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2 경매④] 엿새 전시 뒤 개인 소장품으로

태슬·깃털·얼룩 의상 뉴욕서 공개한 뒤 낙찰자에게…보존·연구·재전시 약속 없는 자선 세일

2026-08-10     김동희 기자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와 연결된 의상과 액세서리가 9월 8일부터 13일까지 뉴욕 록펠러센터 크리스티 전시장에 놓인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온라인 경매는 이틀 뒤인 15일 끝나며 대금 결제를 마친 물품의 소유권은 낙찰자에게 넘어간다. 대중에게 허용된 관람 기간은 엿새다. 이후 의상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구매자의 보관과 대여, 재판매 결정에 달렸다.

무료 전시는 경매 물품을 문화자료처럼 보이게 한다. 마네킹에 입힌 촬영 의상을 관람하고 배우와 배역, 사용 대목을 확인하는 형식은 박물관 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목적은 다르다. 크리스티 전시는 소장품을 장기간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구매자가 입찰 전에 물품을 살펴보는 판매 절차다.

‘무료 공개’라는 문구만 앞세우면 경매가 영화 의상에 공공성을 더한 것처럼 읽히기 쉽다. 엿새 동안 문을 여는 일과 물품을 공공 컬렉션에 남기는 일은 같지 않다. 낙찰 뒤 의상을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연구자에게 접근을 허용해야 할 의무도 없다.

옷 한 벌씩 팔릴 때 흩어지는 제작 기록

영화 의상은 브랜드 제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상감독과 제작진은 배역에 맞춰 옷을 고르고 수선하며 다른 의류·신발·주얼리와 조합한다. 배우의 체형과 촬영 동선에 맞춘 변형, 같은 디자인으로 만든 여벌 의상, 촬영 도중 생긴 오염과 마모도 제작 기록에 포함된다.

이번 경매에는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앤디 삭스 역으로 입은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니키 드레스가 나온다. 햄프턴스 대목에서 생긴 얼룩도 남아 있다.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가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으로 착용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태슬 재킷과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의 디올(Dior) 슈트도 출품 대상이다.

각 의상이 다른 구매자에게 팔리면 미란다와 앤디, 에밀리의 스타일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는 물리적 자료는 흩어진다. 영화가 인물별로 어떤 색과 실루엣, 브랜드를 배치했는지 살피려면 여러 소장자의 협조를 다시 구해야 한다. 출품 카탈로그와 사진은 남지만 원단과 봉제, 수선 흔적, 실제 무게와 움직임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아카데미 컬렉션처럼 영화 의상과 소품, 각본, 사진, 디자인 도면을 함께 보존하는 기관은 제작과정을 서로 연결해 남긴다. 영화 관련 자료를 개별 기념품이 아니라 한 작품의 생산 기록으로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1927년부터 의상과 제작자료를 수집해 왔으며, 최근에도 영화 의상과 제작 기록을 영구 컬렉션에 추가하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에는 이런 보존 체계가 전제돼 있지 않다. 목적은 개별 물품의 판매와 기부금 조성이다. 물품을 묶어 놓은 영화 제목은 같지만 낙찰 뒤에는 서로 다른 소유권과 보관 환경을 갖게 된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드리스 반 노튼 재킷에는 길이와 굵기가 다른 태슬이 겹겹이 달려 있다. 어깨와 소매에서 아래로 늘어진 장식은 미란다가 편집회의에서 입은 의상을 한눈에 구별하게 하지만, 접힘과 당김, 마찰에도 취약하다. 마네킹에 걸어 두는 일만으로 장기 보존이 해결되는 옷은 아니다.

태슬과 깃털, 얼룩이 남긴 보관 부담

패션 의류는 처음부터 수십 년 보존을 목표로 제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옷의 형태는 사람이 입었을 때 완성되기 때문에 보관과 전시 과정에서도 몸의 입체감을 대신할 받침대가 필요하다. 무게가 특정 봉제선에 몰리지 않도록 맞춤형 마운트를 만들고 소재 상태를 기록하는 작업도 뒤따른다.

온도와 습도, 빛, 먼지를 관리하지 않으면 직물은 변색되거나 약해진다. 금속·가죽·접착제·합성섬유가 한 의상에 함께 사용된 경우에는 소재마다 노화 속도도 다르다. 전문 보존기관이 의상을 전시하기 전에 재료와 제작기법, 진품 여부, 손상 상태를 조사하는 이유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Runway’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배드 빈치 통통 바이 테런스 저우(Bad Binch TONGTONG by Terrence Zhou) 드레스는 허리 주변에 검은 깃털을 대량으로 배치했다. 깃털이 만드는 부피가 의상의 인상을 결정하지만 눌림과 마찰이 생기면 원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해당 드레스는 2편 본편 의상이 아니라 연계 뮤직비디오 착장이다.

앤디의 드레스에 남은 얼룩도 양면성을 갖는다. 촬영 대목을 증명하는 흔적이면서 섬유를 계속 변색시키거나 약하게 만들 수 있는 오염이다. 얼룩을 제거하면 영화 속 사용 기록이 달라지고, 그대로 두면 장기 보존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자선 경매 홍보에서는 흥미로운 서사가 되지만 낙찰자에게는 관리 판단이 필요한 물리적 상태다.

태슬과 깃털, 얼룩은 경매 설명에서 희소성을 높이는 요소로 쓰인다. 소유권이 넘어간 뒤에는 공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전문 수장고와 보존 인력이 없는 개인 구매자가 의상을 어떤 상태로 보관할지는 경매가격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 소장이 곧 훼손을 뜻하지는 않아

민간에 팔린 의상이 모두 사라지거나 방치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기념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구매자가 박물관보다 적극적으로 복원하고, 전시 요청에 응하거나 장기간 보관할 수도 있다. 제작사가 창고에 쌓아 두는 것보다 개인 수집가가 비용을 들여 관리하는 편이 나은 물품도 있다.

박물관 역시 모든 촬영 의상을 받을 수 없다. 보관 공간과 보존 비용은 한정돼 있고, 같은 영화에서도 역사적 의미와 연구 가치가 높은 물품을 골라야 한다. 개봉한 지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2편의 의상 전체를 공공기관이 보존해야 한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2편이 1편처럼 긴 시간 동안 인용될 서사와 스타일을 남겼는지도 아직 굳어지지 않았다. 배우가 입었다거나 유명 브랜드가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 영구 소장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본편의 중요한 대목과 연결됐는지, 의상 디자인의 특징을 남겼는지, 동일한 옷이 몇 벌 존재하는지, 제작 기록과 함께 보존할 수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판단 기준이다.

민간 소장의 한계는 보존 가능성보다 접근권에서 나타난다. 개인 구매자는 의상을 공개하거나 연구자에게 보여줄 의무가 없다. 소장자가 익명을 택하면 물품의 행방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고, 이후 재판매 과정에서 촬영 기록과 수선 내역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남는다.

박물관 소장은 보존과 공개를 약속하지만 매입 자체가 물품의 가치를 자동으로 높이지 않는다. 민간 소장은 공개를 보장하지 않지만 좋은 보관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번 경매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공공 보존과 민간 보존 가운데 한쪽의 우월성이 아니라, 물품의 향후 관리가 낙찰자에게 넘어간다는 점이다.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시장이 부여한 공공성의 착시

크리스티 전시장에 놓인 의상은 엿새 동안 누구나 볼 수 있다. 관람객은 미란다의 재킷과 앤디의 드레스를 가까이에서 보고, 경매사는 물품을 실제로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 무료 공개가 끝나면 전시의 역할도 끝난다.

영화 의상 전시와 경매 미리보기 사이에는 같은 마네킹과 조명, 설명문이 사용될 수 있다. 한쪽은 보존과 해석을 목적으로 하고, 다른 한쪽은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형식이 비슷하다고 운영 목적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료 전시는 구매 가능성이 있는 물품에 관람 경험을 붙인다. 크리스티라는 장소와 뉴욕패션위크 일정도 행사에 패션문화의 권위를 더한다. 전시가 끝난 뒤 공개 접근과 보존 계획이 남지 않는다면 공공적 성격은 판매 기간에 한정된다.

자선 목적도 물품의 향후 행방을 바꾸지는 않는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에 수익을 지원하는 일은 경매의 사회적 명분이다. 낙찰된 옷을 공공 컬렉션으로 남기는 일과는 별개의 결정이다.

9월 15일 이후 각 의상의 행방은 낙찰자의 성격에 따라 갈린다. 박물관이나 재단이 사들이면 다시 전시에 나올 수 있고, 개인 수집가가 대여에 응해도 대중과 만날 수 있다. 별도 공개 없이 수장고나 개인 공간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매가 의상에 부여하는 것은 영구적인 공공 지위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소유권이다. 엿새 동안 열린 전시장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의상을 잠시 한자리에 모은다. 경매가 끝난 뒤에는 한 영화의 제작자료보다 서로 다른 구매자가 소유한 개별 상품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