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XTANT④] 공개 전시와 소규모 여정, 두 방식의 문화 접근
Can Vivot·벨베르성은 무료 개방, lov.YATRA는 작업실·문화유산 집중 방문…폭과 깊이로 나눈 프로그램
[KtN 임우경기자]2026년 5월 9일 오전 11시, 팔마 도심의 14세기 고택 Can Vivot가 일반 관람객을 맞았다. 입장료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38개국 작가의 섬유 작업과 제작자 시장이 이어졌고, 오후에는 공예와 이주, 재료의 이동을 다룬 토론과 영화가 열렸다. LOV. Foundation과 XTANT의 문화협력은 초청 인사만을 위한 일정과 시민에게 열린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같은 날 벨베르성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공개됐다. 마요르카 양모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Sueños de Lana’가 설치됐고, 오후 6시에는 LOV. Foundation과 오를리 아난(Orly Anan)이 만든 ‘We Grow in Circles’가 공연됐다. 중세 성곽을 행사장으로 사용한 첫날 프로그램을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면서 파트너십의 주요 작품을 공개 일정에 배치했다.
Can Vivot의 본전시와 제작자 시장은 5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됐다. 토론과 영화 상영도 무료였다. 작품을 감상하거나 구매하려는 방문객뿐 아니라 제작 기술과 섬유문화에 관심 있는 주민과 여행객도 별도의 유료 패스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토론에서는 공예의 미래와 인디고 염색의 이동 경로, 이주와 직물, 국경을 넘는 공동작업, 공예에 남아 있는 성별 구분을 다뤘다. 제작자를 작품 옆에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의 출처와 공동체, 협업 과정에서 지켜야 할 권리를 말할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 프로그램은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이어졌다.
전통 기술을 직접 배우는 워크숍은 소규모 유료 과정으로 나뉘었다. 인도의 반다니(Bandhani) 홀치기염색, 일본의 보로(Boro) 수선과 사시코(Sashiko) 바느질, 은박 블록 프린트, 손자수, 매듭 단추 제작 등이 Can Vivot와 팔마 곳곳의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참가비는 과정별 150유로였고 여러 프로그램이 일찍 마감됐다.
공개 전시가 많은 관람객에게 작품과 제작자를 소개했다면 워크숍은 한정된 인원이 손기술을 직접 익히는 데 시간을 배정했다. 재료 준비와 제작자의 지도, 작업 공간이 필요한 실습은 관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XTANT는 무료 관람과 유료 교육을 나누고, 비용을 내기 어려운 참여자에게는 리더십 프로그램 장학금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lov.YATRA는 전시장을 벗어나 마요르카의 미술관과 작업실, 종교건축, 고택, 농장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운영됐다. 작가와 문화기획자, 문화계 인사가 소규모로 이동하며 일반 관람보다 긴 시간을 한 장소에 머물렀다. 참가자들은 문화유산의 외관보다 보존과 창작이 실제로 이뤄지는 내부를 살폈다.
필라르 이 호안 미로 재단(Fundació Pilar i Joan Miró)에서는 호안 미로(Joan Miró)의 작업실과 기록물, 조각 정원을 둘러봤다. 작업실에 남은 도구와 가구, 미완성 작업의 흔적을 통해 마요르카 시절의 제작 환경을 살피는 일정이었다.
마요르카 대성당 라 세우(La Seu)에서는 일반 관람 동선 밖의 공간까지 방문했다. Can Vivot에서는 건축과 가문이 축적해 온 기록을 접했다. 평소 공개 범위가 제한된 공간을 포함해 건축물의 보존 방식과 현재의 사용을 함께 살피도록 일정을 짰다.
세라 데 트라문타나의 Son Moragues에서는 올리브밭과 농업, 토지 관리, 양모 생산이 이어지는 과정을 다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악 문화경관 안에서 석축과 수로, 목축과 농업이 오랜 시간 결합해 온 방식을 현장에서 살폈다.
음식과 와인도 문화 접근의 한 갈래로 포함됐다. 브루트 레스토랑(Brut Restaurant)에서는 계절 식재료와 발효, 재료를 남기지 않는 조리 방식을 다뤘다. 바 라상(Bar LaSang)에서는 자연 와인과 독립 생산자의 유통 구조를 소개했다. 공예와 농업, 음식이 서로 다른 분야로 흩어지지 않고 지역의 재료와 생산자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XTANT의 무료 전시와 lov.YATRA의 소규모 방문은 관람의 성격이 달랐다. 전시는 누구나 들어와 작품과 대화를 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lov.YATRA는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대신 작업실과 기록물 보관 공간, 농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많은 사람이 짧게 접하는 프로그램과 적은 인원이 깊게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병행한 셈이다.
초청형 일정이 문화협력의 전부로 인식되지 않도록 공개 프로그램의 비중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2026년 XTANT는 본전시와 토론, 영화, 벨베르성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했다. lov.YATRA의 참가 인원과 선정 방식, 참가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범위를 넓히려면 공개·초청 일정별 참여 규모와 지역 주민의 이용 비중도 함께 축적할 필요가 있다.
작업실과 문화유산은 보존 환경과 수용 인원 때문에 무제한 개방하기 어렵다. 제한된 접근 자체보다 소규모 방문에서 얻은 지식이 전시와 기록, 교육을 통해 다시 공개되는지가 중요하다. 미로의 기록물과 마요르카 양모, 지역 제작자의 기술이 lov.gallery와 토론, 울 리서치 인덱스로 이어질 때 비공개 경험도 공공의 문화자료로 확장될 수 있다.
LOV. Foundation과 XTANT는 lov.YATRA를 문화교육과 교류를 위한 장기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다음 마요르카 일정과 참가 방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XTANT는 2027년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차기 전시와 공개 프로그램의 세부 일정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