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167①] 세계 최장수 사진전, 사치갤러리서 두 번째 런던 전시

브리스틀 RPS 전시장 주간 115명, 지난해 런던서 2000명 이상…외부기관 협업 확대

2026-08-03     신명준 기자
The World’s Oldest Photography Exhibition Returns to London's Saatchi Gallery. 사진= Léa Che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명준기자]2025년 8월 영국왕립사진협회(Royal Photographic Society·RPS)의 국제사진전(International Photography Exhibition·IPE)이 런던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처음 열렸다. 브리스틀 RPS 전시장에서 개최한 165회의 주간 관람객은 115명이었다. 런던으로 옮긴 166회는 주당 2000명 이상이 찾았다. 167회 전시가 2026년 8월 7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문을 여는 배경에는 관객 규모의 변화가 놓여 있다.

1년 뒤 돌아온 전시에는 사진가 48명의 인화 작품 113점이 걸린다. 지난해 166회보다 참여 사진가는 3명 줄었지만 전시 작품 수는 113점으로 같다. 사치갤러리 1·2관을 사용하고 입장료와 사전 예약은 없다. 세계 각국에서 접수한 사진을 런던의 현대미술 관객에게 직접 연결하는 구성이 2년 연속 이어진다.

2025년 7월 RPS는 자체 전시장과 본부가 있던 브리스틀 RPS 하우스를 매각했다. RPS는 건물 매각 뒤 인근 소규모 서비스 사무실로 본부를 옮겼고, 전시는 미술관·박물관·사진기관과 협력해 개최하는 쪽으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사치갤러리 첫 전시는 자체 공간을 떠난 RPS가 외부 전시장과 협업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RPS는 2018년 건물과 내부 시설·장비를 합쳐 350만파운드에 RPS 하우스를 매입했다. 2025년 매각가는 190만파운드였다. 협회는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지출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건물 매각이 필요했다고 회원 총회에서 설명했다. 자체 전시장을 유지하는 대신 다른 기관이 전시 공간을 맡으면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고 지역별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제시됐다.

사치갤러리는 런던 첼시의 듀크 오브 요크 본부에 자리 잡고 있다. 약 7만제곱피트 규모의 공간에 여러 전시를 동시에 편성할 수 있고, 현재 건물로 옮긴 뒤 누적 관람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9년 등록 자선기관으로 전환한 뒤 유료 기획전과 무료 전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RPS 공개 공모는 신인과 중견·기성 사진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나이와 국적, 장르를 제한하지 않고 디지털·아날로그 사진과 실험적인 제작 방식까지 받는다. 사치갤러리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와 영국에서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해외 작가를 전시해 왔다. 공개 공모 사진전과 현대미술 전시장의 성격이 만나는 부분이다.

사치갤러리가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근거는 없다. 확인되는 선택 조건은 관객 규모와 전시 공간, 외부기관 협업이다. 브리스틀에서 주당 115명이 찾았던 전시가 런던에서 2000명 이상을 만났고, 100점이 넘는 인화 작품을 한 장소에서 무료로 공개할 수 있었다. 첫 개최의 관람 성과가 이듬해 재개최로 이어진 흐름은 RPS 내부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1854년 시작한 국제사진전은 런던과 인연이 깊다. RPS는 1853년 런던에서 창립됐고, 첫 전시는 이듬해 1월 서퍽 스트리트의 영국미술가협회 전시장에서 열렸다. 일반 공개 하루 전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인화 작품 여러 점을 구입했다.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Julia Margaret Cameron), 로저 펜턴(Roger Fenton), 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 폴 스트랜드(Paul Strand)가 역대 전시에 참여했다.

‘167’은 전시가 이어진 기간이 아니라 개최 횟수다. 1854년부터 2026년까지 172년에 걸쳐 167회가 열렸다. RPS는 국제사진전을 동종 전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사진전으로 소개한다. ‘167년 동안 열린 사진전’보다 ‘167회 국제사진전’으로 표기해야 역사와 회차를 혼동하지 않는다.

2025년 마감된 167회 공개 모집에는 사진가 5200명 이상이 이미지 1만 점 넘게 제출했다. 심사위원단은 41개국 사진가 318명을 익명으로 추린 뒤 실제 인화물을 다시 심사했다. 최종적으로 사진가 48명의 작품 113점이 선정됐다. 환경과 정체성, 분쟁, 기억, 공동체, 가족, 문화를 다룬 작업이 포함됐다.

최종 선정작에는 디지털·아날로그 사진뿐 아니라 습판 콜로디온, 시아노타이프(cyanotype), 콜라주, 금박과 화지를 이용한 작품이 들어갔다. 스마트폰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와 달리 종이의 질감과 인화 상태, 작품 크기까지 전시장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사치갤러리 개최는 역사적 사진전의 이름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화 작품 113점을 대규모 현대미술 공간에 배치하는 선택과 연결된다.

30세 미만상은 대만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레아 첸(Léa Chen)의 ‘The Stars That Don’t Look Back’에 돌아갔다. 대만에 사는 여성 3대의 기억과 가족사진, 역사적 사건, 대만 문학을 결합한 연작이다. 붉은 립스틱과 연한 녹색 천, 커튼만 남긴 작품은 인물의 얼굴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생활 물건으로 가족 내부의 기억을 구성한다.

The World’s Oldest Photography Exhibition Returns to London's Saatchi Gallery. 사진= Marcy Palm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IPE상은 미국 작가 마시 팔머(Marcy Palmer)의 ‘Seeds of Strength and Resilience’가 받았다. 약용 식물과 역사적 기록을 이용해 재생산권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연작이다. 검은 바탕에 식물 이미지가 원형으로 놓였고 곳곳에 금빛 선과 조각이 들어갔다. 두 수상 연작은 후속 회차에서 제작 방식과 역사적 배경을 나눠 살펴볼 수 있다.

167회 전시는 8월 7일부터 9월 11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유료 기획전 관람권 없이 1·2관을 찾을 수 있어 사진계 밖의 현대미술 관객도 접근할 수 있다.

런던 전시 이후에는 2026년 10월 24일부터 2027년 1월 9일까지 톤턴 뮤지엄, 2027년 4월 5일부터 28일까지 런던 왕립지리학회에서 순회전이 열린다. 사치갤러리는 2년 연속 첫 전시를 맡고, 톤턴 뮤지엄과 왕립지리학회가 이후 일정을 이어받는다. IPE167의 순회 일정은 2027년 4월 28일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