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교육·정착③] 외국인 취업자 110만명, 근로계약·임금까지 넓어진 한국어

구직 어려움 15.9% ‘한국어’, E-9 이직 때도 12.7% 언어 장벽…교육과 노동권 지원의 접점

2026-08-11     최경인 기자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경인기자]포천의 한국어 교실에서는 ‘근로계약서’, ‘임금’, ‘퇴직금’ 같은 단어가 수업에 등장한다.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교육생에게 자음과 모음을 익히는 일이 출발점이라면, 이미 사업장에서 일하는 교육생에게는 자신이 체결한 계약과 받아야 할 임금을 이해하는 말이 더 급할 때가 있다. 취업할 사업장을 찾고 근로조건을 확인하거나 임금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도 한국어가 필요하다. 외국인 취업자가 110만 명을 넘어선 한국 노동시장에서 한국어 교육이 일터의 언어로 넓어지는 배경이다.

2025년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11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9000명, 9.8% 증가했다.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104만7000명으로 94.4%를 차지한다. 광업·제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49만8000명으로 전체의 44.9%에 달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22만6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14만8000명이 뒤를 이었다. 경기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는 38만90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포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 산업지역에서 한국어 교육과 노동생활을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도 외국인 취업자의 규모와 맞닿아 있다. 사업장에서는 작업지시와 안전수칙을 알아들어야 하고, 근로계약서를 읽을 때는 근로시간과 임금, 휴일, 숙소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동료뿐 아니라 고용센터와 노동관서, 상담기관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과 노동관계에서 필요한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구직 과정에서는 언어 장벽이 숫자로도 나타난다. 2025년 조사에서 구직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 어려움으로 꼽은 항목 가운데 ‘일자리 정보 부족’이 23.7%로 가장 높았고 ‘한국어를 잘 못해서’가 15.9%로 뒤를 이었다. 친척·친구·동료를 구직경로로 이용한 외국인 실업자는 53.2%에 달한 반면 공공 취업알선기관 이용 비율은 19.2%였다. 취업정보 접근과 한국어 능력이 서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읽을 수 있는 수치다.

고용허가제(E-9)로 일하는 외국인에게는 사업장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한국어가 영향을 미친다. 2025년 5월 비전문취업 체류자격 외국인은 32만1000명이었다. 한국 입국 뒤 직장을 옮긴 경험이 있는 E-9 외국인이 이전 직장을 떠난 이유는 낮은 임금 24.5%, 회사 사정 악화 23.1%, 힘들거나 위험한 업무 13.9%, 임금체불 5.4% 등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는 ‘옮길 직장에 대한 정보 부족’이 15.8%, ‘새로운 직장을 찾는 데 필요한 한국어를 몰라서’가 12.7%를 차지했다.

한국어 능력이 취업 가능성만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 근로계약과 급여,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퇴직금 같은 노동조건을 이해하려면 계약서와 임금명세서에 쓰인 표현을 읽어야 한다. E-9 외국인 가운데 입국 전 고용주가 제시한 근로계약조건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36.1%, ‘다소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55.3%였다. ‘별로 알지 못했다’는 7.7%, ‘전혀 몰랐다’는 1.0%였다. 계약조건을 알고 입국하는 비율이 높지만, 계약 내용을 실제 사업장 생활에서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과정은 별도의 노동·언어 역량을 요구한다.

외국인 전체의 한국어 능력을 보면 듣기를 ‘매우 잘한다’고 답한 비율은 29.8%, 말하기 28.9%, 읽기 27.3%, 쓰기는 24.8%였다. TOPIK 급수를 취득한 외국인은 21.0%였다. 시험 성적과 노동생활에 필요한 언어 능력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외국인 상당수가 공식 한국어능력시험 급수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장과 지역사회를 오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에서 TOPIK 교육과 생활한국어를 함께 다루는 방식도 이런 노동 현실과 연결된다. 교육생들은 국적과 한국어 수준이 서로 다르고 한국에서 하는 일도 같지 않다. 수업에서는 시험에 필요한 어휘와 문법을 배우면서 일터에서 접하는 표현을 함께 익힌다. 임금체불이나 취업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교육을 수업으로 끝내지 않고 상담과 취업정보 연결까지 이어가는 방식도 운영하고 있다.

언어를 안다고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대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의 법 준수와 근로감독, 피해구제 절차가 작동해야 하는 영역이다. 2025년 외국인 고용 취약사업장 19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중 근로감독에서는 182곳에서 846건의 노동관계법·외국인고용법 위반이 적발됐다. 전체 임금체불은 123개 사업장, 2742명에게 약 17억원이었고,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체불만 따로 보면 96개 사업장, 1128명에게 6억3000만원이었다. 동일 업무를 하는 내국인에게는 정기상여금이나 연차휴가를 제공하면서 외국인에게 적용하지 않은 차별적 처우도 적발됐다. 다만 취약성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한 감독 결과인 만큼 해당 수치를 전체 외국인 고용사업장의 위반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안전도 일터의 언어와 맞닿는다. 2025년 조사에서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2.3%는 최근 1년 동안 작업 중 부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산업재해 예방은 사업주의 안전조치와 작업환경 개선이 우선이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위험요인을 이해하고 작업 중단이나 부상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전달 역시 필요하다. 제조업에서는 기계의 작동과 정지, 보호구 착용, 위험구역 접근 금지처럼 뜻을 잘못 알아들었을 때 안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도 적지 않다.

외국인이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에서도 노동의 비중은 크다. E-9 체류자격 외국인의 74.4%가 해외 취업지로 한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임금을 꼽았다. 작업환경이 좋아서는 9.3%, 한국 취업 경험이 있는 친구나 친인척의 권고는 7.1%였다. 15~29세가 14만5000명, 30대가 14만1000명으로 E-9 인력 대부분이 젊은 노동연령층에 집중돼 있다.

가족에게 보내는 돈도 한국에서의 노동과 연결된다. 2025년 조사에서 한국 밖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친인척에게 송금하는 외국인은 39.1%였다. 영주자격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89.8%는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를 희망했다. 외국인 노동을 몇 년 동안 인력을 공급받는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취업과 임금에서 출발한 생활이 체류기간 연장과 지역생활, 가족과의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력 도입 규모도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 조정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E-9 도입 한도는 2025년 13만 명에서 2026년 8만 명으로 줄었다. 2026년에는 제조업 5만 명, 농축산업 1만 명, 건설업 2000명, 어업 7000명, 서비스업 1000명과 탄력배정분 1만 명으로 편성됐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외국인력 수요가 상당 부분 충족됐고 제조·건설업의 빈 일자리 감소 등을 반영한 조정이다.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의 숙련 향상과 권익보호, ‘일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지원체계 구축도 정책 방향에 포함됐다.

포천의 교실에서 배우는 ‘근로계약서’, ‘임금’, ‘퇴직금’은 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시대의 노동시장과 떨어져 있지 않다. 구직 과정에서는 한국어를 몰라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나오고, 직장을 옮기는 E-9 노동자 가운데서도 언어 장벽이 확인된다. 취업 뒤에는 계약조건과 임금, 안전, 노동상담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이 회화와 TOPIK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 정보와 노동생활까지 넓어지는 변화가 산업현장 가까운 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