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트렌드①] 커피음료점 첫 감소…카페 경쟁, 한 잔에서 ‘머무는 시간’으로

2025년 1분기 9만5337개로 증가세 꺾여…구띠커피갤러리, 전시가 있는 낮과 음악이 흐르는 저녁으로 방문의 폭 확장

2026-08-06     박준식 기자
구띠커피갤러리, 전시가 있는 낮과 음악이 흐르는 저녁으로 방문의 폭 확장. 사진=구띠커피갤러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5년 1분기 전국 커피음료점은 9만5337개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3개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첫 감소다. 매장을 늘리며 성장해 온 카페 시장이 점포 수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커피의 맛과 가격은 여전히 매장 선택의 출발점이다. 비슷한 메뉴와 가격대의 카페가 촘촘히 들어선 뒤에는 한 잔을 마시는 동안 누릴 수 있는 경험이 차이를 만든다. 누구와 어떤 자리에 앉는지, 음료와 함께 무엇을 보고 듣는지, 다시 찾을 만한 변화가 있는지가 카페의 인상을 좌우한다.

전국 20~59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조사에서도 커피 품질과 공간 분위기, 베이커리 수준이 프리미엄 카페를 판단하는 요소로 꼽혔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커피 농도와 얼음 양 등을 취향에 맞게 조절해 주문한 경험이 있었다. 정해진 메뉴를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찾는 흐름이 음료에서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는 가격과 접근성을 앞세우고, 대형 브랜드는 멤버십과 베이커리, 상품과 넓은 좌석으로 선택의 폭을 넓힌다. 같은 방식으로 가격과 규모를 겨루기 어려운 독립 카페는 해당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을 더한다. 전시와 책, 음악과 정원, 저녁 모임이 커피 옆으로 들어오는 배경이다.

구띠커피갤러리의 낮에는 커피와 그림이 함께 놓인다. 작품이 걸린 벽과 긴 공용 테이블, 여러 크기의 좌석과 테라스가 한 동선 안에서 이어진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찾는 동안 그림을 마주하고, 커피와 대화가 이어지는 자리에서도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

카페와 전시장을 별도로 나누지 않은 구성은 미술을 만나는 방식도 바꾼다. 전시를 보기 위해 들어온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고,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은 예상하지 않았던 작품 앞에 멈춘다. 조용한 전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일상의 속도로 그림을 바라본다.

구띠커피갤러리, 전시가 있는 낮과 음악이 흐르는 저녁으로 방문의 폭 확장. 사진=구띠커피갤러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8월 1일부터 31일까지는 김진원 작가전이 이어진다. 전시가 바뀌면 같은 자리에 앉아도 이전 방문과 다른 작품을 만난다. 계절 메뉴나 할인 행사와는 다른 재방문의 계기다. 익숙한 카페 안에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면서 공간의 인상도 매달 달라진다.

벽에 걸린 작품은 실내를 꾸미는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주문을 기다리거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여러 차례 시선에 들어오고, 한 작품을 사이에 둔 이야기도 이어진다. 미술 감상과 카페 이용이 따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 안에 또 다른 기억이 남는다.

긴 공용 테이블과 작은 좌석은 서로 다른 방문 목적을 받아들인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테이블은 음료를 올려놓는 자리를 넘어 작품과 이야기, 음악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낮의 전시는 저녁의 음악으로 연결된다. 구띠커피갤러리는 ‘살롱 드 구띠’라는 이름 아래 ‘음악이 있는 저녁’을 구상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을 뚜렷하게 가르는 공연보다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악을 듣고, 영화와 각자의 기억을 나누는 살롱에 가깝다.

저녁의 음악은 매장 분위기를 채우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영화와 한국 대중가요, 후대의 목소리로 다시 불린 노래를 따라 청춘과 사랑, 이별과 그리움의 시간을 꺼낸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배우의 얼굴과 영화의 한 대목, 각자가 지나온 시절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음악은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극장의 어둠과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이 떠오르고, 다른 세대에게는 익숙한 노래가 오래된 작품을 만나는 입구가 된다. 원곡이 태어난 시대와 영화의 시간, 후대의 드라마와 새로운 목소리가 하나의 선율 안에서 다시 만난다.

영화 속 인물이 선택한 사랑과 이별,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 청춘이 남긴 후회와 그리움도 음악을 통해 현재로 돌아온다. 대사를 외우지 못해도 노래가 시작되면 배우의 표정과 작품의 결말이 되살아난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음악을 각기 다른 영화와 기억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구띠커피갤러리, 전시가 있는 낮과 음악이 흐르는 저녁으로 방문의 폭 확장. 사진=구띠커피갤러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구띠커피갤러리의 저녁은 노래를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음악에 담긴 영화의 철학과 인물의 삶을 함께 돌아보고, 한 곡에 얽힌 개인의 추억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가족을, 또 다른 누군가는 지나온 청춘을 떠올린다.

낮과 밤은 서로 다른 행사를 한 공간에 나란히 붙인 구성이 아니다. 낮에는 작품이 방문객의 시선을 붙잡고, 저녁에는 음악이 영화와 개인의 시간을 불러낸다. 그림과 노래는 잠시 멈출 이유를 만들고, 다른 시간에 같은 자리를 다시 찾게 한다.

카페의 하루도 시간대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 아침의 커피는 빠르고 분명한 효용을 갖는다. 낮의 전시와 대화는 한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깊게 하고, 저녁의 음악은 각자의 좌석을 함께 보고 듣는 자리로 바꾼다. 같은 테이블과 벽면이 하루 동안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다.

카페 시장에서 공간은 더 이상 인테리어만을 뜻하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들을 수 있는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나눌 수 있는지까지 포함한다. 한 번 방문하고 지나가는 매장보다 새로운 전시와 이야기가 이어지는 공간에 다시 발걸음이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띠커피갤러리가 저녁에 더하는 것은 몇 곡의 배경음악이 아니다. 영화 속 사랑과 선택, 청춘과 작별을 품은 노래를 함께 듣고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기억을 나누는 시간이다. 커피와 그림이 놓인 낮에 영화와 음악의 밤이 이어지면서 카페가 품는 문화도 한층 깊어진다.

8월 한 달 이어지는 전시와 준비 중인 음악의 저녁 사이에서 구띠커피갤러리의 하루는 낮과 밤의 결을 달리한다. 낮에 작품 앞에 멈춘 방문객이 저녁에는 오래된 영화와 음악을 따라 다시 자리를 찾는다. 점포 증가세가 꺾인 카페 시장에서 경쟁의 폭은 메뉴판을 넘어 한 공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으로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