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데일리 2027 SS④] 엉겅퀴와 히비스커스, 두 뿌리를 잇는 패턴
스코틀랜드 타탄과 자메이카 상징을 워크웨어에 결합…브랜드 정체성은 이어졌지만 실루엣 변화는 제한적
[KtN 박채빈기자]스코틀랜드의 엉겅퀴와 자메이카의 히비스커스가 하나의 카무플라주 패턴에 들어갔다. 니콜라스 데일리(Nicholas Daley)는 2027년 봄·여름 컬렉션 ‘Sonic Tapestry’를 위해 두 식물을 결합한 무늬를 제작하고 립스톱 셔츠와 ‘마일스 워크 진’에 사용했다. 스코틀랜드와 자메이카에 뿌리를 둔 가족사는 군복과 작업복에서 익숙한 카무플라주 안에서 새로운 형태를 얻었다.
두 문화권의 결합은 니콜라스 데일리 컬렉션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다. 타탄과 킬트, 손뜨개 헤드웨어, 영국식 작업복과 군복에서 가져온 아우터가 음악과 함께 반복됐다. 2027년 봄·여름에도 넓은 팬츠와 무릎 길이 쇼츠, 여유 있는 셔츠와 재킷이 바탕을 이룬다. 음악적 출발점은 스피리추얼 재즈로 옮겨갔지만 옷의 골격은 기존 컬렉션과 맞닿아 있다.
갈색과 머스터드가 섞인 체크 셔츠에는 검은 팬츠와 여러 색의 헤드웨어를 맞췄다. 셔츠는 허리 아래까지 넉넉하게 내려오고 팬츠는 다리선을 조이지 않은 채 곧게 떨어진다. 타탄을 전통 복식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색과 격자만 남겨 일상적인 셔츠와 팬츠에 배치했다.
체크는 쇼츠와 작은 가방, 패치워크에도 이어진다. 한 벌 전체를 같은 무늬로 채우기보다 단색 아우터와 팬츠 사이에 나눠 넣었다. 타탄의 면적을 줄이면서 전통복의 인상은 약해지고, 니콜라스 데일리의 남성복에서 반복해 온 패턴이라는 성격이 강해졌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체크 쇼츠에는 어두운 아우터와 무늬가 들어간 헤드웨어를 더했다. 타탄과 기능성 아우터, 느슨한 쇼츠가 한 착장 안에 놓였다. 전통 직물과 도시형 캐주얼웨어를 결합했지만 어느 한쪽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았다. 체크의 색이 시선을 끌고, 아우터와 신발은 어두운 색으로 정리됐다.
갈색과 올리브, 짙은 남색을 중심으로 한 배색에는 주황색과 머스터드, 청록색이 작은 면적으로 들어간다. 자메이카를 국기 색이나 열대 이미지로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니트와 모자, 프린트와 소매에 색을 나눠 사용했다. 색채만으로 문화적 출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스코틀랜드와 자메이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힌 요소는 엉겅퀴와 히비스커스를 결합한 카무플라주다.
카무플라주는 식물 두 종을 하나의 상징으로 압축한다. 립스톱 셔츠와 워크 진에 사용하면서 장식용 프린트보다 기능성 의류의 문맥에 가까이 뒀다. 가족사를 전통 의상으로 재현하지 않고 군복과 작업복에서 출발한 품목에 넣은 선택이다. 다만 상징의 결합이 옷의 형태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차이는 재단보다 원단의 무늬에서 나타났다.
파란 티셔츠와 쇼츠에는 체크 가방을 곁들였다. 상·하의는 단색으로 정리하고 타탄을 작은 액세서리에만 남겼다. 체크가 모든 품목을 지배하지 않고 셔츠와 쇼츠, 가방, 패치워크 사이를 옮겨 다닌다. 컬렉션 전체의 연결감은 유지하면서 같은 무늬가 연이어 반복되는 부담을 줄였다.
니콜라스 데일리의 남성복은 음악적 주제가 바뀌어도 비슷한 비례를 유지해 왔다. 넓은 팬츠와 긴 쇼츠, 짧은 아우터, 니트 캡과 챙이 있는 모자가 중심을 이룬다. ‘Sonic Tapestry’에서도 새로운 실루엣보다 색과 직물, 겹쳐 입기의 변화가 앞섰다. 스피리추얼 재즈라는 주제도 기존 옷장 위에 프린트와 배색을 더하는 방식으로 반영됐다.
반복은 브랜드를 알아보게 만드는 요소다. 타탄과 헤드웨어, 느슨한 하의와 수공예 직물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은 니콜라스 데일리의 작업을 구분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로고를 크게 쓰지 않아도 컬렉션의 출처를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시즌별 차이가 좁아지는 부담도 남는다. 음악가와 협업자가 달라져도 넓은 팬츠와 쇼츠, 체크, 니트 모자, 패치워크가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온다. 스피리추얼 재즈는 컬렉션의 색과 프린트를 바꿨지만 옷의 구조까지 흔들지는 않았다. 문화적 배경이 풍부한 설명을 만들었으나, 개별 제품에서는 이전 시즌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다.
길게 떨어지는 패치워크 킬트에는 여러 체크와 프린트가 이어졌다. 스코틀랜드 복식에서 가져온 킬트와 아카이브 원단의 재사용이 한 벌 안에 겹쳤다.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기보다 익숙한 킬트의 재료와 배열을 바꾼 방식이다. 직물 조각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단일 타탄으로 만든 킬트보다 복잡한 표면이 만들어졌다.
‘Sonic Tapestry’에서 새로 더해진 부분은 엉겅퀴와 히비스커스를 합친 카무플라주, 모키 체리(Moki Cherry)의 작업에서 출발한 색과 프린트, 아카이브 원단을 다시 이은 패치워크다. 넓은 하의와 느슨한 상의, 체크와 헤드웨어는 이전부터 사용해 온 구성이다. 스코틀랜드와 자메이카의 문화적 배경은 원단과 문양에서 다시 이어졌고, 실루엣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니콜라스 데일리는 가족사를 계절마다 다른 유행으로 바꾸기보다 타탄과 킬트, 음악과 직물 공예 안에 축적해 왔다. 2027년 봄·여름 컬렉션도 같은 흐름을 따랐다. 커스텀 카무플라주와 패치워크는 기존 옷장에 새로운 무늬를 더했지만 컬렉션 전체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지는 않았다. ‘Sonic Tapestry’는 브랜드의 두 문화적 뿌리를 다시 꺼낸 컬렉션이며, 변화의 무게는 옷의 형태보다 소재와 패턴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