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AI 글쓰기는 키우고 ‘AI 슬롭’은 신고받고…피드 정화의 이중성
자체 생성 기능으로 게시 문턱 낮춘 뒤 이용자 신고로 분류 모델 보정…삭제·제재·이의 제기 기준은 공개하지 않아
[KtN 최기형기자]링크드인이 지난 7월 30일 ‘Seems like AI slop’ 신고 기능을 공개했다. 이용자가 AI로 양산한 저품질 콘텐츠라고 판단한 게시물과 댓글을 직접 표시하는 기능이다. 같은 시기 링크드인은 게시물 초안을 AI로 고쳐주던 ‘Enhance your post’를 종료했다. 한쪽에서는 AI 글쓰기를 지원하고, 다른 쪽에서는 AI의 흔적이 짙은 글을 이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한 제품 전략의 충돌이 메뉴 안에서 드러났다.
게시물 오른쪽 위 점 세 개 메뉴에서 신고 항목을 누르면 해당 글은 신고자의 피드에서 사라진다. 선택 결과는 링크드인의 저품질 콘텐츠 분류 모델을 조정하는 신호로 쓰인다. 신고가 접수된 게시물을 자동으로 삭제하거나 작성자를 제재하는 방식은 아니다. 연결망 밖 추천 콘텐츠와 제안 게시물에서 노출을 줄이는 자동 분류 체계와 이용자 피드백을 결합한 구조다.
회원은 피드에서 거슬리는 글을 치우는 동시에 링크드인의 모델 학습에 필요한 판정 데이터를 제공한다. 플랫폼이 자체 AI 작성 기능으로 콘텐츠 생산 비용을 낮춘 뒤, 늘어난 저품질 게시물을 가려내는 노동은 다시 이용자에게 돌아왔다. 신고 결과를 통해 개선된 분류 모델과 추천 시스템은 링크드인의 자산으로 남는다.
링크드인이 규정한 ‘AI 슬롭(AI slop)’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모든 콘텐츠를 뜻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매끄럽지만 작성자의 고유한 관점과 전문성,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한 저비용 양산물이 감축 대상이다. 자동화 도구로 대량 게시한 댓글과 원문을 되풀이할 뿐 새 정보를 보태지 않는 반응도 포함된다. AI로 문장을 다듬는 행위는 허용하되 글에는 작성자의 경험과 목소리가 남아야 한다는 기준이다.
AI 활용과 AI 슬롭을 가르는 선은 공개된 기술 규정이나 객관적인 작성 이력이 아니라 플랫폼의 분류기와 이용자의 인상에 놓여 있다. 작성자가 AI로 어느 정도까지 문장을 고쳤는지, 글에 얼마나 많은 개인 경험이 들어가야 저품질 판정을 피할 수 있는지, 매끄러운 문체와 기계적인 문체를 어떤 방식으로 구별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링크드인은 AI를 사용했는지보다 글이 ‘비진정성 있게 느껴지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리 스리니바산(Hari Srinivasan) 링크드인 생태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AI와 슬롭이 같은 개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AI로 다듬고 있으며, 작성자의 목소리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AI 탐지기의 판정만 작성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실제 이용자의 평가를 분석 대시보드에 비공개로 표시하는 방식도 시험할 예정이다.
작성자 표시 기능의 시행 시기와 신고 횟수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 신고자의 활동 이력과 신뢰도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경쟁 계정이나 반대 의견을 겨냥한 반복 신고를 어떻게 걸러내는지, 작성자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신고가 일정 횟수를 넘으면 노출이 줄어든다는 설명도 없다. 이용자 참여는 늘렸지만 판정 권한과 집행 기준은 플랫폼 내부에 남겨둔 셈이다.
링크드인은 AI 글쓰기 기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개인과 기업 페이지용 AI 작성 도구는 8월 3일 현재 공식 도움말에서 ‘더 이상 제공되지 않음’으로 표시돼 있다. ‘Enhance your post’를 대신할 기능은 작성자의 목소리를 바꾸지 않고 문장을 교정하는 형태로 예고됐다. 출시일과 지원 언어, 무료·유료 계정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새 교정 기능이 AI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내용도 없다.
생성형 AI가 작성자의 초안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기능은 거두고, 사람이 만든 문장을 보조하는 기능은 남기는 방향이다. AI를 배제하기보다 플랫폼에 유용한 AI와 피드 품질을 떨어뜨리는 AI를 구분해 관리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이용자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유지하라고 요구하면서 링크드인은 교정 기능과 콘텐츠 분류, 추천 시스템 전반에서 AI 활용을 계속한다.
스리니바산이 공개한 회사 집계로는 하루 수십만 건의 자동 댓글 시도가 차단되고 있다. 대량 게시 등을 포함한 기타 자동화 시도 차단량은 최근 두어 달 동안 수십억 건에 달했다. 링크드인은 AI 슬롭과 일반적인 저품질 게시물을 식별하는 신규 분류기도 확대하고 있다. 수치는 현재 차단 규모일 뿐 전월이나 전년 대비 증가율을 포함하지 않는다. 자동 게시물이 ‘폭증했다’는 추세 판단으로 확대할 근거는 아직 없다.
링크드인은 초기 시험에서 반복적이고 일반적인 콘텐츠를 94% 비율로 정확히 식별했다고 발표했다. 평가 표본의 크기와 언어별 구성, 94%의 산출 방식, 사람의 글을 AI 양산물로 잘못 분류한 비율은 함께 공개하지 않았다. 작성자의 연결망 안에서는 게시물이 유지되고 연결망 밖 추천 영역에서 확산을 줄이는 방식이어서 외부 이용자는 자신의 글이 얼마나 제한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AI 탐지업체 팽그램(Pangram)이 7월 9일 공개한 분석에서는 링크드인의 높은 AI 작성 비중이 포착됐다. 4월 24일 크롬 확장 프로그램 출시 뒤 연구용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 이용자들의 링크드인·미디엄·서브스택·X·레딧 콘텐츠 100만2627건이 분석 대상에 들어갔다. 50단어를 넘는 글만 포함됐으며, 250단어를 넘는 콘텐츠는 장문으로 분류됐다.
링크드인 장문 콘텐츠 4만6243건 가운데 41%가 팽그램 모델의 ‘완전 AI 생성’ 범주에 들어갔다. 댓글을 제외한 장문 게시물 4만4350건에서는 40.5%가 AI 생성, 4.3%가 사람과 AI의 혼합 작성, 55.2%가 사람 작성으로 판정됐다. 링크드인 콘텐츠는 전체 분석량의 약 3분의 1이었지만 AI 생성으로 분류된 콘텐츠의 62%를 차지했다.
41%를 링크드인 전체 게시물의 확정 비율이나 AI 슬롭의 규모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팽그램의 ‘완전 AI 생성’ 범주에는 AI 출력물을 그대로 옮긴 글뿐 아니라 대부분을 AI가 작성했거나 최초 초안을 AI가 만든 글도 포함된다. 탐지 모델은 실제 작성 이력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콘텐츠의 정보 가치와 허위성, 스팸 여부도 측정하지 않았다.
표본도 링크드인 전체 게시물에서 무작위로 추출되지 않았다. AI 탐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정보 제공에 동의한 이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된 글만 수집됐다. 참여 인원과 지역·언어·직군별 구성, 원자료와 신뢰구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팽그램은 거짓양성률을 0.01% 수준이라고 제시했지만 회사 자체 평가치다. 모델카드에는 목록과 지침, 기술 설명, 정형화된 문구가 다른 글보다 잘못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의사항도 적혀 있다.
프로필과 기업 페이지 인증 확대도 AI 슬롭 대응책에 포함됐다. 링크드인은 인증 회원이 1억 명을 넘었으며 프로필 조회와 입사지원, 댓글과 대화에서 인증 회원을 가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인증은 신원과 직장, 공식 기업 페이지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인증받은 이용자도 AI 문장을 게시할 수 있고 공식 기업 페이지도 자동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 콘텐츠의 인간 작성 여부와 정확성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링크드인이 자체 AI 글쓰기 기능을 없앤 결정은 제품 전략을 수정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피드 품질 저하를 인식한 기업이 사용하던 기능을 그대로 둔 채 이용자만 단속하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AI 작성 기능이 저품질 콘텐츠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기능 도입 과정에서 예상했던 부작용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8월 3일 현재 신고 기능은 순차 확대 단계이며 작성자 대시보드 표시는 시험 예고 상태다. 링크드인은 AI로 글을 쓰는 통로를 열어 콘텐츠 공급을 늘렸고, 저품질 게시물을 분류하는 판단은 회원에게 요청하고 있다. 교정과 추천, 분류에는 AI를 계속 사용하면서 플랫폼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AI 콘텐츠는 노출을 낮추는 구조다. 신고 임계값과 이의 제기 절차, 오탐 처리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 한 피드 정화와 기업의 이중성 사이의 간격은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