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h &Kin FW26③] 넓어진 팬츠, 수트의 긴장을 낮춘 Kin의 테일러링

플리츠 트라우저·카고형 울 팬츠·로프 트윌 데님…정장과 트랙 수트 사이를 잇는 2026 가을·겨울 남성복

2026-08-08     박인경 기자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검은색 재킷과 흰 셔츠, 가느다란 타이를 갖춘 차림에서도 바지는 발등 가까이 내려온다. 재킷은 허리를 조이지 않고 어깨에서 곧게 떨어지며, 팬츠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넉넉한 폭을 유지한다. 수트를 구성하는 품목은 그대로 남았지만 몸을 단단하게 감싸던 재단은 한층 느슨해졌다. Kith &Kin FW26는 넓어진 팬츠를 중심으로 정장과 데님, 트랙 수트의 비례를 하나로 맞췄다.

로니 파이그(Ronnie Fieg)가 공개한 컬렉션에는 로프 트윌 데님으로 제작한 웹스터 칠 진(Webster Chill Jean), 카고형 포켓을 더한 트로피컬 울 깁스 팬츠(Tropical Wool Gibbs Pant), 커튼 웨이스트밴드를 적용한 엘리 플리티드 트라우저(Eli Pleated Trouser)가 포함됐다. 데님과 울, 플란넬 저지처럼 성격이 다른 원단을 사용하면서도 허벅지의 여유와 긴 밑위, 신발 위로 내려오는 길이는 반복된다. 팬츠의 소재가 바뀌어도 전체 실루엣은 흔들리지 않는다.

넓은 바지는 Kith &Kin FW26의 하의를 설명하는 유행어에 머물지 않는다. 짧은 재킷과 맞추면 하체의 면적을 키우고, 긴 아우터웨어 아래에서는 상의부터 바짓단까지 수직선을 만든다. 트랙 재킷과 데님 셔츠, 타이를 맨 재킷도 같은 팬츠 비례를 공유하면서 정장과 캐주얼웨어 사이의 간격을 줄인다.

수트의 품목은 남기고 재단은 느슨하게

검은색 수트 착장에는 흰 셔츠와 검은색 타이가 들어갔다. 색과 품목만 놓고 보면 가장 전통적인 비즈니스웨어에 가깝다. 차이는 재킷과 바지가 몸에 닿는 방식에서 생긴다. 재킷은 허리선을 선명하게 조각하지 않고, 팬츠는 무릎 아래에서도 폭이 급격히 좁아지지 않는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바짓단은 구두 위로 반듯하게 멈추지 않고 신발 가까이 내려와 잔주름을 만든다. 정장을 단단하고 날렵하게 보이게 하던 직선 대신 원단의 낙폭과 착용자의 움직임이 실루엣을 결정한다. 타이와 셔츠가 남긴 격식 위에 넉넉한 재단을 겹치면서 출근복의 문법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채 착용감만 조정했다.

밝은색 재킷과 회색 트라우저를 연결한 착장도 같은 방향을 따른다. 상의는 짧은 재킷과 셔츠로 단정하게 정리됐고, 하의는 허리 아래부터 부드럽게 벌어진다. 회색 팬츠의 넓은 면적이 착장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재킷보다 바지가 실루엣의 중심에 놓인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ith &Kin FW26의 팬츠는 상의를 받쳐 주는 기본 품목으로 물러나 있지 않다. 주름이 시작되는 허리선, 무릎 아래에 남은 폭, 발등에 닿는 길이가 재킷의 형태만큼 분명하게 드러난다. 상의와 하의를 한 벌로 맞춘 수트에서도 바지가 전체 인상을 결정하는 비중이 커졌다.

플리츠와 커튼 웨이스트밴드, 겉보다 안쪽에 남은 테일러링

엘리 플리티드 트라우저는 전면 주름과 커튼 웨이스트밴드를 갖췄다. 커튼 웨이스트밴드(curtain waistband)는 허리 안쪽을 별도의 천으로 감싸 봉제선과 구조를 정돈하는 전통적인 테일러링 방식이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는 장식은 아니지만 허리 형태를 안정적으로 잡고, 재킷을 벗었을 때도 팬츠의 마감을 유지한다.

주름은 넓은 팬츠에 필요한 여유를 허리에서부터 만든다. 앉거나 걸을 때 허벅지 부분이 당기는 것을 줄이고, 서 있을 때는 주름선을 따라 원단이 아래로 떨어진다. Kith &Kin FW26의 긴 바짓단과 넓은 통이 단순히 큰 치수를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허리와 전면 구조부터 설계된 실루엣이라는 점도 여기서 드러난다.

엘리 트라우저는 데네즈 재킷(Denez Jacket)과 세트로 구성됐다. 같은 원단과 색조를 사용한 셋업이지만 몸을 각지게 세우는 수트보다 셔츠와 가벼운 재킷을 겹쳐 입는 일상복에 가깝다. 재킷을 벗어도 팬츠의 주름과 허리 구조가 남아 단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보했다.

최근 남성용 드레스 팬츠에서도 넉넉한 허벅지와 와이드 레그, 플리츠, 커튼형 허리 마감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의 내부 구조를 유지하면서 다리선을 따라 붙지 않는 실루엣이 정장과 일상복 양쪽으로 확산된 흐름이다.

정장용 울에 들어간 카고 포켓

트로피컬 울 깁스 팬츠는 정장용 원단과 작업복형 포켓을 한 벌에 배치했다. 트로피컬 울은 두꺼운 겨울 모직보다 가볍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소재다. Kith &Kin FW26는 울 팬츠의 표면을 단정하게 유지하면서 옆선에는 카고 스타일 포켓을 더했다.

카고 포켓은 팬츠의 옆면에 부피를 만들지만 전체 실루엣을 군복이나 작업복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포켓 주변을 같은 색으로 정리하고 바지 폭을 넉넉하게 유지해 기능적인 세부를 울 원단 안으로 흡수했다. 셔츠와 재킷을 함께 입으면 포켓의 존재감은 낮아지고, 짧은 블루종이나 티셔츠와 맞추면 바지의 구조가 한층 또렷해진다.

올리브와 회색을 조합한 룩북 착장에서는 야외 활동복에서 가져온 재킷과 울 트라우저가 비슷한 비례로 이어진다. 상의에는 높은 칼라와 조절 장치가 들어가고 하의에는 넓은 통과 긴 길이가 남는다. 기능성 아우터웨어와 테일러드 팬츠를 색조와 실루엣으로 묶은 구성이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6 FW 남성복에서는 카키색 필드 재킷과 유틸리티 셔츠, 기능성 원단을 고급 남성복의 재단과 결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아웃도어 장비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내구성과 수납 구조를 차분한 색과 정돈된 실루엣 안에 넣는 방식이다. Kith &Kin FW26의 카고형 울 팬츠도 기능적인 세부와 테일러링을 같은 품목 안에 배치한다.

로프 트윌 데님, 청바지와 울 트라우저 사이

웹스터 칠 진은 인디고 로프 트윌 데님으로 제작됐다. 굵은 직조가 드러나는 데님을 사용하면서 팬츠의 형태는 전통적인 진보다 울 트라우저에 가깝게 잡았다. 허벅지와 무릎에 충분한 폭을 남기고 바짓단을 길게 내려 데님의 단단한 표면이 큰 주름을 따라 움직인다.

네이비 데님 셋업에서는 재킷과 팬츠가 같은 소재로 이어진다. 재킷은 허리를 조이지 않고 골반 부근까지 곧게 내려오며, 팬츠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넓은 폭을 유지한다. 작업복에서 출발한 데님 셋업을 타이트하게 정리하지 않고 트랙 수트처럼 편안한 비례로 바꿨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셔츠형 재킷의 앞여밈과 가슴 포켓은 데님의 실용적인 성격을 남긴다. 아래에 받친 상의와 신발은 어두운 색으로 맞춰 네이비 데님의 조직이 먼저 드러나도록 했다. 상·하의를 한 소재로 맞추는 방식은 수트와 같지만 어깨와 허리, 바짓단의 긴장은 훨씬 낮다.

2026년 가을 데님 흐름에서도 와이드 레그와 정돈된 재단, 다양한 직조와 마감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청바지를 독립적인 유행 품목으로 소비하기보다 재킷과 셔츠, 외투까지 연결해 하나의 옷장으로 구성하는 방향도 나타난다.

Kith &Kin FW26의 로프 트윌 데님은 찢거나 강하게 탈색한 표면보다 직조와 실루엣에 집중한다. 네이비와 인디고를 유지한 채 재킷과 넓은 팬츠를 맞추면서 데님의 캐주얼한 성격을 낮추고 울 셋업과 나란히 놓일 수 있는 형태를 만들었다.

트랙 팬츠도 같은 비례로

팬츠 실루엣은 수트와 데님에서 끝나지 않는다. 플란넬 저지로 제작한 마티아스 트랙 팬츠(Matthias Track Pant)는 스티븐 트랙 재킷(Stephen Track Jacket)과 세트로 구성됐다. 운동복에서 익숙한 집업과 트랙 팬츠에 플란넬 저지를 적용해 소재의 촉감과 낙폭을 바꿨다.

스웨트팬츠와 트랙 팬츠도 발목을 강하게 조이는 조거형보다 길고 넓은 형태에 가깝다. 울 트라우저와 데님 팬츠에 적용한 비례를 라운지웨어까지 이어 가면서 원단이 달라도 하체의 윤곽은 비슷하게 유지된다.

밝은 회색 후디와 팬츠를 맞춘 착장에서는 상·하의가 한 색으로 이어진다. 팬츠는 허벅지와 무릎에 여유를 남기고 밑단도 급격히 좁아지지 않는다. 집업 후디와 스웨트팬츠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형태는 울 셋업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트와 트랙 수트가 같은 옷장에 놓일 수 있는 배경도 비례에 있다. 재킷의 품과 팬츠의 폭을 서로 가깝게 맞추면 셔츠를 후디로, 울 팬츠를 플란넬 저지 팬츠로 바꿔도 전체 윤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Kith &Kin FW26는 정장과 운동복을 소재와 세부로 구분하면서 실루엣에서는 공통점을 남겼다.

수트가 특별한 날의 복장보다 일상적인 조합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2026년 남성복 전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재킷과 팬츠를 반드시 한 벌로 입기보다 데님과 니트, 티셔츠, 스포츠웨어와 섞고, 테일러링에서는 격식보다 활용 범위와 착용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회색 팬츠와 원색 스니커즈의 대비

회색 트라우저는 Kith &Kin FW26 룩북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하의 가운데 하나다. 베이지색 코트와 데님 재킷, 올리브 블루종, 밝은 셋업에 같은 계열의 회색 팬츠를 연결하면서 상의의 소재와 색을 받아들이는 바탕으로 사용했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차분한 회색 아래에는 노란색과 검정, 파랑, 붉은색을 겹친 살로몬(Salomon) XT-EVO가 놓인다. 넓은 바짓단이 신발 상부를 덮으면서 노란색 앞코와 붉은색 중창이 발끝에 집중된다. 정장용 팬츠와 기술형 운동화의 성격을 억지로 맞추기보다 색과 부피의 차이를 그대로 남긴 스타일링이다.

네이비 재킷과 팬츠를 맞춘 착장에서도 XT-EVO의 원색이 발끝에 들어간다. 상·하의는 어두운 색으로 통일하고 신발만 선명하게 분리해 수트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Kith &Kin FW26 Elevates Outerwear With Pony Hair and Rope Twill. 사진=Kith,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서울패션위크 2026 FW에서도 회색 와이드 슬랙스와 부피가 큰 아우터웨어, 정제된 수트와 후디·레더 재킷을 섞는 구성이 포착됐다. 넓은 하의와 서로 다른 성격의 상의를 연결하는 방식이 국내 컬렉션과 현장 스타일링에도 이어진 셈이다.

팬츠에서 완성된 Kin의 남성복

Kith &Kin FW26의 팬츠는 수트와 데님, 작업복, 운동복을 각각 다른 영역에 두지 않는다. 엘리 플리티드 트라우저는 전통적인 허리 구조와 주름을 남겼고, 깁스 팬츠는 트로피컬 울에 카고 포켓을 더했다. 웹스터 칠 진은 굵은 로프 트윌 데님을 울 트라우저에 가까운 폭으로 풀었으며, 마티아스 트랙 팬츠는 플란넬 저지를 같은 비례 안에 넣었다.

넓은 통과 긴 바짓단은 옷의 긴장을 낮추지만 재단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허리선과 주름, 포켓과 내부 마감은 남아 있고, 소재에 따라 원단이 떨어지는 모양도 달라진다. Kith &Kin FW26가 제시한 릴랙스드 테일러링은 수트를 크게 부풀리는 방식보다 정장 바지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데님과 카고, 트랙 팬츠의 편안함을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회색 울 팬츠와 네이비 데님, 밝은 스웨트팬츠가 같은 길이와 폭으로 이어지면서 Kin의 계절 옷장도 팬츠를 중심으로 정리됐다. 재킷과 셔츠, 후디가 달라져도 하체의 비례는 유지된다. Kith &Kin FW26는 남성복의 격식을 상의보다 바지에서 먼저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