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 82% ‘이력서 스펙 많다’…공고 2.3개, 지원서 12.7개

중소기업 희망층 64.4% ‘직무 설명 부족’…학점·어학점수·출신학교는 직무 연관성 낮아도 기재, 선택란도 사실상 필수로 체감

2026-08-03     임우경 기자
청년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채용공고에 표시된 요구 스펙은 평균 2.3개였지만 실제 입사지원서에는 평균 12.7개의 스펙 기재란이 있었다. 공고를 읽을 때보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 마주하는 항목이 평균 5배 넘게 많았다. 신입 채용을 준비했거나 경험한 청년 515명 가운데 82.0%는 최근 작성한 이력서의 스펙 기재란이 많다고 답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7월 30일 공개한 ‘신입 채용공고·입사지원서에 대한 인식 조사’는 7월 6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희망 기업별 응답자는 중견기업 165명, 대기업 141명, 중소기업 129명, 공기업·공공기관 44명, 스타트업 29명, 기타 7명이었다.

이력서 기재란 수를 묻자 ‘많다’가 43.9%인 2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매우 많다’는 38.1%인 196명이었다. 515명 중 422명이 이력서에 입력해야 하는 스펙이 많다고 평가했다. ‘적다’는 16.5%인 85명, ‘매우 적다’는 1.5%인 8명에 머물렀다.

82.0%는 ‘많다’와 ‘매우 많다’를 더한 값이다. 설문 보기에는 ‘적정하다’나 ‘보통이다’가 없어 422명이 모두 ‘과도하다’라는 표현을 직접 선택한 결과는 아니다. 문항 구성을 감안하더라도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다수가 이력서 기재란을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받아들였다는 흐름은 뚜렷하다.

공고 2.3개와 지원서 12.7개는 515명 인식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기업 채용자료 분석에서 나온 수치다. 교육의봄은 2025년 6월부터 10월까지 매출액 1000대 기업 가운데 잡코리아에 하반기 신입 채용공고를 올린 기업의 공고와 입사지원서를 비교했다.

공고에 명시하는 자격요건과 입사지원서에서 수집하는 정보의 성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12.7개 항목을 모두 불필요한 스펙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지원자는 공고에서 확인하지 못한 정보를 입사지원서에서 추가로 요구받았고, 각 항목이 실제 평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기 어려웠다.

직무 연관성이 낮다고 느끼면서도 작성한 항목을 복수로 고르게 하자 학점이 58.1%로 가장 높았다. 어학점수는 42.3%, 출신학교는 38.1%였다. 학점과 어학점수의 필요성은 직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상당수 지원자는 요구 이유와 직무 연관성을 납득하지 못했다.

학력의 주간·야간 구분과 학점, 지도교수까지 입력하도록 한 양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자격증이나 어학점수보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해 달라는 요구도 주관식 답변에 담겼다. 기업이 항목별 수집 목적과 평가 비중을 밝히지 않으면 지원자는 가능한 모든 빈칸을 채워야 안전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선택’ 표시는 부담을 충분히 덜어내지 못했다. 선택 항목을 쓰지 않으면 무성의해 보일까 신경 쓰였다는 응답이 49.3%였고, 선택이지만 사실상 필수처럼 느껴졌다는 응답은 45.8%였다. 갖춘 스펙이 없어 작성하지 못한 뒤 불이익을 걱정했다는 응답도 43.5%에 달했다.

한 응답자는 “이력서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많지만 실제 평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없어 부담이 된다”고 적었다. 선택란을 비워도 감점하지 않는지, 서류 평가에서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선택’은 기업의 안내가 아니라 지원자의 판단과 책임으로 남는다.

지원자가 내야 하는 정보의 양과 달리 기업이 제공하는 직무 정보에 대한 평가는 팽팽했다. 채용공고의 직무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응답은 53.2%, 구체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46.8%였다. 회사 소개가 충분하다는 응답도 53.6%,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46.4%였다.

기업 규모별 교차분석에서는 격차가 커졌다. 직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중소기업 희망자 64.4%, 대기업 희망자 31.3%였다. 중소기업 희망자의 52.7%는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 양식에 불만족했고, 61.2%는 회사 소개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고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중소기업 희망자 57.3%, 중견기업 희망자 50.9%로 나타났다. 실제 팀 분위기와 협업 방식, 담당 업무, 수행 과업, 입사 후 맡게 될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중소기업 희망층의 응답은 중소기업 채용공고 전체를 직접 평가한 결과가 아니다. 희망 기업별 지원 횟수와 직무 구성도 공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서 정보 부족을 호소한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고의 구체성이 실제 지원자 수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의 신입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 양식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5.3%,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44.7%였다. 기존 채용서류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결과는 아니다. 입사지원서가 지원자의 능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47.8%에 달해 만족도와 평가 효용은 별개의 문제로 갈렸다.

자격요건이 직무 수행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62.8%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37.2%보다 높았다. 부담은 자격요건 자체보다 필수요건과 우대사항의 경계에서 커졌다. 우대사항이 ‘사실상 필수처럼 느껴졌다’는 응답은 47.6%, ‘너무 많다’는 응답은 35.7%,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응답은 33.6%였다.

경력을 우대한다는 문구에서 ‘경력 있는 신입’을 요구받는다고 느끼거나, ‘학력 무관’ 공고에 학력·전공 우대가 붙으면 지원 의지가 꺾인다는 답변도 나왔다. 기업이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붙인 우대사항이 구직자에게는 지원 가능성을 가르는 진입 기준으로 읽힌 셈이다.

기업 채용담당자 385명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의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전문성과 직무 능력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선호 인재상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 63%, 협업·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 62%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26%는 AI 인재 추천 서비스를 이용했다. AI 기반 채용 서비스를 사용하는 담당자들은 인재 추천 40%, 서류평가 26% 등의 기능을 활용했다. 

기업이 AI로 지원자를 추천하고 서류를 평가하는 동안 일부 구직자는 생성형 AI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자기소개서가 늘어나 변별력을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공지능 이용률과 작성 비중은 별도로 조사되지 않아 전체 구직자의 인식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휴먼인더루프(Human in the Loop)는 AI의 업무 과정에 인간의 판단을 남겨두는 원칙이다. 채용에서도 AI 도입보다 먼저 평가할 역량을 정하고 지원자에게 기준을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AI가 많은 지원자를 빠르게 분류하더라도 입력 정보와 평가 기준은 기업이 정한다. 직무와 관련성이 불분명한 학점·어학점수·학력 정보를 그대로 넣으면 기존 스펙 중심 평가가 자동화된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 AI 채용의 공정성은 기술의 속도보다 평가 항목의 타당성과 결과를 검토하는 사람의 판단에서 갈린다.

응답자 모집 경로와 연령·성별·학력별 구성, 확률표집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515명의 응답을 전체 청년층의 대표값으로 일반화하기보다 채용서류에서 반복되는 부담을 포착한 인식조사로 활용하는 편이 적절하다.

교육의봄은 8월 중순 대안형 모델인 ‘온스펙 역량지원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에 연결해 지원자가 준비한 능력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설계한 양식이다. 공개 이후에는 기업과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보급과 적용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 기업과 실제 채용 적용 범위는 후속 협의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