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2 경매⑥] 같은 빨간 구두 두 켤레, 낙찰가의 착시

500~1000달러 ‘동일 제품’과 메릴 스트립 착용 시제품 따로 등장…10만7000달러 커프와 한 순위로 묶기 어려운 경매 가격

2026-08-12     김동희 기자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크리스티가 8월 6일 공개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경매 자료에는 빨간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록스터드 펌프스가 두 방식으로 등장한다. 대표 사진 설명에는 메릴 스트립(Meryl Streep)가 예고편에서 신은 구두와 ‘동일한 한 켤레’라고 적혔다. 추정가는 500∼1000달러다. 주요 출품작 목록에는 스트립이 미란다 프리스틀리 역으로 예고편에서 직접 신은 시제품이 별도로 올라 있다. 해당 시제품에는 스트립의 서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온라인 경매와 9월 10일 초청 현장 경매가 함께 열리는 만큼 두 설명은 서로 다른 물품을 가리킬 가능성이 크다. 한쪽은 화면에 나온 구두와 같은 디자인이고, 다른 한쪽은 배우가 실제로 신은 시제품이다. 정식 출품 목록이 열리기 전에 두 켤레를 하나의 ‘메릴 스트립 착용 구두’로 묶으면 가격을 만드는 출처부터 달라진다.

같은 디자인이라는 관계에는 발렌티노 제품과 영화 이미지가 남는다. 배우가 신은 시제품에는 촬영·홍보 과정의 사용 기록이 더해진다. 서명까지 들어가면 영화 의상과 배우 기념품의 성격을 함께 갖게 된다. 빨간색과 록스터드 장식은 같아도 구매자가 사들이는 이력은 같지 않다.

경매에서 출처는 부차적인 설명이 아니다. 현재 또는 과거 소유 이력과 사용 기록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취급된다. 크리스티도 추정가를 정할 때 물품의 상태와 희소성, 품질, 출처, 비슷한 물품의 최근 거래가격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20년의 세월을 관통하여 귀환한 전설적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서울에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는 2026년이라는 시대적 필연성을 강조한 이들은 한국의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선물에 감동하며 작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2026. 04.08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500달러 구두와 10만7000달러 커프

빨간 구두와 에밀리 블런트(Emily Blunt)가 에밀리 찰턴 역으로 착용한 엘사 페레티(Elsa Peretti) 본 커프는 출발가격부터 크게 다르다. 예고편 착용품과 같은 디자인의 구두에는 500∼1000달러의 추정가가 제시됐다. 플래티넘과 파베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본 커프의 소매가격은 10만7000달러다.

본 커프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더라도 에밀리의 의상이 미란다의 구두보다 높은 문화적 평가를 받았다고 해석할 수 없다. 본 커프에는 영화와 무관하게 형성된 귀금속 가격과 티파니앤코(Tiffany & Co.) 제품가가 이미 들어 있다. 구두는 500달러에서 출발하지만 본 커프는 소매가부터 10만달러를 넘는다.

낙찰액이 아닌 상승폭으로 보면 순서는 달라질 수 있다. 추정가 1000달러인 구두가 1만달러에 팔리면 높은 입찰 경쟁이 붙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본 커프가 10만7000달러 안팎에 팔리면 절대가격은 훨씬 높지만 영화 착용 이력에서 발생한 추가 금액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제품의 소매가격과 경매 추정가도 같은 숫자가 아니다. 소매가격은 새 제품의 판매가이고, 추정가는 경매사가 예상한 입찰 범위다. 추정가에는 구매자 수수료와 세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경매 결과를 영화 의상의 가치 순위로 옮기려면 제품가와 추정가, 망치가격을 먼저 나눠야 한다.

메릴 스트립 물품이 가장 높은 총액을 기록해도 배우별 인기도를 뜻하지 않는다. 스트리프의 출품작에는 시제품 구두와 브르니에(Vhernier) 목걸이·반지,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재킷,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태슬 재킷처럼 가격 구조가 다른 물품이 함께 들어간다. 출품 수가 많고 고가 주얼리가 포함되면 배우별 합계도 자연히 커진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망치가격보다 커지는 실제 결제액

크리스티 경매의 망치가격은 마지막으로 받아들여진 입찰액이다. 구매자가 실제로 내는 금액에는 구매자 수수료와 세금, 운송비가 더해질 수 있다. 크리스티가 발표하는 ‘판매가격’은 망치가격과 구매자 수수료를 합한 금액을 뜻한다. 두 숫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물품도 기사마다 다른 가격으로 표기될 수 있다.

뉴욕 경매의 일반 구매자 수수료율은 150만달러 이하 구간에서 망치가격의 27%다. 해당 요율이 이번 자선 경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1000달러에 낙찰된 물품에는 세금과 운송비를 빼고도 270달러가 추가된다. 망치가격이 10만7000달러라면 구매자 수수료는 2만8890달러다. 실제 결제액은 13만5890달러에서 세금과 운송비가 더해진다.

언론 보도에서 ‘10만7000달러에 팔렸다’고 쓸 때도 기준이 필요하다. 10만7000달러가 망치가격인지, 구매자 수수료를 더한 판매가격인지에 따라 입찰자가 마지막으로 부른 금액과 실제 지출액이 달라진다.

경매사는 높은 판매가격을 발표할 때 구매자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추정가는 수수료를 뺀 금액이다. 수수료가 들어간 판매가격을 수수료가 빠진 높은 추정가와 바로 비교하면 추정가 초과 폭이 실제보다 크게 읽힐 수 있다.

판매자에게 적용되는 비용도 별도로 존재한다. 크리스티는 판매자 수수료를 위탁계약에서 정하며, 운송과 복원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자선 경매에서 영화사와 배우, 브랜드, 크리스티가 비용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공개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최고가 기사에서 빠지는 유찰품

경매가 끝난 뒤 가장 먼저 알려질 숫자는 최고 낙찰가일 가능성이 크다. 메릴 스트립의 구두,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의 얼룩 드레스, 에밀리 블런트의 본 커프 가운데 어느 물품이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는지가 제목으로 선택되기 쉽다.

전체 수요는 최고가 한 점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경매 물품에는 판매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가격인 내정가가 설정될 수 있다. 입찰이 내정가에 미치지 못하면 물품은 유찰된다. 크리스티는 별도 표시가 없는 물품에는 내정가가 적용되며, 내정가는 낮은 추정가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출품작 30점 가운데 한 점이 추정가의 열 배에 팔리고 나머지 상당수가 유찰됐다면 경매 전체가 높은 수요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최고가는 높지 않아도 대부분 물품에 복수의 입찰자가 붙고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면 팬덤과 수집 수요가 넓게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유찰품에는 출품 당시의 화려한 설명이 그대로 남는다. 유명 배우가 입었거나 명품 브랜드 제품이어도 구매자가 내정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크리스티에 출품됐다는 사실과 시장이 가격을 지불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입찰 결과가 놓여 있다.

유찰은 실패라는 한 단어로도 정리되지 않는다. 추정가나 내정가가 높았을 수 있고, 동일 배우의 물품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입찰이 분산됐을 수도 있다. 영화 본편 의상보다 서명이 붙은 구두나 고가 주얼리에 입찰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유찰 수를 빼고 최고가만 전하면 시장 반응의 절반이 사라진다.

푸른 니트가 부르는 기억과 출처의 거리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함께 공개된 푸른 케이블 니트는 2006년 1편의 세룰리언 스웨터를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색 하나만으로 미란다의 독백과 앤디의 변화를 불러오는 물품이다. 해당 니트가 2편 본편에서 누가 입었는지, 촬영용인지 홍보용인지, 같은 제품이 몇 벌인지에 따라 경매에서 붙는 출처는 달라진다.

관객의 연상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물품의 사용 이력은 별도의 기록으로 확인된다. 파란색이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경우에도 2편이 새로 만든 상징보다 1편이 남긴 기억에 입찰자가 반응했을 가능성이 남는다.

푸른 니트가 고가에 팔리면 ‘세룰리언 스웨터의 귀환’이라는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 공식 출품 설명이 본편 착용과 전편의 상징 사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따라 가격의 의미도 달라진다. 연상만 강하고 영화 속 사용 비중이 작다면 낙찰가는 2편 의상의 평가보다 프랜차이즈가 축적한 향수의 가격에 가까워진다.

빨간 록스터드 펌프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화면에 나온 구두와 동일한 제품을 소유하는 것과 메릴 스트립이 실제로 신은 시제품을 소유하는 일은 다르다. 서명까지 붙은 물품이라면 가격의 상당 부분이 미란다보다 메릴 스트리프에게서 나올 수 있다.

Christie's New York to Auction Costumes From 'The Devil Wears Prada 2'. 사진=Christie's New Yor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자선 입찰은 일반 시세가 아니다

이번 경매의 판매 수익은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CPJ)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CFDA)를 지원한다. 온라인 경매와 별도로 9월 10일에는 초청객 대상 현장 자선 경매도 열린다.

자선 목적은 입찰자가 일반적인 재판매 가치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화 의상을 소유하는 만족과 기부 참여가 한 번의 입찰에 들어간다. 특정 물품이 높은 가격에 팔려도 같은 옷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을 때 가격이 유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장 경매에서는 초청 행사와 뉴욕패션위크 분위기, 영화에서 착안한 체험 상품까지 더해진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경쟁 가격을 일반 중고 명품이나 영화 기념품의 시세로 옮기면 자선 입찰에서 발생한 추가 지출이 빠진다.

2편의 문화적 평가도 낙찰가에서 곧바로 읽히지 않는다. 구매자는 영화 서사만 보고 입찰하지 않는다.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팬덤, 발렌티노와 티파니앤코의 제품가, 1편을 둘러싼 기억, 크리스티의 판매망, CPJ와 CFDA를 지원한다는 명분이 한 가격에 들어간다.

9월 15일 경매가 끝난 뒤 남을 숫자는 하나가 아니다. 화면에 나온 구두와 같은 제품, 배우가 신은 시제품, 소매가 10만7000달러인 커프, 비교적 낮은 추정가에서 출발한 의류가 서로 다른 조건으로 거래된다. 망치가격과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가격도 갈리고, 팔리지 않은 물품도 나온다.

가장 비싼 물품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이라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높은 가격에는 제품 자체의 값과 배우의 이름, 착용 이력, 서명, 자선 참여가 뒤섞인다. 같은 빨간 구두 두 켤레를 구분하는 일부터 경매 결과의 해석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