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경제 ④] 바다는 어떻게 객실의 일부가 됐나

CHILL2.0, 실외면적이 실내보다 68.84㎡ 넓어 COAST는 3.2m 천장과 정원으로 공간감 확보

2026-08-08     임민정 기자
NOT A HOTEL AOSHIMA Expands Its Tropical Japanese Resort With New Luxury Suites. 사진=NOT A HOT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NOT A HOTEL AOSHIMA의 CHILL2.0은 실내보다 실외가 넓다. 실내면적은 200.94㎡, 테라스와 수영장을 포함한 실외면적은 269.78㎡다. 객실 바깥에 실내보다 68.84㎡를 더 배정했다. 전체면적 470.72㎡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붕과 벽 밖에 있는 셈이다.

통상 호텔 객실의 테라스는 실내에 덧붙는 부속 공간으로 취급된다. CHILL2.0은 순서를 뒤집었다. 실내 거실과 침실이 거대한 수영장과 테라스를 지원하는 구조에 가깝다. 투숙객이 머무는 장소를 건물 내부가 아니라 수평선 앞까지 확장한 것이다.

수영장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의 높이

CHILL2.0의 중심에는 폭 21m의 인피니티 풀이 있다. 기존 CHILL의 수영장보다 5m 이상 길어졌다. 그러나 이 수영장의 역할은 물놀이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수영장 가장자리와 바다의 수평선을 겹쳐 보이게 하고, 야외 거실은 수면보다 낮게 파묻었다. 소파와 테이블도 낮다. 앉았을 때 가구와 난간이 바다를 가리지 않도록 시선의 높이를 조정한 것이다.

건축이 바다를 소유할 수는 없다. 대신 어느 위치에서, 어떤 높이로, 얼마나 오래 바다를 보게 할지는 설계할 수 있다. CHILL2.0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아오시마의 수평선을 객실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불을 피울 수 있는 야외 거실과 수영장, 욕실, 사우나, 냉탕도 한 동선으로 연결된다. 별도의 스파를 찾아가는 대신 객실 안에서 씻고, 데우고, 식히고, 쉬는 과정이 반복된다. 웰니스 시설이 호텔의 공용 부대시설에서 객실별 전용 설비로 이동한 모습이다.

NOT A HOTEL AOSHIMA Expands Its Tropical Japanese Resort With New Luxury Suites. 사진=NOT A HOT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벽을 줄이고 바다를 전면에 세웠다

CHILL2.0의 실내는 짙은 석재 바닥과 목재 천장, 낮은 가구로 구성됐다. 장식과 색채를 앞세우기보다 밝은 바깥 풍경이 먼저 보이도록 내부의 명암을 낮췄다. 긴 개구부를 따라 거실과 식사 공간을 배치하면서 실내와 테라스의 경계도 약해졌다.

최근 호텔 디자인에서 실내와 자연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객실 안에 식물을 놓는 수준을 넘어 테라스, 정원, 물, 외부 거실을 숙박 동선에 직접 편입하는 방식이다. CHILL2.0에서는 그 흐름이 실외면적 269.78㎡라는 숫자로 나타난다.

두 침실에서도 같은 원리가 반복된다. 침대 높이를 낮추고 창을 가로로 길게 내 바다와 야자수가 하나의 화면처럼 들어오게 했다. 침실을 가구 중심의 방이 아니라 특정한 풍경을 바라보는 자리로 만든 것이다.

NOT A HOTEL AOSHIMA Expands Its Tropical Japanese Resort With New Luxury Suites. 사진=NOT A HOTEL,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AST는 면적 대신 높이와 정원을 택했다

1·2층에 들어선 COAST는 CHILL2.0과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넓혀 보인다. COAST의 전체면적은 210.09㎡로 CHILL2.0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실내 133.57㎡와 실외 76.52㎡로 구성됐으며 침실 두 개에 최대 네 명을 받는다.

바다를 넓게 내려다보는 CHILL2.0과 달리 COAST는 지면 가까이에서 사생활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실 천장을 3.2m까지 높이고 객실마다 수영장과 정원을 배치했다. 위층 객실은 수평으로 펼쳐지는 전망을, 저층 객실은 높은 천장과 식재가 둘러싼 깊이를 상품으로 삼은 셈이다.

정원은 외부 시선을 막는 장치인 동시에 객실 내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된다. 네 객실 가운데 한 곳은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같은 정원이 시각적 장식과 사생활 보호, 반려동물의 활동 공간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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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웰니스 시설이 늘리게 될 비용

수영장과 사우나, 냉탕, 정원을 객실마다 두는 설계는 투숙객의 독립성을 높인다. 공용 수영장의 운영시간이나 다른 이용객을 의식하지 않고 하루의 리듬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웰니스 연구소에 따르면 웰니스 부동산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9.5% 성장했다. 운동이나 치료 프로그램뿐 아니라 주거와 숙박 공간 자체에서 회복 경험을 제공하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다.

반대편에는 운영비가 놓인다. 객실별 수영장과 사우나는 물 관리와 설비 점검이 각각 필요하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노출되는 테라스, 긴 유리창, 외부 가구와 식재도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다. 실외면적이 넓을수록 비와 강풍, 한여름의 열기에 따라 실제 이용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넓은 창은 전망을 확보하지만 냉방과 일사 조절이라는 과제를 함께 만든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지운 디자인이 시각적으로는 객실을 넓히는 동시에 관리해야 할 경계면을 늘리는 구조다.

CHILL2.0은 실외면적을 실내보다 68.84㎡ 넓혔다. COAST는 3.2m 천장과 정원을 넣었다. 같은 아오시마 해변을 두고 하나는 수평으로, 다른 하나는 높이와 안뜰로 객실의 체감 면적을 늘렸다. 이곳에서 객실을 구분하는 기준은 침실 수만이 아니다. 각 객실이 바다와 정원을 얼마나 넓게, 얼마나 사적으로 차지하느냐가 또 하나의 면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