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짜 문화시대⑥] 그래미 분류법, 흑인 음악은 장르·아시아 음악은 지역
‘어번’·‘월드’ 명칭 폐기 뒤 2027년 ‘아시안 팝’ 신설…본상과 별도 부문 사이 남은 백인·영어권 중심 질서
[KtN 신미희 · 박준식기자]제69회 그래미 어워드에 신설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는 음악적 형식만으로 출품작을 가르지 않는다. 아시아 시장에서 시작됐거나 널리 인정받는 팝 음악이어야 하고, 한국어·일본어·중국어를 비롯한 아시아 언어가 노래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K팝과 J팝, C팝은 서로 다른 제작 방식과 시장, 언어를 가졌지만 하나의 ‘아시안 팝’ 부문에서 경쟁한다.
방탄소년단(BTS)은 2026년 7월 29일 정규 5집 ‘ARIRANG’과 수록곡을 2027년 그래미 심사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역과 언어를 넘어 음악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일곱 멤버가 함께 냈다. 그래미 후보 발표 뒤 결과에 반발한 것이 아니라, 출품 접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심사 참여를 거부한 결정이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는 아시안 팝 부문이 아시아 음악을 분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한 작품도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제너럴 필드에 함께 제출할 수 있으며, 새 부문은 더 많은 음악인에게 수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출품 자격만 놓고 보면 아시아 음악을 본상에서 막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2026년 그래미에서는 로제(ROSÉ)와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APT.’가 올해의 레코드와 노래 후보에 올랐고,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Golden’도 올해의 노래 후보에 포함됐다. ‘Golden’은 영상매체 음악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가창 아티스트가 참여한 첫 그래미 수상 기록을 남겼다.
본상 진입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별도 부문의 분류 기준이 적절하다는 판단은 같지 않다. ‘아시안 팝’은 노래의 리듬과 화성, 창법, 악기 구성보다 출발 시장과 사용 언어를 먼저 확인한다. 음악의 소리를 중심으로 나누는 장르명과 달리 지리적 위치와 언어적 정체성이 출품 조건 안에 들어갔다.
한국·일본·중국의 팝 음악은 하나의 음악 형식으로 통일돼 있지 않다. 각국의 음반산업과 방송시장, 아이돌 제작 체계, 공연문화가 다르고 한 국가 안에서도 록·힙합·R&B·전자음악·발라드가 함께 제작된다. ‘아시안 팝’이라는 명칭은 넓은 수상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서로 다른 음악을 미국 밖에서 온 지역 음악으로 묶는다.
그래미의 분류 논란은 2026년에 처음 시작되지 않았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0년 ‘베스트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Best Urban Contemporary Album)’의 이름을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Best Progressive R&B Album)’으로 바꿨다. ‘어번’이라는 단어 대신 음악적 특성과 제작 방식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명칭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같은 해 ‘베스트 월드 뮤직 앨범(Best World Music Album)’도 ‘베스트 글로벌 뮤직 앨범(Best Global Music Album)’으로 바뀌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월드 뮤직’에 식민주의와 민속음악, 비미국 음악이라는 함의가 쌓였다고 인정했다. 서구 음악을 별도의 지역 표지 없이 대중음악으로 놓고, 서구 밖의 음악을 하나의 ‘월드’로 묶었던 명칭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정이었다.
두 차례 명칭 변경은 시상식의 분류 언어가 중립적인 행정 용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레코딩 아카데미가 스스로 인정한 조치였다. ‘어번’은 흑인 음악을 도시와 인종의 이미지에 연결했고, ‘월드’는 미국과 서구를 세계의 기준점으로 놓은 채 나머지 음악을 하나의 외부 범주로 처리했다.
흑인 음악은 미국 대중음악의 외부에서 들어온 주변 문화가 아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노동요와 종교음악, 블루스·재즈·가스펠·R&B·록·힙합은 미국 음악의 형성과 세계 대중음악의 확장에 깊이 들어가 있다. 스미스소니언은 아프리카 음악 전통과 유럽·아메리카 지역의 음악이 결합해 미국 음악문화의 토대가 됐으며, 흑인 음악이 인종과 지역을 넘어 미국 음악의 공통어로 확장됐다고 설명한다.
그래미가 랩 음악에 처음 트로피를 준 시점은 1989년이다. DJ 재지 제프 앤드 더 프레시 프린스(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는 ‘Parents Just Don’t Understand’로 첫 베스트 랩 퍼포먼스 수상자가 됐다. 시상식 주최 측은 새 부문의 수상 과정을 텔레비전 본방송에서 제외했고, 일부 후보들은 방송 배제에 항의해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랩 음악의 존재는 트로피로 인정됐지만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는 방송에서는 뒤로 밀렸다. 별도 부문의 신설이 곧바로 중심부 진입을 뜻하지 않았던 출발이었다. 수상 기회를 늘리는 제도와 시상식의 위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1989년부터 드러났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는 2020년 ‘IGOR’로 베스트 랩 앨범을 받은 뒤 분류 방식에 불편함을 나타냈다. 흑인 음악인이 여러 장르를 결합한 작품을 내놓아도 랩이나 어번 부문으로 들어가는 관행을 비판하며 팝에서 경쟁할 수 없는 이유를 제기했다. ‘IGOR’에는 랩뿐 아니라 솔·펑크·전자음악·팝의 요소가 뒤섞였지만 그래미의 최종 분류는 랩이었다.
흑인 음악인의 장르 실험은 종종 창작자의 인종적 정체성과 연결된 기존 부문으로 되돌아갔다. 백인 아티스트가 흑인 음악의 요소를 사용한 팝·록·댄스 작품은 일반 장르 안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만, 흑인 아티스트의 혼합형 음악은 R&B와 랩이라는 익숙한 칸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래미가 ‘어번 컨템퍼러리’라는 이름을 폐기한 시점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발언이 나온 2020년이었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흑인 음악을 본상과 장르상 사이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남았다. 단어 하나를 고치는 작업보다 투표용지에서 작품이 놓이는 위치와 투표자의 청취 범위가 더 오래 영향을 미친다.
올해의 앨범 수상 기록은 본상과 흑인 여성 음악인 사이의 간격을 숫자로 남겼다. 비욘세(Beyoncé)는 2025년 ‘COWBOY CARTER’로 처음 올해의 앨범을 받았다. 그래미 역사상 올해의 앨범을 받은 흑인 여성은 내털리 콜(Natalie Cole),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로린 힐(Lauryn Hill)에 이어 비욘세가 네 번째였다. 로린 힐의 1999년 수상 뒤 26년이 걸렸다.
비욘세는 2025년까지 그래미 35회 수상과 99회 후보로 그래미 역사상 최다 수상·최다 후보 기록을 보유했다. 장르 부문에서 오랫동안 수상 기록을 쌓은 아티스트가 시상식 최고상인 올해의 앨범을 처음 받기까지 다섯 번째 후보 지명이 필요했다.
‘COWBOY CARTER’는 베스트 컨트리 앨범도 받았다. 흑인 여성이 해당 부문을 수상한 첫 기록이었다. 컨트리 음악 안에 존재해온 흑인 음악의 역사와 흑인 창작자의 참여가 하나의 앨범을 통해 시상식 기록으로 들어온 결과였다.
2025년 수상 결과만으로 그래미가 이전 구조를 모두 벗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67년에 걸친 올해의 앨범 역사에서 흑인 여성 수상자가 네 명에 그쳤다는 숫자와 비욘세의 수상은 함께 읽어야 한다. 변화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변화가 늦었다는 사실이 같은 기록 안에 남아 있다.
2026년에는 배드 버니(Bad Bunny)의 스페인어 앨범 ‘DeBÍ TiRAR MáS FOToS’가 올해의 앨범을 받았다. 스페인어 앨범이 그래미 최고상을 받은 첫 기록이다. 미국 음악산업의 본상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대중음악이 최고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너럴 필드의 범위는 넓어졌다.
2025년 비욘세와 2026년 배드 버니의 수상은 그래미가 백인·영어권 음악만을 본상 수상자로 선택한다는 단선적인 설명과 맞지 않는다. 2026년 후보 명단에서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레온 토머스 3세(Leon Thomas III), 배드 버니가 올해의 앨범에서 함께 경쟁했다. 변화는 실제 후보와 수상 기록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변화가 과거의 구조를 지우지는 않는다. 흑인 음악이 미국 대중음악의 토대를 만들었는데도 장르 부문에서 주로 인정받고, 본상 진입과 수상이 드물었던 기간은 수십 년에 걸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 음악은 미국 안에서 만들어진 흑인 음악과 다른 방식으로 경계 밖에 놓였다.
흑인 음악은 미국 내부의 음악이면서도 R&B·랩·가스펠·블루스 같은 인종화된 장르 안에 집중되는 흐름을 겪었다. 아시아 음악은 외부에서 들어온 음악으로 인식되며 국가와 언어, 시장을 중심으로 분류됐다. 흑인 음악의 장르화와 아시아 음악의 지역화는 같은 역사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미국 흑인 음악의 역사는 창작의 중심성과 제도적 주변화가 동시에 이어진 흐름이다. 아시아 음악은 미국 음악산업의 바깥에서 성장한 뒤 세계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시상식에 진입했다. 흑인 음악은 미국 문화 안에서 만들어졌지만 장르 칸에 머물렀고, 아시아 음악은 글로벌 팝 안에서 소비되면서도 지역명이 붙었다.
두 구조가 만나는 대목은 ‘보편’이라는 이름이다. 백인·영어권 아티스트가 만드는 팝에는 인종과 지역을 설명하는 표지가 붙지 않는다. 흑인 아티스트의 작품에는 R&B와 랩이라는 장르 정체성이 먼저 따라붙고, 아시아 아티스트의 작품에는 K팝과 아시안 팝이라는 지역 정체성이 붙는다.
그래미 규정에 ‘백인 팝’이라는 부문은 없다. 백인 음악을 우대하라고 지시하는 문장도 없다. 개별 투표회원이 인종적 악의를 갖고 표를 행사했다는 사실도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백인우월주의’를 투표 조작이나 회원 개인의 인종 혐오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면 사실의 범위를 벗어난다.
백인·영어권 음악을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일반 범주로 두고, 다른 인종과 지역의 음악에는 정체성 표지를 요구해온 제도적 문법은 문화적 백인우월주의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백인성을 하나의 인종적 특수성으로 표시하지 않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취급하는 구조가 시상식의 부문명과 본상 기록 안에서 반복됐기 때문이다.
‘월드 뮤직’이라는 과거 명칭은 미국 음악과 나머지 세계 음악을 갈랐다. ‘어번’은 흑인 음악을 특정한 도시·인종 이미지로 묶었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두 명칭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름을 바꾼 사실은 분류 언어 안에 역사적 위계가 들어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2027년 아시안 팝 부문은 개혁의 결과이면서 과거 분류 방식의 연장이기도 하다. 아시아 음악인이 그래미를 받을 가능성은 늘어난다. K팝·J팝·C팝이 기존 팝 부문에서 후보 자리를 얻지 못했을 때 별도 부문은 새로운 진입 통로가 될 수 있다.
수상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중심과 주변의 간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시아 음악이 아시안 팝에서 반복적으로 수상하면서 올해의 레코드·노래·앨범에서는 배제된다면 별도 부문은 포용보다 분리 기능을 크게 갖게 된다. 아시안 팝 후보가 제너럴 필드와 팝 부문에서도 함께 경쟁한다면 신설 부문은 추가적인 인정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
첫 후보 명단이 나오기 전까지 두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결론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아시안 팝 부문의 제도적 성격은 2026년 11월 16일 공개될 후보 배치와 2027년 2월 7일 수상 결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후보 다섯 팀의 국적과 사용 언어, 소속 음반사, 미국 내 유통 규모를 살펴야 한다. 아시안 팝 후보 가운데 제너럴 필드와 기존 팝 부문 후보가 얼마나 포함되는지, 아시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형 아티스트가 어떤 비율로 배치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시상 순서와 방송 편성도 중요하다. 그래미는 90개가 넘는 부문 가운데 상당수를 본방송 전에 열리는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시상한다. 아시안 팝 부문을 신설하고도 수상 과정과 음악을 주요 방송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면 1989년 첫 랩 부문이 겪었던 인정과 노출의 간격이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회원 구성도 바꾸고 있다. 2025년 신규 회원은 3800명 이상이었고, 공개된 인종·민족 구성에서 유색인종은 58%, 백인은 31%였다.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20%, 아시아·태평양계는 5%, 남아시아계는 1%로 집계됐다. 신규 회원 가운데 76%가 투표회원이었다.
신규 회원 자료는 변화의 방향을 확인하는 숫자이지 전체 투표회원의 현재 구성을 나타내는 통계는 아니다. 기존 회원을 포함한 전체 유권자 집단에서 각 인종과 지역,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은 신규 가입자 보고서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아시아·태평양계와 남아시아계 신규 회원 비율도 아시아 음악시장의 규모와 다양성을 충분히 대변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0년 흑인 음악인과 업계 종사자의 목소리를 확대하기 위한 블랙 뮤직 컬렉티브(Black Music Collective)를 설립했다. 여성 투표회원 확대와 다양성 연구, 회원 구성 개편도 진행했다. 시상식 내부에서 인종과 성별 대표성 문제가 존재한다는 판단 아래 제도 개선을 시작한 흐름이다.
개혁 조치가 계속됐다는 사실은 그래미를 변화가 불가능한 단일 조직으로 규정하기 어렵게 한다. 회원의 제안으로 부문과 규정이 매년 바뀌고, 흑인 여성과 스페인어 앨범이 연속으로 올해의 앨범을 받았다. 아시아 음악도 2026년 본상 후보와 첫 수상 기록을 만들었다.
개혁의 속도와 방향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대중음악시장에서 이미 세계적인 중심에 들어온 음악을 수년 뒤 별도 부문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은 시장 변화를 뒤따르는 대응에 가깝다. 세계 음악의 흐름을 먼저 포착하기보다 미국 음악산업 안에서 충분한 규모와 요구가 쌓인 뒤 새로운 칸을 만드는 방식이 반복됐다.
아시안 팝이라는 이름에는 음악적 특성과 지역적 정체성이 함께 들어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멜로디 중심의 구성, 상업적 팝 작법, 복합 장르 편곡, 음악과 퍼포먼스·시각적 표현의 결합을 부문의 특성으로 제시했다. 같은 설명 안에 아시아 시장과 아시아 언어라는 조건도 배치했다.
퍼포먼스와 시각적 표현의 결합은 K팝에서 두드러지지만 모든 아시아 팝 음악을 설명하지 못한다. 일본 싱어송라이터의 포크 팝, 중국의 록 밴드, 인도네시아의 R&B, 필리핀의 발라드, 태국의 전자음악은 제작 방식과 시장이 다르다. 지역적 범위가 넓을수록 하나의 부문이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을 충분히 담기 어려워진다.
언어 조건도 경계를 만든다. 아시아 출신 아티스트가 영어로 부른 노래는 아시안 팝 부문의 언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제작한 음악도 아시아 시장과의 연결 정도에 따라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아티스트의 인종과 국적, 활동 시장, 노래의 언어가 서로 다른 시대에 ‘아시아 음악’의 범위를 하나의 규정으로 정하는 작업은 지속적인 충돌을 낳을 수밖에 없다.
BTS의 음악도 한 범주로 고정되지 않았다. 한국어 랩과 팝, R&B, EDM, 록을 오갔고 영어 싱글과 글로벌 협업곡도 발표했다. ‘Dynamite’와 ‘Butter’, ‘My Universe’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였지만 한국어 앨범은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기록이 없다. BTS의 그래미 후보 5회 가운데 세 차례가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였고, 한 차례는 뮤직비디오, 한 차례는 콜드플레이 앨범 참여 크레디트였다.
2027년 신설 부문은 BTS가 한국어로 발표한 음악을 이전보다 쉽게 후보로 올릴 수 있는 통로였다. BTS는 가장 유력할 수 있는 새 통로에 들어가는 대신 분류 방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상 가능성을 포기하면서 제기한 쟁점은 아시아 음악을 더 많이 시상할 것인지보다 어떤 이름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놓였다.
아시아 음악인이 별도 부문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다. 기존 팝과 제너럴 필드에서 후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시안 팝 부문을 없애면 수상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그래미 안에서 아시아 음악인의 이름과 음악을 기록할 현실적인 공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도 성립한다.
별도 부문을 지지하는 입장과 BTS의 불출품 결정은 모두 대표성 확대를 요구한다. 하나는 독립된 수상 공간을 확보해 가시성을 높이려 하고, 다른 하나는 지역별 칸을 거부하고 일반 부문에서 동등한 평가를 요구한다. 목적보다 방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그래미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도 하나만 남아 있지 않다. 아시안 팝 부문을 운영하면서 제너럴 필드와 기존 팝 부문의 투표회원에게 아시아 음악을 접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아시아 각 지역의 음악인과 제작자를 투표회원으로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장르 심사와 투표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에 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별도 부문 후보를 본방송 무대와 주요 시상 순서에 배치하고, 부문 밖에서도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운영이 뒤따라야 한다. 후보 숫자만 늘리고 시청자가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에서는 아시아 음악을 제외한다면 트로피는 중심부 진입보다 주변부 관리에 가까워진다.
2026년 8월 21일 출품이 끝난 뒤 아시안 팝 부문의 첫 경쟁 구도가 정해진다. BTS가 빠진 자리에 어떤 아티스트가 들어가고, 같은 작품이 제너럴 필드와 팝 부문에서도 평가받는지가 제도의 실제 기능을 가를 자료가 된다.
‘백인의 보편성, 흑인의 장르화, 아시아의 지역화’는 모든 후보와 수상자를 하나의 인종 공식으로 설명하려는 문장이 아니다. 미국 대중음악을 만든 흑인 창작자가 오랫동안 특정 장르 안에서 주로 인정받고, 세계 팝시장을 확장한 아시아 음악이 지역과 언어로 다시 분류되는 흐름을 압축한 분석이다.
그래미는 ‘어번’과 ‘월드’라는 명칭을 폐기하며 오래된 언어의 한계를 인정했다. 2025년에는 흑인 여성이 26년 만에 올해의 앨범을 받았고, 2026년에는 스페인어 앨범이 처음 최고상을 차지했다. 같은 시상식은 2027년 아시아 팝을 하나의 지역 부문으로 다시 묶었다.
BTS가 거부한 것은 트로피 한 개가 아니다. 세계적 팝으로 활동해온 음악에 아시아라는 별도 경계를 다시 붙이는 인정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선택이다. 첫 아시안 팝 후보와 수상자, 본상 중복 후보, 방송 편성은 그래미가 지역 부문을 디딤돌로 운영할지 울타리로 사용할지를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