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①] UAE 정부가 첫 고객, 이재명정부는 지원사업부터 배치

정부 수요와 공급 기반의 다른 선택…상용화 성과는 반복계약에서 판가름

2026-08-03     최기형 기자
[AI 콘텐츠①] UAE 정부가 첫 고객, 이재명정부는 지원사업부터 배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2026년 4월 23일 아랍에미리트(UAE) 내각은 향후 2년 안에 연방정부 부문·서비스·운영의 50%를 에이전틱 AI(Agentic AI)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 절차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변화 감지와 분석, 권고, 업무 실행을 연속적으로 처리하도록 정부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한다는 내용이다. 장관과 기관 책임자의 평가에도 도입 속도와 이행 수준을 반영하기로 했다. 

6월 14일에는 AI·디지털경제·원격근무응용 사무국, 통신디지털정부규제청의 디지털정부 부문, UAE 데이터사무국 기능을 AI·데이터청으로 통합했다. 내각 직속 기관 한 곳이 국가 AI 전략과 공공 데이터, 디지털정부 표준, 연방·지방정부 사업 조정을 맡는다. 정책 발표에 이어 조직과 책임 체계까지 두 달 안에 재편하면서 정부가 AI의 초기 수요자와 실증 파트너로 참여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재명정부는 연구개발과 인프라, 정책금융을 먼저 늘렸다. 2026년 AI 분야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하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추가 구매, 독자 AI 모델, 산업·생활·공공 분야 도입을 함께 추진했다. 2월 25일 확정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에는 99개 실행항목과 326개 정책권고가 담겼다. 12대 전략분야 가운데 ‘인공지능 기반 문화강국’을 별도로 두고 K-문화와 K-콘텐츠 제작·유통에 AI를 결합하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UAE는 정부가 사용처를 만들고 기술기업을 연결하는 수요 중심 모델에 가깝다. 한국은 연구개발과 제작지원, 인력양성, 펀드로 기업의 공급 역량을 넓힌 뒤 민간시장과 해외시장으로 확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 규모와 산업 구조가 다른 만큼 어느 한쪽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두 정책의 성과는 지원액이나 도입기관 수보다 기술기업이 반복적으로 계약을 확보하고 콘텐츠 제작비와 기간을 줄였는지에서 갈리게 된다.

아부다비 정부 수요와 두바이 민간시장 결합

아부다비 정부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디지털 전략에 130억디르함을 투입한다. 정부 운영의 주권형 클라우드 채택률과 업무 디지털화·자동화율을 각각 100%로 높이고, 공공서비스에 200개가 넘는 AI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보안과 장기 운영이 필요한 통합 시스템을 정부가 먼저 도입하고 기술기업에 개발·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두바이는 기업 설립과 투자 유치, 고객 연결에 무게를 둔다. 2024년 문화창조산업 분야에서 971건의 그린필드 외국인직접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투자 유입액은 188억6,000만디르함, 신규 일자리는 2만3,517개로 집계됐다. 프로젝트 수는 전년보다 8%, 투자액은 약 60%, 고용은 9% 증가했다. 광고·홍보, 영화·미디어·게임,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기업서비스, AI·머신러닝·클라우드 소프트웨어가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2022년 두바이 문화창조산업의 부가가치는 219억6,000만디르함으로 지역내총생산의 4.6%를 차지했다. 관련 기업은 4만7,544개, 종사자는 17만5,727명으로 집계됐다. 아부다비가 공공 수요와 연구·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고 두바이가 기업과 자본, 미디어·광고 고객을 모으는 분업 구조가 형성돼 있다. 

콘텐츠 AI 시장은 별도의 단일 산업보다 영상 제작, 음성·더빙, 광고, 콘텐츠 분석, 추천, 권리관리 기능이 기존 산업에 들어가는 분산형 시장에 가깝다. 기반 모델과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기업, 장르별 응용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 AI 결과물을 검수·수정하는 제작사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시장 규모를 하나의 숫자로 산출하기 어려운 대신 번역·더빙, 후반작업, 광고 제작처럼 비용과 시간을 바로 비교할 수 있는 분야부터 도입이 진행되는 구조다.

UAE 정부 수요는 콘텐츠 기술의 초기 사용처를 넓힌다. 다국어 정책 설명과 관광 안내, 공공 미디어 제작, 민원 질의응답, 정보 검색, 홍보물 배포와 모니터링에는 텍스트·음성·영상 AI가 함께 필요하다. 정부기관에서 납품 실적을 확보한 기업은 방송사와 광고회사,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영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아랍어와 영어, 여러 이주민 언어가 함께 사용되는 환경도 다국어 AI의 성능과 현지 적합성을 검증할 수 있는 조건이다.

UAE는 단일 내수시장보다 걸프협력회의(GCC) 시장 진출을 위한 실증 거점에 가깝다. UAE에서 확보한 아랍어 현지화 경험과 제작·유통 파트너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어 표준어와 걸프·레반트·이집트 방언의 차이, 종교·문화 표현, 국가별 미디어 규정은 현지 언어 전문가와 제작자의 검수를 요구한다. 자동번역과 음성합성이 초벌 작업을 줄이더라도 최종 검수 비용까지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 

K-컬처 AX, 제작지원과 정책금융의 공급 기반

한국의 2026년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예산은 1,515억원이다. 2025년 1,062억원보다 42% 늘었다. 14개 사업에서 신규 연구 62건을 선정해 4월부터 7월까지 연구기관 선정과 협약을 진행했다. ‘K-컬처 AI 산소공급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콘텐츠 제작 기술과 저작권 기술,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에 연구비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모태펀드 문화계정 6,500억원과 영화계정 818억원을 합친 콘텐츠 정책펀드 조성 목표는 7,318억원이다. 문화산업보증 공급계획도 2,527억5,000만원으로 잡혔다. 연구개발비가 기술의 개발과 검증을 지원한다면 정책펀드와 보증은 영화·방송·게임·웹툰 기업의 제작과 사업 확대를 뒷받침한다. AI 기술기업과 IP 보유기업, 제작사가 공동 프로젝트를 구성할 수 있는 금융 기반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6월 10일 배포된 공공부문 AI 도입·활용 가이드는 서비스 구축 전 과정을 기획·예산·계약·구축·운영의 5단계로 표준화했다. 공공기관이 AI 모델과 GPU를 공동 이용하고 기관 내부 문서를 먼저 찾아 답변하는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을 우선 검토하도록 했다. 8월 28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범정부 AI 공통 기반의 우선 이용을 규정한다. 한국도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정부가 AI 서비스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는 중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영화·방송·게임·웹툰·음악처럼 제작공정과 수익모델이 다른 분야가 함께 움직인다. 단일 정부 시스템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UAE 방식보다 장르별 제작사와 기술기업의 협업, 정책금융, 민간 플랫폼의 구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여러 제작사가 각자의 IP와 작업 방식에 맞는 기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공급 중심 정책의 장점이다.

공공 수요와 콘텐츠 지원을 연결할 여지도 남아 있다. 다국어 관광 안내, 공공문화 아카이브 검색, 장애인용 자막·음성 서비스, 해외 홍보물 현지화는 정부가 장기 구매자가 될 수 있는 분야다. 행정 분야에서 만든 기획·예산·계약·운영 표준을 문화·관광 공공서비스에 적용하면 지원기업이 첫 유료계약을 확보하고 민간시장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넓어진다.

시장 통계와 상용화 통계의 분리

UAE의 130억디르함은 아부다비 정부 전체의 디지털 전환 투자액이며 콘텐츠 AI 전용 예산은 아니다. 두바이의 971건도 문화창조산업 전체 투자 프로젝트 수다. 두 수치를 AI 콘텐츠 시장 규모나 상용화 실적으로 환산하려면 콘텐츠 분야 계약액, 적용 범위, 운영기간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연방정부 50% 목표에는 적용 범위와 기준선, 기존 자동화와 에이전틱 AI를 구분하는 방식, 비용 절감 목표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기관 평가와 도입 속도를 연결한 집행 구조는 정책 추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목표 비율이 기술의 실효성보다 먼저 관리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별 계약금액과 운영 성과를 공개해야 50%라는 숫자가 행정 분야의 수인지, 서비스의 수인지, 실제 업무량의 비중인지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의 공개 성과는 연구비와 협약, 펀드 조성액, 교육 인원처럼 공급 측 수치에 집중돼 있다. 8월 3일 현재 공개된 정부 현황에서는 AI 콘텐츠 지원기업의 유료계약 전환율, 지원 종료 후 재계약률, 작품당 제작비와 제작기간의 변화, 해외 매출을 하나로 연결한 통계를 찾기 어렵다. 정책펀드 7,318억원도 콘텐츠 산업 전체 목표액인 만큼 AI 제작기업과 기술기업의 실제 투자 비중을 따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양국 성과표에는 정부·민간의 유료계약 금액, 같은 고객의 반복 발주율, AI 도입 전후 제작 원가와 기간, 지원 종료 뒤 발생한 민간 매출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창작자 보상액과 저작권 처리비용, AI 산출물의 수정·폐기율까지 공개하면 기술기업의 매출 증가가 제작 현장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UAE의 2년 이행 시계는 2028년 4월까지다. 한국의 문화체육관광 신규 연구 62건은 2026년 4~7월 협약 단계에 들어갔고, 범정부 AI 공통 기반 이용을 규정한 개정 법률은 8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26년 하반기부터 양국이 공개할 계약금액과 반복 발주율, 제작 원가, 민간 매출이 정부 수요와 공급 지원 가운데 어느 정책 경로가 콘텐츠 시장에 더 빠르게 정착하는지를 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