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이웃들 ③] 경기도만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는 계절근로자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2026-08-06     임우경 기자
정성호 장관은 19일 양주시에 위치한 동포체류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데 이어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와 농업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사진=조영식 기자)

[KtN 임우경기자] 2026년 현재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초지자체는 강원·경기·경남·경북·대구·부산·전남·전북·제주·충남·충북·세종 등 12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133곳에 이른다. 이들 지자체는 각자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수립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제1차 농업고용인력 지원 기본계획(2026~2030)'이라는 공통의 설계도 위에서 움직인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보쌈 식탁 행사도 그 설계도의 한 조각이다. 이번 편에서는 중앙정부의 계획이 각 지자체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 비교해본다.

정부의 밑그림: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농식품부의 5개년 기본계획은 두 가지 축을 명확히 제시한다. 첫째는 공공부문 고용인력 공급 확대로, 2024년 51.2%였던 공공형 인력 공급 비중을 2030년까지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둘째는 근로환경 개선으로, 모든 계절근로자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과 고용농가의 임금체불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3대 의무보험 체계다. 여기에 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가칭) 농어업숙련비자 신설도 함께 추진된다.

이 목표를 실행하는 대표 수단이 '공공형 계절근로'다. 농협이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2022년 5개소 시범사업에서 출발해 2026년 130개소까지 확대됐다. 개별 농가는 보험료 등 행정 부담 없이 농협에 이용료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고령농·소규모 농가의 호응이 크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시·군 주도 공공기숙사(개소당 24억 원, 2028년까지 35개소 목표)와 농협·체험휴양마을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기숙사 사업(2026년 10개소 신규)도 병행 추진 중이다.

보쌈 한 상에 담긴 정책의 온도… 경기도 라오스 계절근로자 식탁 체험/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기도: 정서적 지원으로 밑그림을 채우다

경기도의 접근은 이 밑그림 중 '근로환경 개선'과 맞닿아 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방문상담·온열질환 예방물품 배부 같은 안전망 지원에, 보쌈 식탁 같은 정서적 프로그램을 더해 정부가 강조하는 "소중한 이웃" 만들기를 구체화했다.

동시에 경기도는 공공형 계절근로 축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농식품부가 선정한 '2026년 공공형 계절근로 운영 농협' 130개소 명단에는 경기도 내 양주(백석농협), 안성(고삼농협), 여주(가남농협), 연천(전곡농협), 파주(북파주농협) 등이 포함됐다. 즉 경기도는 정부 계획의 두 축—정서적 지원과 공공형 인력 공급—을 모두 실행하고 있는 구조다.

전남 해남군: 규모 확대와 안전교육을 함께

해남군은 2022년부터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올해 3,081명을 배정받아 전남 1위, 전국 농업 분야 2위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근로환경 개선 목표에 맞춰, 900여 농가를 대상으로 노무교육을 실시하고 근로자 입국 시마다 경찰서·소방서와 협력해 인권보호·범죄예방·소방안전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정부 계획의 '근로환경 개선' 축을 안전교육이라는 형태로 구현한 사례다.

김천시는 정부의 시·군 주도 공공기숙사 사업을 활용해 학교 부지에 근로자 기숙사를 짓고 있다.

경북 김천시: 기숙사 대신 확인된 것은 '전수점검'

2024년 말 김천시는 학교 부지를 활용한 근로자 기숙사 건립 계획을 밝히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기숙사 준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최근 확인되는 김천시의 움직임은 다른 지점에 있다.

김천시는 지난 6월 한 달간 '2026년 2분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 점검 및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스마트농업과 농촌인력지원팀과 인구정책과 외국인공동체팀이 합동점검반을 꾸려, 관내 계절근로자 고용 농가·숙소 141개소와 근로자 356명 전원을 대상으로 소방·가스·전기 안전장치, 냉난방·온수 공급, 임금 체불,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 숙식비 과다 징수 여부까지 6개 항목을 망라하는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김천시 스마트농업과 관계자는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천시는 농협중앙회 김천시지부를 통해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최대 100명 도입해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용단가를 10만 원으로 단일화해 농가 부담을 낮췄다.

즉 김천시의 현재 정책 초점은 '건립'보다 '점검'—이미 있는 숙소의 안전과 처우를 촘촘히 들여다보는 쪽으로 옮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계획과 예산의 간극

정부 계획이 아무리 촘촘해도 예산이 못 따라가면 실행 속도는 늦춰진다. 농협중앙회 조사에서 2026년 공공형 계절근로 참여를 희망한 농협은 145곳이었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130개소 지원분만 반영됐다. 농협 한 곳당 국비 지원액이 1억 원 수준인 만큼, 목표치인 '2030년 공공부문 비중 60%'에 도달하려면 매년 예산 규모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앙의 설계도, 지방의 완성도

경기도의 정서적 프로그램, 해남군의 안전교육, 김천시의 기숙사 건립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모두 농식품부의 '근로환경 개선'과 '공공부문 공급 확대'라는 같은 목표 아래 놓여 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밑그림을 얼마나 촘촘하게 채워 넣을지는 결국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성패는 중앙이 아니라 현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