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와 FP&A③] AI 에이전트 FP&A, 6주 예측을 3분의 1로 줄인 업무 재설계

데이터 수집·정제부터 1차 예측과 격차 해소안까지 연결…재무·운영·영업이 같은 가정으로 대응

2026-08-08     최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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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최기형기자]6주 이상 걸리던 재무 예측 주기가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조직 전반에 흩어져 있던 1000개 이상의 엑셀 모델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졌다. 포춘 글로벌 500대에 속한 한 통신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재무계획·분석(FP&A) 업무에 적용한 뒤 나타난 변화다. 자동화는 보고서 작성 단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데이터 수집과 정제, 1차 예측, 재무계획과의 격차 분석, 대응안 검토를 하나의 흐름으로 다시 설계했다.

통신기업의 기존 예측 체계에서는 FP&A 인력이 여러 조직에서 자료를 받아 형식을 맞추고 숫자를 대조한 뒤 전망을 작성했다. 사업부와 지역별로 분산된 모델을 하나로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수정된 목표가 들어오면 취합과 검토를 반복했다.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이 전망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보다 전망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자료를 준비하는 데 쓰였다.

AI 에이전트 도입은 업무의 출발점을 바꿨다.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받아 정리하고 필요한 형식으로 바꾼 뒤 분석 모델에 기반한 1차 예측(first-pass forecast)을 작성했다. FP&A 담당자는 자동으로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승인하지 않았다. 입력 자료와 주요 가정을 검토하고 결과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사람의 검증을 예측 흐름 안에 남겨 둔 구조다.

1차 예측이 완성된 뒤에는 재무계획과 예상 실적 사이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조치가 검토됐다. 자료가 ‘격차 해소 에이전트(gap closure agents)’라고 표현한 기능은 위험을 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계획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를 찾고, 가격과 자원 배분, 영업 우선순위 등 경영진이 검토할 수 있는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자동화가 반복 작업의 일부를 대신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트 방식은 여러 업무 단계를 이어 붙인다. 데이터 수집이 끝난 뒤 사람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열어 예측을 작성하고, 다시 다른 조직이 원인을 분석하는 구조가 아니다. 수집과 정제, 예측, 차이 분석이 연결되면서 FP&A 담당자가 숫자를 처음부터 만드는 시간은 줄고 결과를 검증하고 대응안을 조정하는 시간은 늘었다.

통신기업에서 데이터 확보와 집계에 쓰이던 시간은 전체 업무의 약 절반에 달했다. 자동화된 데이터 흐름과 AI 지원 예측 모델이 도입되면서 FP&A 인력은 전망을 더 자주 갱신하고, 계획과 예상 실적 사이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예측 주기 안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예측 주기 단축은 재무팀 내부의 생산성 개선에만 그치지 않았다. 데이터 입력값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시간이 줄면서 재무와 운영, 영업 책임자가 같은 가정과 같은 시점의 정보를 놓고 논의할 수 있었다. 수요와 가격, 판매 경로별 실적이 달라졌을 때 각 조직이 서로 다른 전망을 제출한 뒤 조정하는 대신 하나의 예측 체계 안에서 영향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계획회의의 내용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여러 조직에서 제출한 숫자를 취합하고 서로 다른 입력값을 맞추는 작업이 회의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업무 재설계 이후에는 가격 가정을 바꿀지, 시장별 자원을 어떻게 재배치할지, 영업 우선순위를 어느 영역에 둘지를 논의하는 시간이 늘었다. 실적 차이가 보고서에 확정되기 전에 대응 방향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됐다.

AI 에이전트가 작성한 예측은 경영진의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가격 조정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어느 지역의 자원을 줄이거나 늘릴지, 영업 목표를 수정할지는 조직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에이전트는 판단에 필요한 자료와 선택지를 더 빨리 제공하고, FP&A 담당자는 결과를 검증하면서 사업 조건과 실행 가능성을 따진다.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화된 예측은 분석 모델과 입력 자료에 의존한다. 사업환경이 급격히 달라지거나 과거 자료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발생하면 기존 가정을 수정해야 한다. FP&A 담당자는 모델이 놓친 변수를 확인하고, 운영·영업 조직의 정보를 반영해 예상 실적과 대응안이 현실적인지 판단한다.

예측의 목적도 달라졌다. 일정한 시점에 예상 실적을 작성해 보고하는 데서 벗어나 가격과 생산, 재고, 지출, 영업 실행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전망은 분기나 연말 실적을 미리 보여주는 문서가 아니라 운영 기간 중 여러 조직의 결정을 맞추는 기준으로 기능했다.

재무조직은 기존의 통제와 보고 책임을 유지하면서 사업 결정이 확정되기 전에 참여 범위를 넓혔다. 가격과 지출, 생산계획, 영업전략이 논의되는 동안 손익 영향을 계산하고, 선택 가능한 조치가 재무계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검토하는 역할이다. 사후 실적을 설명하던 FP&A가 사업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재무적 영향을 제시하는 구조로 이동한 셈이다.

AI 에이전트 도입 효과를 예측 속도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빠르게 작성된 전망이 기존 보고 절차를 그대로 통과한다면 의사결정 시간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통신기업의 변화는 기술을 추가한 데서 나오지 않았다. 데이터 흐름과 검증 절차, 회의 방식, 재무·운영·영업의 협업 구조를 함께 바꾼 결과였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업무 자동화 건수보다 넓어져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대사에 쓰는 시간, 예측 갱신 주기, 위험을 감지한 뒤 대응안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 제시된 대응안이 실제 가격과 자원 배분에 반영된 정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만든 가장 큰 변화는 숫자를 더 많이 생산한 데 있지 않았다. 숫자를 맞추던 시간을 줄이고 실적 격차가 커지기 전에 대응안을 검토할 시간을 확보한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