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시스루에 핀 로맨티시즘…제니, 1999년 아카이브 뚫고 나온 매혹의 ‘드라큘라’ 룩
제니, 1999 벳시 존슨 아카이브 재해석…‘드라큘라’ 고딕 룩 플로럴 뷔스티에·블랙 시스루 메시·레이스 쇼츠 조합 테임 임팔라 보스턴 공연 깜짝 등장, 협업곡 첫 합동 라이브
[KtN 신미희기자] 제니가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보스턴 공연에서 벳시 존슨(Betsey Johnson)의 1999년 봄·여름 아카이브 디자인을 되살린 시스루 레이스 룩으로 ‘드라큘라(Dracula)’ 첫 합동 무대를 완성했다.
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1999년 벳시 존슨(Betsey Johnson)의 아카이브 디자인을 현대적인 공연 의상으로 되살렸다. 플로럴 뷔스티에와 블랙 시스루 메시, 레이스 쇼츠가 겹쳐진 고딕 로맨틱 룩은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드라큘라(Dracula)’가 지닌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렸다.
제니는 3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보스턴 TD 가든 공연 당시 모습을 공개했다. 제니는 테임 임팔라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 ‘드라큘라’ 리믹스를 함께 불렀다. 양측이 같은 무대에서 협업곡을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999년 디자인, 제니를 위한 공연 의상으로 재구성
공연 의상은 벳시 존슨의 1999년 봄·여름 컬렉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핑크와 레드 계열의 작은 꽃무늬를 넣은 뷔스티에 톱에는 블랙 레이스 트림과 여러 개의 미니 리본이 더해졌다. 가슴 아래에서 길게 이어지는 검은색 시스루 메시 레이어는 다리선을 따라 펼쳐지며 드레스와 팬츠의 경계를 흐렸다. 안쪽에는 레이스 패턴 쇼츠를 배치해 전체 구성을 이어갔다.
일부 보도에서는 해당 의상을 ‘1999년 아카이브 드레스’로 소개했지만, 원본 빈티지 제품을 그대로 착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디자인을 토대로 벳시 존슨 측이 제니를 위해 다시 제작한 맞춤형 버전이라는 설명이다. ‘99년도 빈티지 드레스’보다는 ‘1999년 아카이브 디자인을 재현한 룩’으로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플로럴 뷔스티에는 몸에 밀착되는 코르셋 구조와 가느다란 어깨끈으로 상체선을 간결하게 잡았다. 길게 떨어지는 블랙 메시와 레이스는 노출을 한 부분에 집중시키지 않고 의상 전체에 분산했다. 란제리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리본과 꽃무늬, 레이스를 반복하면서 벳시 존슨 특유의 키치한 로맨티시즘을 남겼다.
□ 블랙 메시와 레이스, 고딕과 걸리시 무드의 교차
검은색 시스루 소재는 무대의 붉은 조명을 통과시키며 하체의 윤곽과 레이스 패턴을 동시에 드러냈다. 제니가 메시 자락을 양옆으로 펼치거나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는 길게 늘어진 소재의 폭과 움직임이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뷔스티에의 꽃무늬와 작은 리본은 블랙 메시가 만드는 강한 인상을 조절했다. 고딕 스타일에서 자주 쓰이는 검정 레이스와 시스루 소재에 핑크·레드 플라워 패턴을 섞어 어둡고 무거운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구성했다.
벳시 존슨은 레이스와 코르셋, 선명한 색상, 장난스러운 프린트를 함께 사용하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적인 장식과 펑크 요소를 한 벌 안에서 충돌시키는 방식은 1990년대 후반 컬렉션에서도 두드러졌다. 제니의 의상 역시 란제리형 실루엣과 걸리시한 장식, 검은색 메시를 겹쳐 당시 디자인의 성격을 압축했다.
□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의상보다 앞서지 않은 헤어
헤어스타일은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머리카락의 굴곡을 과하게 고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 의상의 레이스와 메시가 만드는 복잡한 질감에 또 다른 장식을 더하지 않았다.
눈매에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적용했다. 블랙과 그레이 계열의 음영을 눈 주변에 넓게 펴고 아이라인을 길게 빼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무대 분위기를 이어갔다. 입술은 윤곽과 볼륨을 살리는 방식으로 마무리해 눈과 입에 시선이 고르게 머물도록 했다.
장신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의상의 리본과 레이스, 꽃무늬를 주요 장식으로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액세서리의 존재감을 낮추면서 1999년 아카이브 디자인의 형태와 소재가 스타일의 중심에 남았다.
□ 붉은 조명 아래 첫 합동 무대
제니는 테임 임팔라가 7월 28일과 29일 미국 보스턴 TD 가든에서 진행한 북미 투어 공연 가운데 한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붉은 조명과 컨페티가 사용된 공연에서 제니와 케빈 파커(Kevin Parker)는 무대를 오가며 ‘드라큘라’ 리믹스를 불렀다.
테임 임팔라는 ‘드라큘라’를 단독으로 공연해왔고 제니도 솔로 무대의 세트리스트에 리믹스 버전을 포함한 적이 있다. 두 아티스트가 함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것은 보스턴 공연이 처음이다. 케빈 파커는 노래를 마친 뒤 제니를 향해 ‘전설’이라고 표현했다.
‘드라큘라’ 리믹스는 2026년 2월 6일 공개됐다. 원곡은 테임 임팔라의 정규 앨범 ‘데드비트(Deadbeat)’ 수록곡으로, 제니가 참여한 리믹스 발매 뒤 빌보드 핫100 10위권에 진입했다. 루미네이트의 2026년 상반기 집계에서는 전 세계 주문형 오디오 스트리밍이 10억회에 근접한 곡으로 소개됐다.
□ ‘노출’보다 선명했던 아카이브의 사용 방식
제니의 스타일은 시스루 소재와 란제리형 구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의상의 인상은 노출에만 머물지 않았다. 1999년 디자인의 플로럴 프린트와 리본, 레이스를 ‘드라큘라’ 무대의 붉은 조명과 연결하면서 의상과 음악의 시대적 간격을 좁혔다.
벳시 존슨의 아카이브를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공연 동선과 움직임에 맞는 형태로 다시 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희소한 빈티지 제품을 찾아 착용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현재의 무대에 맞춰 재구성한 선택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아카이브를 불러오는 셀러브리티 스타일은 레드카펫과 화보를 넘어 라이브 공연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니의 벳시 존슨 룩은 오래된 의상을 전시하듯 착용하기보다 음악의 서사와 조명,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 다시 사용할 때 아카이브 패션의 현재성이 더 선명해질 수 있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