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추적①] 코로나 기금에서 7700억 감액까지…재정 비상 6년의 장부

2020년 재난기본소득 뒤 2021년 세수 호황으로 숨 돌려…2022년부터 재정자립도 급락, 2024~2025년 지방채·기금 의존 확대

2026-08-07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2026년 8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당장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며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2025년 지방채 발행액은 연간 한도의 99.6%인 9430억원에 이르렀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에 투입했지만 2026년 필수 민생사업 일부는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가족돌봄수당, 농작물재해보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연중 중단하기 어려운 사업도 마지막 3개월분이 비어 있었다. 경기도는 신규 공약을 시작할 여력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할 재원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상태로 2026년 하반기를 맞았다.

재정 비상은 2026년에 갑자기 생긴 사태가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대규모 기금과 내부재원이 투입된 2020년, 부동산 거래 호황으로 세입이 크게 늘어난 2021년, 취득세 기반이 약해지기 시작한 2022년, 내부거래와 적자가 확대된 2024년, 지방채와 기금을 동시에 동원한 2025년을 차례로 거쳤다.

각 시기의 재정 상황은 달랐다. 코로나19 당시의 긴급 지출을 현재의 위기와 곧바로 연결하는 분석도 정확하지 않고,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세입 감소를 전임 도정의 정책 실패로만 돌리는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경기도 재정의 책임은 외부 충격이 발생한 시점보다 충격을 확인한 뒤 어떤 지출을 유지하고 어떤 재원을 사용했는지에서 갈린다.

2020년 1조3642억원 긴급 지출, 지역개발기금 7000억원 차입

경기도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와 지역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도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했다. 필요 재원은 1조3642억원이었다. 지역개발기금에서 7000억원을 내부 차용하고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도 투입했다. 기존 대출사업 예산 500억원도 줄여 지급 재원을 마련했다.

당시 지출은 감염병 확산으로 영업과 이동이 제한된 비상 상황에서 이뤄졌다. 지급 수단도 3개월 안에 사용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설계돼 가계 지원과 지역 소비 진작을 동시에 겨냥했다. 코로나19 대응의 긴급성과 정책 목적을 제외한 채 기금 사용만으로 재정 운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지역개발기금 7000억원은 무상 재원이 아니었다. 일반회계가 기금에서 빌린 내부 차입이기 때문에 이후 도정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긴급 지출의 효과와 별개로 향후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에 상환 부담이 붙었다.

2021년에는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증가로 지방세 수입이 전년보다 16.5% 늘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적립과 지역개발채권 발행 증가 등에 힘입어 경기도의 기금 조성액도 2020년 말 2조8293억원에서 2021년 말 5조6837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지출 직후 경기도의 재정 완충재가 모두 소진됐다는 설명과는 다른 흐름이다.

2020년 긴급 지출은 내부 상환 부담을 남겼지만 2021년 세수 호황은 경기도에 회복 시간을 제공했다. 현재의 비상 상황이 코로나19 지출만으로 시작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2022년 취득세 하락, 세입 충격의 분기점

경기도 재정이 지속적인 하강 흐름으로 들어간 시점은 2022년 이후다. 당초예산 기준 재정자립도는 2022년 55.7%에서 2023년 51.9%로 떨어졌다. 2024년과 2025년에는 45.4%, 2026년에는 44.4%까지 낮아졌다. 4년 동안 11.3%포인트 하락했다.

용처를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주도도 2022년 56.3%에서 2026년 44.4%로 떨어졌다. 예산 총액은 커졌지만 도지사가 정책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재원의 비중은 줄었다.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개인·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확보하지 못한다. 보통교부세도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다. 도세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 변동에 민감한 취득세에 의존한다. 추미애 지사가 공개한 수치로는 취득세 수입이 2022년 약 11조원에서 2026년 약 8조원으로 30%가량 줄었다. 해당 금액은 2026년 결산 수치가 아니라 현 도정의 세입 전망을 포함한 발표 수치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2022회계연도 경기도의 자체조달수익은 전년보다 1조1438억원 감소했다. 결산상 전체 부채는 4조5996억원으로 전년보다 21.8% 늘었다. 부채 증가에는 지역개발채권 발행 증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전액을 재정 적자 보전용 차입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자체 수입이 줄어드는 동시에 장기 상환 부담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취득세 감소는 도지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였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 위축에 따른 세입 하락을 2022년 7월 취임한 김동연 전 지사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배경이다.

행정 책임은 세수 감소를 확인한 뒤부터 무거워진다. 지출 구조를 얼마나 빨리 조정했는지, 기금과 지방채에 의존하는 동안 상환계획을 마련했는지, 연중 계속사업의 재원을 먼저 확보했는지가 평가 대상이다.

2024년 지방세 9304억원 감소, 내부거래 1조9495억원 증가

당초예산 기준 경기도 통합재정수지는 2022년 1조1159억원 적자, 2023년 1조65억원 적자였다. 2024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8426억원으로 커졌다. 경기도 재정공시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통합재정수지가 5년 연속 적자로 편성됐으며, 2024년 적자 확대에는 전년보다 1조9028억원 늘어난 지출이 영향을 미쳤다고 기록돼 있다.

2024년 일반회계 지방세 세입예산은 전년보다 9304억원 감소했다. 반면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은 1조1743억원, 회계 간 내부거래는 1조9495억원 늘었다. 자체 세입 감소분을 외부 이전재원과 다른 회계의 자금으로 보완하는 비중이 커졌다.

2024년은 현재 재정 비상으로 이어진 경고가 공식 수치로 선명해진 해였다. 재정자립도가 1년 만에 51.9%에서 45.4%로 하락했고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조원대 중반을 넘어섰다. 세입 감소에 비해 지출 조정 속도가 늦어지면서 내부재원에 기대는 운용 방식이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는 당초예산을 기준으로 계산한 계획 수치다. 연말 결산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동일한 기준으로 여러 해를 비교하면 경기도가 세입보다 많은 재정 지출을 계획하고 부족분을 지방채와 기금, 내부거래로 보완해 온 방향은 확인할 수 있다.

추미애 지사,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공식 선언 /사진=경기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본예산부터 지방채, 연말에는 발행 한도의 99.6%

2025년 당초예산에는 4862억원의 지방채가 새로 반영됐다. 지방세 세입예산이 전년보다 1조113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세출 확대를 지방세와 국고보조금만으로 충당하지 못해 차입을 처음부터 예산에 포함했다. 당초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1조7596억원 적자였다.

김동연 전 지사는 경기 침체기에 지방정부까지 지출을 줄이면 민생경제와 건설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적극 재정을 선택했다. 2025년 1차 추경에서도 지방채 1008억원을 추가로 반영해 도로와 하천, 하수관로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했다. 경기 방어와 장기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지방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적 논리가 적용됐다.

지방채 발행 자체가 곧 재정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장기간 사용하는 도로와 철도, 하천시설 비용을 여러 세대가 나눠 부담하는 방식은 지방채 제도의 취지에 들어간다. 차입금이 생산적인 자산에 투입되고 상환 재원이 확보돼 있다면 적극 재정은 경기 침체기에 필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2025년 말 결과는 초기 계획보다 무거웠다. 추미애 지사의 발표 기준으로 지방채 발행은 세 차례에 걸쳐 9430억원으로 늘었다. 연간 발행 한도 9460억원의 99.6%였다. 각종 기금 5588억원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에 투입됐다.

지방채와 기금을 동시에 동원하고도 2026년 본예산에는 일부 필수 사업의 3개월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세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 구조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거나,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간 비용보다 세입을 높게 전망했을 가능성이 남는다.

민선 8기 재정 운용의 책임은 취득세가 줄어든 사실보다 2024년 경고 이후의 대응에서 선명해진다. 지방채와 기금 사용이 모두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입과 내부재원을 투입한 뒤에도 다음 연도 돌봄·급식·교통 예산을 12개월분 확보하지 못한 결과는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와 세입 추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2026년 수지 개선과 7700억원 감액이 함께 나타난 이유

2026년 당초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4855억원 적자로 공시됐다. 2024년 1조8426억원, 2025년 1조7596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당초예산 세입에는 지방채 5202억원이 반영됐고, 통합회계 전체 예산은 43조9342억원이었다.

수지 지표는 나아졌지만 취임 직후 공개된 집행 상황은 정반대였다. 필수 사업 일부를 9개월분만 편성하고 향후 추경으로 나머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라면 당초예산의 지출 규모 자체가 연간 필요액보다 작아진다. 적자 수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재정 여력이 회복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추미애 지사가 제시한 7700억원 감액 규모도 세부 내역이 모두 공개된 상태는 아니다. 필수 사업 부족액과 취득세 결손, 추가 의무지출, 감액 가능한 사업이 각각 얼마인지 분리된 표가 필요하다. 추 지사는 기자회견 말미에 방대한 예산을 검토 중이며 전체 보고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정 비상 선언은 집행 시점을 고려하면 늦추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10월부터 필요한 노인 돌봄과 급식, 교통 예산이 없다면 8월부터 추경과 재원 재배치를 시작해야 한다. 신규 공약보다 기존 필수 사업을 먼저 확보하겠다는 방향도 재정 운용의 순서에 맞는다.

선언의 완성도는 사업별 감액표와 채무 상환계획에서 결정된다. 업무추진비와 행사, 연구용역을 줄이는 조치는 상징성이 크지만 7700억원 전체를 마련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공공기관 출연금과 보조사업, 미착수 시설사업, 시·군 지원사업까지 조정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 도정의 책임, 같은 기준으로 나눠야

이재명 도정은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위기 속에서 신속한 재정 투입을 선택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지역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긴급 정책이었지만 지역개발기금 내부 차입에 따른 상환 부담도 남겼다. 2021년 세수 호황과 기금 증가를 함께 고려하면 현재 위기의 직접적인 출발점을 당시 지출 하나로 좁히기는 어렵다.

김동연 도정은 부동산 거래 위축과 취득세 감소를 물려받았다. 외부 충격에 대응해 적극 재정을 유지한 정책적 근거도 있었다. 2024년 이후 지방세 감소와 적자 확대가 확인된 상태에서 지방채와 기금 의존이 빠르게 커졌고, 임기 말 편성한 2026년 예산에서 필수 사업의 연간 재원을 채우지 못한 부분은 직접적인 행정 책임에 해당한다.

추미애 도정은 재정 악화가 형성된 뒤 출범했다. 현재까지 평가는 위기를 공개하고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수준에 머문다. 7700억원 감액의 산출 근거와 민생 보호 범위, 지방채·기금 상환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정상화의 성패를 단정할 수 없다.

경기도 재정은 지급불능이나 파산보다 가용재원과 현금흐름의 압박에 가깝다. 40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면서도 사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재원이 적고, 취득세가 줄어들 때 필수 지출을 유지할 완충 장치가 약해졌다. 세출 규모보다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도지사별 평가는 지출액과 채무 총액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임기 초 물려받은 재정 상태, 외부 충격의 크기, 지출의 정책 효과, 기금 복원 여부, 세입 감소 뒤 구조조정 시점, 다음 도정에 넘긴 상환 부담을 같은 기준으로 놓아야 한다.

8월 중 마련될 감액 추경안에는 7700억원의 사업별 산출 근거와 필수 사업 복원액, 기금별 현금성 자산, 일반회계 대여금, 지방채 원리금 상환 일정이 담겨야 한다. 해당 수치가 공개돼야 코로나19 대응에서 시작해 취득세 급락과 확장재정을 거쳐 재정 비상에 이른 6년의 책임도 회계 장부 위에서 구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