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2 경매①] 2편보다 1편의 기억을 파는 크리스티

본편·예고편·패션쇼·뮤직비디오 착장 한데 묶어…속편의 새 서사보다 전작·스타·브랜드 인지도 앞선 9월 자선 세일

2026-08-07     김동희 기자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9월 1일부터 15일까지 크리스티 뉴욕 온라인 경매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와 연결된 의상과 액세서리가 나온다. 앤디 삭스가 입은 가브리엘라 허스트 드레스,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드리스 반 노튼 태슬 재킷, 빨간 발렌티노 구두, 에밀리 찰턴의 엘사 페레티 커프가 출품 예고 목록에 올랐다. 출연 배우의 밀라노 패션쇼 착장과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 드레스도 같은 경매에 포함됐다.

영화 본편에서 인물의 옷으로 사용된 물품과 개봉 홍보 과정에서 입은 옷, 별도의 음악 콘텐츠에 등장한 드레스가 ‘프라다2’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20세기스튜디오와 크리스티가 판매하는 대상은 촬영 의상만이 아니다. 2006년 개봉한 1편이 20년 동안 축적한 인물과 대사, 패션에 대한 기억까지 다시 시장에 올리는 경매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5월 1일 극장에 걸린 뒤 7월 29일 디즈니플러스와 훌루로 이동했다. 극장 개봉에서 스트리밍 공개까지 한 차례의 유통을 마친 영화가 두 달여 뒤 크리스티 전시장과 온라인 입찰 목록에서 다시 등장하는 일정이다. 무료 전시는 9월 8일부터 13일까지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열리고, 초청객 대상 행사는 뉴욕패션위크 기간인 9월 10일 배치됐다.

경매 개막까지는 한 달 가까이 남았다. 전체 출품 목록과 개별 추정가, 최저매각가격, 물품별 상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티는 이미 행사를 ‘획기적인 온라인 경매’로 소개하고 있다. 거래가 시작되기 전에 붙은 수식어는 시장의 평가가 아니라 판매자가 마련한 홍보 언어다.

속편의 흥행과 전편의 문화자본

2편은 개봉 초반 강한 관객 동원력을 기록했다. 첫 주말 세계 극장 매출은 2억3300만달러를 넘었고, 개봉 2주차에는 누적 매출이 4억4000만달러에 근접했다. 20년 만에 돌아온 주연 배우들과 ‘런웨이’ 세계관이 여전히 상업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숫자로 나타났다.

극장 매출과 작품이 남긴 문화적 언어는 같은 척도로 평가되지 않는다. 1편은 미란다의 세룰리언 스웨터 독백을 통해 소비자가 개인 취향으로 받아들인 선택 뒤에 디자이너와 편집자, 유통업체, 대량생산 체계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대중영화의 언어로 풀었다. 앤디가 얻은 직업적 성공과 잃어가는 일상의 충돌도 패션계의 화려함을 단순한 선망으로 끝내지 않았다.

2편을 둘러싼 비평은 엇갈렸다. 배우들의 재결합과 변화한 미디어산업을 다룬 설정, 패션과 대사의 재미를 평가한 반응이 있었지만, 전편의 갈등을 반복하고 향수에 기대며 독립적인 주제가 약하다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1편 이후 20년 동안 형성된 기대와 애착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에도 깊게 개입한 셈이다.

9월 경매에도 같은 구조가 따라붙는다. 구매자는 드레스의 원단이나 재단만 사지 않는다. 미란다와 앤디를 다시 만났던 경험, 메릴 스트리프와 앤 해서웨이에 대한 팬덤, 1편을 처음 봤던 시기의 기억, 세룰리언 스웨터 독백이 남긴 패션산업의 이미지를 함께 구매한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푸른 케이블 니트는 경매 공개 사진 가운데 전편의 기억을 가장 직접적으로 불러오는 물품이다. 파란색 니트를 보는 순간 1편의 세룰리언 독백이 먼저 떠오른다. 2편 안에서 새롭게 형성된 상징보다 이미 완성된 전편의 상징이 물품을 해석하는 출발점에 놓인다.

경매가 높은 관심을 얻더라도 2편이 독자적인 문화적 위상을 확보했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1편에서 형성된 문화자본이 속편의 제목과 배우들의 재등장을 거쳐 다시 상품화됐을 가능성까지 분리해서 봐야 한다. 세룰리언의 기억에서 발생한 가격을 2편의 서사적 성취로 돌리는 순간, 전편과 속편 사이의 가치가 뒤섞인다.

본편 밖 착장까지 넓어진 ‘프라다2’

출품 예고 목록은 일반적인 영화 의상 경매보다 범위가 넓다.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니키 드레스는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앤디 삭스 역으로 입었다.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태슬 재킷은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가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으로 ‘런웨이’ 편집회의에서 착용했다. 검정과 흰색을 결합한 스키아파렐리 재킷과 브르니에 주얼리,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의 디올 슈트도 본편 착용품으로 발표됐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드리스 반 노튼 태슬 재킷은 미란다라는 인물과 영화 속 상황에 직접 연결된다. 의상의 색과 실루엣, 움직임은 인물의 지위와 태도를 구성한 제작 요소다. 본편에서 사용된 의상에는 배우의 착용 이력 외에도 배역과 서사의 출처가 붙는다.

빨간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록스터드 펌프스는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에 등장한 시제품이다. 메릴 스트리프의 서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제품은 메릴 스트리프와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 시몬 애슐리(Simone Ashley)가 브랜드의 2026년 봄·여름 밀라노 패션쇼에서 착용했다.

검은 깃털 맥시드레스의 사용 이력은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배드 빈치 통통 바이 테런스 저우(Bad Binch TONGTONG by Terrence Zhou)가 제작한 드레스로,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도이치(Doechii)와 함께한 ‘Runway’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다. 영화 본편 속 배역 의상이 아니라 영화 음악과 연결된 별도 영상의 착장이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이디 가가의 깃털 드레스는 출품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를 드러낸다. 영화에 직접 등장하지 않은 의상도 영화 제목과 음악, 출연자의 인지도를 통해 경매 안으로 편입됐다. ‘프라다2 경매’라는 상위 명칭이 본편 의상과 연계 콘텐츠 착장 사이의 거리를 줄인다.

서로 다른 사용 이력을 한데 배치하는 방식은 출품 규모와 참여 브랜드, 스타 명단을 키운다. 반면 영화 제작자료를 모은 경매인지, 개봉 과정에서 생산된 패션 콘텐츠를 함께 판매하는 행사인지 성격은 흐려진다. 크리스티도 모든 물품을 본편 의상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영화와 ‘연결된’ 패션 피스 가운데 일부를 배우들이 착용했다고 설명한다.

배우가 입었다는 사실은 팬덤 시장에서 충분한 구매 이유가 될 수 있다. 다만 미란다가 편집회의에서 입은 재킷과 메릴 스트리프가 밀라노 패션쇼에서 입은 옷은 같은 종류의 출처를 갖지 않는다. 영화 서사에 편입된 제작 의상과 영화 홍보 과정에서 노출된 착장은 낙찰가를 해석할 때도 분리돼야 한다.

크리스티가 만드는 거래, 크리스티가 만들지 못하는 가치

크리스티의 참여는 경매 규모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국제 고객망과 전시장, 온라인 입찰 시스템, 결제와 운송 체계를 갖춘 경매사는 개인 판매나 소규모 자선행사보다 많은 구매자를 모을 수 있다. 록펠러센터 무료 전시와 뉴욕패션위크 일정도 언론과 방문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조건이다.

거래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과 의상의 문화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크리스티는 박물관이나 영화 아카이브가 아니다. 소장 가치와 학술적 중요성을 심의해 공공 컬렉션에 편입하는 기관도 아니다. 구매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가격을 형성하는 상업 경매사다.

출품 자체를 문화적 승인으로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높은 낙찰가가 나오더라도 배우 팬덤, 명품 브랜드의 기존 소매가격, 서명, 자선 목적의 추가 지출이 한 가격에 합쳐진다. 한두 명의 입찰자가 경쟁하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다. 낙찰가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2편의 작품성이나 역사적 중요성이 함께 높아지지는 않는다.

엘사 페레티(Elsa Peretti) 본 커프의 공식 소매가격은 10만7000달러로 제시됐다. 고가 주얼리가 니트나 드레스보다 높은 금액에 팔릴 경우 배우나 배역의 인기가 아니라 제품 자체의 가격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반대로 비교적 저렴한 의상이 소매가격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 영화 출처와 팬덤에서 발생한 추가 금액을 따로 살펴볼 수 있다.

경매사의 추정가도 절대적인 가치평가가 아니다. 구매자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거래가 성립할 가능성을 계산해 제시한 판매 범위다. 시장 반응은 최고가 물품보다 전체 출품 수와 낙찰률, 유찰 물품, 입찰자 수에서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자선 경매에서 형성된 가격은 기부 의사까지 포함하므로 같은 물품의 일반 재판매 가격과도 구별된다.

자선 명분과 영화 홍보의 동시 작동

경매 판매 수익은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CPJ)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CFDA)를 지원한다. 9월 10일 초청 행사에서는 영화 관련 물품과 체험 상품도 판매되며, CPJ와 CFDA재단을 통한 CFDA·보그 패션펀드가 수혜 대상으로 제시됐다.

저널리즘과 패션을 다룬 영화의 정체성이 두 단체의 선정에 그대로 반영됐다. CPJ는 언론 자유와 언론인 안전을 지원하고, CFDA와 패션펀드는 미국 패션산업과 신진 디자이너 지원에 연결된다. 영화의 소재와 기부처가 맞물리면서 구매자에게는 물품 소유와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명분이 생긴다.

자선 목적과 홍보 효과는 동시에 작동한다. 수혜단체에는 기부금이 돌아가고, 영화사는 스트리밍 공개 이후 작품을 다시 뉴스에 올린다. 브랜드는 출품 목록과 전시 사진을 통해 추가 노출을 얻으며, 크리스티는 뉴욕패션위크 기간 방문객과 신규 입찰자를 확보한다. 메릴 스트리프를 비롯한 배우들도 출연작과 공익 활동을 한 행사 안에서 연결한다.

기부의 효과는 실제 전달액에서 가려진다. 크리스티와 CPJ가 발표한 내용에는 두 단체의 배분 비율과 비용 공제 방식, 구매자 수수료의 처리, 송금 시점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판매 수익이 두 단체를 지원한다’는 문구를 낙찰대금 전액 기부로 바꿔 쓸 수 없는 이유다.

9월 경매가 만들어낼 가격은 한 벌의 옷에 대한 평가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1편이 남긴 기억, 2편의 흥행, 배우의 명성, 브랜드 소매가, 크리스티의 고객망, 자선 참여 의사가 한 숫자 안에 들어간다. 낙찰가를 2편의 문화적 가치로 단순 환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체 카탈로그는 9월 1일 입찰 개막과 함께 윤곽을 드러낸다. 경매는 9월 15일 끝난다. 최고가 몇 점보다 본편 의상과 홍보 착장의 가격 차이, 전체 낙찰률과 유찰 물품, 실제 기부금의 규모가 이번 세일의 성격을 남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라는 이름이 팔더라도, 가격의 상당 부분은 20년 전 완성된 1편의 기억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