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XTANT⑤] 마요르카의 땅과 식탁까지 이어진 문화협력

Son Moragues의 토지 재생, Brut의 발효, Bar LaSang의 자연 와인…지역 생산을 문화여정 안으로

2026-08-07     임우경 기자
LOV. Foundation and XTANT Reframe Craft as Living Culture. 사진=LOV. Foundati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마요르카 세라 데 트라문타나의 Son Moragues에서 양모는 직조기보다 올리브밭에서 먼저 시작된다. 양들은 오래된 나무 사이를 오가며 풀과 야생 올리브나무를 먹고 흙에 거름을 보탠다. 봄철에 깎은 털은 선별과 가공을 거쳐 담요와 러그, 쿠션으로 바뀐다. LOV. Foundation과 XTANT는 첫 공동 문화여행 ‘lov.YATRA’의 주요 방문지로 농장을 택했다.

Son Moragues는 발데모사 산악지대에서 500년 넘게 농업을 이어온 곳이다. 300㏊가 넘는 소나무·참나무 숲과 계단식 농지, 과수원, 오래된 올리브밭을 품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황폐해진 농지와 숲을 복원하고 올리브유와 토마토, 직물, 도자기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복원 범위에는 100㏊가 넘는 올리브밭과 300㏊의 숲, 돌담과 수로, 산책로가 포함됐다. 올리브유와 과일, 채소, 저장식품을 생산하면서 농장 안에 도자기와 섬유 작업실도 마련했다. 주변에서 얻은 나무와 돌, 재, 양모를 생활용품으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Son Moragues 재생 사업

농업과 공예를 한 울타리 안에서 운영하는 구조는 lov.YATRA가 마요르카를 바라본 방식과 맞닿는다. 완성된 작품을 전시장에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재료를 생산하는 토지와 제작자, 지역의 식문화까지 문화협력의 범위에 넣었다.

XTANT NOMAD의 양모 설치작업 ‘Sueños de Lana’와 공동연구 ‘울 리서치 인덱스(The Wool Research Index)’도 Son Moragues의 작업과 이어진다. 섬에서 자란 양의 털이 농가의 부담으로 남지 않으려면 세척과 방적, 직조, 판매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 Son Moragues는 복원한 직조기를 이용해 마요르카 양모와 스페인산 메리노 양모를 섞은 생활 직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장의 도자기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과거 기와를 빚던 흙은 접시와 병으로, 석회를 만들던 돌은 생활용품으로 바뀐다. 흰 천을 세탁할 때 사용했던 재는 도자기 유약에 들어간다. 옛 재료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재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다시 설계한다. Son Moragues의 생산 방식

lov.YATRA 참가자들은 농장을 둘러본 뒤 올리브유를 맛보고 토지 관리와 지역 생산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문화유산을 관람하는 일정과 실제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함께 배치하면서 마요르카의 역사와 현재 산업을 한 흐름에서 다뤘다.

호안 미로(Joan Miró)의 작업실과 기록물을 보존한 필라르 이 호안 미로 재단(Fundació Pilar i Joan Miró), 종교 활동과 관람이 이어지는 마요르카 대성당 라 세우(La Seu), 14세기 고택 Can Vivot도 같은 동선에 놓였다. 농장과 작업실, 미술관, 종교건축은 성격이 다르지만 오랜 공간을 현재의 창작과 생산에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음식은 문화여정의 마지막 부속 행사가 아니었다. 브루트 레스토랑(Brut Restaurant)은 계절에 따라 식재료와 메뉴를 바꾸고 발효와 증류, 숙성을 통해 재료의 사용 범위를 넓힌다. 주방에서는 콤부차와 수제 맥주, 사과주, 미드, 마요르카산 쌀로 만든 사케까지 직접 생산한다. 섬의 소규모 와인 생산자가 만든 제품도 함께 취급한다. Brut Restaurant의 운영 방식

LOV. Foundation and XTANT Reframe Craft as Living Culture. 사진=LOV. Foundati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루트를 운영하는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스 힐(Eduardo Martínez-Gil)은 정해진 단품 메뉴 대신 한 차례의 시식 코스를 운영한다. 제한된 인원이 주방을 둘러싸고 앉아 같은 시간에 식사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식재료의 일부만 골라 쓰기보다 발효와 건조, 증류를 거쳐 남는 부분의 사용처를 넓힌다.

바 라상(Bar LaSang)은 마요르카의 자연 와인과 소규모 생산자를 문화여정에 더했다. 2019년 루카스 룬드그렌(Lukas Lundgren)과 에리트레아 윌러비(Eritrea Willoughby)가 문을 연 뒤 자연 와인을 중심으로 한 바와 와인숍을 함께 운영해 왔다. 만토 네그로(Manto Negro), 칼레트(Callet), 포고네우(Fogoneu) 등 마요르카 품종과 지역 생산자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마요르카 자연 와인 생산자와 Bar La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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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LaSang은 병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시음회와 생산자 행사를 열고 자연 와인 축제 ‘Poc a Poc’을 운영했다. 와인을 완성된 상품으로만 다루지 않고 포도를 재배한 사람과 품종, 양조 방식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XTANT가 섬유의 산지와 제작자를 기록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양모와 도자기, 발효 음식, 자연 와인은 모두 생산 속도를 빠르게 높이기 어려운 분야다. 토지와 기후, 숙련된 노동, 기다리는 시간이 결과를 좌우한다. LOV. Foundation과 XTANT가 내세운 재료의 온전성과 추적 가능성, 제작 공동체에 대한 존중은 마요르카의 농업·음식 일정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었다.

문화여행이 지역에 남기는 몫은 앞으로 수치로 확인돼야 한다. 2026년 XTANT에는 38개국 작가 87명이 참여했지만 마요르카 거주 제작자의 비중과 작품 판매액, 행사 수수료, 지역 생산자에게 지급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lov.YATRA의 참가 인원과 지역 작업실 방문 뒤 이어진 구매·전시·제작 계약도 별도로 발표되지 않았다.

파트너십이 장기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 성과를 가늠할 범위도 넓어진다. 지역 작가의 국제 전시 참여, 농가 양모의 구매량, 장학생의 후속 작업, 울 리서치 인덱스에 포함되는 마요르카 생산자 수가 구체적인 기록이 된다. 식사와 방문으로 끝난 관계가 다음 생산과 연구로 이어질 때 문화여정의 지역 환원도 확인할 수 있다.

LOV. Foundation과 XTANT는 다음 lov.YATRA 일정과 마요르카 지역 협력자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XTANT는 2027년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추가 장학생과 울 리서치 인덱스의 첫 조사 대상, Son Moragues를 비롯한 지역 생산자의 참여 범위가 장기 문화협력의 다음 일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