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AMIS②] 온라인 전시관, 작품을 처음 만나는 입구

김경형 대표가 말하는 TUV의 관람 동선, 전시장 밖에서 시작되는 K전시의 확장

2026-08-10     임민정 기자
김경형 아뜰리에 아미스 대표는 온라인 전시관의 의미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이는 데서 찾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는 전시장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전시장에 닿기 전 작품을 처음 만나는 입구를 넓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관람자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전용 이미지를 클릭해 14인 작가의 가상 전시 공간으로 들어간다. 작품 이미지를 보고, 작가별 공간을 이동하고, 설명을 확인하는 과정은 기존 오프라인 전시의 동선과 다른 온라인 관람의 출발점이 된다.

온라인 전시관은 전시장 벽면을 화면 안에 옮겨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람자가 어느 경로로 들어오고, 어떤 작품을 먼저 보며, 설명을 어느 지점에서 읽고, 다시 작가 정보로 이동하는지까지 전시 기획의 일부가 된다. 오프라인 전시에서 입구, 벽면, 조명, 작품 간격이 관람 동선을 만든다면, 온라인 전시에서는 접속 경로, 이미지 배열, 작가 페이지, 작품 설명, 문의 버튼, AI 도슨트의 응답 방식이 관람 흐름을 만든다.

김경형 아뜰리에 아미스 대표는 온라인 전시관의 의미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이는 데서 찾는다. 김 대표는 “큐레이터나 도슨트가 옆에 없어도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게 된 점”을 TUV의 성과로 꼽았다. 전시장 방문이 어려운 관람자도 온라인 공간에서 작가와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미술 전시는 오랫동안 물리적 장소를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갤러리, 미술관, 아트페어 부스, 대안공간은 작가와 관람자가 만나는 주요 무대였다. 작품의 실제 크기와 표면, 재료의 질감, 공간 안에서 생기는 긴장은 여전히 오프라인 전시의 강점이다. 다만 전시 일정과 장소는 관람자에게 장벽이 되기도 한다. 전시 기간을 놓치거나, 지역과 국가가 멀거나, 전시장 방문 시간이 맞지 않으면 작품을 직접 만날 기회는 쉽게 사라진다.

온라인 전시관은 이 한계를 보완한다. 관람자는 전시 기간과 장소에 덜 묶인 상태에서 작품을 접한다. 해외 관람자는 한국 작가의 작업을 처음 확인할 수 있고, 국내 관람자도 전시장 방문 전 작품과 작가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온라인 전시는 오프라인 전시보다 가볍게 시작되지만, 그 가벼운 첫 접점이 다음 관람과 문의, 실제 전시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형 아뜰리에 아미스 대표는 온라인 전시관의 의미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이는 데서 찾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TUV의 관람 동선은 작가별 전시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14명의 시각예술가가 한 플랫폼 안에 들어오지만, 관람자는 한꺼번에 모든 작품을 보는 방식보다 작가별 공간을 선택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난다. 이 구조에서는 작가 한 명의 작품 세계를 먼저 읽고, 다른 작가의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전시 전체를 넓혀가는 경험이 가능하다. 온라인 전시의 강점은 바로 이 선택형 동선에 있다.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관람자의 이동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입구에서 시작해 벽을 따라 이동하고, 전시장의 구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을 만난다. 온라인 전시에서는 관람자가 더 쉽게 이탈하고, 더 빠르게 이동한다. 한 작품을 깊게 볼 수도 있지만, 몇 초 만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온라인 전시 기획은 관람자의 집중 시간이 짧아진 환경에서 작품을 어떻게 붙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작품 이미지의 품질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실제 작품의 색과 질감, 크기를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처음 만나는 온라인 이미지가 흐리거나 왜곡되면 관람자의 신뢰도 함께 낮아진다. 작품명, 제작연도, 매체, 크기, 작가 설명이 함께 정리돼야 온라인 전시관은 단순 이미지 모음이 아니라 전시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미지와 정보의 정확성이 온라인 관람의 기본 조건이다.

TUV는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을 함께 제시했다. AI 도슨트는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을 바탕으로 관람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AR 감상은 작품을 관람자의 생활 공간에 가상으로 배치해 크기와 조화를 가늠하게 한다. 두 기능은 온라인 전시관의 관람 경험을 넓히는 장치다. 다만 기술은 작품을 대신하지 않는다. 관람자가 작품을 다시 보게 하고, 작가의 설명으로 돌아가게 하며, 실제 전시와 소장 가능성까지 생각하게 할 때 기술의 의미가 생긴다.

2025년 글로벌 미술시장 흐름도 온라인 전시관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고가 작품 중심의 시장이 조정을 겪는 동안 저가·중가 작품과 거래량 기반의 시장은 넓어졌고, 온라인 판매와 AI 기반 정보 제공은 미술시장 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AI는 전시 관람자를 돕는 안내 도구,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하는 도구, 작품의 이력과 거래 신뢰를 확인하는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 K전시도 이 변화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온라인 전시관은 특히 신진·중견 작가에게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는 오프라인 전시와 기존 컬렉터 네트워크만으로도 관람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작업해왔지만 시장 노출이 충분하지 않았던 작가는 온라인 전시관을 통해 처음 검색되고, 다시 확인되고, 외부 관람자와 연결될 가능성을 얻는다. 전시장에 한 번 걸린 작품이 온라인에 남으면 전시의 시간은 더 길어진다.

K-컬처의 세계 확산과 K-아트 해외 진출, 문화 향유 기반 확대, AI 전환은 정책의 주요 언어로 들어와 있다. 민간 전시 플랫폼을 특정 정부 정책의 산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문화예술과 기술, 해외 확장을 함께 보는 정책 환경은 온라인 전시관 실험을 더 넓은 흐름 안에서 읽게 만든다. /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서울은 프리즈 서울 이후 아시아 현대미술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했다. 국제 갤러리와 경매사, 컬렉터의 관심이 서울로 들어왔고, 한국 주요 작가들에 대한 수요도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 미술시장의 국제적 주목이 모든 한국 작가에게 곧바로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전시관은 국제 시장의 시선과 아직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작가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 서사도 이 변화와 느슨하게 맞물린다. K-컬처의 세계 확산과 K-아트 해외 진출, 문화 향유 기반 확대, AI 전환은 정책의 주요 언어로 들어와 있다. 민간 전시 플랫폼을 특정 정부 정책의 산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문화예술과 기술, 해외 확장을 함께 보는 정책 환경은 온라인 전시관 실험을 더 넓은 흐름 안에서 읽게 만든다. 전시의 접근성을 넓히고 한국 작가의 작품을 해외 관람자에게 연결하는 일은 공공 정책과 민간 플랫폼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다.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회화의 표면, 재료의 두께, 빛에 따른 색의 변화, 작품 앞에서 느끼는 크기의 감각은 실제 공간에서 확인돼야 한다. 김경형 대표도 온라인의 한계를 인정하며 오프라인 전시 병행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전시관은 오프라인 전시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오프라인 전시로 가는 관람의 전 단계를 넓히는 방식에 가깝다.

TUV가 보여준 온라인 전시관의 의미는 전시의 시작점을 바꾼 데 있다. 관람자는 더 이상 전시장 입구에서만 작품을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다. 검색, 링크, 이미지, 작가 페이지, AI 도슨트, AR 감상이라는 여러 접점을 통해 작품에 접근한다. 전시장의 문을 열기 전 이미 전시는 시작된다. K전시의 다음 경쟁력은 이 첫 접점을 얼마나 정확하고 깊이 있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뜰리에 아미스의 온라인 전시관은 아직 완성형 플랫폼이라기보다 관람 동선의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에 가깝다.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지, 작가 정보를 어디까지 제공할지, AI 도슨트가 어떤 깊이로 응답할지,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이 오프라인 전시와 작품 문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평가 기준이다. 온라인 전시관은 작품을 가볍게 소비하는 통로가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처음 만나는 입구가 되어야 한다.

K전시는 이제 전시장 안의 완성도와 전시장 밖의 접근성을 함께 요구받는다. 작품을 직접 보는 경험은 계속 중요하지만, 작품을 처음 발견하고 다시 확인하는 경로는 온라인으로 넓어지고 있다. 아뜰리에 아미스 TUV가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작품은 전시장 안에서 깊어지고, 온라인에서 넓어진다. K전시의 다음 입구는 더 이상 하나의 문으로만 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