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경제③] 맞춤형 뷰티, 추천에서 생산까지
퍼스널컬러·피부 진단 뒤 립·염색·향수·주얼리 연결…개인화가 바꾼 상품과 유통
[KtN 임우경기자]피부 톤을 재는 기기가 얼굴색을 읽으면 로봇팔이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아모레퍼시픽의 톤워크는 피부색을 측정한 뒤 125개 색상 가운데 적합한 색을 골라 현장에서 제품을 제조한다. 소비자는 진열대에 놓인 완제품을 고르는 대신 자신의 피부색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받아 든다. 고객이 매장에 도착한 뒤 생산이 시작되는 판매 방식이다.
퍼스널컬러 상담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 가운데 어울리는 색을 추천한다. 피부 측정과 현장 제조가 결합하면 진단 결과가 제품의 색과 배합을 결정한다. 맞춤형 뷰티가 제품 추천에서 소량 생산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립스틱과 염색, 주얼리는 색상 진단 결과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품목이다. 봄 라이트에는 밝고 부드러운 색을, 겨울 다크에는 명도가 낮고 선명한 색을 제안하는 식이다. 향수는 색상보다 향의 선호와 사용 목적, 생활 습관을 따로 살펴야 한다. 색과 피부 상태, 체형, 향 선호를 각각 진단한 뒤 하나의 고객 정보로 정리하면 화장품과 헤어, 패션, 향수 매장이 같은 소비자를 서로 다른 상품으로 만날 수 있다.
CMK이미지코리아 조미경 대표는 “K뷰티는 화장품이 아니라 스타일의 연출이지요”라고 말했다. 화장품 한 개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머리와 의상, 액세서리까지 개인의 이미지에 맞춰 제안하는 서비스가 K뷰티의 범위를 넓힌다는 설명이다. 퍼스널컬러와 스타일 진단이 소비자의 구매 목록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상담업체와 제품 판매업체의 접점도 많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립스틱을 고르기 위해 화장품 매장에 가고, 머리 색을 바꾸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다. 주얼리와 향수는 다시 다른 매장에서 산다. 개인별 진단 결과가 여러 매장에서 함께 사용되면 소비자는 품목이 바뀔 때마다 선택을 처음부터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판매자는 고객에게 맞는 제품군을 빠르게 좁힐 수 있다.
진단 결과를 상품 판매에 적용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상담업체가 제품 목록을 건네는 방식이 있고, 화장품 매장이 진단과 판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도 있다. 이미 생산된 제품을 유형별로 묶어 판매하거나 고객이 고른 색을 현장에서 배합할 수도 있다. 상담료와 제품 가격을 따로 받는 곳도 있고, 진단 비용을 상품 구매에 포함하는 프로그램도 구성할 수 있다.
현장 제조는 화장품 매장의 운영 방식도 바꾼다. 완제품 색상을 모두 진열하는 대신 기본 내용물과 색소, 배합 장비를 갖추고 주문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매장 직원에게는 제품 설명뿐 아니라 진단과 기기 운용, 위생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대량 생산한 제품을 진열하던 공간에 상담과 제조 업무가 들어오는 셈이다.
법에서 정한 맞춤형화장품의 범위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맞춤 추천보다 좁다. 제조하거나 수입한 화장품 내용물에 다른 화장품 내용물 또는 허용된 원료를 섞거나, 내용물을 나눠 담아 판매하는 제품이 맞춤형화장품에 해당한다. 판매업자는 시설을 갖춰 신고해야 하며 혼합과 소분 과정에는 품질과 안전을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다. 퍼스널컬러 결과에 맞춰 기존 립스틱을 추천하는 행위는 법에서 정한 혼합·소분과 구별된다.
2026년에는 소규모 판매업자의 인력 부담을 낮추는 제도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7월 8일 입법예고된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샴푸와 린스, 바디클렌저, 액체 비누를 소분해 판매할 때 교육을 받은 종업원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립과 파운데이션의 색소를 혼합하는 영역까지 허용 범위가 넓어진 것은 아니다. 소분 판매의 진입 부담을 낮추면서 색조 화장품의 혼합에는 기존 안전관리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이다.
개인화된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피부색과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이나 손이 가지 않는 립스틱을 반복해서 사는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반면 진단 결과를 근거로 화장품과 염색, 의류, 주얼리를 새로 구매하면 전체 지출은 늘어날 수 있다. 업체에는 객단가를 높일 기회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추천의 정확성과 가격을 함께 따져야 하는 거래가 된다.
추천의 신뢰도와 제조 안전도 따로 관리해야 한다. 색상 진단이 달라지면 추천 제품도 바뀌고, 배합 과정이 일정하지 않으면 같은 고객이 다시 주문한 제품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 사용한 원료와 배합 비율, 제조일, 상담 결과를 기록해야 재주문과 소비자 대응이 가능하다. 개인화가 정교해질수록 매장에 남겨야 할 정보도 많아진다.
맞춤형 뷰티는 대량 생산을 없애는 산업이 아니다. 대량 생산된 기본 제품에 개인별 진단과 추천, 현장 배합을 더해 새로운 매출을 만드는 산업이다. 상담 결과가 립과 파운데이션, 염색, 향수, 주얼리 구매로 이어지고 같은 정보로 제품을 다시 주문할 수 있을 때 개인화는 일회성 체험을 넘어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유료 진단 건수와 제품 구매 전환율, 재주문율이 축적되면 맞춤형 뷰티가 만든 매출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