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환불③] 상품권법 정무위 소위 계류…50% 보증·낙전 출연 쟁점
발행 신고·분기 보고·5년 유효기간 담은 법안…전자금융법상 선불금 100% 별도관리와 중복 여부가 입법 범위 가를 변수
[KtN 박준식기자]상품권 발행자의 신고와 발행 실적 보고, 최대 50% 범위의 공탁·지급보증, 소멸시효가 끝난 미상환금의 출연을 담은 상품권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2025년 5월 22일 발의한 법안은 같은 해 8월 26일 소위원회에 직접 회부됐으나 2026년 8월 7일 현재 상정·처리 기록은 없다.
스타벅스 불매 과정에서 불거진 선불카드 환불 논란은 법안 심사를 다시 호출했다. 소비자가 기업과 거래를 끊으려 해도 일정 금액을 사용해야 잔액을 돌려받는 구조, 발행사 도산 때 미사용금을 회수할 장치, 사용되지 않은 상품권 금액의 귀속을 표준약관만으로 다룰 수 있는지가 국회 논의의 범위로 들어왔다.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선방안 토론회’에는 국회와 정부, 소비자단체, 학계, 온라인쇼핑·핀테크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스타벅스 사태에서 출발한 논의는 환불비율 조정을 넘어 발행자 등록과 소비자 자금 보호, 미상환금 처리까지 확대됐다.
상품권법은 1999년 2월 5일 폐지됐다. 당시 법률은 상품권 발행과 공탁, 발행액 보고, 소비자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했다. 규제 완화에 따라 법률이 폐지되면서 발행자는 별도 상품권법에 따른 등록이나 정기 보고 없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발의된 법안은 디지털 상품권 시장에 맞춰 과거 제도의 신고·보고·보증 구조를 다시 도입하는 성격을 갖는다.
발행 자유가 확대된 뒤 시장에는 지류상품권뿐 아니라 자사 충전카드, 플랫폼 금액권, 물품·용역 교환권, 기업복지용 상품권과 프로모션 쿠폰이 함께 들어왔다. 소비자가 돈을 낸 곳과 상품을 제공하는 곳, 판매대금을 보유하는 곳, 환불 신청을 받는 곳이 서로 다른 상품도 빠르게 늘었다.
공식 통계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 모바일 상품권만 따로 집계한 통계가 없어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의 이쿠폰서비스 거래액이 시장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2024년 이쿠폰서비스 거래액은 8조5136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자사 선불카드와 기업 간 거래, 일부 프로모션 상품권은 집계 범위가 다를 수 있다. 상품권 종류별 발행액과 상환액, 미상환액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단일 체계가 없다는 지적이 법 제정론의 출발점이다.
소비자 피해는 환불과 사용 단계에 집중됐다. 최근 3년 6개월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신유형 상품권 상담 1349건 가운데 사용·환급 거부가 998건으로 74%를 차지했다.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사용이나 환급을 거부하거나, 유효기간 안에도 잔액 반환을 거절하고 상품권 사용 때 추가 비용을 요구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머지포인트와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는 환불비율보다 발행사와 판매사의 지급 능력이 먼저 무너졌다. 소비자가 약관상 환불권을 갖고 있어도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권리를 현실화하기 어렵다. 표준약관은 계약 내용의 기준일 뿐, 사업자의 미상환 잔액을 별도로 보관하게 하거나 도산 뒤 소비자에게 우선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이 아니다.
2025년 발의 법안은 상품권을 발행하려는 사업자가 일정한 자격을 갖춰 시·도지사 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했다. 유효기간은 최초 판매일부터 5년을 원칙으로 두고, 물품·용역 상품권에 한해서만 5년보다 짧게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금융위원회에는 자본금과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연간 발행 한도를 제한할 권한을 부여했다.
소비자 자금 보호 장치는 공탁과 보험·지급보증 방식으로 구성됐다. 발행자는 상품권 발행액의 5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공탁하거나 보험계약·채무지급보증을 체결해야 한다. 신고 사업자는 발행·판매 실적과 상환총액, 미상환총액,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품권 총액을 분기마다 보고하도록 했다.
발행 규모와 미상환 잔액이 정부 통계에 잡히면 도산 위험이 커진 사업자를 사전에 파악하고, 발행액에 비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추가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권 번호만 갖고 발행사의 재무 상태를 알 수 없는 정보 격차도 줄어든다.
공탁·보증을 모든 사업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부과할 경우 기존 전자금융규제와 겹치는 영역이 생긴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을 신탁·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현행 시행령은 별도관리 금액을 선불충전금의 10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가 이미 선불충전금 전액을 별도로 관리하는 상황에서 상품권법이 같은 자금에 다시 공탁이나 보증을 요구하면 동일한 도산 위험에 담보가 두 번 설정될 수 있다. 핀테크업계는 소비자 보호 수준이 추가로 높아지기보다 사업자의 유동성만 이중으로 묶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등록·감독을 받는 전자금융업자에게 상품권법상 공탁·보증을 중복 적용하지 않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영역은 별도로 남는다. 자사 매장에서만 쓰는 충전카드와 소규모·단일 가맹점형 상품권,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상품권은 같은 수준의 자금 보호를 받지 않을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모든 발행자를 하나의 규제로 묶기보다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여부와 발행 규모, 사용처의 범위, 소비자 돈을 실제 보유하는 주체에 따라 보호 의무를 달리 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반 모바일 교환권에서는 쿠폰사나 플랫폼이 소비자 돈을 보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 본부가 상품과 가격을 결정하고 가맹점이 상품을 제공하는 동안 쿠폰사는 바코드 생성과 전송, 사용 인증, 정산자료 제공만 맡을 수 있다. 판매대금이 브랜드 본부나 공급사에 먼저 지급됐다면 쿠폰사에 발행액 전체의 공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은 자금 흐름과 맞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환불 창구를 명확하게 제시하되, 사업자 사이의 최종 부담은 실제 자금 보유와 가격 결정, 상품 공급, 환불 결정 권한에 맞춰 나눠야 한다. 상품권을 전자적으로 생성하거나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플랫폼을 발행자와 자금 보유자로 동시에 간주하면 책임질 권한이 없는 유통사업자에게 상환 의무가 집중될 수 있다.
법안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미상환상품권 수익의 처리다. 법안은 외부감사 대상 상품권 발행자가 상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품권 가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했다. 출연금은 다른 재원과 분리해 미상환상품권의 원권리자 보호를 원칙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상품권을 사고도 사용하지 않거나 유효기간과 소멸시효가 끝나면 발행사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금액을 장부상 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가 지불한 돈이 기업의 우발적 이익으로 전부 귀속되는 구조를 바꾸고, 일부를 피해구제와 서민금융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론회 발제에서는 미상환금의 공적 활용과 함께 중소상공인 발행분에는 예외나 완화 기준을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계는 ‘사용되지 않은 금액’과 ‘발행사의 확정 수익’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사용금액에는 유효기간이 남아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 환불이 예정된 금액, 기업복지·판촉 목적의 상품권, 소비자가 대금을 내지 않은 프로모션 쿠폰이 섞일 수 있다. 판매대금이 공급사에 이미 정산됐거나 결제수수료와 발송비, 전산운영비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법안이 출연 대상으로 삼는 금액은 단순 미사용액이 아니라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품권 가액이다. 다만 발행사와 판매사, 정산사업자가 서로 다른 시장에서 어느 사업자의 장부에 얼마가 남았는지를 계산할 공통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발행 실적과 상환 실적을 분기마다 보고하도록 한 조항이 먼저 작동해야 출연금의 규모와 부담 주체도 확정할 수 있다.
출연금을 원래 상품권 소지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절차도 구체화돼야 한다. 최종 소지자가 상품권을 선물받거나 중고거래로 넘겨받은 경우 최초 구매자 정보만으로 권리자를 정하기 어렵다. 소멸시효가 지난 뒤 원권리자가 나타났을 때 출연금에서 지급할지, 발행사에 다시 청구할지, 증빙으로 상품권 번호만 인정할지도 하위 규정에 담겨야 한다.
표준약관만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공정위가 현재 게시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2025년 9월 11일 개정본이다. 표준약관은 공정한 계약 내용의 기준이지만 법령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은 아니다. 발행 실적 보고나 공탁, 미상환금 출연과 같은 의무는 표준약관 개정만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상품권법 제정 여부보다 법률이 적용될 경계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환불권과 유효기간, 최종 소지자의 권리처럼 모든 상품권에 공통으로 적용할 규정과 도산 위험에 대비한 자금 보호 규정을 분리하고, 공탁 책임은 소비자 돈을 실제 보유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선불충전금 전액을 별도 관리하는 사업자는 중복 의무에서 제외하되, 단일 브랜드 충전카드와 소규모 발행사 등 보호 범위 밖에 남은 상품에는 발행 규모와 위험에 맞는 보증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상품권법안은 2025년 8월 정무위 소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다음 심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발행 신고와 실적 보고에는 소비자단체와 업계 모두 시장 구조를 파악할 공식 통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공탁·보증의 적용 대상과 미상환금의 실제 귀속 주체, 전자금융거래법 등록 사업자의 적용 제외 범위는 입법 논의가 다시 시작될 때 조문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다.
스타벅스 환불 논란은 자사 충전카드 한 종류에서 시작됐지만, 상품권법 논의는 수천 개 발행사와 플랫폼, 브랜드, 가맹점의 자금 흐름을 함께 다룬다. 소비자의 돈이 어디에 보관되고 누가 돌려줘야 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를 끝내면서 이미 별도 관리되는 자금에 담보를 중복 부과하지 않는 설계가 법안 심사의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