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뷰티경제의 미래, 누가 뷰티를 말하는가

제품에서 진단·체험·데이터로 넓어진 K뷰티…마지막 선택은 소비자에게

2026-08-04     임우경 기자
APEC 2025 K-뷰티 현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얼굴 아래로 진단천이 한 장씩 바뀐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피부색을 분석하고, 로봇팔은 측정값에 맞춰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외국인 관광객은 항공편을 타기 전에 서울의 퍼스널컬러와 메이크업 상담부터 예약한다. 화장품을 고르는 과정이 상담상품이 되고, 얼굴을 분석한 결과는 다시 화장품 구매로 이어진다.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액이 중국을 넘어섰고 한국 화장품은 216개국으로 나갔다. 수출 114억 달러는 K뷰티가 제품으로 확보한 시장을 나타낸다. 수출 통계 밖에서는 제품을 골라주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매출을 만들고 있다.

화장품 기업은 오랫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해 왔다. 광고에 등장한 피부와 입술, 계절마다 발표한 유행색이 소비자의 구매를 움직였다. 지금은 상담자와 예약 플랫폼, 인공지능이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 들어왔다. 소비자가 무엇을 살지 결정하기 전에 색을 분류하고 얼굴을 분석하며 구매 후보를 좁힌다.

퍼스널컬러는 선택의 기준이 상품으로 바뀐 분야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던 진단은 8·12·16유형으로 세분됐다. 45분짜리 사계절 진단과 70분짜리 12유형 진단이 스탠더드와 프리미엄으로 구분돼 판매된다. 색을 더 많이 나눌수록 상담 시간과 컬러칩, 진단천과 교육 과정도 늘어난다.

세밀한 분류는 수십 개의 립스틱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여준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명도와 채도를 먼저 확인하고, 판매자는 추천할 제품군을 좁힌다. 상담 결과는 립스틱과 염색, 의류와 주얼리를 고를 때 다시 사용된다. 색을 골라주는 일이 화장품과 헤어, 패션 소비를 연결하는 유료 서비스가 됐다.

조미경 CMK이미지코리아 대표는 “K뷰티는 화장품이 아니라 스타일의 연출이지요”라고 말했다. 제품 한 개의 품질만으로 K뷰티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화장품과 머리, 의상과 액세서리를 개인에게 맞춰 제안하는 서비스가 제품 밖의 매출을 만들고 있다.

맞춤형화장품은 상담 결과를 생산으로 옮긴다. 피부색을 측정하고 125개 색상 가운데 적합한 파운데이션을 현장에서 제조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소비자는 진열대에 놓인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대신 자신의 피부색으로 만든 제품을 받아 든다. 제품이 소비자를 기다리던 매장에서 소비자가 도착한 뒤 제품을 만드는 매장으로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K뷰티의 서비스 매출을 키울 고객이다. 대만 소비자 100명 가운데 58명은 한국 여행에 뷰티나 스타일링 체험을 넣을 의향을 밝혔고, 퍼스널컬러 분석은 37%로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화장품 수출에서는 제품이 국경을 넘는다. 뷰티 관광에서는 소비자가 한국으로 들어와 상담과 메이크업, 헤어에 비용을 지불한다.

여행 의향이 곧 매출은 아니다. 설문조사의 관심이 예약과 결제, 화장품 구매로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외국인 유료 상담 건수와 결제액, 상담 이후의 제품 구매가 집계돼야 뷰티 관광의 규모도 계산할 수 있다. 관심을 경제로 바꾸는 것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실제 거래다.

인공지능은 소비자가 제품을 만나는 순서를 다시 바꾸고 있다. 피부와 피부 톤, 두피·모발, 퍼스널컬러 진단을 QR코드로 연결하고 결과를 종합하는 서비스가 공개됐다. 한 번 저장한 진단 결과는 신제품 추천과 재주문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얼굴 정보는 온라인몰에서 소비자의 다음 구매를 고르는 기준으로 남는다.

경상북도 K-뷰티 공동관. 대구한의대학교 이예지 학생이 HLB 화장품 '미인실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데이터를 가진 업체는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을 먼저 제안할 수 있다. 봄 라이트 고객이 자주 사는 립 색상과 특정 피부 톤에서 반품이 많은 파운데이션을 비교하면 제품 구성과 생산량을 조정할 근거가 생긴다. 상담 기록과 구매 내역이 연결될수록 추천은 정교해지고 재구매를 권할 시점도 빨라진다.

분류가 많다고 사람이 더 정확하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마다 8톤의 세부 명칭이 다르고 진단천과 조명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인공지능도 학습에 사용한 피부색과 촬영 조건을 벗어나면 추천의 정확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봄 라이트라는 이름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동안에는 유용하지만, 다른 색을 선택하지 못하게 막는 순간 좁은 규칙이 된다.

얼굴 정보는 제품 추천에 쓰이는 숫자이기 전에 개인의 정보다. 개인을 인증하거나 식별하려고 얼굴 특징값을 추출하면 생체인식정보로 다뤄진다. 뷰티업체는 얼굴 사진을 보관하는 기간과 사용 목적, 인공지능 학습 여부와 외부 제공 범위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진단을 받지 않거나 저장된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선택도 보장해야 한다.

앞으로 뷰티산업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곳은 화장품을 많이 생산하는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가 처음 접하는 진단 화면을 만든 기업, 색을 분류하는 상담자, 상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예약을 연결하는 플랫폼도 구매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 판매보다 먼저 소비자의 얼굴과 취향을 해석하는 주체가 늘어났다.

뷰티경제의 미래는 사람을 더 잘 분류하는 기술에만 달려 있지 않다. 소비자의 선택 시간을 줄이고 구매 실패를 낮추면서도 다른 취향을 허용하는 서비스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진단과 추천의 정확도, 유료 상담 건수, 제품 구매 전환율과 재주문율이 쌓여야 기술과 체험의 경제적 가치도 확인된다.

제조사는 제품을 말하고 상담자는 색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추천을 내놓고 플랫폼은 예약을 받는다. 정부는 제조와 개인정보의 허용 범위를 정한다. 산업이 소비자의 얼굴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뷰티를 말하는 마지막 목소리는 소비자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