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추적②] 이재명 재난기본소득 2조7677억…소비 12.6%와 2029년 상환표
두 차례 보편 지급으로 골목상권 매출 방어…기금 차입 원금 1조9593억원, 단기 경기 대응 성과와 장기 상환 부담 함께 남겨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2020년 4월과 2021년 2월,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된 두 차례 재난기본소득에는 모두 2조7677억원이 투입됐다. 코로나19로 매출과 일자리가 급감한 시기에 사용 기한을 둔 지역화폐를 전 도민에게 지급해 소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경기도가 2021년 공개한 재원표에는 지역개발기금 1조5255억원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 등 1조2422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경기도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6.63%로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지방채를 새로 발행하지 않고 기금과 여유재원을 활용했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늘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5년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상환 자료에는 다른 숫자가 등장했다. 실제 상환 대상 기금 차입 원금은 지역개발기금 1조5043억원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 4550억원을 합친 1조9593억원이었다. 이자 1544억원을 포함한 원리금은 2조1137억원으로 산정됐다. 지역개발기금 상환은 2029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상환은 2026년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2026년 8월 현재 실제 상환 잔액은 별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의 재정 부담이 지급 연도에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상환표에서 확인된다.
두 숫자는 이재명 도정의 재난기본소득을 평가하는 출발점이다. 2조7677억원은 감염병 충격이 가장 컸던 시기에 가계와 지역 상점으로 빠르게 투입된 재정 규모다. 2조1137억원은 당시 사용한 기금 차입의 원금과 이자를 여러 해에 걸쳐 일반회계에서 돌려주는 비용이다. 위기 대응 효과는 2020~2021년에 나타났고 상환 부담은 후임 도정까지 이어졌다.
1차 1조3642억원, 재원을 총동원한 보편 지급
2020년 3월 경기도는 도민 1326만여 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소득과 연령을 따지지 않았고 지급일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를 사용했다.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사와 심사 시간을 줄이고 단기간에 소비가 일어나도록 만든 구조였다.
1차 지급에 필요한 1조3642억원 가운데 7000억원은 자동차 등록 때 매입하는 지역개발채권을 바탕으로 조성한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렸다. 재난관리기금 3405억원, 재해구호기금 2737억원도 투입했고,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500억원을 줄여 나머지 재원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감염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동시에 진행됐다. 영업시간 제한과 이동 감소로 소상공인 매출이 급감했지만 피해 규모를 개인별로 신속하게 산정할 행정 자료와 체계는 충분하지 않았다. 전 도민 지급은 피해 정도에 따른 정밀한 지원보다 집행 속도와 소비 확산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지역화폐 방식은 사용처와 기간을 제한했다.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 쇼핑몰보다 지역 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소비가 집중되도록 설계됐다. 현금 지급 때 발생할 수 있는 저축이나 역외 소비를 줄이고, 재정을 투입한 지역 안에서 매출이 발생하도록 한 것이다.
2021년 2차 지급에는 1조4035억원이 투입됐다. 내국인뿐 아니라 등록외국인과 국내 거소 신고자까지 포함한 약 1399만명이 지급 대상이었다. 지역개발기금 8255억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5380억원,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 400억원으로 재원을 구성했다. 두 번째 지급에서도 선별 지원보다 보편 지급과 지역 소비 촉진이 앞에 놓였다.
지역 소비 12.6% 증가, 사업체 생존 효과는 확인되지 않아
재난기본소득 지급 직후 공개된 카드 매출 분석에서는 지역화폐 가맹점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3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맹점 매출은 평균 11.5% 감소했다. 전체 신용카드 매출 증가율도 지급 이후 6%포인트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39.7%라는 수치를 재난기본소득만의 순수한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역화폐 가맹점과 비가맹점은 업종과 규모가 다르고, 전년 대비 매출에는 거리두기 강도와 확진자 수, 정부 지원금, 소비 시점 이동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지급 초기의 매출 비교는 소비가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집중된 흐름을 확인하는 자료지만, 정책이 없었을 때의 매출과 직접 비교한 결과는 아니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2차 지급 효과를 신용카드 자료와 설문조사, 이중차분 모형으로 다시 분석했다. 도민의 지역 소비는 지급 뒤 12.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도 전체 매출을 끌어올린 효과는 0.8~2.6%로 제시됐으며, 지원 대상 업종의 매출 증가에도 일정한 효과가 나타났다.
한계소비성향은 이연소비를 제외하면 0.104, 미뤄뒀던 소비까지 포함하면 0.391로 추정됐다. 지급액 전부가 새로운 소비로 이어진 것은 아니며, 평소 사용할 돈을 지역화폐로 먼저 쓰거나 소비 시점을 앞당긴 부분도 상당했다는 의미다.
사업체의 진입과 퇴출에는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재난기본소득은 일정 기간 매출을 떠받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폐업을 막거나 신규 창업을 늘리는 구조적 효과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1인당 10만원의 일회성 지급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대출 원리금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던 현실과 맞닿는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단기 소비 대책으로서의 효과는 인정할 수 있다. 지역 안에서 사용하도록 제한한 지급 방식은 소비를 빠르게 일으켰고, 소상공인 매출이 가장 위축된 시기에 현금 흐름을 보완했다.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이라는 점과 코로나19 당시 여러 지원책이 동시에 시행됐다는 한계를 감안하면, 제시된 수치를 재난기본소득의 독립적인 순효과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편 지급의 속도, 선별 지원의 집중도
전 도민 지급은 행정 속도에서 강점을 보였다. 소득 감소와 매출 피해를 조사하지 않아도 됐고,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사각지대도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19 초기처럼 피해가 노동자와 자영업자, 프리랜서, 돌봄 가구로 빠르게 번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복지 자료만으로 지원 대상을 가려내기 어려웠다.
같은 금액을 모든 도민에게 지급하면서 재정의 집중도는 낮아졌다. 소득이 유지됐거나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은 가구도 10만원을 받았다. 한정된 재원을 영업 제한 업종과 실직자, 저소득층에 집중했다면 개인별 지원액을 더 높일 수 있었다.
보편 지급과 선별 지원의 선택은 행정비용과 재정효율의 교환이었다. 전 도민 지급은 빠르고 누락이 적지만 피해가 적은 가구에도 예산이 들어간다. 선별 지원은 피해 계층에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지만 심사 시간이 걸리고 소득 형태가 불규칙한 노동자를 놓칠 수 있다.
2020년 1차 지급은 감염병 초기의 행정 여건과 지급 속도를 고려할 때 보편 방식의 필요성이 컸다. 2021년 2차 지급 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고용·소득·매출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같은 보편 지급을 한 차례 더 시행하기 전에 업종별 피해와 소득 감소를 반영한 혼합 지원을 확대할 여지도 있었다.
두 차례 모두 1인당 10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한 결정은 기본소득이라는 이재명 도정의 정책 방향과도 연결됐다. 재난 대응뿐 아니라 보편적 기본소득의 효과를 입증하려는 정책 목적이 함께 작동했다. 2차 지급 발표 당시 이재명 지사는 재정 여력보다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난 상황에서 보편 지급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정책적 상징성이 커질수록 재원 조달과 상환 계획은 더 구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긴급 지원의 필요성과 기본소득 확대라는 정치적 목표가 섞이면 지급 규모와 대상이 재정 여력보다 정책 철학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채무가 아니다’와 ‘갚을 돈’ 사이
경기도는 2021년 재난기본소득 재원이 지방채가 아니라 기금과 여유재원이기 때문에 채무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역개발기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가져온 돈은 규정상 채무로 잡히지 않으며, 도민에게 추가 세금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설명자료에는 사용한 기금을 연차별로 다시 편성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반회계가 기금에서 빌린 돈을 앞으로의 예산으로 돌려준다는 의미였다. 법정 채무 통계에는 즉시 포함되지 않더라도 경제적인 상환 부담은 발생했다.
지역개발기금의 재원은 지역개발채권 판매로 마련된다. 기금은 상·하수도와 교통, 지역개발 사업 등에 융자할 수 있는 돈이다. 일반회계가 해당 기금을 재난기본소득에 사용하면 채권 보유자에 대한 상환 의무는 기금에 남고, 일반회계는 빌린 원금과 이자를 기금에 돌려줘야 한다.
2025년 공개된 회수계획에는 지역개발기금 융자 조건이 연 1.5%, 3년 거치 뒤 5년 균등 상환으로 기재됐다. 통합계정은 연 1.5%, 2년 거치 뒤 3년 균등 상환이었다. 계획상 상환액은 2025년 3832억원, 2026년 3778억원, 2027년 3124억원, 2028년 3079억원, 2029년 1675억원으로 이어졌다.
취득세 감소가 본격화한 시기와 기금 상환이 집중된 시기가 겹쳤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당시에는 부동산 거래 증가로 세수가 빠르게 늘었지만, 2022년 이후 취득세 수입이 줄면서 일반회계에서 기금에 돌려줄 돈의 부담이 커졌다. 상환 조건 자체는 지급 당시에 정해졌으나, 이후 세입 하락으로 체감 부담이 확대됐다.
2021년 말 경기도 재정이 곧바로 위기 상태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2021회계연도 자체수입은 18조9952억원이었고, 주민 1인당 채무는 21만5000원으로 도 단위 지방자치단체 평균 40만5000원보다 낮았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직후에도 경기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외부 채무를 안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당시 재정 여력이 있었다는 사실과 후임 도정에 상환 부담을 남겼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한다. 이재명 도정은 세입 여력이 있던 시기에 기금을 활용해 위기에 대응했고, 원리금 상환은 2029년까지 나눠 배치했다. 이후 부동산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까지 반영한 비관적 상환 시나리오와 기금 복원 기준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재정 비상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추미애 지사는 2026년 재정 비상 선언 과정에서 지방채와 각종 기금을 사용하면서 재정 대응 여력이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2025년에는 지방채 9430억원과 기금 재원 5588억원을 사용하고도 2026년 필수 사업 일부를 9개월분만 편성했다는 설명이었다.
2020~2021년 재난기본소득이 현재 위기의 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은 맞다. 기금 차입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2025~2028년에 집중됐고, 지역개발기금이 다른 지역개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도 줄었다.
현재의 재정 비상을 재난기본소득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2021년 말까지 경기도의 자체수입과 주민 1인당 채무 수준에는 상당한 여력이 있었다. 2022년 이후 취득세 급감, 2024~2025년 세출 확대, 추가 지방채 발행과 기금 전입, 2026년 필수 사업 미편성이 차례로 더해졌다. 민선 8기에는 세입 감소를 확인하고 지출 구조와 차입 규모를 조정할 시간이 있었다.
이재명 도정이 남긴 부담은 ‘경기도 재정을 파탄 낸 2조원’이 아니라 ‘후임 도정이 세입 상황에 맞춰 갚아야 할 2조원대 내부 차입 원리금’으로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상환 의무를 숨길 수 없는 돈이었지만 지급 당시 경기도 전체 재정을 무너뜨릴 규모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위기 대응은 성과, 기금 복원 설계는 미흡
이재명 도정은 코로나19 초기 두 차례의 보편 지급을 빠르게 집행했다. 사용 기한과 지역 제한을 둔 지역화폐는 소비가 얼어붙은 시기에 골목상권으로 재정을 전달했고, 도민의 지역 소비가 증가한 효과도 연구에서 확인됐다.
재난기본소득이 사업체의 폐업을 줄였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급액 전부가 추가 소비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2조7677억원을 투입한 정책의 성과는 지역 소비의 단기 회복과 가계 소득 보완에 있었으며, 소상공인의 장기 생존이나 지역경제 구조 개선까지 확대하기는 어렵다.
재원 조달에서는 일반회계가 기금에서 빌린 돈을 ‘채무 부담 증가가 없는 여유재원’으로 설명한 대목이 가장 큰 약점으로 남는다. 법적 채무 분류와 별개로 원금과 이자를 일반회계에서 상환해야 했고, 2025년 이후 매년 3000억원 안팎의 상환 일정이 세입 감소기와 겹쳤다.
지급 당시 원금과 이자, 연도별 상환액, 취득세가 감소할 경우의 복원 계획까지 함께 공개했다면 정책의 재정 책임은 더 분명해졌을 것이다. 경기도가 2021년 밝힌 내용은 “건전한 재정 운영으로 충당하겠다”는 원칙에 머물렀다.
이재명 도정의 재정 평가는 ‘위기 대응과 소비 촉진에서는 성과, 재원 복원 설계와 장기 정보 공개에서는 미흡’으로 정리된다. 재난기본소득은 2020~2021년의 경제 충격을 완화했지만, 지급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원리금 상환표는 남았다.
경기도가 비슷한 재난 지원을 다시 시행할 때는 지급 결정과 동시에 상환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기금 차입액과 이자, 연도별 상환 재원, 세입 감소 시 조정 기준을 예산서에 함께 담고, 보편 지급과 피해 집중 지원을 결합해 재정 투입의 효과도 높여야 한다.
재난기본소득의 소비 효과와 상환 부담을 따로 떼어 평가하면 정치적 결론만 남는다. 2조7677억원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떤 매출과 소득을 지켰는지, 2조1137억원의 원리금이 이후 예산 운용을 얼마나 제약했는지를 같은 장부에서 비교해야 이재명 도정의 선택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