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2 경매②] 본편 밖까지 넓어진 ‘영화 의상’

예고편 구두·밀라노 패션쇼 착장·레이디 가가 뮤직비디오 드레스 한 목록에…배역 의상과 스타 착용품 뒤섞인 크리스티 경매

2026-08-08     김동희 기자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검은 벨벳 드레스의 허리 둘레를 거대한 깃털 장식이 에워싸고 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도이치(Doechii)와 함께한 ‘Runway’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배드 빈치 통통 바이 테런스 저우(Bad Binch TONGTONG by Terrence Zhou) 의상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본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9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의 주요 출품작에 포함됐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가 신은 빨간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록스터드 펌프스도 영화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에 등장한 물품이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의상에는 출연 배우들이 밀라노 패션쇼에서 입었다는 이력이 붙는다. 영화 속 배역을 위해 마련한 옷과 개봉 홍보 과정에서 사용한 착장, 별도 뮤직비디오 의상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라는 경매명 아래 모였다.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온라인 경매의 출품 범위는 촬영 의상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 본편과 예고편, 패션쇼, 뮤직비디오를 오가며 만들어진 패션 콘텐츠를 한꺼번에 판매한다. ‘영화 의상 경매’라는 간명한 이름만으로는 물품마다 다른 사용 이력과 제작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앤디의 드레스와 앤 해서웨이의 착장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앤디 삭스 역으로 입은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니키 드레스에는 영화 속 사건이 남아 있다. 햄프턴스에서 음식물을 쏟는 대목에 사용됐으며, 촬영 당시 생긴 얼룩도 지우지 않은 상태로 출품된다.

일반 중고 의류 시장에서 얼룩은 가격을 떨어뜨린다. 영화 의상 경매에서는 특정 대목에 실제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된다. 앤디가 어떤 상황에서 입었는지, 옷이 서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소유 이력에 포함된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분홍색과 노란색, 파란색, 갈색의 사각 무늬가 이어진 긴 드레스는 색과 형태만으로도 눈에 띈다. 경매에서 일반 드레스와 갈라지는 지점은 디자인보다 영화 속 사용 기록이다. 배우의 착용, 배역, 촬영 상황, 남아 있는 얼룩이 하나의 출처를 이룬다.

메릴 스트리프가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으로 입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태슬 재킷도 ‘런웨이’ 편집회의에 등장한 본편 의상이다. 여러 색의 태슬이 어깨와 가슴, 소매를 덮고 있으며 미란다가 기존에 보여준 단정한 재킷과 코트보다 장식성이 강하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드리스 반 노튼 재킷에는 메릴 스트리프의 착용 이력만 붙지 않는다. 미란다라는 인물과 편집회의라는 상황, 의상팀이 배역을 위해 선택한 과정까지 함께 따라온다. 영화 제작자료로서의 성격은 스타가 행사장에서 입은 옷과 여기서 갈린다.

출연 배우들이 밀라노 패션쇼에서 입은 돌체앤가바나 의상은 사용 목적부터 다르다. 메릴 스트리프와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 시몬 애슐리(Simone Ashley)는 영화 속 인물을 연상시키는 차림으로 브랜드의 2026년 봄·여름 쇼에 참석했다. 영화 세계와 실제 패션 행사를 겹쳐 놓은 홍보 일정이었지만, 본편 제작 과정에서 배역을 구성한 의상은 아니다.

앤디가 극중에서 입은 드레스와 앤 해서웨이가 홍보 행사에서 입은 드레스는 모두 배우의 몸을 거쳤다. 한쪽에는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이 남고, 다른 한쪽에는 배우와 행사, 브랜드의 관계가 남는다. ‘배우 착용품’이라는 표현만으로 묶으면 소장 가치가 생긴 경로가 사라진다.

예고편 한 컷에 붙는 스타의 서명

빨간 발렌티노 가라바니 록스터드 펌프스는 예고편에서 미란다의 귀환을 알리는 시각적 장치로 사용됐다. 시중 판매품이 아닌 시제품이며 메릴 스트리프의 서명도 더해질 예정이다.

본편에서 인물의 성격을 쌓아간 의상과 달리 예고편 구두는 짧고 강한 노출에 기대고 있다. 영화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보다 예고편 공개 당시 얻은 관심, 빨간색이 만든 인상, 미란다와 메릴 스트리프의 이름, 서명이 가격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 본편에 오래 등장한 의상이 항상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도 아니다. 레이디 가가의 팬덤이 강하게 움직이면 뮤직비디오 드레스가 본편 의상보다 높은 가격을 기록할 수 있다. 밀라노 패션쇼 사진이 널리 퍼졌다면 행사 착장이 짧게 등장한 영화 의상보다 많은 입찰자를 모을 수도 있다.

경매 가격은 영화 안에서 의상이 차지한 비중을 순서대로 매기지 않는다. 스타의 인지도와 팬덤, 브랜드의 기존 가격, 서명, 시제품 여부, 의상의 시각적 효과가 한꺼번에 작용한다. 최고가 물품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가 에밀리 찰턴 역으로 입은 어두운 체크 디올(Dior) 슈트에는 극중 인물과 사용 상황이 붙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와 점심을 함께하는 대목에서 사용된 본편 의상으로 소개됐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에밀리의 디올 슈트와 레이디 가가의 깃털 드레스는 한 경매에 나오지만 구매자가 사들이는 기록은 전혀 다르다. 디올 슈트에는 배역과 영화 속 상황이 붙고, 깃털 드레스에는 가수의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의 이미지가 붙는다.

영화 제목이 넓힌 판매 목록

출품 범위를 넓히면서 경매가 불러모을 수 있는 구매자층도 늘었다. 미란다와 앤디를 기억하는 영화 관객, 메릴 스트리프와 앤 해서웨이의 팬, 레이디 가가의 팬덤, 돌체앤가바나와 발렌티노 수집가, 고가 주얼리 구매자가 같은 입찰 목록을 보게 된다.

물품을 묶는 공통점은 소재나 제작 시기, 사용 장소가 아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와 연결됐다’는 관계가 경매 전체를 묶는다. 영화 본편의 제작자료를 파는 세일에서 영화 주변에 만들어진 스타·브랜드 콘텐츠를 판매하는 행사로 범위가 넓어진 이유다.

자선 경매라는 성격도 출품 확대에 영향을 준다. 판매할 물품과 참여 스타가 많아지면 입찰자와 모금액을 늘릴 수 있다. 대신 ‘영화 의상’이라는 표현은 느슨해진다. 영화 속 미란다가 입은 재킷과 메릴 스트리프가 패션쇼에서 입은 옷, 레이디 가가가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드레스가 같은 종류의 물품처럼 소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개별 출품 설명에는 본편과 예고편, 패션쇼, 뮤직비디오의 사용 이력이 나뉘어 있다. 경매 전체를 부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더 옥션’이라는 이름은 세부 차이보다 영화와의 연결을 먼저 부각한다. 출품작마다 다른 경로를 읽지 않으면 영화에 직접 등장하지 않은 물품까지 촬영 의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크리스티 경매가 끝나면 물품은 낙찰가 순으로 다시 나열된다. 고가 주얼리나 강한 팬덤을 가진 스타의 착장이 본편 의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경우 경매 결과는 영화적 중요도보다 제품 가격과 구매력의 차이를 반영하게 된다.

본편 의상도 같은 조건으로 묶을 수 없다. 영화에서 사용된 시간과 대목, 배역의 비중, 동일 의상의 제작 수량, 배우가 직접 착용했는지 여부, 오염과 수선 상태에 따라 출처의 밀도가 달라진다. ‘스크린 원(screen-worn)’이라는 한 단어가 모든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9월 15일 남을 가격표에는 영화와 배우, 브랜드, 팬덤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본편 의상과 예고편 구두, 패션쇼 착장, 뮤직비디오 드레스가 받은 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스타와 브랜드의 인기도만 부각될 수 있다. 물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함께 놓아야 낙찰가가 붙은 이유도 드러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라는 제목은 서로 다른 패션 물품을 한 경매로 모았다. 영화 안에서 배역을 만든 옷과 영화 밖에서 홍보를 확장한 옷까지 같은 목록에 들어오면서 ‘영화 의상’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경매가 끝난 뒤에도 본편과 예고편, 패션쇼와 뮤직비디오 사이의 사용 이력은 각각 다른 가격의 근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