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XTANT③] 울 리서치 인덱스, 양모와 토지를 잇는 기록

농가 부담이 된 마요르카 양모…생산자·장인·연구자를 연결해 지역 자원으로

2026-08-05     임우경 기자
LOV. Foundation and XTANT Reframe Craft as Living Culture. 사진=LOV. Foundati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마요르카에서 양털은 해마다 깎이지만 섬 안에서 세척하고 가공할 곳은 부족하다. 농장과 협동조합에 쌓아뒀다가 스페인 본토로 보내거나 소각하는 과정에는 추가 비용이 든다. 한때 농가의 수입원이었던 양모가 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부산물로 바뀐 배경이다. 발레아레스 제도 정부 순환경제 사업 자료

2026년 5월 9일 팔마의 벨베르성에 설치된 ‘Sueños de Lana’는 마요르카 양모가 놓인 현실에서 출발했다. 섬의 목축과 양모 전통, 가공산업의 쇠퇴, 재료를 다시 사용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한 공간에 담았다. 전시장에 놓인 양모는 완성된 직물이 아니라 생산과 가공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지역 자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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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ños de Lana’가 마요르카 양모의 현실을 설치작업으로 풀었다면 LOV. Foundation과 XTANT가 공동 개발하는 ‘울 리서치 인덱스(The Wool Research Index)’는 조사와 기록을 맡는다. 두 기관은 양모와 토지, 생산 공동체의 관계를 장기간 축적하고 제작자와 연구자, 농민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카비타 파르마르(Kavita Parmar)가 설립한 XTANT는 전통 섬유를 재료와 제작 기술, 생산 공동체의 관계 속에서 다뤄왔다. 알렉산드라 시먼(Alexandra Seaman)이 설립한 LOV. Foundation은 문화기획과 후원을 통해 조사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공연과 문화여행으로 시작한 양측의 협력이 기록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파트너십의 시간도 연례 행사를 넘어섰다.

울 리서치 인덱스가 다루려는 대상은 양모 한 묶음에 머물지 않는다. 양의 품종과 사육지, 털을 깎는 시기, 섬유의 길이와 강도, 세척과 방적, 염색과 직조, 판매 경로가 하나의 생산망을 이룬다. 지역마다 다른 제작 기술과 재료를 다루는 사람의 경험도 함께 기록해야 양모의 실제 가치가 드러난다.

LOV. Foundation and XTANT Reframe Craft as Living Culture. 사진=LOV. Foundati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마요르카 양모는 섬의 농업과도 맞물려 있다. 산악지대에서 방목되는 양은 올리브밭의 풀과 야생 올리브나무를 관리하고 토양에 거름을 공급한다. 양모의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목축이 토지 관리에서 맡는 역할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섬유 가격만으로 양의 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Son Moragues는 마요르카 양모를 다시 제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원한 직조기로 담요와 쿠션, 러그를 만들고 마요르카 양모의 단단한 성질을 스페인산 메리노 양모와 섞어 활용한다. 마요르카 토착종인 붉은 양의 털은 길고 질긴 특성을 살려 러그와 두꺼운 직물에 사용한다. Son Moragues 양모 작업

LOV. Foundation and XTANT Reframe Craft as Living Culture. 사진=LOV. Foundati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농가에서 나온 양모를 모두 의류나 생활용품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섬유의 오염 정도와 길이, 품질에 따라 다른 사용처가 필요하다. 마요르카 농촌개발단체 Mallorca Rural과 폐기물 관리기업 TIRME, 발레아레스 제도 대학(UIB)은 양모를 퇴비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했다. 세척과 저장, 분해 과정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살피고 농가가 양모를 맡긴 뒤 퇴비로 돌려받는 방식까지 검토했다. 마요르카 양모 퇴비화 실험

마요르카와 메노르카의 지역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한 ‘LLARETSS’도 농업·공예 분야의 양모 사용과 새로운 활용법을 연구했다. 토착 양 품종별 섬유 특성을 살피고 농가의 전정·선별 방식을 개선하며 양모와 관련된 제작자와 산업체를 파악하는 사업이다. 퇴비와 건축재, 직물 등 품질에 맞는 사용처를 나누는 작업도 포함됐다. 스페인 농촌 네트워크의 LLARETSS 사업

발레아레스 제도 정부는 ‘Wooly Sustainable’ 사업에 7만4576.63유로를 지원했다. 마요르카에 양모 처리시설을 마련하고 농가에 품질 관리 교육을 제공하며, 가공한 양모로 판매 가능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전문 일자리 창출도 사업 범위에 들어갔다.

울 리서치 인덱스는 이미 진행 중인 농업·퇴비화·가공 사업을 하나의 정보망에서 살필 수 있을 때 역할이 선명해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양모가 생산되고, 섬유와 퇴비, 건축재 가운데 어느 용도에 적합한지 정리하면 농가는 처리 비용을 줄이고 제작자는 필요한 재료를 찾을 수 있다. 연구기관도 서로 겹치는 실험을 줄이고 축적된 결과를 이어받을 수 있다.

전통지식의 기록 방식도 중요하다. 직조와 염색 기술을 제공한 장인의 이름과 지역, 기록 활용 범위가 함께 남아야 한다. 연구 결과가 제품 개발이나 투자로 이어질 경우 지식을 제공한 제작자와 지역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도 협력 구조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LOV. Foundation과 XTANT는 울 리서치 인덱스를 장기간 갱신하는 공동연구로 설명하고 있다. 참여 국가와 연구기관, 조사 항목, 자료 공개 방식, 첫 결과물의 발간 일정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마요르카에서 진행 중인 공공·민간 사업과의 협력 관계도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LOV. Foundation·XTANT 공동연구 구상

벨베르성에서 예술작품으로 다뤄진 양모가 연구와 생산으로 이어지려면 기록이 농장과 작업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양모의 산지와 성질, 가공할 사람, 판매할 시장을 한 흐름에서 찾을 수 있을 때 인덱스는 문화자료를 넘어 지역 생산의 기반이 된다.

첫 조사 대상과 공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요르카 양모의 생산·가공 지도가 울 리서치 인덱스에 포함되는지, Son Moragues와 LLARETSS를 비롯한 지역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가 다음 단계에서 확인될 내용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