 프린트를 몸통 중앙에 모으고 소매와 옆면은 어두운 단색으로 정리했다. 하의까지 무늬를 이어가지 않은 채 검은 팬츠를 붙여 재킷의 직물 구성이 중심에 남도록 했다.

해링턴 재킷의 기본 구조도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짧은 길이와 지퍼 여밈, 단색 소매를 유지하고 앞판의 원단만 여러 조각으로 나눴다. 익숙한 아우터 형태에 패치워크를 얹은 만큼 착용 가능한 범위는 넓지만, 재단 자체에서 새로운 구조를 제시한 옷은 아니다.

크리스 잉글리시와의 협업은 ‘Sonic Tapestry’에서 제작 과정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컬렉션 전반에 스피리추얼 재즈와 모키 체리의 태피스트리, 개인적 기억이 언급됐지만 음악과 기억은 옷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아카이브 원단을 잘라 다시 이었다는 사실은 재료와 공정이 명확하다.

‘태피스트리’라는 컬렉션명과도 패치워크가 가장 가까이 맞닿는다. 서로 다른 시기에 사용했던 직물이 한 벌 안에 남고, 원단 사이의 경계와 봉제선이 감춰지지 않는다. 단색 티셔츠나 프린트 셔츠에서는 색과 무늬로 설명했던 주제가 킬트와 재킷에서는 실제 직물의 결합으로 바뀐다.

패치워크가 컬렉션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개된 착장 가운데 복잡한 직물 재구성이 두드러진 옷은 후반부에 집중됐다. 티셔츠와 쇼츠, 스웨트셔츠, 단색 아우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아카이브 원단의 재사용이 모든 제품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재사용 원단이 전체 컬렉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알려지지 않았다. 패치워크 재킷과 킬트의 생산 수량, 남은 원단의 규모, 추가 원단 사용 여부, 봉제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의 처리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범위는 기존 원단을 다시 구성해 일부 품목에 사용했다는 사실까지다.

Nicholas Daley Riffs on Spiritual Jazz for Spring/Summer 2027's "Sonic Tapestry" Collection. 사진=Nicholas Dale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치워크를 근거로 ‘친환경 컬렉션’이나 ‘순환 생산 체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생산된 원단을 다시 사용하면 새 소재 투입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제품 한 벌의 환경 영향을 판단하려면 원단 비율과 생산량, 봉제 지역, 운송, 내구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 자료에는 관련 수치가 없다.

수작업 비중이 높은 제작 방식은 판매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작은 직물 조각을 고르고 배열한 뒤 다시 봉제하는 과정에는 일반적인 단일 원단 제품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다만 실제 공정 시간과 제작 인원, 판매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시와 촬영을 위한 소량 제품인지 정식 판매 물량을 갖춘 품목인지도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니콜라스 데일리는 이전부터 타탄과 킬트, 서로 다른 직물의 조합을 브랜드 문법으로 사용해 왔다. 이번 패치워크도 갑작스럽게 등장한 장식이라기보다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 놓인다. 차이는 새 패턴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 컬렉션에 사용했던 원단을 다시 제작 과정으로 불러왔다는 데 있다.

아카이브를 활용했다는 설명이 곧 새로운 디자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재킷은 익숙한 해링턴 형태를 유지했고, 패치워크 킬트 역시 브랜드가 이미 다뤄온 품목이다. 새로움은 옷의 종류보다 이전 원단을 어떤 크기로 나누고 다시 연결했는지에서 나온다.

‘Sonic Tapestry’의 패치워크는 컬렉션의 공예적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일부 품목에 집중된 작업이라는 한계도 남긴다. 재사용을 컬렉션 전체의 환경 성과로 넓혀 평가하려면 생산 수량과 원단 비율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성과는 아카이브 직물을 폐기하지 않고 새로운 재킷과 킬트의 재료로 돌려놓은 제작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