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미국·남미 순방③] 1,375조원 AI 협력의 실체, 계약·투자·발효로 확인할 순방 성과
공급협력과 투자액, 광물 매장량과 확보 물량, 협상 재개와 협정 발효 분리…개인 신뢰는 제도·계약으로 전환 필요
[KtN 박준식기자]9,500억달러 반도체 협력, 약 5GW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억8,000만 명의 메르코수르 시장.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샌프란시스코·남미 3개국 순방에서 제시된 숫자들이다.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와는 희토류·구리·리튬 협력문서를 체결했고, 아르헨티나산 원유 수입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이어진 7박 11일 일정은 AI에 필요한 기술·자본·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핵심광물을 하나의 경제안보 전략으로 묶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기업과 계약·투자 논의를 진행했고, 남미에서는 정상 공동성명과 정부 간 양해각서, 통상협의체 복원을 선택했다. 기술기업이 움직이는 미국과 자원정책·광권·통상규범이 중요한 남미에 서로 다른 외교 수단을 적용했다.
공동성명과 업무협약, 통상협의체 복원은 기술·자본·자원·시장에 접근하는 정부 채널을 넓혔다. 경제적 성과 대부분은 현금이 집행되거나 물량이 인도된 단계보다 공급협력 예상액, 협상 재개, 기존 사업 지원에 놓여 있다. 공동성명과 MOU, 계약, 최종투자결정, 착공, 생산, 수입, 협정 발효를 서로 나눠야 발표 규모와 실제 성과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9,500억달러와 3,130억달러, 협력액과 운용자산 구분
삼성전자·브로드컴의 2,000억달러와 SK·글로벌 빅테크의 7,500억달러를 더한 9,500억달러는 향후 5년간 반도체 공급·파운드리 협력 규모다. 국내 설비에 새로 투입되는 자본만을 합산한 투자액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문서는 업무협약이며 SK 협력의 최소 구매량, 가격, 취소 조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매출 성격의 반도체 공급, 위탁생산, 설비투자를 한 숫자에 넣으면 경제효과의 발생 시점이 흐려진다. 메모리 공급은 제품이 인도되고 대금이 지급될 때 매출이 되며, 파운드리 협력은 고객의 칩 설계와 수율·생산 일정이 따라야 한다. 국내 투자는 공장과 장비에 들어오는 자본지출로 잡힌다. 정부 집계표가 세 항목을 분리해야 기업 매출과 국내 투자, 고용효과를 따로 계산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6곳의 투자협력 MOU에서 거론된 3,130억달러도 한국 투자 약정액이 아니다. 참여 벤처캐피털 6곳의 전체 운용자산이다. 국내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는 금액은 공동펀드 결성액과 개별 투자계약이 나온 뒤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엔비디아·브룩필드의 100억달러 AI 팩토리 구상은 사업조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10억달러 투자는 네이버의 별도 확정 금융조달을 전제로 하고, 브룩필드의 최대 90억달러 지원은 비구속적 조건합의서 단계다. 2028년 200MW 확장과 장기 1GW 구상 사이에는 부지·전력망·용수·장기고객·금융종결이 놓여 있다.
약 5GW 데이터센터는 엔비디아 B200 기준 GPU 약 200만 장으로 환산됐다. 환산치는 설비 구상의 크기를 설명하지만 GPU가 이미 발주·인도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터센터별 확정 용량과 전력망 접속 계약, 최종투자결정, 착공·준공일, GPU 인도량과 가동률이 함께 나와야 실제 공급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남미 매장량과 한국 확보량 사이에 놓인 정제·인허가
브라질 핵심전략광물 공동성명과 칠레·아르헨티나 양해각서는 정책정보 교환, 투자기회 발굴, 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틀이다. 문서에는 한국 기업의 광산 지분과 연간 구매량, 가격 공식, 정제시설 위치, 상업생산일이 공개되지 않았다. 남미의 광물 매장량이 곧바로 한국 기업의 확보 물량이 되지는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핵심광물 투자가 9% 감소했고 리튬 기업의 자본지출은 약 40% 줄었다고 집계했다. 주요 에너지광물의 최대 정제국 평균 점유율은 2025년 72%로 2023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남미는 세계 구리 광산 생산의 약 40%, 리튬 생산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지만 역내에서 정제하는 주요 에너지광물은 채굴량의 약 5분의 1에 그친다. 채굴보다 정제·가공의 다변화가 늦은 구조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지배적 공급국 밖에서 정제시설을 건설하면 자본비가 20~150% 이상 높고 운영비는 평균 50%가량 더 들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남미 광물 공급망을 넓히려면 광산 지분과 장기 구매계약뿐 아니라 정제·가공 기술, 전력과 물, 철도·항만, 가격 하락 때도 사업을 유지할 금융장치가 필요하다. 보조금·정책금융·구매보증이 들어갈 경우 정부와 기업이 부담할 공급망 안전 비용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
브라질은 현지 부가가치와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칠레 광산은 물 부족과 환경규제가 생산비에 영향을 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헌법상 광물 소유권을 가진 주정부가 광권·환경·용수 절차를 맡는다. 중앙정부와 맺은 MOU만으로 투자 일정과 생산량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광산명·주정부 승인·지역사회 협의·금융조달·정제국·첫 선적일이 발표돼야 공급망 성과가 물량으로 확인된다.
협상 재개·최종 타결·발효는 서로 다른 통상 단계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은 브라질·아르헨티나 정상과 연내 협상 재개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메르코수르의 마지막 공식 회의는 2021년 6차 협상이었다. 차기 회의 날짜와 대표단, 협상 의제가 확정돼야 공식 재개가 이뤄진다. 우루과이·파라과이·볼리비아를 포함한 역내 조정도 필요하다.
한·칠레 FTA 현대화는 2018년 시작돼 2024년 4월까지 9차례 협상이 진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 협상을 출범시킨 것보다 멈춘 협의를 복원한 성격이 크다. 상품 추가 개방과 디지털·환경·노동 규범의 미타결 분야, 차기 회의와 서명 목표일이 공개돼야 진전 폭을 판단할 수 있다.
한·아르헨티나 이중과세방지협정은 협상문안을 최종 타결한 단계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한국을 협상 완료·서명 대기 국가로 분류한다. 서명과 양국 국내 절차, 발효·적용일이 남아 있어 기업의 세부담이 이미 줄었다고 볼 수 없다. 세율별 변화와 적용 기업 수는 협정문 공개와 발효 뒤 계산할 수 있다.
2억8,000만 명의 메르코수르 시장은 한국 자동차·부품·기계·전자·식품의 수출기회를 넓힌다. 협정은 메르코수르 농축산물의 한국 시장 접근도 확대한다. 관세 양허표와 민감 품목, 검역 기준, 원산지 규정, 국내 산업 영향평가가 없는 단계에서는 수출 편익과 농축산업 조정비용을 합산한 순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룰라·카스트·밀레이와 만든 실용외교의 폭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진보 성향의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 칠레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보수·시장주의 노선에 가깝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에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정상 간 유대를 강화하고, 칠레·아르헨티나에서는 광물·통상·에너지를 앞세워 합의를 만들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정치적 성향이 다른 남미 정부에 적용한 일정이다.
룰라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1년 동안 다섯 차례 만났고 5개월 사이 상호 방문을 마쳤다. 브라질은 10월 4일 대통령선거 1차 투표와 10월 25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정상 간 친분은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정권 변화 뒤에도 작동하려면 2026~2029년 행동계획, 경제·통상위원회, 예산과 기업계약으로 옮겨져야 한다.
밀레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빠르게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아르헨티나의 원유·가스·리튬 사업은 주정부 권한과 외환·금융 여건, 수출 인프라의 영향을 받는다. 정상의 정책 성향이 가까워도 기업의 경제성과 지방정부 승인, 장기 금융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국 정부와의 정상회담보다 빅테크·벤처자본 접촉을 택했다. 남미에서는 정상 공동성명과 정부 간 양해각서, 협의체 복원에 집중했다. 미국의 AI 수출통제·관세·기술규범 같은 정부 간 현안은 샌프란시스코 일정의 성과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간 기술외교의 속도와 국가 간 규범외교의 공백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2028년 G20·유엔해양총회, 확보된 지위보다 의제 공조가 성과
이 대통령은 취임 뒤 러시아를 제외한 G20 회원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마쳤다. 브라질·아르헨티나와의 정상외교는 2028년 한국의 G20 의장국 활동을 준비하는 협의 기반을 넓혔다. 한국의 2028년 G20 의장국 수임은 2025년 G20 정상회의에서 이미 정해진 일정이다. 이번 순방이 의장국 지위를 새로 확보한 것은 아니다.
한국과 칠레의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 공동 개최도 2025년 6월 확정됐다. 한·칠레 정상회담의 성과는 공동 개최권 획득보다 준비 공조와 해양·남극 의제 협력을 재확인한 데 있다. 공동문안과 의제, 재정기여, 사업 참여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남미 3국과의 다자외교 협력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는 대미·대중 관계와 자국 산업정책에 따라 사안별 입장을 정한다. 정부가 순방 성과로 제시한 '국제사회의 우군'은 한반도 평화, 공급망, 해양, 기후, 통상 분야의 협력국을 넓혔다는 의미로 한정해 읽는 편이 정확하다. 정상회담 횟수보다 국제기구 공동제안과 표결, 기금·사업 참여가 외교적 지지의 크기를 확인해 준다.
외교적 추진력 확보…경제성과는 계약·집행으로 확인
7박 11일 순방은 미국의 기술·자본, 한국의 제조 역량, 남미의 자원·시장을 하나의 경제안보 구상으로 묶었다. 6월 국내에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내놓은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빅테크와 투자자를 만나고,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에서 핵심광물·에너지·통상 협력망을 넓혔다. 브라질에서는 전략광물과 에너지, 칠레에서는 광물·FTA·해양,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원유·조세 협력을 논의했다. 정치 노선이 다른 남미 3개국과 산업 수요에 맞춘 경제의제를 각각 마련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된 9,500억달러는 국내 신규 투자액이 아니라 향후 5년간 반도체 공급·생산 협력을 합산한 금액이다. 3,130억달러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입하기로 약정한 자금이 아니라 참여 벤처캐피털의 전체 운용자산이다. 핵심광물 문서는 정책 협의와 기업 지원의 틀이고, 메르코수르 무역협정과 한·칠레 FTA 현대화는 협상 단계에 있다. 아르헨티나산 원유는 시범 도입 뒤 상업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중과세방지협정은 서명과 국내 절차, 발효가 남았다. 현재 확보된 성과는 자원·시장 접근 통로와 후속 협의체이며, 현금과 물량으로 잡히는 경제효과는 계약·투자·발효 뒤 집계된다.
삼성전자·SK·현대자동차그룹·네이버와 미국 빅테크는 순방에서 발표된 대형 민관 프로젝트의 주요 참여자다. 정부는 인허가와 세제, 전력망·산업용수, 정책금융을 뒷받침한다. 정부 지원액과 기반시설 비용의 부담 주체, 중소기업의 연산자원 이용조건, 국산 장비 조달률, 지역별 고용·세수 실적을 사업별로 공개해야 대규모 프로젝트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말까지 메르코수르 공식 협상 일정과 한·칠레 FTA 차기 회의, 한·아르헨티나 이중과세방지협정 서명, 경제공동위원회·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 개최 여부가 드러난다. 협상 재개 합의가 실제 회의로 이어지고 협정문이 서명 단계로 넘어가는지를 확인하는 첫 일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후속 절차는 한·메르코수르 협상 재개, 한·아르헨티나 이중과세방지협정 서명, 경제공동위원회·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 재가동으로 이어진다. 2027년에는 아르헨티나산 원유의 연간 계약물량과 도착가격, 광물 공동사업의 한국 기업 지분과 장기 구매량, AI 데이터센터의 프로젝트금융 종결과 전력망 접속 일정이 순방 성과의 실제 규모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