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2 경매③] 얼룩도 서명도 상품, 영화 의상값의 계산법
앤디 드레스 사용 흔적·미란다 구두 시제품·메릴 스트리프 사인…제품가에 촬영 기록과 스타 인지도 더한 자선 경매
[KtN 김동희기자]앤디 삭스가 햄프턴스에서 음식물을 쏟은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니키 드레스는 얼룩을 지우지 않은 채 경매에 나온다.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예고편에서 신은 빨간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록스터드 펌프스는 시제품이며,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의 서명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의류 거래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 쉬운 오염과 제품 외부에서 붙은 배우의 사인이 이번 경매에서는 구매자를 부르는 설명으로 앞세워졌다.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가 영화에서 착용한 엘사 페레티(Elsa Peretti) 본 커프의 소매가는 10만7000달러로 제시됐다. 얼룩이 남은 드레스, 배우가 서명한 시제품 구두, 처음부터 가격이 높은 주얼리가 같은 목록에서 입찰을 기다린다. 9월 15일 낙찰가에는 제품 자체의 가격과 배우의 인지도, 영화 속 사용 기록, 자선 참여 의사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낙찰가만 나란히 세우면 가장 비싸게 팔린 물품과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의상을 구분하기 어렵다. 10만7000달러짜리 주얼리가 최고가를 기록하더라도 영화 출처에서 발생한 추가 가격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없다. 비교적 저렴한 드레스나 니트가 원래 가격의 여러 배에 팔릴 경우에는 배우와 배역, 촬영 이력에서 발생한 금액이 더 클 수 있다.
지우지 않은 얼룩, 결함에서 사용 기록으로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입은 니키 드레스에는 앤디 삭스라는 배역과 햄프턴스 촬영 대목, 음식물을 쏟은 흔적이 함께 남았다. 공식 발표도 드레스의 브랜드나 디자인만 소개하지 않고 얼룩이 남은 상태로 판매된다는 점을 따로 강조했다.
분홍색과 노란색, 파란색, 갈색 사각 무늬가 이어진 맥시드레스는 몸을 조이지 않고 아래로 넓게 떨어진다. 시각적으로 강한 제품이지만 경매에서 일반 중고 드레스와 갈라지는 부분은 디자인보다 사용 기록이다. 배우가 촬영 때 입었고, 영화 속 사건과 연결된 얼룩이 실제 옷에 남았다는 설명이 상품 정보에 포함됐다.
크리스티는 출품 물품의 마모와 손상, 변색, 수선 상태 등을 상태보고서에 담는다. 경매 물품은 판매 시점의 상태 그대로 거래되며, 상태보고서도 구매 판단을 돕는 자료로 제공된다. 얼룩은 옷의 상태를 낮추는 오염인 동시에 촬영 이력을 설명하는 흔적으로 취급되는 셈이다.
얼룩이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염이 섬유에 미친 영향과 장기 보관 가능성, 세척 또는 복원 여부도 구매자가 떠안는다. 옷을 전시하거나 다시 판매하려면 얼룩을 그대로 보존할지, 손상을 줄이기 위해 처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경매 홍보에서는 얼룩이 앤디의 경험을 증명하는 표식으로 쓰인다. 낙찰 뒤에는 관리 비용이 따르는 물리적 상태로 돌아간다. 높은 가격이 나오더라도 얼룩이 프리미엄을 만든 것인지, 앤 해서웨이와 앤디 삭스의 이름이 입찰을 움직였는지는 낙찰가 하나로 분리되지 않는다.
시제품 구두에 더해지는 메릴 스트리프의 서명
빨간 록스터드 펌프스에는 세 겹의 가격 요인이 붙는다.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이라는 브랜드 가치, 미란다가 예고편에서 신었다는 사용 이력, 메릴 스트리프가 직접 남길 서명이다. 시중 판매용 완제품이 아닌 시제품이라는 조건도 희소성을 높일 수 있다.
영화 본편보다 예고편에서 얻은 인지도가 앞서는 물품이라는 점도 드레스와 다르다. 빨간 구두는 미란다의 귀환을 짧고 강하게 알리는 홍보 이미지로 사용됐다. 본편 안에서 인물의 변화나 사건을 오래 따라간 의상이라기보다 개봉 전 관심을 끌기 위해 배치된 물품에 가깝다.
메릴 스트리프의 서명이 더해지면 구두의 성격도 달라진다. 미란다가 신은 촬영 물품인 동시에 메릴 스트리프의 사인 소장품이 된다. 낙찰가는 영화 의상의 가격과 스타 기념품의 가격을 한 숫자 안에 담게 된다.
서명은 출품 전에 새로 추가된다. 촬영 당시 물품에 존재했던 요소는 아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생긴 흔적과 경매를 위해 더해진 서명을 같은 종류의 출처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앤디 드레스의 얼룩은 촬영 중 발생했고, 구두의 서명은 판매 단계에서 추가된다.
시제품 여부도 가격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동일한 형태의 구두가 몇 켤레 제작됐는지, 해당 시제품이 촬영과 홍보에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 일반 판매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에 따라 희소성의 범위가 달라진다. ‘시제품’과 ‘서명’이라는 단어만으로 물품의 실제 수량과 사용 기록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10만7000달러 커프가 만드는 최고가의 착시
에밀리 블런트가 에밀리 찰턴 역으로 착용한 엘사 페레티 본 커프는 소매가부터 10만7000달러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동일 제품도 이미 고가 주얼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이다. 영화 속 착용 이력은 10만7000달러라는 기존 제품가 위에 추가된다.
본 커프가 경매 최고가에 오르더라도 에밀리 찰턴의 의상이 미란다나 앤디의 의상보다 높은 문화적 평가를 받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출발점부터 드레스와 재킷, 니트보다 가격이 높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최종 가격보다 소매가 대비 상승폭을 함께 봐야 영화 출처에서 붙은 금액이 드러난다. 본 커프가 기존 소매가와 비슷한 수준에 팔리고 비교적 저렴한 드레스가 원래 제품가를 크게 넘어선다면 촬영 기록에서 발생한 추가 가격은 드레스 쪽이 더 클 수 있다.
메릴 스트리프가 착용한 브르니에(Vhernier) 목걸이와 반지, 에밀리 블런트의 디올(Dior) 슈트도 브랜드 제품가와 소재 가격을 갖고 있다. 의류와 주얼리를 낙찰가만으로 한 줄에 세우면 배우의 인기와 제품 자체의 가격이 뒤섞인다.
경매 결과를 배우별 순위로 옮기는 방식도 같은 오류를 낳는다. 메릴 스트리프 물품의 총액이 높더라도 출품 수가 많거나 고가 주얼리가 포함됐다면 배우 팬덤만으로 만들어진 차이가 아니다. 앤 해서웨이 물품 한 점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도 앤디라는 배역, 얼룩이 남은 촬영 기록, 드레스 디자인 가운데 어느 요소가 입찰을 밀어 올렸는지 따로 떼기 어렵다.
추정가에서 빠지는 수수료와 세금
크리스티는 상태와 희소성, 품질, 소유·사용 기록, 최근 거래가격 등을 토대로 추정가 범위를 정한다. 추정가는 낙찰을 보장하는 감정가가 아니며 구매자 수수료와 세금도 포함하지 않는다.
구매자가 실제 지불하는 금액은 마지막 입찰가인 망치가격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매자 수수료와 적용되는 세금이 더해지고 운송 비용도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크리스티가 발표하는 판매가격과 언론 보도에 쓰이는 낙찰가가 같은 기준인지 구분하지 않으면 물품끼리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진다.
영화 의상에 붙은 추가 가격을 살피려면 네 가지 숫자가 필요하다. 출시 당시 제품가, 일반 중고시장의 거래 수준, 경매 추정가, 구매자 수수료를 제외한 망치가격이다. 구매자 수수료까지 포함한 최종 금액을 망치가격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실제보다 커 보일 수 있다.
전체 카탈로그와 추정가는 9월 온라인 경매가 시작된 뒤 공개된다. 현재 발표된 소매가는 엘사 페레티 본 커프 정도다. 가브리엘라 허스트 드레스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태슬 재킷, 발렌티노 구두의 기존 제품가와 추정가가 나오기 전에는 물품별 영화 프리미엄을 계산할 수 없다.
자선 목적까지 들어간 낙찰가
판매 수익은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CPJ)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CFDA)를 지원한다. 구매자는 영화 관련 물품을 소유하면서 언론인 보호와 패션계 지원에 참여한다는 명분도 얻는다.
자선 경매에서는 일반 거래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할 가능성이 생긴다. 물품의 재판매 가치만 따지지 않고 기부 의사까지 입찰가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낙찰가가 높아도 같은 물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을 때 가격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배우의 이름과 브랜드, 촬영 이력, 자선 참여가 한꺼번에 작동하는 가격을 영화 의상의 일반 시세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메릴 스트리프의 서명 구두가 높은 금액에 팔리더라도 발렌티노 구두의 시장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한 차례의 자선 경매에서 특정 출처와 서명에 돈이 몰린 결과일 수 있다.
9월 15일 경매 결과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만 앞세우면 물품마다 다른 출발가격이 가려진다. 앤디 드레스의 추정가와 망치가격, 본 커프의 10만7000달러 소매가와 낙찰가, 미란다 구두의 입찰 횟수를 함께 놓아야 가격이 움직인 경로가 드러난다.
얼룩과 서명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기록이 아니다. 드레스의 얼룩은 촬영 과정에서 남았고, 구두의 사인은 경매를 앞두고 추가된다. 본 커프는 영화에 나오기 전부터 10만7000달러짜리 상품이었다. 세 물품의 낙찰가는 영화 의상에 대한 하나의 평가가 아니라 촬영 흔적과 스타 팬덤, 명품의 제품가, 자선 참여가 서로 다른 비율로 섞인 결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