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시리즈|누가 이 자전거를 타는가③] Kith x Cinelli, 자전거 대신 ‘라이더의 모습’을 팔다
헬멧·저지·빕쇼츠를 같은 색과 로고로 묶어…‘레이스 핏’ 소개와 다른 상품별 실루엣
[KtN 김상기기자]Kith x Cinelli 컬렉션에 들어가려면 슈퍼코르사를 살 필요가 없다. 일본 가격으로 3만7180엔짜리 저지나 7480엔짜리 사이클링 캡을 고르면 된다. 자전거가 없어도 같은 색과 로고를 입을 수 있다.
자전거와 함께 나온 제품은 헬멧과 저지, 빕쇼츠, 윈드재킷, 사이클링 캡, 바테이프와 그래픽 티셔츠다. 짙은 녹색 계열의 ‘Stadium’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Kith와 Cinelli의 로고를 반복해서 넣었다. 자전거 한 대의 외형을 머리부터 상의와 하의까지 사람의 옷차림으로 옮긴 구성이다.
일본 판매가는 헬멧 9만6800엔, 윈드재킷 5만6650엔, 빕쇼츠 5만2800엔, 저지 3만7180엔, 사이클링 캡 7480엔이다. 다섯 제품을 모두 사면 25만910엔이다. 자전거에 감는 바테이프 8250엔과 1만2100∼1만2980엔인 그래픽 티셔츠는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레이스 핏’이라고 묶었지만 저지는 여유로운 형태
Kith는 컬렉션 소개에서 저지와 빕쇼츠, 윈드재킷을 ‘레이스 핏’의 사이클링 의류라고 설명했다. 개별 상품 페이지에 적힌 내용은 조금 다르다.
저지는 몸에 밀착되는 경기용 형태가 아니라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안내돼 있다. 소재는 폴리에스테르 95%와 엘라스테인 5%다. 앞면 전체를 여닫는 지퍼와 네 개의 뒷주머니, 옷이 말려 올라가는 것을 막는 실리콘 그리퍼를 달았다. 자전거용 저지가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넣었지만 몸에 붙는 정도는 일반적인 레이스 핏과 다를 수 있다.
윈드재킷도 여유로운 형태다. 100% 폴리에스테르 원단에 방풍막을 넣고, 목 부분에는 통기용 소재를 덧댔다. 앞지퍼 안쪽에는 바람을 막는 덮개가 달렸다.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가벼운 재킷으로 소개됐지만 무게와 수납 크기는 상품 설명에서 찾기 어렵다.
빕쇼츠는 몸에 붙는 형태로 안내됐다. 폴리아미드 73%와 엘라스테인 27%를 섞은 원단을 사용하고 등판에는 메시를 넣었다. 어깨끈은 마이크로파이버 탄성 소재로 만들었으며, 안장과 몸이 맞닿는 부분에는 고밀도 Cinelli 패드를 댔다.
컬렉션 전체를 ‘레이스 핏’이라고 부르기에는 상품별 차이가 크다. 빕쇼츠는 몸에 붙지만 저지와 윈드재킷은 여유로운 형태다. 구매자가 소개문만 보고 같은 크기를 고르면 상의와 하의에서 서로 다른 착용감을 받을 수 있다.
핏의 차이는 표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용 저지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에 밀착되는 형태가 많고,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사이클링 의류는 움직임과 체형을 고려해 여유를 둔다. Kith 컬렉션은 두 용도를 한 색과 로고로 묶었지만 상품별 성격까지 같지는 않다.
MET 헬멧, 로고만 바꾼 장식품은 아니다
헬멧 제작에는 이탈리아 업체 MET가 참여했다. 바탕이 된 제품은 Trenta MIPS다. 폴리카보네이트 외피와 3K 카본 복합재 케이지를 사용하고, 비스듬한 충격에서 발생하는 회전력을 줄이기 위한 MIPS 장치를 넣었다. 턱끈은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앞쪽에는 Kith 모노그램과 Cinelli 로고를, 뒤쪽에는 Kith 로고를 배치했다. 기존 성능 헬멧에 색과 공동 로고를 입힌 방식이다. 티셔츠처럼 외형만 갖춘 기념품과는 구별된다.
Kith는 속도와 가벼운 착용감, 통풍과 편안함을 강조했다. 일본 상품 페이지에는 헬멧 중량과 통풍구 수, 안전 인증 규격이 적혀 있지 않다.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헬멧과 무게와 통풍 성능을 비교할 자료가 판매 페이지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가격은 9만6800엔이다. Kith와 Cinelli의 로고가 없는 MET Trenta MIPS와 어떤 사양 차이가 있는지, 공동 도색과 로고가 가격에 얼마만큼 반영됐는지는 상품 설명만으로 나눠 보기 어렵다.
머리부터 자전거 손잡이까지 같은 무늬
사이클링 캡은 면 80%와 폴리에스테르 20%를 섞었다. 앞면과 옆면에 두 브랜드의 로고를 넣었다. 바테이프는 충격을 줄이고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 EVA 소재로 제작했으며, 표면 전체에 Kith 모노그램을 새겼다.
캡은 머리, 저지는 상체, 빕쇼츠는 하체, 바테이프는 자전거와 손이 닿는 부분에 놓인다. 헬멧까지 더하면 라이더와 자전거에 드러나는 표식이 같은 색과 로고로 이어진다.
개별 제품보다 전체 차림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한 셈이다. 슈퍼코르사를 소유하지 않아도 저지와 빕쇼츠, 헬멧을 함께 착용하면 캠페인 사진 속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한정 자전거의 외형을 더 많은 사람이 의류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자전거는 적게 만들고 입구는 넓혔다
슈퍼코르사는 수량이 적고 가격이 높다. 의류와 액세서리는 자전거보다 많은 고객이 접근할 수 있다. 한정 자전거가 컬렉션을 알리는 장면을 만들고, 저지와 티셔츠, 캡이 소비 범위를 넓힌다.
자전거가 관심을 끌고 의류가 실제 매출을 맡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Kith와 Cinelli는 품목별 생산량과 판매량,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컬렉션 페이지에는 헬멧과 캡, 바테이프 등 일부 제품이 품절로 표시됐지만 준비 수량은 나오지 않았다.
품절 여부만으로 성능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사이클링 의류는 장시간 착용한 뒤 평가가 갈린다. 저지가 땀을 얼마나 잘 배출하는지, 뒷주머니가 주행 중 흔들리지 않는지, 빕쇼츠 패드가 몇 시간 동안 압력을 견디는지는 상품 사진으로 알 수 없다. 헬멧의 통풍과 착용감도 머리 모양과 주행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Kith x Cinelli 컬렉션은 자전거를 넘어 라이더의 모습을 하나의 상품군으로 만들었다. 기능을 갖춘 장비와 일상복, 공동 로고를 한데 놓으면서 경기용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상품의 경계도 흐려졌다.
판매는 이미 시작됐지만 장비의 평가는 이제 남았다. 저지와 빕쇼츠의 장거리 착용감, 헬멧의 실측 중량과 통풍 성능, 세탁 뒤 로고와 원단 상태는 구매자가 실제로 입고 달린 뒤에야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