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뉴에라 28종 협업, 54억달러 광고비가 만든 ‘입는 로고’
음료 판매 늘어도 마케팅비 증가…과거 상표를 모자·티셔츠·골프용품에 재활용, 고스케 가와무라 디자인으로 상품 차별화
[KtN 박준식기자]코카콜라 로고를 앞세운 모자와 티셔츠가 8월 6일 일본에서 판매된다. 뉴에라(New Era)가 내놓는 코카콜라 협업 컬렉션은 모두 28개 모델이다. 골프 라인 11개가 포함됐고, 일본 아티스트 겸 그래픽 디자이너 고스케 가와무라(Kosuke Kawamura)가 참여한 제품은 모자 9개와 티셔츠 5개 등 14개다.
음료회사와 모자회사의 협업에 작가까지 참여했지만 새로운 음료나 독자적인 상징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가 140년 동안 사용해 온 로고와 유리병, 과거 포장 디자인을 뉴에라의 기존 상품에 적용했다. 가와무라는 코카콜라 이미지를 잘게 나누고 재배열해 일반 로고 제품과 차이를 냈다.
28개 모델이라는 숫자도 새로운 창작물의 규모보다 코카콜라 상표를 얼마나 많은 상품으로 나눴는지를 나타낸다. 코카콜라는 음료를 팔고도 남는 로고의 사용 기간을 늘리고, 뉴에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표를 자사 제품에 붙인다. 가와무라의 작업은 반복해서 등장한 코카콜라 로고에 시각적 변화를 주는 수단으로 들어갔다.
매출 7% 늘어난 코카콜라, 광고비도 54억달러
코카콜라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패션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아니다. 올해 2분기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매출은 7%, 영업이익은 9% 늘었다. 아시아·태평양 판매량도 7% 증가했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무알코올 즉석음료 시장의 금액 기준 점유율이 상승했다. 코카콜라 2026년 2분기 실적
본업이 성장하는 동안 광고비도 계속 늘었다. 코카콜라의 광고비는 2023년 50억달러에서 2024년 51억달러, 2025년 54억달러로 증가했다. 2025년 매출 481억달러와 비교하면 11%를 넘는다. 올해 2분기 실적에도 마케팅 투자 증가가 비용 부담으로 반영됐다. 코카콜라 2025년 사업보고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소비재 기업도 광고를 멈추기 어렵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음식점에서는 경쟁 음료와 계속 맞붙어야 한다. 스포츠와 음악, 패션처럼 음료를 마시는 순간 밖에서도 코카콜라 상표를 노출해야 소비자의 선택지에 남을 수 있다.
뉴에라 협업이 연간 54억달러에 달하는 광고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모자와 티셔츠 28개 모델이 코카콜라의 세계 음료 판매량을 움직일 가능성도 크지 않다. 대신 상품 판매와 광고 노출을 한데 묶을 수 있다. 코카콜라가 광고 지면을 사서 로고를 보여주는 대신 소비자가 돈을 내고 로고가 붙은 모자를 구입한다. 모자를 착용할 때마다 상표도 다시 노출된다.
한 번 마시는 음료, 반복해서 쓰는 모자
코카콜라 한 병은 마신 뒤 소비가 끝난다. 모자와 티셔츠는 구입한 소비자가 여러 차례 착용한다. 패션 협업이 음료 매출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상표가 소비자의 일상에 머무는 기간은 길어진다.
상품화할 소재도 이미 쌓여 있다. 1886년 이후 사용한 영문 로고와 붉은색, 유리병, 다이내믹 리본, 과거 광고 문구가 모두 코카콜라의 자산이다. 이번 컬렉션에도 2000년대 이후 사용된 로고와 병 패키지 등이 들어갔다. 새로운 캐릭터나 상징을 만들고 알리는 과정 없이 기존 인지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코카콜라 상표 변천사
패션을 활용한 상표 사업도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코카콜라는 2011년 창립 125주년을 맞아 프랑스 디자이너 장샤를 드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과 티셔츠와 드레스 등을 출시했다. 당시에도 패션 협업은 글로벌 라이선싱과 소매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코카콜라 125주년 컬렉션
이번에는 모자 제작과 의류 생산, 크기별 재고 관리, 판매를 뉴에라가 맡는다. 코카콜라는 별도의 패션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고도 상표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음료 제조와 유통에 쓰던 시설을 건드리지 않은 채 기존 로고가 다른 회사의 제품에서 다시 매출을 만든다.
개별 계약의 로열티와 비용 분담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연간 481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코카콜라의 전체 실적에서 일본 패션 컬렉션이 차지할 몫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코카콜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당장의 의류 매출보다 로고를 음료 매장 밖으로 옮기는 데 있다.
뉴에라가 확보한 28개의 판매 단위
뉴에라의 수익 구조는 더 직접적이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코카콜라 상표를 모자와 의류 판매에 이용할 수 있다. 처음 보는 자체 그래픽보다 코카콜라 로고가 붙은 제품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정체가 드러난다.
28개 모델은 하나의 디자인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방식과 다르다. 모자 형태와 색상, 로고 위치, 의류 종류를 바꿔 재고관리코드(SKU)를 늘렸다. 붉은색 코카콜라 모자와 검은색 모자, 가와무라 디자인, 골프 제품을 따로 구성해 구매층을 나눴다. 하나의 상표로 여러 가격대와 용도의 상품을 확보한 셈이다.
제품 수가 늘어나면 비용과 부담도 함께 커진다. 모델별 생산량을 예측해야 하고 색상과 크기에 따라 재고를 나눠 관리해야 한다. 일부 제품에 수요가 몰리면 인기 모델은 품절되고 나머지는 창고에 남는다. 로고 색상과 배치 차이가 중심인 컬렉션에서는 소비자가 여러 제품을 반복해서 구입할 근거도 약해질 수 있다.
골프 라인 11개 모델은 판매 대상을 스트리트 패션 소비자에만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카콜라 로고가 골프웨어의 기능이나 착용 성능을 높이지는 않는다. 골프 제품의 구매 근거도 기능보다 상표와 디자인에 놓인다. 일반 뉴에라 제품 대신 코카콜라 로고가 붙은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가 충분해야 11개 모델을 편성한 효과가 생긴다.
반복된 로고에 고스케 가와무라 이름 추가
코카콜라와 뉴에라만으로도 협업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전체 28개 가운데 절반에 가와무라의 이름을 더한 까닭은 일반 로고 제품과 시각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와무라의 슈레더 아트(shredder art)는 완성된 이미지를 가늘게 자른 뒤 서로 어긋나게 배치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 글자와 병 이미지는 남아 있지만 윤곽과 색면이 분절되고 반복된다. 소비자는 코카콜라를 알아보면서도 일반 로고 제품과 다른 디자인을 접하게 된다.
슈레더 아트는 이번 협업을 위해 새로 개발한 작업 방식이 아니다. 가와무라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과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원화처럼 이미 알려진 이미지를 잘라 다시 구성하고, 티셔츠 그래픽으로 옮겨왔다. 뉴에라도 2023년과 2024년 가와무라와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새로운 작가나 제작 방식을 실험하기보다 이미 상품화한 디자인에 코카콜라 상표를 더한 구성이다. 2023년 뉴에라 협업 2024년 뉴에라 협업
뉴에라는 기존 협업 경험이 있는 작가를 다시 선택했고, 가와무라는 대중문화 이미지를 의류 그래픽으로 바꿔온 방식을 되풀이했다. 코카콜라 로고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잘게 나눴다. 새로운 소재나 생산기술에 투자하지 않고 세 주체가 보유한 자산을 조합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낮춘 사업 방식이다.
작가의 이름이 붙었다고 모자와 티셔츠가 미술 작품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가와무라의 작업은 코카콜라 상표를 비판하거나 의미를 뒤집지 않는다. 붉은색과 영문 로고, 병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상품 간 차이를 만드는 데 머문다. 예술가의 조형 언어가 기업 상표의 판매 범위를 넓히는 상업 디자인으로 사용된 것이다.
광고를 대신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마케팅
코카콜라·뉴에라·가와무라 협업을 아무런 계산 없이 내놓은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카콜라는 오래전부터 패션 라이선스 사업을 진행했고, 뉴에라는 가와무라와 여러 차례 협업했다. 이미 알려진 상표와 기존 제품, 사용해 온 그래픽을 결합해 개발 위험을 줄였다. 일반 코카콜라 제품과 가와무라 참여 제품을 각각 절반씩 편성해 구매 선택지도 나눴다.
코카콜라가 부담하는 마케팅 비용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2025년 광고비만 54억달러였고 올해도 마케팅 투자는 증가했다. 패션 협업이 기존 광고를 대체한다면 전체 비용이 줄어야 하지만, 코카콜라는 디지털 광고와 스포츠 후원, 글로벌 캠페인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매체비 가운데 디지털 비중이 65%를 넘어섰다. 코카콜라 성장 전략
뉴에라 컬렉션은 대규모 광고를 대신하는 방안이 아니라 기존 마케팅 위에 추가된 상품 사업이다. 코카콜라는 로고 노출 시간을 늘리고, 뉴에라는 협업 제품을 판매한다. 가와무라의 이름과 슈레더 아트는 이미 여러 차례 상품화된 코카콜라 로고를 다시 내놓을 근거를 마련한다.
경제적 성과는 화제성보다 재고 판매 속도에서 갈린다. 소비자가 일부 모자만 선택하면 28개 모델이라는 규모는 오히려 재고 부담으로 돌아온다. 가와무라 참여 제품이 일반 코카콜라 제품보다 높은 가격이나 빠른 판매 속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작가 협업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판매가 집중된다면 같은 로고를 다시 팔면서 가격과 구매층을 나누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8월 6일 판매되는 상품에는 새로운 음료도, 새로운 모자 구조도 없다. 코카콜라의 과거 로고와 뉴에라의 기존 제품, 가와무라가 반복해 온 슈레더 아트를 묶었다. 세 주체 모두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안전한 조합이며, 28개 모델도 하나의 상표를 여러 판매 단위로 늘린 결과에 가깝다.
코카콜라는 음료를 팔면서 한 해 54억달러를 광고에 쓰고, 음료 밖에서는 로고가 붙은 상품을 다시 판매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표도 노출을 멈출 수 없는 소비재 시장의 비용 구조가 이번 협업에 담겼다. 소비자가 돈을 내고 코카콜라 모자를 쓰면 상표의 노출 기간은 길어진다. 로고 배치만 바꾼 제품이 재고로 남으면 세 이름을 붙인 28개 모델도 수많은 라이선스 상품 가운데 하나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