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환불②] 기프티콘 환불, 구매자 취소와 수령자 권리 충돌
카카오 선물하기는 구매자 취소 가능 기간 뒤 수령자 환불…발행사·플랫폼·브랜드·가맹점으로 나뉜 책임
[KtN 박준식기자]지인에게 2만원짜리 온라인 상품권 4장을 선물받은 소비자가 유효기간 만료 여드레 전 연장을 요청했다. 발행사는 주문번호를 확인할 수 없고 최초 구매자가 아닌 제3자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상품권의 최종 소지자가 사용과 유효기간 연장, 잔액 환불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상품권 유효기간은 최초 만료일인 2023년 5월 12일에서 최대 연장 가능 시점인 2027년 5월 12일까지 늘어났다.
돈을 낸 사람과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모바일 선물의 특성이 분쟁의 출발점이었다. 구매자는 결제 계약을 맺고, 수령자는 바코드나 상품권 번호를 넘겨받는다. 사용 단계에서는 가맹점이 상품을 제공하고, 취소와 환불은 플랫폼이나 쿠폰 발행사가 처리한다. 하나의 모바일 교환권 안에서 결제자와 소지자, 상품 제공자, 환불 담당자가 갈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현행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 구매액 전부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환불 요청권은 원칙적으로 최종 소지자에게 두고, 최종 소지자가 요청할 수 없는 경우에만 구매자가 행사하도록 했다. 구매 직후의 전액환불 조항에서는 권리자를 ‘고객’으로 표현하고, 별도 조항에서는 최종 소지자를 환불권자로 명시해 구매자와 수령자의 권리가 어느 시점에 바뀌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현재 안내는 환불권이 바뀌는 시점을 ‘구매자 취소 가능 기간’으로 구분한다. 할인이나 경품으로 받은 상품이 아니고, 구매자 취소 가능 기간이 지난 뒤 환불권자가 수령자로 전환된 경우 선물받은 사람이 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 취소 가능 기간은 상품별로 다를 수 있어 수령자가 받은 선물의 상세 정보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구매자 취소 가능 기간에는 결제자의 권리가 앞서고, 기간이 지나면 수령자의 환불권이 작동하는 구조다. 모바일 메시지를 통해 상품권을 전달받았더라도 수령자가 곧바로 완전한 환불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선물을 받았다는 이용자의 인식과 플랫폼이 정한 환불권 이전 시점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구매자와 최종 소지자의 권리 충돌, 다단계 거래에서의 책임 주체, 양도받은 상품권의 환불 제한 등이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권향엽 국회의원,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주최했다.
토론회 발제에서는 일부 사업자 약관이 유효기간 안에 사용하지 않은 상품권을 구매자가 전액 취소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반면, 최종 소지자는 별도의 사용 조건을 충족한 뒤에야 잔액을 돌려받는 구조가 지적됐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이용 의사를 표시한 뒤에도 구매자가 취소할 수 있다면 수령자의 동의 없이 상품권 계약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분쟁에서는 판매 이후 이뤄진 취소가 최종 소지자의 권리를 없애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판매사 애플리케이션에서 8500원짜리 카페 상품권을 구매했지만, 유효기간 다음 날 상품권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처리돼 사용과 연장이 모두 막혔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최종 소지자가 발행사와 환급 가능 여부를 알지 못한 채 권리를 잃었다고 판단하고 판매사에 구매대금의 90%인 7650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모바일 상품권을 다시 판매하거나 제3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최초 발행사와 판매사, 최종 소지자 사이의 정보가 끊기기 쉽다. 발행사와 발행일, 유효기간, 환불 담당자, 구매 취소 가능 여부가 수령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상품권 번호를 가지고도 권리를 행사할 상대를 찾기 어렵다.
공정위는 2025년 주요 신유형 상품권 사업자 10곳의 약관 85개 조항을 시정하면서 타인에게 양도받은 상품권도 원칙적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당한 이유 없이 양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양도받은 상품권의 사용과 환불을 제한하는 조항은 소비자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제약한다고 판단했다. 자금세탁과 현금화, 사기 거래 등 불법 목적이 아닌 양도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약관이 고쳐졌다.
환불권자를 정리하는 것만으로 분쟁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는다. 자사 충전형 상품권은 상품 제공자와 발행·운영자, 자금 보유자, 환불 담당자가 사실상 한 기업으로 모인다. 일반 모바일 교환권은 브랜드 본부가 상품과 가격을 정하고, 가맹점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쿠폰사와 플랫폼이 발행·유통·인증·환불·정산 업무를 나눠 맡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소비자가 접촉하는 곳은 대개 판매 플랫폼이지만 환불 비용을 실제 부담할 사업자는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 판매대금이 브랜드 본부나 상품 공급자에게 먼저 정산됐거나, 쿠폰사가 소비자 돈을 보유하지 않은 채 쿠폰 생성과 사용 인증만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미사용 상품권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이나 쿠폰사를 자금 보유자와 환불 책임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대로 브랜드와 상품 공급자가 발행사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는 방식도 인정되기 어렵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선 2만원권 분쟁에서 상품 공급사가 상품권에 자사 서비스를 표시하도록 허용했고, 회수된 상품권 대금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받는 점 등을 근거로 발행사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공동 사업 주체라고 판단했다. 발행사와 공급사 모두 유효기간 연장 책임을 부담했다.
소비자에게는 민원과 환불을 신청할 창구를 하나로 제시하고, 사업자 사이에서는 실제 권한과 자금 흐름에 따라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소비자 접점에서 안내와 민원을 맡더라도 최종 책임은 상품 설계와 가격 결정, 판매대금 보유, 가맹점 관리, 환불 결정 권한을 가진 사업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토론회에서 제시됐다.
기업이 임직원이나 고객에게 보내는 B2B 상품권에서도 권리 관계가 갈린다. 최종 수령자는 돈을 내지 않았지만 기업 구매자는 상품권 대금을 지급한다. 일부 약관은 기업이 구매해 배포한 상품권까지 ‘무상 제공’으로 묶어 유효기간 연장과 환불을 제한한다. 수령자에게 무료로 전달됐다는 사실만 보고 유상 상품권 보호에서 제외하면 실제 대금을 낸 거래가 규정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순수한 경품·판촉 쿠폰을 모두 유상 상품권과 똑같이 취급할 경우 기업의 프로모션이 줄거나 비용이 소비자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산업계 반론도 있다. 소비자가 별도 대가를 지급했는지, 상품권이 계약의 주된 급부인지 부수적인 혜택인지, 비용을 소비자와 제휴사 가운데 누가 부담했는지를 나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준약관 개정에는 선물을 받은 사람이 수락하거나 사용 의사를 표시한 시점부터 구매자의 일방적인 취소를 제한하고, 최종 소지자의 환불·연장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상품권 상세 정보에는 발행사와 판매사, 상품 공급자, 판매대금 보유 주체, 환불 접수처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토론회에서는 양도받은 이용자에게 원 구매자와 같은 환불청구권과 분쟁조정 신청권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모바일 선물은 전달과 사용이 간편해졌지만 계약 관계까지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 구매자의 취소 가능 기간, 수령자의 환불권이 시작되는 시점, 플랫폼과 발행사·브랜드의 책임 범위가 상품마다 달라지는 동안 소비자는 선물함에 저장된 바코드만 받는다. 환불권이 누구에게 있고 어느 사업자가 돈을 보유하는지 상품권을 받는 순간 확인할 수 있는 표시체계가 마련돼야 수령자의 권리가 구매자와 사업자 사이에서 사라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