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데일리 2027 SS⑤] 블루노트 무대로 옮긴 ‘Sonic Tapestry’
테오 크로커와 뉴욕서 네 차례 공연…음악·공예·협업은 브랜드 자산, 익숙한 옷의 반복은 부담
[KtN 박채빈기자]오는 9월 15일과 16일 미국 뉴욕 블루노트 재즈클럽 무대에 니콜라스 데일리(Nicholas Daley)의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이 오른다. 트럼펫 연주자 테오 크로커(Theo Croker)와 함께하는 ‘Sonic Tapestry’ 공연은 이틀간 오후 8시와 10시30분, 모두 네 차례 열린다.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맞춘 미국 첫 라이브 행사다. 룩북에 담긴 옷은 공연자의 움직임과 연주, 무대 공간을 통해 다시 공개된다.
음악은 니콜라스 데일리 컬렉션에 뒤늦게 붙인 홍보 수단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와 자메이카에 뿌리를 둔 가족사, 흑인 영국 음악문화, 타탄과 니트·퀼팅 같은 직물 작업이 브랜드 출범 초기부터 함께 이어졌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작한 뒤에도 레게와 재즈, 사운드시스템 문화는 컬렉션의 이름과 소재, 발표 장소를 정하는 바탕으로 쓰였다.
‘Sonic Tapestry’는 스피리추얼 재즈로 범위를 옮겼다. 돈 체리(Don Cherry)와 라라지(Laraaji), 게리 바츠(Gary Bartz), 카힐 엘자바르(Kahil El’Zabar)의 음악을 끌어오고 모키 체리(Moki Cherry)의 콜라주와 태피스트리를 색과 무늬의 바탕으로 삼았다. 웨스트요크셔의 퀼터 크리스 잉글리시(Chris English)와는 지난 컬렉션의 원단을 다시 이은 패치워크를 만들었다.
음악가와 예술가, 직물 제작자가 한 컬렉션 안에 들어오면서 설명은 풍부해졌다. 옷에서는 익숙한 품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넓은 팬츠와 무릎 길이 쇼츠, 워크 재킷과 셔츠, 티셔츠, 스웨트셔츠가 기본 구성을 이룬다. 스피리추얼 재즈의 영향은 재단을 크게 바꾸기보다 체크와 줄무늬, 다색 니트, 헤드웨어와 겹쳐 입기에 집중됐다.
짙은 남색 재킷과 같은 계열의 팬츠는 컬렉션에서 장식을 덜어낸 부분이다. 짧은 아우터와 넓은 하의가 여유 있는 비례를 만들고, 모자와 이너웨어가 색의 차이를 보탠다. 프린트와 패치워크를 걷어낸 자리에는 영국식 작업복과 캐주얼웨어에 가까운 옷이 남는다.
기본형 제품은 강한 프린트 사이에서 컬렉션의 균형을 잡는다.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을 구성하는 데도 재킷과 팬츠, 셔츠와 스웨트셔츠가 필요하다. 다만 문화적 설명 없이도 개별 제품이 충분한 차이를 갖는지는 별개의 판단이다. ‘Sonic Tapestry’의 단색 제품 가운데 일부는 헤드웨어와 레이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실루엣만으로 이전 시즌과 뚜렷하게 갈라지지 않는다.
스웨트셔츠와 회색 팬츠를 맞춘 착장도 니콜라스 데일리가 여러 시즌 동안 유지한 느슨한 비례를 따른다. 소매 끝과 허리에 들어간 줄무늬가 앞서 나온 다색 니트와 이어지지만 스웨트셔츠의 형태에는 큰 변형이 없다. 음악적 배경은 착장 전체를 묶는 역할을 맡았고, 제품 자체는 익숙한 캐주얼웨어에 머물렀다.
니콜라스 데일리는 옷만으로 브랜드를 확장하지 않았다. V&A와 사우스뱅크센터, 갈라 페스티벌에서 음악과 직물을 결합한 행사를 진행했고, 음악 교육단체 투모로스 워리어스(Tomorrow’s Warriors)를 지원했다. 2019년에는 프레드 페리와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을 컬렉션 주변에 배치하면서 음악계와 패션계의 접점을 꾸준히 늘렸다.
멀버리와 아디다스, 프레드 페리, 챔피언, 카하트 WIP 등과의 협업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2025년 카하트 WIP와 만든 13개 품목의 캡슐 컬렉션에는 부모가 197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운영했던 레게 클럽의 기록과 스코틀랜드·자메이카의 색을 넣었다. 개인의 가족사를 대형 브랜드의 작업복과 결합해 더 넓은 제품군으로 옮긴 협업이었다.
대형 브랜드와 문화기관의 참여는 독립 디자이너가 확보하기 어려운 제작 기반과 관객을 넓혀준다. 동시에 타탄과 레게, 재즈, 가족사가 협업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문화적 배경이 제품의 구조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컬렉션마다 바뀌는 음악가와 제목이 익숙한 옷을 새롭게 설명하는 장치로 남을 수 있다.
2022년 BFC/GQ 디자이너 패션 펀드 수상은 니콜라스 데일리의 작업이 영국 패션계 안에서 사업 지원 대상으로 평가받았다는 경력으로 남았다. 해당 기금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자금과 멘토링,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수상 이후에도 독자 컬렉션과 협업, 공연과 팝업을 나란히 이어온 운영 방식에는 소규모 브랜드가 디자인과 문화 행사를 함께 활용하는 전략이 담겼다.
블루노트 공연은 이런 운영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일반적인 런웨이보다 좁고 관객과 연주자의 거리가 가까운 재즈클럽에서 옷과 음악을 함께 공개한다. 옷은 고정된 자세의 모델 사진을 벗어나 연주자의 몸과 조명, 무대의 움직임 속에 놓인다. 스피리추얼 재즈를 내세운 컬렉션에는 정적인 룩북보다 공연이 어울리는 발표 형식이다.
공연이 컬렉션의 약한 부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음악과 공간이 강할수록 관객의 기억에는 연주자와 분위기가 먼저 남을 수 있다. 넓은 팬츠와 쇼츠, 체크와 헤드웨어가 이전 시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상황에서 라이브 공연은 브랜드의 문화적 성격을 강화하지만 옷의 변화 폭을 넓혀주지는 않는다.
니콜라스 데일리가 쌓은 차이는 과감한 실루엣보다 음악가와 직물 제작자, 문화기관을 한 작업 안에 연결해온 과정에서 나온다. ‘Sonic Tapestry’도 모키 체리의 시각예술과 스피리추얼 재즈, 크리스 잉글리시의 패치워크를 묶으며 같은 방식을 이어갔다. 9월 블루노트 공연은 음악과 패션을 함께 다뤄온 브랜드 운영을 뉴욕 무대로 옮기는 행사다.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의 옷은 기존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과 공예를 둘러싼 협업망은 넓어졌지만 넓은 하의와 느슨한 상의, 타탄과 헤드웨어는 다시 남았다. 니콜라스 데일리의 브랜드 색은 선명하다. 시즌별 차이를 만드는 힘은 문화적 설명의 규모보다 개별 제품의 재단과 소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