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짜 문화시대⑦] 그래미의 몰락, 세계시장보다 늦어진 미국의 트로피

2012년 3900만명대에서 2026년 1441만명…시상식 영향력은 남았지만 BTS 불출품과 다극화된 음악시장이 흔든 ‘최종 승인권’

2026-08-02     신미희 기자
방탄소년단(BTS,), AMA 대상 다시 품었다…최휘영 “대중음악사에 뜻깊은 발자취”  사진=2026. 05.28  빅히트뮤직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 · 박준식기자]2026년 2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는 CBS와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1441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전년보다 6.4% 줄었고, 2024년 1690만명과 2025년 1540만명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2012년 그래미 시청자가 3900만명을 넘어섰던 기록과 비교하면 미국 안에서 트로피를 지켜보는 인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441만명은 그래미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숫자도 아니다. 2026년 시상식은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모은 시상식이었고, 방송 당일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7480만건의 상호작용과 3억250만회의 영상 조회가 집계됐다. 텔레비전 본방송의 위축과 온라인 확산이 동시에 진행된 셈이다.

그래미의 몰락을 시청률 하락만으로 규정하면 방송시장 전체의 변화를 그래미 한 기관의 실패로 돌리게 된다. 미국의 시상식과 일반 방송은 스트리밍 확산과 시청 방식의 분산으로 장기간 시청자를 잃었다. 그래미도 코로나19 유행기인 2021년 880만명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1240만명, 2024년 1690만명으로 회복했다. 시청률은 다시 올랐고 다시 내려갔다.

시청자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그래미가 세계 음악의 가치를 최종 판정하던 위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변화가 더 크다. 판매량과 방송 노출, 미국 언론의 평가, 그래미 트로피가 하나의 질서 안에서 움직였던 시기에는 미국 시장의 선택이 세계적인 성공과 상당 부분 겹쳤다. 스트리밍과 소셜미디어, 팬 플랫폼이 확산된 뒤 음악은 미국 라디오와 시상식의 허가를 받기 전에 여러 대륙으로 이동한다.

방탄소년단(BTS)은 7월 29일 정규 5집 ‘ARIRANG’을 비롯한 음악을 2027년 그래미 심사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음악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공동 입장을 냈다. 후보에서 탈락한 뒤 나온 항의가 아니라 출품 단계에서 시상식과 거리를 둔 결정이었다.

그래미의 권위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BTS의 불출품도 큰 논쟁이 되기 어렵다. 수상 가능성이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심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선택 자체가 뉴스가 된 이유는 그래미 트로피가 여전히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BTS의 결정은 무의미해진 상을 외면한 행동보다, 남아 있는 권위의 분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행동에 가깝다.

그래미는 BTS를 다섯 차례 후보로 지명했지만 트로피를 주지 않았다. 세 차례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한 차례는 베스트 뮤직비디오, 한 차례는 콜드플레이(Coldplay) 앨범 참여에 따른 올해의 앨범 후보 기록이었다. BTS의 정규앨범이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르거나 BTS의 곡이 올해의 레코드·노래 후보에 오른 기록은 없다.

방탄소년단(BTS)  AMA ‘올해의 아티스트’ 다시 품었다…5년 만의 두 번째 대상 방탄소년단, AMA 통산 두 번째 대상…‘SWIM’까지 3관왕   사진=2026. 05.26  American Music Awards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국 시상식의 인정과 세계시장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는 BTS 이전에도 존재했다. BTS는 간극의 규모와 지속성을 세계 팬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미는 후보 발표와 수상 결과를 기다리는 데 머물지 않고 음원을 번역하고 유통했으며, 차트와 공연 수요, 도시 이동과 소비를 만들었다. 트로피가 없어도 작동하는 문화망이 구축된 뒤 그래미의 승인권은 선택 가능한 권위 가운데 하나로 내려왔다.

세계 음반시장의 숫자도 미국 단일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5년 세계 음반산업 매출은 317억달러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11년 연속 성장이다. 스트리밍 매출은 220억달러를 넘어 전체 매출의 69.6%를 차지했고 유료 스트리밍 계정 이용자는 8억3700만명으로 늘었다.

미국과 캐나다는 여전히 세계 음반매출의 38.7%를 차지하는 최대 지역이다. 2025년 성장률은 3.5%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는 10.9%, 라틴아메리카는 17.1%, 중동·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각각 15.2% 성장했다. 중국은 20.1% 성장하며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시장으로 올라섰고, 멕시코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미국 시장이 작아진 것이 아니다. 세계 다른 지역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음악산업의 매출과 청취 인구가 여러 지역에서 확대되는 동안 미국 음반산업 회원들이 투표하는 그래미가 세계 음악의 유일한 최고 권위를 자처하기는 어려워졌다.

스트리밍은 미국에 진출하지 않은 가수도 국경 밖 청취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유통망을 제공한다. 한국어·스페인어·일본어·아랍어 음악은 미국 방송사가 편성하지 않아도 재생되고, 팬이 만든 영상과 번역,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다른 지역으로 퍼진다. 미국에서 성공한 뒤 세계로 이동하던 순서가 여러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뒤 미국으로 들어가는 방식과 함께 존재한다.

그래미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25년에는 비욘세(Beyoncé)가 ‘COWBOY CARTER’로 처음 올해의 앨범을 받았고, 2026년에는 배드 버니(Bad Bunny)의 스페인어 앨범 ‘DeBÍ TiRAR MáS FOToS’가 최고상을 차지했다. 백인 영어권 팝과 록에 집중됐다는 오랜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실제 수상 기록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영국 언론도 '별점 5점' 폭발, 런던서 13만 아미 떼창 자아낸 BTS의 저력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약 13만 명을 동원하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이후 콘서트 회당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사진=2026. 07.10 빅히트 뮤직 (제이홉)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욘세와 배드 버니의 연속 수상을 단순한 이미지 개선으로만 처리할 근거는 없다. 투표회원이 선택한 결과이며, 미국 음악산업의 평가 범위가 넓어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2026년 배드 버니의 수상 뒤 ‘DeBÍ TiRAR MáS FOToS’의 미국 주문형 스트리밍은 다음 날 1600만회를 넘기며 직전 주 같은 요일보다 240% 증가했다. 베스트 신인상을 받은 올리비아 딘(Olivia Dean)의 전체 음원도 65% 늘었다. 트로피와 방송 공연이 겹치면 음악 소비를 단기간 끌어올리는 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상 직후의 증가분을 그래미 트로피 하나의 효과로만 계산할 수는 없다. 생방송 공연, 언론 보도, 소셜미디어 영상, 팬의 관심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래미가 대규모 노출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확인된다. 신인과 독립 음악인에게 후보와 수상 기록이 공연·유통·언론 접근성을 높이는 자산으로 쓰이는 구조도 유지되고 있다.

그래미의 위기는 영향력의 소멸보다 영향력의 편중과 시간차에서 나타난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규모를 확보한 음악을 뒤늦게 후보로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장르 부문에 머물렀던 아티스트를 수십 년 뒤 본상에서 인정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시장을 발견하는 기관보다 시장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성장한 음악을 뒤따라 기록하는 기관에 가까워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7년 신설되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도 같은 시간차를 안고 있다. K팝이 미국 빌보드 차트와 스타디움 공연, 세계 음반 판매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뒤 아시아 음악을 위한 별도 부문이 만들어졌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K팝·J팝·C팝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의 성장과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BTS는 지역과 언어로 음악을 나누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으며 출품을 거부했다.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을 외면하다가 수상 기회를 확대한 조치와 아시아 음악을 별도의 지역 칸으로 묶은 조치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첫 후보와 수상자가 본상과 기존 팝 부문에서도 함께 평가받는다면 추가적인 인정 통로가 된다. 아시안 팝 부문 안에서만 이름이 반복된다면 세계적인 팝을 지역 음악으로 관리하는 울타리에 가까워진다.

그래미의 대표성 논란은 국적과 언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USC 애넌버그 포용성 연구가 2013년부터 2026년까지 그래미 주요 6개 부문의 후보 크레디트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전체 2987건 가운데 460건으로 15.4%에 그쳤다. 2026년 여성 비중도 19.3%로 전년의 22.7%보다 낮아졌다. 올해의 앨범 후보 가운데 여성 비중은 6.8%, 올해의 레코드는 11.5%였다.

가수만 보면 여성 스타가 시상식의 중심에 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앨범과 노래에 이름이 올라가는 프로듀서·송라이터·엔지니어까지 포함하면 남성 중심 구조가 선명해진다. 2013년부터 2026년까지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 가운데 여성은 2.7%였다. 대형 여성 가수가 무대와 수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음악 제작 권력이 고르게 분산됐다는 판단은 별개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회원 구성을 바꾸고 투표 절차도 손질해 왔다. 2025년 새로 가입한 회원 3800여명 가운데 58%는 유색인종, 31%는 백인으로 집계됐다. 신규 회원의 76%가 투표회원이었으며 절반은 39세 이하였다. 2021년에는 제너럴 필드와 장르 부문의 후보를 추려내던 후보검토위원회를 폐지하고 회원들의 직접 투표 결과가 후보 명단에 반영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포브스코리아 선정 패션 화보가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라스베이거스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압도적인 라이브와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톱클래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사진=2026. 06.01   아미, 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규 회원의 다양성이 전체 투표회원의 현재 구성을 그대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 회원을 포함한 전체 유권자 집단의 인종·성별·국적·활동 지역은 신규 가입자 보고서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새 회원을 늘리는 작업과 기존 권력 구조가 실제 투표 결과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장기간 후보와 수상 기록을 함께 봐야 한다.

그래미는 고정된 제도도 아니다. 회원이 부문과 규정 변경안을 제출하고 이사회가 매년 심사한다. 후보검토위원회를 폐지했고 투표 가능 부문을 줄였으며 글로벌 음악과 무시카 우르바나(Música Urbana), 아프리칸 뮤직 퍼포먼스 등의 부문을 추가했다. 2027년에는 아시안 팝을 포함한 새로운 부문과 투표 방식이 도입된다. 개혁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내부에서도 기존 체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혁의 존재만으로 세계 대표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부문을 세분화할수록 더 많은 음악인이 트로피를 받을 수 있지만,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로 구성된 본상의 기존 경계가 유지될 가능성도 커진다. 세계 여러 지역의 음악이 장르상에서는 인정받고 본상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호명된다면 트로피 수의 확대와 권력의 분산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방송 계약도 그래미가 처한 변화를 반영한다. 그래미는 2026년 시상식을 끝으로 CBS와의 장기 방송 관계를 마치고 2027년부터 ABC·훌루·디즈니플러스에서 동시에 방송된다. 레코딩 아카데미와 디즈니는 2036년까지 이어지는 10년 계약을 체결했고 그래미 이름을 사용한 음악 프로그램도 추가로 제작하기로 했다. 50년 만에 방송사가 바뀌는 이동이다.

지상파 방송 한 곳에서 시청률을 모으던 시상식이 방송·스트리밍·온라인 영상으로 관객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디즈니의 국제 유통망은 그래미가 미국 밖 시청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동시에 시상식의 존속이 트로피 자체의 권위뿐 아니라 생방송 콘텐츠, 광고, 구독자 유입과 영상 재활용 가치에 달려 있다는 산업적 성격도 강해진다.

그래미는 음악을 평가하는 비영리기관의 시상식이면서 거대 미디어 기업이 확보하려는 라이브 콘텐츠다. 수상 결과의 신뢰성과 공연 라인업의 화제성, 스타의 참석 여부, 소셜미디어 영상의 확산력이 한 방송 안에서 결합한다. 작품 평가와 흥행 프로그램의 경계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구조다.

BTS도 그래미 무대와 방송의 흥행 구조 안에 있었다. 후보에 오른 기간 동안 공연자로 참여했고, 미국과 세계 팬은 후보 발표와 시상식 생중계를 지켜봤다. 트로피는 받지 못했지만 그래미는 BTS의 출연을 통해 K팝 팬을 방송 안으로 불러들였고, BTS는 그래미 무대를 미국 대중에게 음악을 알리는 통로로 활용했다.

방탄소년단, 멕시코 15만 관객 매료…대통령실 초청에 1500억 경제효과까지 ...방탄소년단(BTS)의 멕시코 공연은 한류 콘서트를 넘어 도시 교통, 관광 소비, 외교 의전까지 움직인 대형 문화경제 이벤트였다. 사진=2026. 05.12 @bts_bighit 빅히트뮤직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방송 출연과 수상 실패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래미가 BTS를 의도적으로 흥행에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연자 선정과 회원 투표는 서로 다른 절차다. 방송 제작진이 BTS를 주요 공연자로 배치한 결정과 투표회원들이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결과를 하나의 조직적 의도로 연결할 자료는 공개돼 있지 않다.

수상 체계와 방송 흥행이 분리돼 있다는 설명도 팬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같은 그래미 이름 아래 BTS의 공연은 대대적으로 홍보됐고 수상 결과는 반복해서 좌절로 남았다. 시상식은 세계적 팬덤의 관심을 얻었지만 BTS의 음악은 본상 후보로 진입하지 못했다. 제도상 분리와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결과 사이의 간격이 커졌다.

2026년 BTS는 후보 발표를 기다리는 대신 출품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래미 무대가 제공하는 미국 노출보다 자체 앨범과 월드투어, 아미의 유통망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다. 신인이나 독립 음악인에게 그래미는 여전히 놓치기 어려운 기회지만, 이미 세계시장을 확보한 아티스트에게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 아니게 됐다.

그래미의 승인권은 한때 수상자를 세계 음악사의 중심에 배치하고 비수상자를 주변에 남기는 힘으로 작동했다. 스트리밍 시대에는 차트와 공연, 팬덤, 소셜미디어, 지역시장, 다른 국가의 시상식이 서로 다른 권위를 만든다. 그래미 기록이 없는 아티스트도 세계적인 스타디움 투어와 음반 판매, 문화적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다.

트로피의 힘이 줄었다는 판단과 그래미가 여전히 중요한 상이라는 사실은 충돌하지 않는다. 1441만명이 시상식을 시청했고 수상자의 스트리밍은 급증했다. 음반 소개에는 지금도 ‘그래미 수상자’라는 문구가 붙으며, 후보 기록만으로도 언론과 업계의 관심이 커진다.

달라진 부분은 독점력이다. 그래미가 선택하지 않은 음악도 세계시장에서 중심이 될 수 있고,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그래미 심사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 미국 동료 투표의 결과와 세계 청취자의 선택이 다를 때 과거에는 그래미가 최종 기록으로 남았지만, 현재는 시상식의 평가 능력부터 검증 대상이 된다.

‘그래미의 몰락’은 트로피가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했다는 선언이 아니다. 미국 음악산업의 선택을 세계 음악의 최종 판정으로 받아들이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래미는 여전히 가장 강한 음악상 가운데 하나지만 세계 음악을 혼자 정의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

2027년 그래미는 ABC·훌루·디즈니플러스로 방송 영역을 옮기고 첫 아시안 팝 수상자를 선정한다. 후보 명단에는 BTS가 들어가지 않는다. 방송 플랫폼의 확장, 아시안 팝 후보의 본상 중복 여부, 투표회원 구성의 변화, 시청률과 온라인 이용량이 새로운 그래미의 권위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를 가를 자료가 된다.

세계 음반시장은 317억달러로 성장했고 미국 밖 지역의 매출 증가율은 북미를 앞서고 있다. BTS와 아미는 그래미 수상 없이도 앨범과 공연, 플랫폼과 도시를 연결하는 문화권을 구축했다. 그래미가 BTS에 트로피를 주지 않은 기록보다 BTS가 그래미의 승인 경쟁에서 빠져나온 기록이 더 큰 변화를 남겼다.

미국의 트로피가 세계 문화를 판단하던 시대에는 아티스트가 그래미의 문을 두드렸다. 세계 곳곳의 청취자와 직접 연결된 아티스트가 늘어난 지금은 그래미가 달라진 음악을 얼마나 정확하게 듣고 기록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권위를 부여하던 기관이 자신의 권위를 입증해야 하는 위치로 옮겨간 변화가 그래미의 몰락이자 BTS 이후 문화질서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