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건강②] 스마트폰·화상회의, 바디랭귀지를 바꾼 화면 중심 생활
2012년 스마트폰 인터넷 하루 96분, 2024년 개인 보유율 97.3%…거리·자리·전신 움직임 줄고 얼굴과 상체에 집중된 비언어 소통
[KtN 박채빈기자]2012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95.1%는 조사 직전 한 달 안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했다.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96분이었다. 당시에도 스마트폰 이용자의 73.9%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늘었다고 답할 만큼 휴대전화는 통화 기기를 넘어 일상과 인간관계를 바꾸기 시작했다.
12년 뒤인 2024년 개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97.3%에 이르렀다. 전국 2만5509가구, 만 3세 이상 6만229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는 인터넷 이용률이 94.5%, 무선인터넷 이용률이 99.8%로 집계됐다. 일주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20.5시간이었다. 조사 대상과 산출 방식이 달라 2012년 수치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스마트폰이 일부 이용자의 새 기기에서 거의 모든 연령의 생활 기반으로 옮겨온 흐름은 뚜렷하다.
기술의 변화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동작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동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업무 중에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회의에서는 카메라 안에 얼굴과 상체를 맞춘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메신저와 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이어진다. 몸을 움직이며 사람을 만나던 시간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겹치면서 현대인의 자세와 바디랭귀지도 화면에 맞춰 달라졌다.
걷고 마주 앉던 소통, 작은 사각형 안으로
대면 소통에서는 얼굴 밖의 정보가 함께 전달된다. 상대에게 다가가는 속도와 멈춰 서는 거리, 의자에 앉는 위치, 몸통과 발의 방향,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말하는 사람이 앞으로 기울면 관심이나 긴박감이 전달될 수 있고, 뒤로 물러나거나 몸을 옆으로 돌리면 대화의 흐름도 달라진다.
첨부 자료도 비언어 소통을 시선과 손짓에 한정하지 않는다. 자리 배치와 대화 거리, 상대를 향한 몸의 방향, 자세와 움직임의 리듬을 바디랭귀지의 구성 요소로 다룬다. 대면 회의에서는 출입문과 테이블의 위치, 마주 보는 각도, 상대와 떨어진 거리가 관계와 소통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걷는 동안에도 신체 정보는 이어진다. 발이 땅을 짚는 순서와 보폭, 팔의 움직임, 시선의 높이, 몸통의 좌우 흔들림이 움직임의 전체 인상을 만든다. 걷기를 중심의 안정과 자연스러운 리듬,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나눈 자료의 구성도 전신의 움직임이 비언어 이미지에 관여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화상회의에서는 공간과 전신 움직임의 상당 부분이 카메라 밖으로 밀려난다. 참석자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지, 발이 누구를 향하는지, 의자에서 몸을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상대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화면에는 주로 얼굴과 어깨, 가슴 위쪽만 남는다.
몸 전체에서 오가던 정보가 얼굴 표정과 고개 움직임, 목소리로 좁아지면서 작은 동작의 비중은 커졌다. 화면 속 참석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표정을 분명하게 짓고, 듣고 있다는 표시를 말과 얼굴로 반복한다. 대면 회의라면 주변 시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반응까지 작은 화면 안에서 의식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직의 평일, 앉아 있는 시간만 8시간20분
디지털 생활이 자세에 미친 영향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문서 작성과 계산, 자료 검색이 컴퓨터로 옮겨가면서 사무실은 걷고 서는 공간보다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는 공간에 가까워졌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앞에서 벗어난 시간까지 화면 사용으로 이어 놓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가운데 만 19∼65세 성인 1768명에게 가속도계를 착용해 분석한 연구에서는 평일 평균 좌식 시간이 500.63분으로 나타났다. 하루 8시간20분가량이다. 주말에도 평균 488.10분을 앉아서 보냈다. 사무직 종사자의 평일 좌식 시간은 비사무직보다 약 52분 길었다. 2014∼2015년 자료를 활용한 분석이어서 현재의 좌식 시간을 그대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컴퓨터 중심 업무가 몸의 정지 시간을 얼마나 늘렸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같은 조사 자료를 활용해 성인의 활동량을 분석한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이 약 473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시간은 약 16분으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자의 76.6%는 권고 수준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충족하지 못했고, 좌식 시간과 활동량 기준을 모두 충족한 비율은 11.6%였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거북목이나 허리 통증의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의자와 책상의 높이, 화면 위치, 휴식 간격, 근력과 운동량, 수면, 기존 질환도 함께 작용한다. 다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늘수록 자세를 바꿀 기회가 줄고, 목과 어깨·허리 주변 근육이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시간은 길어진다.
스마트폰은 고정된 사무실 밖에서도 비슷한 자세를 반복하게 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팔을 몸통 앞에 모으고 고개를 내린다. 소파나 침대에서는 목을 굽히거나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친 채 화면을 본다. 책상에서는 모니터를 보다가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다시 낮춘다. 기기는 달라도 고개와 어깨가 앞으로 향하는 방향은 이어진다.
코로나19, 일터와 회의를 집 안으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중심 생활을 한 단계 더 바꿨다. 출근과 이동, 대면 수업, 회의가 줄고 업무와 학습, 인간관계가 같은 화면 안에서 이어졌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8∼2020년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하루 좌식 시간이 긴 생활을 한 성인의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30.4%에서 유행 시기 36.6%로 높아졌다. 코로나19와 좌식 생활은 각각 비만과 연관성을 보였고, 두 조건이 겹친 집단에서는 연관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단면 조사이므로 코로나19나 좌식 생활이 개인의 비만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내 생활이 늘어난 시기의 건강 변화를 확인할 자료는 남았다.
재택근무 환경은 사무실보다 개인별 차이가 컸다. 식탁과 낮은 탁자, 소파가 업무 공간으로 사용됐고 노트북 화면에 몸을 맞추는 시간이 늘었다. 화상회의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카메라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상체를 고정하고 얼굴을 화면 중앙에 두게 된다.
회의실에서는 몸을 뒤로 기대거나 자세를 바꾸고, 잠시 일어나 자료를 가져오더라도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화상회의에서는 화면 밖으로 움직이는 행동이 자리를 비우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카메라가 켜진 동안에는 휴식 중에도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카메라와 상대 얼굴 사이에 어긋난 시선
대면 대화에서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행동과 상대 얼굴을 확인하는 행동이 같은 방향에서 이뤄진다. 화상회의에서는 카메라를 바라봐야 상대에게 눈을 맞추는 모습으로 전달되지만, 화면 속 얼굴을 보려면 시선이 카메라 아래나 옆으로 향한다. 상대를 자세히 볼수록 상대 화면에는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구조다.
첨부 자료는 일상적 소통과 공식적인 업무, 친밀한 관계에서 시선이 머무는 얼굴 부위를 구분한다. 대면 상황에서는 눈과 얼굴의 방향, 거리와 자세를 함께 볼 수 있지만 화상회의에서는 카메라 위치와 화면 배열이 시선 정보를 바꾼다. 대면용 시선 기준을 온라인 화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화상회의 피로를 설명한 연구에서는 상대 얼굴이 가까이 배치되는 화면,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는 구조, 움직임의 제약, 비언어 신호를 만들고 해석하는 부담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론적 설명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함께 밝혔다.
이후 9787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화상회의 횟수와 시간이 늘고 회의 사이의 간격이 짧을수록 피로가 높게 나타났다. 자기 얼굴을 계속 보면서 생기는 부담, 여러 사람의 응시를 동시에 받는 느낌,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 비언어 신호를 의식적으로 표현하고 해석하는 노력도 피로와 관련됐다. 연구는 설문조사에 기반해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지만, 화상회의의 피로가 업무량만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몸을 사용하는 방식과도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50분 동안 같은 내용의 대학 강의를 대면과 화상 방식으로 나눠 진행한 실험에서도 화상회의 조건의 피로가 더 높게 나타났다. 뇌파와 심전도, 설문을 함께 측정한 결과여서 화상회의 피로가 단순한 기분이나 유행어에 머물지 않는다는 근거를 보탰다. 연구 대상과 수업 환경이 제한돼 모든 업무 회의로 확대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전신에서 얼굴로 좁아진 이미지 관리
화상회의는 타인을 보는 방식뿐 아니라 자기 모습을 확인하는 방식도 바꿨다. 거울은 필요할 때만 보지만 화상회의 화면에는 자신의 얼굴이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남는다. 표정과 머리 모양, 조명, 배경, 얼굴 각도를 업무 중에 계속 확인하게 된다.
미국 근로자 2448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불만이 화상회의 피로와 관련됐고, 배경이나 외모를 조정하는 기능의 사용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단면 설문조사여서 외모 불만이 피로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화면 속 자기 모습을 계속 확인하는 환경이 이미지 관리와 업무 피로를 맞물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면 소통에서 이미지는 옷차림과 자세, 걸음걸이, 악수, 자리 선택, 대화 거리까지 전신과 공간에 걸쳐 형성된다. 온라인에서는 얼굴과 상체, 목소리, 배경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카메라 밖의 골반과 다리, 발의 방향은 보이지 않지만 상체를 고정해 화면에 머무는 부담은 몸에 남는다.
바디랭귀지도 더 작고 의식적인 동작으로 바뀌었다. 손 전체를 사용하는 동작은 카메라 밖으로 잘리고, 작은 표정은 영상 품질에 따라 놓칠 수 있다. 말할 차례가 겹치지 않도록 반응을 늦추거나 음성으로 동의를 표시해야 한다. 기술로 연결된 소통이 늘었지만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전달하던 정보의 폭은 좁아졌다.
스마트폰과 화상회의가 만든 변화를 개인의 자세 습관만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보유율이 97%를 넘고 업무와 학습, 금융, 인간관계가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환경에서 화면 사용을 없애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관리 기준은 기기를 쓰느냐보다 몸을 얼마나 오래 고정하는지, 화면과 눈높이가 어떻게 놓이는지, 회의 사이에 움직일 시간이 있는지까지 넓어져야 한다. 카메라를 켠 채 얼굴을 비추는 시간이 업무 참여의 기준으로 굳을수록 자세와 표정, 외모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2012년 스마트폰은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편리한 기기로 일상에 들어왔다. 2024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손에 든 생활 기반이 됐다. 이동 중 고개를 숙이는 자세와 모니터 앞에 앉는 업무, 얼굴을 화면 중앙에 두는 회의가 하루 안에서 이어진다.
현대인의 바디랭귀지는 성격이나 예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기기의 크기와 카메라 위치, 의자와 책상, 회의 시간, 이동량이 몸의 자세와 움직임을 함께 결정한다. 거리와 자리, 걸음걸이까지 활용하던 비언어 소통은 얼굴과 상체 중심으로 좁아졌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 움직임은 목과 어깨, 허리의 정지 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